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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
신현림 지음 / 흐름출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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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친구가, 어머니께 선물을 해드리려고 하는데 어머니가 뭘 좋아하시냐, 고 묻는다. 짧은 시간동안 많은 생각을 해본다. 근데 뚜렷하게 뭔가를 콕찝어 이야기할 수 없었다. “우리 어머니는 생선살은 싫어하시고, 대가리만 좋아하세요.” 나,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와 뭐가 다를까… 순간, 내 자신이 한심스럽고, 부끄럽고, 화까지 났다. 근데 또다시 그것뿐이다. 어리석게도…. 항상 내일은 반드시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내 주위의 사람들을 항상 동반해서, 오늘과 결코 달라지는 일 없는 내일이 말이다. 이미 내 가슴 속에 수많은 아쉬움, 그리움이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은 엄마에게 해야 할, 혹은 엄마와 함께 할 것들을 서른 가지로 나눠서 이야기한다. 엄마를 잃은 지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동안, 여전히-그리고 앞으로도- 전해져오는 그리움에서 출발한다. 책의 제목은 『엄마 살아계실 때 함께 할 것들』이지만, 실제로 신현림 작가는 ‘난 한 번도 좋은 딸인 적 없다.’며 그 아쉬움들을 달랜다. 먼 곳으로 엄마를 떠나보낸 후 아쉬움이 담긴, 그랬어야 했다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사소한 것들에서 비롯되는 아쉬움, 안타까움, 후회가 밀려온다. 항상 행동보다는 생각뿐이었을 지난날들에 대해서…  

 

힘들 때마다 우리는 얼마나 바라는가.
누군가의 따뜻한 어깨가 곁에 있어주기를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돈과 시간에 얽매여 인간적인 사람살이는 뒷전으로 미룰 때가 많다.
정작 중요한 게 뭔지 생각 못하고 세월만 흘려보내기 일쑤다.  -P179 

 

 어떻게 보면 정말 사소한 일이다. 엄마를 서운하게 하는 일, 혹은 엄마를 감동케 하는 일은…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사소한 일로 엄마를 서운하게 만들기만 하고 감동시키는 일은 거의 드문 날들의 연속이다. 편해서인지 만만해서인지, 혹은 항상 내 곁에 있어줄라는 생각 때문인지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러니 그런 행동이 나올 수밖에… 책 속에서 하는 이야기, 내가 생각하는 이야기, 그 내용 하나하나 역시도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고, 흔한 말인 것 같아서 소중하게 인식되지 못하는 것만 같다. 잊고 살아가는 소중함, 정말 소중해서 흔해져버리고 마는 소중함. 자꾸만 되새기고, 되새겨야 할 것만 같다. 그리고 이제는 행동으로도…  

 

미루지 말자. ‘나중’이란 없다.
지금 이 순간 사랑을 전하자. 따뜻한 말과 눈짓을 건네자.

-프롤로그 중에서… 


 세상에는 몰라서 못하는 일도 많지만, 알면서도 못하는 일, 아니 알면서도 안하는 일도 가득하다. 내 소중한 사람에게 하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늘은 조용히 나만이 할 수 있는, 나만의 목록을 한 번 만들어 봐야겠다. 내일이 아닌, 지금 이 순간들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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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 - 이해인 산문집
이해인 지음, 황규백 그림 / 샘터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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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은 밤, 한 잔의 커피를 내리고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다. 이런저런 일들로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을 만회(?!)하고자 늦은 밤에 커피 한 잔과 책을 준비하게 된 것이었다. 빨리 책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그랬던 것인지, 드립을 너무 성의 없이 했던 모양이다. 커피가 맛이 없게만 느껴져 한모금만 마시고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본연의 목적인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그러다 나도 모르게 다시 손이 가서 마신 조금 전의 그 커피는 좀 전과는 전혀 다른 맛으로 다가왔다. 아무리 커피의 맛이 그날의 느낌이나 그 순간순간의 분위기에 많이 좌우된다고 하지만 이렇게 확연히-그것도 그 짧은 시간에 말이다-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다. 늦은 밤, 맛없던 커피마저 아주 향긋하고 맛있는 커피로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책이 바로 이해인 수녀님의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였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는 이제는 고인이 되신 박완서님의 편지로 대신한 서문으로 시작된다. 책을 제대로 보기도 전에 울컥 뭔가가 솟아오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여는 글을 시작으로 수녀님의 -감히 이런 표현을 써도 될지 모르겠지만…- 예쁘고 정말 깨끗한 글 하나하나에 금세 마음은 진정되고 밝아진다. 물론 그 역시도 같은 감정으로만 계속 가지는 않는다. 전체 6장으로 이루어져있는 이 책은, 일상 속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부터, 우정에 대한 이야기, 수도원의 일상, 다양한 이들을 위한 기도일기, 묵상일기, 그리고 이해인 수녀님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이들에 대한 추모의 글들을 담은 이야기들이 차례대로 담겨있다. 그 속에서 감사, 행복, 격려, 위로 등의 다양한 축복들을 만나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흘러내리는 눈물을 만나기도 하게 된다. 

