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름마치>를 예약판매로 구입하여 얻은 '책굿 노름마치' 공연을 보기 위해 KB하늘극장으로 향했다. 예약판매자가 적어 걱정을 좀 했는데 득시글득시글 사람들이 정말 많았고 그 옷차림새들이 범상치않아 이런 공연을 하는 분들도 대단하지만 알아서 찾아 오는 사람들의 내공도 보통은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노름마치>, 진옥섭, 문학동네, 2013 (재출간)

알라딘가 13,500원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rlaqjtjt/status/347292205251186689/photo/1>

 

다소 긴 오프닝에 이어 등장한 진옥섭 씨의 언변은 그의 글도 뛰어넘을 정도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사실 책을 읽으면서 '어쩜 글을 이리 맛있게 쓸까', '필력이 대단하다' 는 생각을 수시로 했었는데 그의 진행을 접해보니 괜히 진옥섭이 아니더라.

 

어릴 적 '국악 한 마당'을 엄마가 즐겨 보실 때면 때로는 흥미로워했지만 더 많게는 지루해했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보자하면 나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지만 찾아보게 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그런 공연을 코 앞에서 보니(좌석이 좋아 코앞에서 볼 수 있었다.) 어느 새 벌어져있는 내 입을 황급히 다무느라 정신이 없었고, 손바닥은 박수를 치고 장단을 치느라 볼 새도 없었다. 이런 분들의 이야기가 <노름마치>에 모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들 때면 울컥, 고마움이 느껴졌다. 더구나 책에 소개된 분들의 1/3이 이미 고인이 되셨다니 이 책이 없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 싶어졌다.

 

공연은 열고, 맺고, 풀고, 닫고의 풍물의 순서를 따서 진행되었다.

 

열고 : 소고춤의 예인 김운태 선생님이 이끄는 연희팔산의 놀음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rlaqjtjt/status/347307223669686272/photo/1>

김운태 선생님이 상쇠를 하고 뒤이어 꽹과리, 장구, 징, 소고 연주자들이 한바탕 놀음을 벌였다. 징을 너무도 가볍게 쳐 여자인가 하고 봤더니 역시나 남자였다. 징 연주자의 함박 웃음과 경쾌한 놀음이 인상적이었다. 농악대 끝의 소고 연주자들의 앳된 얼굴도 무척 사랑스러웠다. 진옥섭 씨의 소개 때 초등학생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어린 나이에 우리 놀음을 저리 잘 노니 더 존경스러웠다. 요즘은 초등학교에서도 풍물놀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는 점이 문득 떠올라 어디서 배웠을꼬 의문을 품었으나 이내 그들이 김운태 선생님의 손주들이라는 것을 알고는 끄덕여졌다. 이후에 나온 연주자들도 알고 보니 가업으로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에 의해서만 명맥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건가 싶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맺고 : 진주 교방춤의 박경랑, 밀양 북춤의 하용부, 도살풀이 이정희 그리고 소리의 정영만

 

박경랑 선생님의 고운 자태와 교방춤은 그야말로 내 입을 허~하고 벌리게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지막에 인사를 하고 들어가는 춤꾼에게 손짓을 하며 들어가지 말라고 하였으니 그 옛날 교방에서 기생이 이 춤을 추었다면 그냥 가게 둘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싶었다. 겹겹이 고운 한복의 색깔도 눈길을 끌었고, 어깨짓과 손짓 그리고 표정 또한 내 마음을 흔들었지만 그중 압권은 발놀음이었다. 앞으로 가는가 싶으면 뒤로 가 있고, 멈추는가 싶으면 뱅그르르 도는 그 발놀음, 진주 교방춤을 추는 박경랑 선생은 발로 복화술을 하는 이처럼 보였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무엇엔가 홀리는 듯 만들었다.

 

하용부 선생님의 밀양 북춤은 처음엔 진옥섭 씨의 말처럼 엉거주춤하는 듯 했다. 뭔가 해학적인 표정이나 몸짓이 의아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것이 정중동 혹은 동중정임을 알 것 같았다. 방방 뛰다가 퉁퉁 북치다가 뚝 하고 멈추는 그 놀음이 매력적이었다. 책에서는 그의 춤을 숨이라고 일컬어 세계적으로도 존경하고 있다고 하며 7월 초 그만의 공연이 따로 있다고 하니 매력을 또한번 느끼고자 하면 그나마 많은 루트가 있는 듯 하다.

 

이정희 선생님의 도살풀이가 이어졌다. 도살풀이할 적에는 11대째 무당을 이어온 그리고 남해안별신굿의 계승자이신 통영의 정영만 선생님이 구음시나위를 해 주셨다. 도살풀이는 살풀이보다 긴 흰 천을 가지고 절제된 춤을 추는데 정영만 선생님의 소리와 잘 어우러졌다.

