거짓말 꿈꾸는 작은 씨앗 22
카트린 그리브 글, 프레데리크 베르트랑 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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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설에 의하면 아이가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만 3세라고 합니다. 그 나이가 되면 거짓말로 "엄마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정도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거죠. 혹시 만3세 이상의 자녀가 저런 말을 했다면 그건 거짓말일 확률이 무척 높습니다. 그 이후 아이의 거짓말 실력은 나날이 늘어 지금 저희 아들 나이인 9살이 되면 거짓말인 것을 깔고 능청을 떠는 정도의 경지에 이르게 되죠. 당연히 그 농담에 대하여 정색하게 되면 그 부모는 좀 반성을 해야 하겠죠? 이런저런 아이의 거짓말, 정말 눈치채지 못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금세 눈치채고 정색하고 계신가요? 아니면, 모르는 척 지켜봐 주시나요?


그림책 [거짓말]에서의 부모는 모르는 척 지켜봐 줍니다. 아무리 아이의 연기가 뛰어난들 아이가 양심에 거슬릴만한 거짓말을 했는데 표정의 변화가 없어요 도무지.


 

 

위 아래 장면에서 부모의 동요는 느낄 수가 없네요, 전.

그들의 일상에선 편안함마저 느껴지고요.
 

 아이의 거짓말을 눈치챈 엄마 아빠가 정색을 하며 그 자리에서 다그쳤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우리는 쉽게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자기의 거짓말을 참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완고하게 거짓말을 하거나 울음을 터뜨리거나 등등의 부정적인 결말을 얻게 되겠지요. 그 더 큰 거짓말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조금 기다릴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아이의 거짓말이 어른의 거짓말만큼 지독하진 않을 테니까요.


 엄마와 아빠가 모르는 척 하는 사이 아이의 거짓말 씨앗폭탄은 점층적으로 수가 불어나고 크기가 커집니다. 한 온라인 서점에선 이 책을 사면 '거짓말 풍선'을 주더군요. 이 책을 읽고 거짓말 풍선을 아이와 함께 터트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저 빨간 점들에게 '거짓말 씨앗폭탄'이라고 이름을 붙여보았습니다. 폭탄이든 풍선이든 불어날대로 불어났을 때, 아이의 표정이 날이 갈수록 어두워질 때, 이런저런 고민들로 불안을 느낄 때, 밥도 못 먹고 턱만 괴고 있을 때, 바로 그때 엄마와 아빠는 '역할'을 합니다.

 

마치 아무 것도 몰랐다는 듯이 하얀 거짓말을 하며 묻습니다.

"무슨 일이니?"라고.

 

저는 이 장면에서 가장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슨 일이니?"

우리는 자칫 "너, 뭔 잘못을 했어?"라고 물을 수도 있으니 이 질문을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무슨 일이니?"

대답은 아이의 몫입니다.

우리는 그저 아이의 용기를 꺼내주면 됩니다.


 아이들의 거짓말은 어른들의 거짓말에 비하면 너무나 순수합니다. 지금 우리의 거짓말은 너무나 순실하죠. 어른들의 나쁜 거짓말엔 눈멀고 귀닫고 살면서 아이의 거짓말엔 너무나 쉽게 발끈하는 건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거짓말은 성장 과정의 하나이고, 어른의 거짓말은 성장의 결과라는 것 역시 함께 느끼게 되는 요즘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존 버닝햄의 [지각대장 존]을 다르게 해석하게 되었어요. 이전까진 존의 선생님이 고릴라한테 매달려 있는 마지막 장면이 존의 상상일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그것은 선생님이 존의 농담을 이해하고 받아들인 결과는 아닐까? 싶어요. 아니면 적어도 존 버닝햄이 그 책을 읽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겠죠. 아이의 그런 거짓말에 정색하지 말고 함께 놀아보라고.

 

 우연인지 요즘 김탁환의 [거짓말이다]를 읽고 있어요. 도무지 "무슨 일이니?"라고 물을 수 없는 일은 바로 이런 일이지요. 그러니 우리 아이들에게는 용기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슨 일이니?"라고 물어봐 주기로 해요 우리. 아이의 '거짓말 씨앗폭탄'이 '성장 씨앗폭탄'이 되길 기다려주고 꺼내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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