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에 응모하신 여러분 모두 고생 많으셨습니다. 응모작이 워낙 많아서 심사 일정도 다소 연기되었죠.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수상하신 분들께 축하를, 다른 모든 응모자 분들께도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참여 감사드립니다!
대상/우수상/가작은 다음 주 중으로 이곳에서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4페이지 미스터리 공모전 심사평
최희대
[ 심사위원 프로필 ]
단편소설 [겨울철새]로 ‘月刊 文學世界’ 소설 부분 신인상 수상. (2001년 9월호)
[나는 이발사]등의 자서전 대필작가로 활동. (도서출판 世人)
[비둘기둥지로 날아든 뻐꾸기(그녀를 믿지 마세요)] 영진위시나리오공모 우수작 선정. (2002년 하반기)
[영어완전정복] 각색
[중천] 시나리오.
[대분열공상가족] 제 6회 경북영상위원회 공모 시나리오 최우수상 수상.
[호야(Hoya)]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사전제작지원 당선.
[ 총평 ]
처음 심사를 부탁받았을 때, 내가 읽을 작품들에 대한 기대가 컸다. 4페이지라는 짧은 글 안에 완결된 미스터리라니. 뽑고 싶은 작품들이 많으면 어쩌나, 하는 식의 고민들을 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A4로 2페이지 정도의 분량이건만 오타를 보았고(퇴고는 한 것인가?), 조금만 신경 쓰면 될 문단 단락조차 제대로 나누지 않는 등등.
물론 그러한 요소를 심사에서 중요하게 반영하지는 않았다. 신인작가들이 할 수 있는 실수이고, 그것보다는 작품 자체가 더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장르문학의 미덕은 재미 아니던가. 작품만 재미있다면 그 정도는 용서가 된다고 봤다.
심사 전에 내 나름의 기준을 세웠다.
첫째, 미스터리라는 공모 원래의 취지에 얼마나 부합하는가.
둘째, 아이디어들은 얼마나 간결하고 명확하게 스토리화 되었는가.
셋째, 얼마나 훌륭하게 묘사했는가.
작품을 선정하기 힘들었다. 눈에 띄는 작품 몇, 나머지는 고만고만했다. 묘사는 훌륭했으나 미스터리 공모 취지와 맞지 않거나 너무 평이한 소재의 작품, 아이디어는 좋았으나 스토리의 힘이 약한 작품 등등.
가장 심각한 것은 읽고 나서도 대체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짧은 글 안에 그 모든 걸 표현하는 건 힘들지 모르지만, 그러기에 작가의 역량이 극명히 드러난다고 여긴다. 따라서 이처럼 내용을 알 수 없는 작품들은 우선 배제했다.
대상과 우수상 두 작품을 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했다. 하나는 작품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공모 취지에 가장 부합했으며 그 작가의 가능성이 보였다. 다른 하나는 완성도도 뛰어나고 작가의 필력도 눈에 띄지만, 작품 자체가 갖는 힘은 다소 약했다. 나름 최선의 방법으로 두 작품의 우열을 판가름했다고 생각한다.
<대상> 독점
중복된 표현이나 어색한 시점변화 등이 눈에 거슬리지만, 이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했다. 응모한 작품들 중 가장 공모 취지에 맞는 작품이었을 뿐더러, 이처럼 생각도 못한 반전이 있는 작품이 없었다. 작품 자체의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작가가 계속 글을 써 필력을 다듬는다면 훌륭한 장르소설 작가가 될 가능성이 보였다고나 할까. 작품뿐 아니라 작가의 가능성에도 한 표를 주었다.
<우수상> 경품당첨
이 작품은 문단 단락이 전혀 없다. 4페이지에 맞추다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고 이해를 해보지만 작가에게 오타 없음과 보기 편한 문단 나눔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우수상으로 뽑은 것은 스토리의 반전도 반전이지만, 그 반전에 감성이 묻어난 때문이다. 엔딩에서 주인공의 상황과 감정에 자연스럽게 공감할 수 있었다. 이처럼 스토리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건 작가의 공력이 보통이 아님을 짐작하게 한다.
<가작> 강의실 7101호
이 작품은 시적이다. 잔잔하고 정서적이다. 특별한 사건도 없다. 그저 유령이 된 학생이 오랜 시간 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못하는 상황을 담담이 묘사했을 뿐이다. 좀 더 구체적인 상황 묘사가 아쉽지만 작가가 표현하려는 정서는 오롯이 전해졌다.
<참가상>
거울
작품들 중 가장 판타지성이 농후한 작품이었다. 인간의 성품이 동물의 형상으로 비치는 거울이 있다는 설정인데, 주인공이 쥐로 비치는 건 나만 그리 생각하는 건지 정치적인 요소도 있다고 봤다. 아쉬운 지점은 주인공인 노숙인이 왜 돈을 준 할아버지를 죽였는가, 하는 지점이다. 작품 중에 설명이 있었음에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찢겨진 기억
이야기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묘사가 탁월하다. 그러나 결국 밝혀진 진실이라는 게 맥이 빠진다. 진실이 어머니의 죽음이 아닌 다른 것이었다면? 예를 들어 친한 누군가가 살인자였다는 식의. 조금만 고민을 더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
연쇄살인범과 모방연쇄살인범의 조우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읽다보면 두 인물이 혼동되는 지점이 있는데 그 부분을 퇴고 과정에서 명확히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씨의 습득물
현 세태의 풍자가 코믹하면서도 있을법하게 묘사되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한 것이 아쉽다.
공소시효2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살인범이 복권에 당첨된다는 설정은 흥미롭다. 하지만 왜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당첨금 수령을 부탁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또 엔딩의 유아납치는 살인보다 그 죄가 작아 반전으로서의 맛도 현저히 떨어진다. 쉽게 생각해도 금방 죗값을 치루고 나와 당첨금으로 행복하게 살 거나, 주인공에게 그러한 의도가 없음이 밝혀져 무죄석방 될 거 같다. 더 나아가서 신고한 여자에게 소송을 걸면 원래의 당첨금까지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응모작 심사위원 안내
본심 : 최희대 (시나리오 극작가)
예심 : 김혜정 (출판기획자. 출판사 대표), 임지호 (장르문학 칼럼니스트), 현정수 (전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