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대망의 제 10기 알라딘 평가단이 시작이 됐다. 물론 본격적인 시작은 다음 달부터겠지만 그전에 각 분야별 신간을 소개해야 하는 미션을 수행해야 한다. 나는 지난 9기 때 예술/대중문화 분야를 했지만, 10기는 에세이 분야를 한다. 배를 바꿔 탄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나이가 드니 이유없이 에세이가 좋아지기 시작했고, 항상 남의 떡이 커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내가 예술/대중문화 분야를 선택해 보니 다른 분야의 책이 더 좋아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할 수 없다. 예술/대중문화 분야가 커 보이게 하려면 배를 바꿔 타는 수 밖에.
하지만 이런 이유, 저런 이유를 다 갖다 붙여도 결국 결론은 하난 것 같다. 책이 좋다는 것뿐.
내가 한창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에세이는 유안진씨나, 안병욱, 김형석 교수의 책이 대세였다. 그들은 하나 같이 삶의 뒤안길을 돌아보는 글들을 썼다. 그리고 일부지만 에세이를 낫게 보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그로부터 2,30년이 흐른 지금 에세이는 정말 그 소재나 주제가 다양해졌고, 그것을 쓰는 작가도 많아졌다. 비근한 예로 이번 9기 평가단 예술 분야 선정도서로 미셸 파스투로의 <우리 기억 속의 색>이란 책은 조금씩 읽고 있는데, 처음엔 그림은 없고(내가 언제부터 그림 많은 책을 좋아하게 됐는지 모르겠다.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도 그렇지만 원래 예술 분야의 책은 도판이 많기도 하다. 이 분야를 선택해 하다보니 가랑비에 옷젖은 꼴이 되고 말았다) 깨알 같은 글만 있어서 또 읽으려면 죽었다! 했다. 하지만 이건 에세이였고(참고로 2010년 메디치 상 에세이 부분 수상작이란다), 독특하게도 '색'을 주제로 썼다. 과연 그 발상이 독특하다 싶다. 그리고 생각만큼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물론 쉬운 책도 아니지만).
아무튼 이렇게 에세이의 비약적인 발전이 있다는 걸 최근에야 깨닫게 됐고 이 분야에 대한 기대가 한껏 부풀어 올랐다. 모쪼록 좋은 책이 선정이 돼서 나의 기대가 어긋나지 않았음을 기대해 본다.
보통이나까!
가장 많이 기대가 가는 책은 알랑 드 보통의 <무신론자를 위한 종교>다. 내놓는 책마다 주목을 받아왔던 보통.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신만의 특유의 사유를 쏟아 놓은 그가 이번엔 종교를 가지고 우리 곁에 왔다. 보통 무신론자면 아예 종교에 대해 냉담하거나, 유신론에 대해 비판하는 태도를 취하게 마련인이다. 그런데 그는 특이하게도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서 종교의 필요성에 대해서 말하려 한다.
이것이 기존에 종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나 또한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궁금하긴 하다. 과연 무리없이 읽힐지, 아니면 약간의 아쉬움이나 비판의 여지가 있을지. 하지만 책소개에서 세속 사회의 빈곤과 공동체의 삶에 대한 장점 때문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신의 유무와 신앙의 우월성을 따지지 않더라도, 이 두 가지는 보통이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는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그가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해서 종교는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말했다는데, 비판의 여지가 없지는 않겠지만 과연 그다운 발언인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것 같다. 종교에 대해 뭐라고 얘기를 해 놨는지 궁금하다.
오드리니까!
오드리 헵번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이책을 보는 순간 정말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 다시 보고 싶어졌다. 이 영화가 나올무렵까지만 해도 결혼을 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해서 안 좋은 시각들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영화 이후 결혼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해서 '베드걸'에서 '굿걸'이다 못해 '워너비'로까지 그 이미지가 달라졌다니 확실히 영화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생각할 때 그런 생각도 30대까지만 가능한 것 같다. 40대가 되면 누군가의 여인이 돼 있는 것이 좋지 않을까? 영화도 보라. 오드리 헵번이 저 영화를 찍을 당시 작품에서의 나이를 얼마로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못해도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은 아니었을까? 저 시대에 여자가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큰일 날 일이긴 하다.