 

 어떤 사람을 떠올리면 그 사람과 관련된 또 다른 어떤 것들이 생각나기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감사, 격려, 위로, 희망, 축복 그리고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다.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 말이다. 나에게는 이해인 수녀님이 그랬다. 아무것 없이도 ‘이.해.인’이라는 세글자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이 따뜻해져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앞에서 말한 단어들로는 전혀 표현되지 않을 따뜻함으로… 

 

우리는 과연 무엇을 위해 그토록 숨차게 바쁜 것인지?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린 성급함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인지? -P34 

 

 그저 이 책이 따뜻하고, 감성적인 느낌만을 전해줬다면 그냥 한 번의 위안으로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아니 당연하게도 수녀님의 예쁜 글들은 그 속에서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 그동안의 내 삶은 어떠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것이다. 요즘 계속해서 뭔가에 쫓기듯 불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괜스레 짜증만 내고 마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도 행동은 그렇게 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조금씩 달라지는 내 삶을 생각하고 계획하게 만든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통해서 잊고 있었던 감사, 행복의 마음을 떠올리게 한다.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느낌을, 나를 감싸고 있던 분위기를 바꾸어 커피의 맛을 다르게 느끼게 했듯이, 나를 조금씩 바꾸어가게끔 하는 것이다.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라는 단 한 줄의 책 제목으로도 충분히 많은 생각들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 책 속의 글들을 하나씩 마음에 새기다보면 그 이상의 생각과 삶을 안겨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어떤 커피보다도 진하고 기분 좋은, 그리고 깊은 향-어쩌면 감히 커피의 향을 이 책과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이 나는 책, 『꽃이 지고 나면 잎이 보이듯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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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 음악과 함께 떠나는 유럽 문화 여행 일생에 한번은 시리즈
정태남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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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도 여행을-실제로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잘하는가, 그렇지 않은가, 와는 상관없이- 좋아한다. 지금의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과는 다른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랄까, 호기심이랄까?! 물론, 낯선 곳으로 떠나 그곳을 직접 경험해보면 좋겠지만 -항상 핑계가 되어주는, 혹은 사실이기도 한- ‘현실’이란 벽에 가로막혀 책으로 그것을 대신하는 날들만 늘어난다. 그리고 책과 함께 그런 느낌들을 대신하는 것들 중에 음악이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에야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클래식 음악이다. 잘 알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는 듯 한 느낌이랄까?! 뭐, 막연히 그런 생각으로 조금씩 이것저것 경험하고 있었다. 그런 어느 날. 우연히, 여행 책과 클래식 음악을 하나로 엮어줄 책을 발견하게 된다. 좋아하는 여행과 책, 그리고 음악의 조화라고 할까?! 그 책이 바로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이다. 음악들을 잔잔하게 틀어놓고 이 책을 읽으면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그렇게 했고, 그것은 또한 꽤 괜찮았다. 

 음악을 통해서 만나는 유럽은 지금껏 가졌던 유럽에 대한 느낌과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음악을 통해서 유럽, 그 중에서도 그 음악과 관계가 있는 공간, 그 곳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저 멀게만 느꼈던 유럽 곳곳이 뭔가 나와도 어떤 사연이 있는 것만 같이 느껴졌다. 평소에는 그저 배경 정도로 인식될(혹은 그마저도 되지 않을) 음악이 새로운 느낌으로, 그 속에 담긴 사연들이 오히려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전혀 다른 끈으로 나와 엮이게 만든 것이다. 

 보통 여행을 이야기하면 개인적인 추억들과 지극히 감성적인 것들만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에서는 단순한 개인의 느낌, 기억을 벗어나 오랜 역사 속의 이야기를 하면서, 오늘의 이야기만이 아닌, 역사 속의 이야기, 그 공간속으로 나를 조금씩 밀어 넣기까지 한다. 클래식을 시작으로 보다 깊이 있고 풍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렇게 나는 어느새 유럽의 곳곳을, 그 역사를 누비고 다니게 되는 것이다. 

