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택트
드니 빌뇌브 감독, 제레미 레너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7년 5월
평점 :
품절


 갑자기 전세계에 우주선이 나타나 그 우주선에 접촉을 시도하는 이야기. 


 영상은 취향이었다. 거대하고 미끈한 우주선, 산에서 흘러내리는 안개, 비인간형 외계인 등 전부 내 취향이었음. 


 외계인에게 접근하는 방법도 좋았다. 다른 방법들과 병행해서 시작했지만, 방법 중 하나로 언어적 접근을 시도 하는 거. 지구의 생명체와는 전혀 다른 형태, 다른 언어, 다른 문자 그런 존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는 것. 이런 접근 신선하고 좋았다. 


 다른 존재.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거기다 압도적으로 발전된 문명을 가지고 있는 존재. 모습이 다르고, 숨 쉬는 공기가 다르고, 역사도 모르고, 가치관도 모르며,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우리보다 상위의 존재가 갑자기 나타나서 아무것도 안하고 그저 가만히 있기만 한다. 그런 이질감과 불안감을 영상과 음향, 상황조성으로 잘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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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흥미로운 건 시간에 대한 접근 방식이었다.


언어는 사고를 도와주는 도구임과 동시에 사고를 제한하는 구속구이다. 그렇기에 같은 문제에 대해 다른 언어로 생각하면 서로 다른 결론이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 컨텍트는 이걸 확장하여 언어에 시간을 담았다. 외계인의 언어로 사고를 하면 미래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선 도입부에 마치 과거인양 미래를 보여주고, 후반까지 미래를 중간 중간 회상처럼 삽입함으로써 관객들이 잘못된 판단을 하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짠~! 사실 그건 미래의 모습 이었습니다. 이런 트릭 좋다. 중의적으로 해석 가능하도록 만들어두고 의미를 재해석 시키는 거. 


미래를 알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거. 이건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소리고, 미래가 고정되어 있다는 건 태초부터 영겁까지 운명이 정해져 있다는 소리다. 즉, '라플라스의 악마'의 재림이다!

여기서 문재. 이런 미래에 절망해서 주인공이 자살을 선택하면 어떻게 될까? 답은 '자살하지 않는다' 이다. 왜냐면 자살을 선택했으나 결국 자살하지 않는다는 미래가 결정되어 있으니까!


컨택트에서 제일 아쉬운 부분도 이 문제에 있다.

외계인은 자신이 죽을지 알면서도 조치를 안 치하고 죽었나? 그렇다. 정해진 운명대로 살아가는 게 당연한 문화였을 테니까.

여주인공은 미래를 알고 있기에 미래를 바꿀 수 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가능한가? 불가능 하다. 고정된 미래에 대해 제대로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발언으로 해석 가능하다.

'미래'의 정보로 '현재'를 자신이 본 미래로 이었다. 그 '미래'에서 현재 자신의 행동을 모르던데 가능한가? 불가능 하다. 그렇다면 모른 척 연기한건가? 그럴 개연성이 떨어진다. '현재'가 나중에 그 시점으로 갔을 때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래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 난 이 부분은 제작자 쪽에서 실수 혹은 별다른 고민 없이 넣은 장면이 아닌가 싶다. 내가 타임 패러독스를 좋아하다 보니 이런 부분이 아쉬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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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인생작이라고 까진 못 하지만, 영상으로든, 주제로든 정말 잘 만든 SF영화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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