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NFF (New Face of Fiction)
찰스 유 지음, 조호근 옮김 / 시공사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씩, 나에게 타임머신이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이런저런 상상들을 해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그 ‘가끔씩’이라는 것이 뭔가가 후회될 때 더 많이 생긴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된다. 과거로 돌아가서 다시 바로잡고 싶다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일로 만들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그래, 결국에는 뭔가를 후회할 때이다. 근데 여기,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타임머신은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런 타임머신이 대체 무슨 소용이냐고 우겨도 보지만 소용없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타임머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예외는 있는 법.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는 어쩔 수 없다. 가령, 자신이 또 다른 시간의 자신을 만나는 것이라든지 하는, 그런 사고 말이다.   

 

그 일이 일어날 때, 일어나는 일은 다음과 같다 : 나는 나 자신을 쏜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책의 시작부터 조금 혼란스러웠다. (모듈 α)를 시작으로 TM-31 라는 재창조 시간 여행 기구라든지,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로봇 개, 그리고 TM-31의 컴퓨터 인격-그것도 소심하고, 모든 것을 자기 탓이라고 하며, 심지어 울기까지 하는…-의 존재라든지, 이야기의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는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 라는 이름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글들 등 뭐든 익숙한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더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주인공이라도 사람이라서 얼마나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던지… 물론, 이 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첫 만남을 가졌을 때의 생각이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 등장하는 우리 주인공의 이름은 -이 책의 저자와 동일한 이름을 가진-‘찰스 유’이다. 그는 시간 여행 산업에 종사한다. 시간 여행 산업 이라고 말해서 뭔가 거창해 보이지만, 그냥 타임머신 수리공일 뿐이다. 타임머신 이용자들에게 과거를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고, 고장 난 타임머신을 수리해서 이용자들을 그 세계에서 구출해오는 오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와 동시에 타임머신을 만들고, 어느 날 시간 속으로 사라져버린 아버지를 찾고 있는 일-일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아무튼…-도 하고 있다. 그런 ‘찰스 유’에게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늦잠을 잔 탓에 계획이 어긋나 버리고, 급기야 미래의 자신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그가 미래의 자신을 죽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을 총으로 쏘고, 당황한 나머지 미래의 그가 타온 타임머신에 현재의 자신이 올라타게 된다. 미래의 내가 타고 온 타임머신 속에는 내가 쓰게 될-혹은 이미 썼거나, 그것이 이미 쓰인 시점으로 가야할지도 모르는…- 한 권의 책이 놓여있다.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이름의 책. 죽어가던 자신이 하던, ‘책이 바로 열쇠’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그는 자신의 사고를 바로잡기 위해 그 책과 함께 또 다른 시간 여행을 시작하게 된다.

 

 타임머신이라는 소재로 한 영화 〈터미네이터〉나 〈백 투 더 퓨처〉, 그리고 -타임머신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시간의 교차를 통한 이야기를 했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떠올렸다. 특히나 그 시작은 〈백 투 더 퓨처〉의 느낌을 많이 풍겼다. 그럼에도 그와는 다르게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익숙한 듯 하면서도 뭔가 낯선, 묘하게 대조적인 느낌이 드는 것이다. 단순히 SF 라는 장르적인 속성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성장 소설이나, 가족 소설의 느낌과 함께, -좀 더 심각하게 생각한다면- 철학적 요소까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소설. 즉, SF 라는 뭔가 차가운 듯 한 느낌에 인간이라는 따뜻함으로 무장되어 결국에는 -그 시공간에 상관없이- 사람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낯설면서도 익숙하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보이는 것이 아닐까?! 이런 느낌들이 자칫 어렵게만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 책이 그렇게 딱딱하지 만은 않다는 사실은 책의 시작에서부터 알 수 있을 것이다. 시작부분에서 낯설게만 다가오는 것들이 마지막에는 다른 어떤 것들보다 친숙한 느낌이 날 것이고, 그들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숨어있는 유머나 재치들은 또 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그럼에도 전혀 가볍지않는 느낌이 드는 것은 그 중심 축이 잘 잡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온갖 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    

 

너는 역설이야.
나는 역설이야.
네 삶은 하나의 커다란 역설이지.  

  

 내가 나에게 말하지만, 그것은 또 내가 아닐 수도 있다. 미래의 내가 있고, 현재의 내가 있다.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다. 이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고, 저것도 내가 아닐 수가 있다. 그 무엇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결국, 이 말도 저 말도 다 맞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은 딱 한 사람, 바로 나라는 사실이다. 충분히 혼란스럽지만, 그럼에도 나는 단 하나의 존재인 것이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이렇게 하고 있냐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면 적어도 틀린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렇듯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에서는 시간과 시간 사이에 존재하는 주인공을 통해서 자신이 존재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존재 자체조차도 정확하게 느끼지 못할 만큼 혼란스러운 상황들을 보여주지만, 결국에는 그 어떤 것들보다 오히려 앞뒤가 잘 맞아떨어지는 한 편의 깔끔한 소설로 완성된다. 도대체 왜 이런 것을 설명하지?, 싶은 이야기들은 이야기의 마지막부분에 가서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들고, 마지막부분의 뭔지 모를 아쉬움-이 책 자체의 아쉬움은 결코 아니다…-은 책을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게 만든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꾸준히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삶을 살면서,
언제나 과거만을 돌이켜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많은 이들이 타임머신을 원한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들이 처음으로 향하게 되는 곳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 그곳은 삶에서 가장 불행했던 순간이라고 한다. 어떤가, 그 생각에 동의하는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위해서 살아간다고 하면서 우리가 고개 돌려 관심을 가지는 것은 과거이며, 그것도 큰 불행 속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왜 그렇게 과거에 빠져 쉽게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은 내가 뭘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 채 살아가며,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모르기 때문은 아닐까?! 책의 마지막 부분,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의 부록에서는 이야기한다. ‘아무것도 정해져 있지 않은 현재를, 당신이 원하는 것을 적든 많든 원하는 만큼 수용 할 수 있는 현재를 만끽할 것. 현재를 늘이고, 그 안에서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결국, 선택은 당신에게 달려있다. 현재를 만끽할 것인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그 속에서 나 자신도 모르던 사실들을 만나며 또다시 그것들을 한없이 그리워할 것인지… 자,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여전히 망설여진다면, 우선 『SF 세계에서 안전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한 번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명확한 답은 아니더라도, 그것에 가까운 답들은 충분히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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