하긴 얼마 전, 가수 김완선이 자기는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나이 50대가 되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그녀의 당당함도 보기는 좋다. 그러고 보면 연예나 매스컴이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나이를 자꾸 늦추는 것 같다.
아무튼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 최초의 모던 싱글걸 캐릭터를 발굴했다는 점에 착안하여 2년여에 걸쳐 당시 영화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하고, 영화자료실을 뒤져 찾아낸 자료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스토리로 재구성’하였다고 하니 궁금하다. 더구나 마치 독자들이 1950년대 말 「티파니에서 아침을」촬영 현장에 온 것처럼, 긴박한 하루하루를 세밀하게 묘사했다고 하니 더더욱 읽고 싶어졌다. 참고로, 알라딘에선 출판을 기념해서 영화의 리마스터링 상영회(25일)를 갖는다고 하는데 보고 싶긴한데 상영회 장소가 너무 멀고 시간도 너무 늦게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왕 여자 이야기 하는 김에
이왕 여자 이야기 하는 김에 이책도 한번 슬쩍 끼워넣고 싶어졌다.
제목이 너무 여자를 의식했다는 생각이 들긴하다. 약간은 완곡하고 우회적인 제목을 선택해도 좋았을 것을. 웬지 모르게 제목이 식상한 느낌이 들긴 하다. 아무튼 버지니아 울프가 들어가면 여성을 위한 책이란 건 단박에 알 것이다.
에세이는 여자를 위한 것이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아도 알라딘 평가단 에세이 부문을 지원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 여자가 아닐까? 그래서도 나는 이책을 서슴없이 골라 보았다. 무엇보다 삶을 치열하게 산 여성 작가들, 학자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이렇게 그런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한 책들을 좋아한다.
여자들은 사노라면 순간 순간 위로와 용기가 필요한 때가 많다. 그럴 때 이런 책이 또 위로가 돼 주지 않을까? 저자 이화경씨는 젊은 날 힘든 방황을 하기도 하고, 글 한 줄 쓸 수 없을 때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누구보다 치열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인생과 작품을 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고단한 글쓰기와 일상에 지칠 때면 "글을 쓸 때 나는 단지 감각이 된다"던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장을 훔쳐보며 버티고, 생의 모든 불편을 다 참으며 작품을 써냈던 제인 오스틴의 오기를 빌어서 자신을 다졌다고 한다. 나에게도 위로와 격려가 될 책이었으면 한다.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책 제목 중에 '오래된 미래'란 책이 있는 것으로 안다. 아무래도 그책 제목을 패러디한 것 같다. 뭐 그렇든 아니던지간에 책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이책은 저자의 책수집에 관한 여정을 그랬다고 한다. 저자도 그런 얘기를 했지만, 출판 10위안에 드는 강국이면서 절판율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높다는 건 확실히 생각해 볼만한 일 같다. 물론 그래서 이렇게 절판된 책만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람이 심심할 새가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말로 위로하고 격려해야 하는 것도 좀 그렇긴 하다.
난 뭐 그럴 정도로 책을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책에 관한 뒷 이야기는 항상 나의 사정권안에 있다. 읽어보고 싶어진다.
가을엔 편지를 쓰겠다더니
가을이면 편지가 기다려지는 것은 왜 일까? 노래 때문일까?
하지만 우리는 또 어느 새 편지를 기다리지 않는다. 편지 쓰는 것을 잃어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다렸다 실망하는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책에서 위로를 받고, 관음증의 욕구를 대리만족하는지도 모른다.
평생 편지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친구 하나쯤 가져보는 게 소원인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두 시인이 홈페이지란 오픈된 공간안에서 주고 받았던 편지 서른통을 책으로 엮었다고 한다. 책이 얉은 게 흠이긴 하지만(170여쪽 밖에 되지 않는다) 뭔가 두 시인의 편지에서 마음을 따뜻하게 채워줄 것만 같다.
원래 이 페이퍼는 어제가 마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주말을 끼고 마감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 요즘 가을을 앓는지 컨디션이 자주 바닥을 치고 있고, 어제는 우리집 인터넷 연결상태가 뭐한 년 널뛰듯 해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오늘은 비교적 상태가 좋은 편이다. 역시 부지런한 게 최곤데 나는 왜 꼭 닥쳐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설마 알라딘이 휴일에도 일하진 않겠지? 양해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