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인문학 강의 - 전 세계 교양인이 100년간 읽어온 하버드 고전수업
윌리엄 앨런 닐슨 엮음, 김영범 옮김 / 유유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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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와 <십자군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으면서도 나는 막막했다. 사건을 이해하였으되 그 사건의 앞뒤를 전혀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스페인 무적함대를 보아도 멋있다는 것 이상을 보지 못했고, 만화 <베르사유의 장미>를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이해하기 보다는 오스칼과 마리 앙투아네트를 관계를 보기 위해 궁금해했다. 우리 나라의 역사를 이해해야만 사극도 더 재밌는 것임을 알면서도 그 많은 영역을 감히 손댈 엄두도 내지 못해왔는데, 이 책 <열린 인문학 강의>가 무려 100년 전의 책이라는 것에 살짝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10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하버드 교수들의 강의 요약본인 이 책은 전혀 손색이 없다. 오히려  이 책이 나온 이후로 역사는 흘렀고, 세계는 여러 면으로 변화하였지만 철학의 발달이 미미하듯 시대의 차이를 느끼기가 어려웠다는 것이 더 놀라웠다. 윌리엄 스콧 퍼거슨 교수의 '서양 고대사' 강의대로라면 네 번째 시대인 지금은 이상하리만치 급변하면서도 정지한 시대라는 생각이 이 책의 나이와 이 책의 내용을 보면서 자연스레 들게 된다.

   우리가 흔히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文사史철哲을 칭하는데 이 책도 그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만 종교,정치경제학, 항해와 여행이 추가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목차의 처음은 역사이고, 역사 강의를 읽는 순간 이 책을 읽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짧은 요약본인데, 오히려 짧기 때문에 한 시야 안에 서양의 역사가 들어올 수 있었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를 강의한 머레이 앤소니 포터 교수의 글이 이야기처럼 흥미롭게 잘  쓰여 있었다.

  이후 철학과 종교, 정치경제학 부분은 일목 요연하게 쉽게 설명이 되어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쉬이 흥미로워지는 영역이 아니라 몇 번씩 되짚어 가면서 읽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경제학의 토머스 닉슨 카버 교수의 '들어가는 말' 강의는 인문학적으로 표현되어 감탄하기도 하였다.

 

    희소성이란 사실상 자연이 자연스럽게 채워주지 못하는 욕구를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이것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조화가 부족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산업화된 생산의 목적은 조화를 회복하는 것이지요. (175쪽)

 

또한 역사와 철학에서는 서양에 국한 된 점이 아쉬웠는데 종교 강의 부분에서는 동양의 종교가 좀더 큰 비중으로 다루어진 점이 그나마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항해와 여행은 일면 역사 영역으로 볼 수 있어 나의 흥미는 다시금 커졌고 희곡과 시에 대한 강의도 무척 도움이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책을 즐겨 읽느냐는 질문에 나는 문학과 인문학이라고 대답을 하지만 정작 문학에 대해서도 인문학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오죽하면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도 아는 상식 선의 내용도 몰라 놀림을 받는 경우도 있다. 아마, 책을 읽되 조각으로만 읽어서 그런 모양이다. 그런 나는 흡사 마을 우물을 항해한다고 말하는 독서가라는 생각이 든다. 항해를 하려거든 바다로 나갈진대 길을 모르니 엄두를 못 내는 것이다. 그런 차에 '기초 강의'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 책이 내겐 큰 길잡이가 되었다. 비록 '기초 강의'임에도 불구하고 밑줄 긋고 메모하며 읽어야 했지만 바다로 나아갈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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