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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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이런 표현을!--이런 건 결코 아니다. 특유의 적당한 냉정함과 소소한 역설의 재미가 하루키식 중용 만들어낸다. 우동 안 좋아하는데 시코쿠에 가면 달라질까? 지옥의 환각을 불러일으키는 장소가 내게도 어딘가에 있을까? 제일 좋았던 건 멕시코와 중국/몽골 부분. 역시나 사진집은 따로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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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행기를 이렇게 쓴다 - 무라카미 하루키의 여행하면서 쓰고, 쓰면서 여행하는 벅찬 즐거움 하루키의 여행법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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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그때그때 눈앞의 모든 풍경에 나 자신을 몰입시키려 한다. 모든 것이 피부에 스며들게 한다. 나 자신이 그 자리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된다. 내 경험으로 보건대, 그렇게 하는 쪽이 나중에 글을 쓸 때도 훨씬 도움이 된다. 반대로 말한다면, 일일이 사진을 보지 않으면 모습이나 형태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에는 살아 있는 글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니까 취재 여행을 가더라도 작가는 겉으로 보기엔 편하다. ... 그 대신 작가는 여행지에서 돌아오고 나서부터가 힘이 든다. 사진은 현상을 하면 그것으로 끝나지만, 작가는 그때부터 작업을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책상 앞에 앉아서 메모한 단어에 의지해 머릿속에 여러 가지 현장을 재현시켜가는 것이다. (9)

그러나 어쨌든 여행을 하는 행위의 본질이 여행자의 의식이 바뀌게끔 하는 것이라면, 여행을 묘사하는 작업 역시 그런 것을 반영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 본질은 어느 시대에나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여행기라는 것이 가지는 본래적인 의미이기 때문이다. `어디어디에 갔었습니다. 이런 것이 있었습니다. 이런 일을 했습니다`하고 재미와 신기함을 나열하듯 죽 늘어놓기만 해서는 사람들이 좀처럼 읽어주지 않는다. `그것이 어떻게 일상으로부터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 일상에 인접해 있는가` 하는 것을 ... 복합적으로 밝혀나가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2)

가장 중요한 것은, 이처럼 변경이 소멸한 시대라 하더라도 자기 자신 속에는 아직까지도 변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소가 있다고 믿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추구하고 확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그런 궁극적인 추구가 없다면, 설사 땅끝까지 간다고 해도 변경은 아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시대다. (12)

"책에서 뭔가를 읽고 사진에서 뭔가를 보지. 누군가로부터 어떤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지만 난 내가 바로 직접 그곳에 가보지 않고는 납득되지 않고, 마음이 놓이지 않거든. 가령 나는 내 손으로 그리스의 아크로폴리스 기둥을 직접 만져보지 않고는 못 배겨. 내 발을 사해의 물속에 담가보지 않고는 못 배긴다구." (52)

그러나 그는 자신이 평범한 가수로만 받아들여지는 데 늘 불만을 품고, 성실하게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개척했다. 비틀스의 출현을 전후로 1960년대 중간 무렵에 일어난 음악적 유행의 급격한 변화에 따라 인기가 떨어진 후에도 넬슨은 묵묵히 자기 나름의 새로운 레퍼토리를 추구했고, 멜로 가수로서 사람들 앞에 서기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 그 때문에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개최된 콘서트에서는 수만 명의 관객이 야유를 하기도 했다. 옛날의 히트곡을 부르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타협이라는 걸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열정으로 <가든 파티...>라는 곡을 썼다. (62)

열흘 동안 원인 모를 식중독과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멕시코 노래, 자동 소총을 든 용감한 젊은이들과 냉방 장치가 고장난 버스, 아무리 걷어차도... 꼼짝달싹도 없는 코끼리처럼 뻔뻔스런 새치기 장사꾼 아줌마를 견뎌내면서 혼자 멕시코를 여행해보고 새삼스레 절실히 느낀 것은, 여행이란 근본적으로 피곤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내가 자주 여행을 해보고 나서 체득한 절대적인 진리다. 여행은 피곤한 것이며, 피곤하지 않은 여행은 여행이 아니다. 비참함이 끝없이 이어지고, 예상했던 일이 빗나간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87)

