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의 공동체 - 신형철 산문 2006~2009
신형철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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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보다도 이름을 먼저 들었다. 사실, 그랬을 땐 거부감이 먼저 들곤한다. 
어쩌다가 그의 글을 만났다. 한참 후의 일이었다. 까닭없는 거부감을 가진 스스로에게 피식 웃었다.

며칠 전 인터넷에서 그를 문학계의 아이돌로 칭하곤 '사려깊은 연인같'다고 표현한 글을 보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아이돌은 모르겠는데 그의 글은 정녕 '사려 깊은 연인같'다는 그 말 밖에는 달리 더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 않는다. 

공동체의식 뭐 그런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게 느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안겨준 책의 제목이 별 100개라고 생각한다. '느낌의 공동체'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그의 말처럼 평론집이 아니라 산문집이라니 그렇게 믿기로 하지만 전해받은 느낌은 평론에 버금간다. 사실 평론을 읽다보면 감탄도 하고 공감도 하고 비판도 하고 그와 더불어 머리 깨지는 과정이 행해지지만, 이 책은 앞의 것들은 다 하지만 머리는 다행히 깨지지 않으니 난 이런 류의 책이 더 좋다 개인적으로는.

 책 읽고 글 쓰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 어찌 보면 당연하겠지만 참으로 많은 글을 쓰시었다는 생각에 감탄을 안할 수 없다. 아, 부럽다. 나도 읽는 책마다 쓰긴 쓴다만 읽는 양이 그에 비해 한참 모자르니 뭐 쓰는 양이 모자라는 것이야 부러워할 거리도 안되지만 쓰여진 글들이 어쩜 이리 부드러우니, 그 점만은 부럽고 또 부러운 노릇이다. 그는 부드러운 듯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묵직한 검을 쓰는 이 시대가 원하는 검객은 아닐까.

'느낌의 공동체'는 마치 나를 위해 쓴 책인양 싶었다. 좋아하는 시인들을 원한도 신파도 없이 안내해주시더니, 아름다운 시들을 또 얼마나 많이도 알려주시는지, 게다기 시 이야기가 끝나고 소설인가보다 싶으면 마무리는 다시 시를 잊지 않도록 불러주시니 고맙고도 고마운 일이다. 사실 이렇게 알고 있든 모르고 있든 시들을 다정스레 불러서 느낌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해준 책들이 언제 있었던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이 책은 특별했다. 시와 시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야말로 내게도 시인에게도 시들에게도 '사려깊은 연인'인 채로 그는 존재했다. 

 이 책을 통해 좋아했던 시인은 더 좋아하게 되었고, 잘 알지 못했던 시인의 시집과 시에는 동그라미와 밑줄의 잔상이 수도 없이 남겨져 있으며, 솔직히 좋아하지 않았던 시인의 시에도 경의를 표하게 되었다. 사실, 시인이란 모두 고맙고도 아름다운 사람들이므로. 참고로, 시 외에 소설 몇 편에도 동그라미와 밑줄은 그려져 있지만 어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 사이. 작가의 말처럼 미련한 이 독자가 잠이 들기 전에 얼른 시와 소설의 춤을 보아야겠다. 신형철이라는 사람의 춤은 실컷 보고 웃고 느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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