 유럽에 대한 동경과 열망으로 30년 이상 이탈리아에서 지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한 저자의 글이라 유럽의 문화 전반에 대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고맙게만 느껴졌다. 단지, 이런 아름다운(혹은 슬픈) 이야기들이 조금만 더 아름다운 문체들로 다듬어졌으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좀 더 음악적 운율이 느껴지게, 좀 더 부드러운 느낌으로, 보다 감성적으로 이야기되었다면 더 좋은 느낌이었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랄까… 물론 그야 개인적 취향(?!)이 차이니, 이 책에 빠져드는 것과는 크게 상관없을 것이다. 오히려 누군가는 담백하게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어느 곳이든 여행을 하면서 너무 겉만을 핥으면서 다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가끔씩 하고는 한다. 단순히 어떤 멋진 사진을 보며, 와! 저기 꼭 가봐야겠다, 라는 생각만을 한 것은 아니었나 싶다. 음악을 통해, 역사를 통해, 그리고 그들의 문화를 통해서 그들의 오늘을 알아가는 것을 바탕으로 어느 곳이든 여행을 한다면 정말 의미 있고 값진 여행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에서 클래식을 만나다』, 이 책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그 어떤 여행보다 의미 있고 값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지금까지 유럽에 대한 강한 여행 의지 따위는 없었는데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진다. 아, 가고 싶은 곳만 점점 늘어난다. 어쩌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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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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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씩,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상상들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그 ‘가끔씩’이라는 것이 뭔가가 후회될 때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바로잡고 싶다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 결국에는 뭔가를 후회할 때이다. 근데 여기,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런 타임머신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우겨도 보지만 소용없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타임머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가령, 자신이 또 다른 시간의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든지 하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 일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나는 나 자신을 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책의 시작부터 조금 혼란스러웠다. (모듈 α)를 시작으로 TM-31 라는 재창조 시간 여행 기구라든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로봇 개, 그리고 TM-31의 컴퓨터 인격-그것도 소심하고, 모든 것을 자기 탓이라고 하며, 심지어 울기까지 하는…-의 존재라든지,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 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글들 등 뭐든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주인공이라도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던지… 물론,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첫 만남을 가졌을 때의 생각이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우리 주인공의 이름은 -이 책의 저자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찰스 유’이다. 그는 시간 여행 산업에 종사한다. 시간 여행 산업 이라고 말해서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타임머신 수리공일 뿐이다. 타임머신 이용자들에게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고장 난 타임머신을 수리해서 이용자들을 그 세계에서 구출해오는 오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와 동시에 타임머신을 만들고, 어느 날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고 있는 일-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아무튼…-도 하고 있다. 그런 ‘찰스 유’에게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늦잠을 잔 탓에 계획이 어긋나 버리고, 급기야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미래의 자신을 죽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총으로 쏘고, 당황한 나머지 미래의 그가 타온 타임머신에 현재의 자신이 올라타게 된다. 미래의 내가 타고 온 타임머신 속에는 내가 쓰게 될-혹은 이미 썼거나, 그것이 이미 쓰인 시점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한 권의 책이 놓여있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이름의 책. 죽어가던 자신이 하던, ‘책이 바로 열쇠’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그는 자신의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 그 책과 함께 또 다른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로 한 영화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 그리고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시간의 교차를 통한 이야기를 했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떠올렸다. 특히나 그 시작은 〈백 투 더 퓨처〉의 느낌을 많이 풍겼다. 그럼에도 그와는 다르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뭔가 낯선, 묘하게 대조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단순히 SF 라는 장르적인 속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 소설이나, 가족 소설의 느낌과 함께,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철학적 요소까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소설. 즉, SF 라는 뭔가 차가운 듯 한 느낌에 인간이라는 따뜻함으로 무장되어 결국에는 -그 시공간에 상관없이-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런 느낌들이 자칫 어렵게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이 그렇게 딱딱하지 만은 않다는 사실은 책의 시작에서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작부분에서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들이 마지막에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 친숙한 느낌이 날 것이고,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숨어있는 유머나 재치들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전혀 가볍지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중심 축이 잘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온갖 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너는 역설이야.
나는 역설이야.
네 삶은 하나의 커다란 역설이지.  

