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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시사인 만화 - 신세기 시사 전설 굽시니스트의 ㅣ 본격 시사인 만화 1
굽시니스트 지음 / 시사IN북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우선, 필명인가 본데 왜 이름을 그렇게 정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별명 같은 필명이야 조합에서 이루어지니 만들기 나름이라지만, 우리나라에서 굽신거리다는 의미는 그리 좋은 뜻으로 통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저자가 이 이름을 필명으로 한데는 모르긴해도 두 가지 의미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나는 아마도, 우리나라 정치인을 향한 통렬한 비웃음에서 나온 것 같고. 또 하나는, 저자 자신을 의미했을 것 같다. 낮은 자의 자리에서 높으신 분들을 올려다 보려니 어찌 굽신거리지 않을 수 있겠으며, 올려다나 볼 수나 있겠는가? 그리고 저자는 거기서 끝나지 않고 자기나름의 풍자와 해악의 해석을 펼쳐보이는 것이다.
사실 보면서 내내 감탄했던 건, 도대체 어디서 이런 풍자가 나올 수 있는 걸까 하는 것이었다. 문제를 문제로만 보면 현실은 답답하다. 하지만 이것을 다른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그리 답답할 것도 없고, 현실도 참을만 하다. 다행히도 우리의 심성엔 그렇게 볼 수 있는 일종의 프리즘 같은 것이 내재되어 있다. 물론 그런 것이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 같지는 않고, 저자와 같이 창의적 사고가 발달된 사람들이 있으니, 우리가 그런 능력이 없다고 해서 낙심할 것은 없는 것 같다. 그냥 우리는 그들이 차려주는 상차림을 보고 즐기면 되는 것이다.
사실 저자의 만화는 그다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보다 보면, 지금도 그런 코너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몇 년 전까지만해도 정치 풍자 개그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었다. 말하자면 그런 느낌이다. 정치 풍자 개그는 또 얼마나 웃기고, 때론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는가? 정치판이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때 여의도를 폭파시켜야 한다든가, 불을 놓아야 한다는 험한 말까지 돌정도로 일개 시민으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그럴수는 없지 않은가? 그럴 때 누구는 이 가려운데를 긁어주고, 시원하게 해 줘야 한다. 책을 보면서, 저자는 실로 그런 것에 탁월한 재주를 가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하면 우리의 굽시님은 교육도 잘 받고, 기량도 뛰어난 것 같다. 어쩌면 그 어렵다던 사자성어를 가지고 우리나라와 중국간의 외교문제를 그리도 잘 풀어냈는지(중국, 중원에서 답을 얻다,126~127), 보면서도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감탄했다. 그뿐아니라 노래나('마법의 성'을 '편법의 성으로'), 유명한 세계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이상한 나라의 앨리숙'으로), 초베스트셀러('정의란 무엇인가'를 '성의란 무엇인가')를 패러디 해 정말 웃게 만들었다. 그런 것을 보면 그의 창의력은 어디까지인지 모르겠다. 단지 약간 거슬리는 건, 요즘 유행하는 비속어들을 빈번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뭐 그런 것이 없이 풍자가 가능할까 싶기도 하지만, 워낙에 비속어의 홍수에 살고 있는 시대라 이런 것을 조금은 피해갈 수는 없었을까? 개인적으로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새삼 드는 생각은 도대체 '정치인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든 저자의 레이더망에 걸리면 금방 웃음거리가 되고 만다. 아마도 가장 많은 풍자의 대상이 됐던 건 이명박 대통령이었을 것이다. 지금이야 세상이 좋아져서 그렇지 옛날 2,30년 전만해도 한 나라의 국가 원수를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다. 그만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었다는 것인데, 확실히 정치인들은 시민을 의식하되 연예인들과는 조금 다른 전술을 가진 족속들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정치인들의 싸움은 링 위의 권투선수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들은 링 위에서 치고 받고 싸우지만, 알고 보면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난, 정치인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정치쇼는 이제 그만 좀 봤으면 좋겠다. 진정 나라와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환호하지 않을 사람들이 있을까? 그들은 힘겨루기만 하면서 국민들의 심리만을 교묘히 자극한다. 그런 심리전에 말려들면 나라는 또 사분오열로 찢어지며 블랙홀로 빠지게 된다. 하지만, 어찌보면 이런 정치 풍자 만화가 그런 것을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하지 않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역시 모든 것엔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존재한다고, 이것도 너무 좋아하면 정치를 너무 냉소하게 만드는 것이 되기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긴, 우리나라만큼 정치에 관심이 많은 나라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린 좀 정치를 냉소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든, 냉소하든 정치인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국가가 있어야 정치가 있고, 국민이 있어야 정치인이 있다는 것이다. 분명 그들도 저자의 만화를 한번쯤은 봤을 것이다. 보면서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잊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치인들이 그렇게도 외치는 선진 정치 의식이 구현된다면 저자의 만화는 또 어떻게 바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