 

풀고 : 장사익의 찔레꽃, 봄날은 간다, 동백 아가씨 그리고 목포의 눈물

 

우리 엄마의 고향 1년 후배라고 엄마가 장사익 선생님이 TV에 나올 때마다 말씀하셨다. 이번에 외가에 가서도 누님을 뵙고 왔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막걸리집에서 아르바이트할 때 틀어주던 음악으로 귀에 익었고, 그의 힘있는 목소리에 매료되곤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그는 너무 수줍었고 고왔다. 여전히 노래에는 힘과 한이 가득했다.

책 <노름마치>의 표지의 글씨도 장사익 선생님이 쓴 것이라고 한다. 노름은 중모리로 마치는 중중모리로 썼다던가. 크게 걸린 표지를 보고 한 마디 하신다. "오늘 제 글씨가 호강하네유."

 

<공연이 끝나고 난 후에도 팬들과 사진도 찍어주시고 사인도 해주시면서도 손사레를 치신다...>

 

 닫고 : 채상소고춤의 김운태

원래는 푸는 공연이었는데 닫는 공연으로 바뀌어 마지막을 장식한 김운태 선생님의 소고춤. 상모를 돌리시면서 몸은 회전을 하고, 소고채는 소고를 치느라 바쁘다. 서로 다른 세 가지의 박자를 막힘없이 노는 신명 나는 공연에 객석의 발걸음이 바쁘다. 그의 상모와 띠에 만원, 오만원 권 지폐를 사람들이 끼우기 시작한다. 처음 알았다. 닫는 공연에 이런 식으로 감동을 표현한다는 것을. 또 한가지 배우고 간다. 김운태 선생님의 인기 또한 만만치 않아 공연이 끝나고도 많은 사람들과 사진도 찍으시고 사인도 해 주셨다.

 

공연이 끝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기 위해 공연에 참가한 춤꾼, 소리꾼들이 다 올라왔다. 그 광경이 진경이다. 책에서는 더 많은 예인들을 만날 수 있지만 무대에서 그들을 한 자리에서 다 만나기란 희망사항에 가까운데 어제는  그 일부나마 맛보게 되어 감격스러웠다.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ohmymong/status/347356685016371200/photo/1>

 

나가는 길에 진옥섭 씨의 사인도 받고 기념 사진도 찰칵! 빈 말이 아니라 이 책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졌으면 좋겠다. 이 놀음종결자들의 놀음이 끝나지 않으면 좋겠다. 한바탕 놀음이 이리 즐거운 것을, 우리 옛 사람들은 그것을 그리 잘 알았던 것을 오늘날의 우리들은 왜 알지 못하는가.많이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그런 애잔한 감정은 책에 묻기로 하고 놀음을 놀 때에는 화끈하게 신명나게 그저 놀기만 하였더라~~그래도 이 책에 대하여 한 마디 덧붙여 본다. 이 책의 시작은 공연을 홍보하기 위한 보도자료였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책으로 묶여져 나온 이상 이 책은 예인열전에 가까운 소중한 기록물이 되었다.

 

<사진 출처 : https://mobile.twitter.com/simplestory77/status/347357561793683457/photo/1>

 

* 참고로 사진은 함께 간 트친 혹은 한 자리에 있던 트친들의 트윗 사진 그리고 제가 찍은 사진입니다. 트친이지만 참지 못하겠다 하는 트친은 트윗으로 알려주길 바랍니다 ㅎㅎ

 

*어제부터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보니 이 책 있는 듯 합니다. 시간 있으신 분들은 도서전에서 구입하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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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2013-06-2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ㅋㅋ 멋지게 첫 스타트를 끊어주셨던 분들은, 팔산대임을 아뢰오~
ㅋㅋ 교방춤은 박경랑 선생님이네요. ㅠㅠ 제가 잘못 올림 흑흑.
도서전 잘 다녀오세욧!!

그렇게혜윰 2013-06-20 09:58   좋아요 0 | URL
급하게 쓰느라 뒤에 쓸 문장도 앞에 가 있음을 자수하오~~도서전 가느라 수정은 오후나 가능함도 아뢰오~~~~읽는 사람들 댓글까지 알차게 읽으시길^^

미망 2013-06-2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어제 공연 정말 쵝오!! 였어요..
손바닥에 불이 날 정도로 박수를 치고, 어깨춤과 '절씨구!'라는 추임새가 저절로 뱉어지던 현장..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보고.. 그들의 행보에 힘을 실어주기를....
이 책을 다시 출간해주신 문학동네 고마워요^^

그렇게혜윰 2013-06-20 20:59   좋아요 0 | URL
볼매라고나 할까요?^^
저도 어깨춤이 들썩들썩,,한국춤 배우고 싶어지더라니까요^^

풍류도 2013-06-2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연이 일품 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신명을 알려준 멋진 공연 이었습니다
책 굿 이라는 놀라운 퍼포먼스 가 진옥섭 만이 할수 있는 멋진 연출입니다
책 많이 많이 팔릴 겁니다 얼쑤 '''

하용부 의 춤 사위에 몇날 잠이 안올듯 '''' 어쩌나

그렇게혜윰 2013-06-20 20:59   좋아요 0 | URL
얼씨구~하고 응원을 함께 해 보아요^^
하용부 선생님은 표정이 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