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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연필 일공일삼 71
신수현 지음, 김성희 그림 / 비룡소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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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이다. 또한, 우리가 어렸을 때 지나왔던 과정이기도 하다. 내 바람과 같지 않은 어른들의 태도, 내 뜻과 달리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 나의 마음, 중심으로서 인정받지 못한 관계는 우리가 자려면서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성장의 과정이다. 

 그런 민호에게 '빨강 연필'이 나타난다. 그야말로 램프의 요정 지니가 따로 없다. '빨강 연필'이 민호에게 부족한 글쓰기 실력을 보상해주면서 민호는 모든 일이 술술 풀린다. 선생님과 친구들, 그리고 엄마의 인정을 받는 세상의 '중심'이 되었다. 비록 빨강 연필이 아니면 여전히 과거의 민호이지만 '빨강 연필'만 있으면 글쓰기의 지존인 재규도 두려워할 존재가 되고 만다. 그런 '빨강 연필', 혹은 또다른 형태의 지니, 누구나 한 번쯤 꿈 꾸어 보지 않았을까?

  하지만 순수한 자신의 실력이 아닌 남의 실력으로 받는 인정은 아무래도 찝찝하다. 때문에 민호는 '빨강 연필'을 없애려고도 해 봤지만 없어지지도 않고 자신도 또다시 원하게 되고 만다. 인정의 욕구는 채워지는데 그게 석연치 않다보니 여전히 불만과 불안의 심리는 남아있다.  그건 일종의 자신과의 싸움이다.  

  민호는 자라는 어린이이다. 몸과 함께 마음이 함께 자라는 중이다. 수많은 욕구와 그것이 충족되지 않아 생기는 불만들이 함께 같은 크기로 자리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 나타난 '빨강 연필'은 행운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정체성을 찾게 하는 도구가 된다.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지만 민호가 고민하고 극복하는 과정들을 통해 책을 읽는 아이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하여-긍정적인 정체성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게 된다. 

  민호 즈음의 아이들은 참 애매하다. 아무 것도 모르게 천진한 나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세상의 무게를 짐지어야 하는 나이도 아니다. 이제 슬슬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기 시작하는 나이. 그 나이에 자칫 마음을 잘못 먹으면 부정적인 정체성만 생겨 세상을 힘겹게 살아야하는 나이. 다행히 민호는 '빨강 연필'이라는 친구이자 적인 대상을 만나면서 마음이 한 뼘 더 크게 되었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자신들이 꿈꾸는 지니를 이야기 속에서나마 구현해 보고, 또 민호처럼 슬기롭게 커나가길 바란다. 그런 나의 아이들에게 읽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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