  

 내가 나에게 말하지만, 그것은 또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있다.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 이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고, 저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은 딱 한 사람,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충분히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단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이렇게 하고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적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듯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존재 자체조차도 정확하게 느끼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그 어떤 것들보다 오히려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한 편의 깔끔한 소설로 완성된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설명하지?, 싶은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마지막부분에 가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마지막부분의 뭔지 모를 아쉬움-이 책 자체의 아쉬움은 결코 아니다…-은 책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게 만든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면서,
언제나 과거만을 돌이켜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타임머신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처음으로 향하게 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 그곳은 삶에서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라고 한다. 어떤가, 그 생각에 동의하는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해서 살아간다고 하면서 우리가 고개 돌려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과거이며, 그것도 큰 불행 속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과거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은 내가 뭘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며,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책의 마지막 부분,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부록에서는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현재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적든 많든 원하는 만큼 수용 할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할 것. 현재를 늘이고,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현재를 만끽할 것인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그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던 사실들을 만나며 또다시 그것들을 한없이 그리워할 것인지…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여전히 망설여진다면, 우선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명확한 답은 아니더라도, 그것에 가까운 답들은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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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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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에서 내놓은 「세계문학의 숲」 시리즈가 벌써 여섯 번째 이야기로 접어들었다. 첫 번째부터 하나씩 읽어나간 이야기들이 매번 다른 느낌의 매번 다른 재미로 다가왔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이야기로 찾아올지 내심 많은 기대를 했었다. 더군다나 많은 영미권 작가들에게 영향을 줬다는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이라니…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사의 회전』은 -비록 처음의 생각과는 다른 느낌이었지만- 이전의 시리즈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충분한 매력과 재미를 가진, 그래서 실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나사의 회전』은 부모의 사망 후 하인들의 손에 맡겨진 어린아이들의 가정교사로 들어간 여인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가난한 목사의 딸에서 설렘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되는 가정교사로써의 생활을 그려나가는 것이다. 그녀가 지도하게 될 마일스와 플로라, 저택의 집사격인 그로스부인, 그리고 그곳에 나타난다는 유령인 퀸트와 제슬이 주요 인물이며, 유령으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가정교사의 심리적 변화의 흐름이 그 중심이 된다.

 

 오늘날 너무나도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접해서 그런지 여기에 등장하는 유령은 소름끼친다거나 두려움에 벌벌 떨 만큼의 공포를 주지는 않는다. 혹시나 그런 자극적인 유령의 등장을 기대했다면 분명 실망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나부터가 그랬으니 말이다. 표지에서부터 느껴지던 으스스한 느낌을 기대하며 읽어나갔는데, 적어도 내가 생각했던 그런 느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하지만 처음 생각과 달랐다는 것뿐이지 그 자체로 보면 전혀 실망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느낌으로 서서히 조여 오는-그래서 제목도 나사의 회전인가?!- 흐름은 기대이상으로 섬세하고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전체적인 흐름 이상으로 매력적인 사실은, 책을 읽는 방법에 따라서,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그 이야기 전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사의 회전』은 요즘 흔히 말하는 오픈 결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깔끔하고 명확하게 마무리 지어지는 것이 아니라, 확실한 것 하나 없이 그저 모호하게, 그래서 때로는 허무하고도 짜증까지 나는 그런 결말이다. 따라서 도대체 이 이야기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 만을 생각하며 따라가다 보면 허무함에 쓰러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런 결말은 이 책을 읽는 독자 자신이 이야기 속으로 개입할 여지가 많아진다는 장점으로 탈바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의 해설에 따르면, 대부분의 비평가들은 가정교사의 이야기에 많은 의문을 품으면서 유령이라는 존재 자체부터가 거짓이 아닌가, 오히려 그녀의 성적 욕망을 유령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다른 방식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고 이야기한다. 반대로 진짜 유령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있고, 오직 그녀만이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고, 진짜로 아이들이 사악하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은 없기에 어느 쪽으로도 생각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 이 작품이다. 결국, 장점을 보다 부각시키기 위해서 시선을 달리하면서 읽거나 끝임 없는 의문을 가지면서 읽어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1898년이라는 100년도 더 된 이 작품이-비록 가장 강력하면서 섬뜩하다는 느낌은 못 받을지라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면서, 그들 사이에서 숨 쉬고 있다는 것은 그만의 충분한 매력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을 충분히 살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나사의 회전』, 당신에게는 어떤 이야기로 다가올 것인가?! 이제, 그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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