그렇게 해서 나는 끝없는 분실을 자연의 섭리라고 숙명적으로 받아들였고, 귀찮기만 한 멕시코 노래를 받아들였고, 8월 오후의 찌는 듯한 무더위를 받아들였고, 러시안 룰렛과도 같은 구토와 설사를 받아들여갔다. 그것들은 나를 피곤하게 했고 진절머리 나게 했다.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로 하여금 그런 체념에 이르게 하는 진전이야말로, 인간을 피곤하게 만드는 온갖 것들을 자연스럽게 묵묵히 받아들여가는 단계야말로, 여행의 본질인 것이다. (90)

이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한 가지씩 잃어버릴 때마다, 설사를 한 번 할 때마다, 내 마음 속엔 멕시코란 나라가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오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농담이 아니다. 독일에는 독일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고, 인도에는 인도, 뉴저지에는 뉴저지 나름대로의 피곤이 있다. 하지만 멕시코의 피곤은 멕시코에서밖에 얻을 수 없는 종류의 피곤인 것이다. (91)

하지만 이 라스 카사스의 가전제품 상점 앞에서 내가 본 원주민들의 표정에서는 그런 감정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원주민들은 마치 꿈이라도 꾸듯 말없이 조용히 TV를 보고 있었다. 물론 그들은 가난해서 TV를 살 수 없기 때문에 거기에 서서 ... 보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거기에서 가난의 그림자가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가난에서 파생되어 생겨나는 비참함이나 주눅, 삐뚤어짐도 없었다. 그들은 마치 거기에 앉은 채 개인적인 꿈이라도 꾸고 있는 듯했다. 마치 일시적인 최면 상태에 말려 들어가버긴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110)

하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그들을 매몰시킨 역사라는 것은 병렬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역사성의 몇 가지 가설들 중 한 가지에 불과한 것이어서, 그들을 망각한 공인된 역사...와는 별도로, 그들의 눈을 통해 꾸준히 이어져 내려오는 `또 하나의 역사`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또 하나의 역사`는 눈에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장소에, 명확한 형태를 갖지 않는 사물 속에, 아마 지금도 은근히 그러면서도 힘차게 맥박치고 있으리라. (112)

노몬한에서 목숨을 잃은 일본군 병사는 2만 명 정도였지만, 태평양 전쟁에서는 실로 200만 명이 넘는 병사들이 전사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노몬한에서도 뉴기니에서도 대부분의 병사들이 거의 의미 없는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본이라는 밀폐된 조직 속에서 이름도 없는 소모품으로서 아주 운 나쁘게 비합리적으로 죽어갔던 것이다. 그리고 이 `비합리적인 죽음`, `운 나쁜` 혹은 `비합리성`을 우리는 `아시아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168)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것은, 즉 그 진동이나 암흑이나 공포감은 외부로부터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라는 인간의 내부에 원래부터 존재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고. 무엇인가가 어떤 계기를 만들어 나의 내부에 있는 그것을 억지로 열어버린 게 아니었을까 하고. (233)

그러나 나로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아무리 멀리까지 갔더라도 아니 멀리 가면 갈수록 우리가 거기서 발견하는 것은 단지 우리 자신 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늑대도, 포탄도, 정전되어 희미한 암흑 속의 전쟁 박물관도 결국은 모두 나 자신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그것들은 그곳에서 나에게 발견되기를 꾹 참고 기다리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그것들이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잊지 않는 것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쩌면 아무것도 없을 테니까. (234)

자동차를 타고 아무리 달리고 달려도 그런 광경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게 끝없이 계속되었다. 마치 전에 본 소가 다시 앞질러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엉뚱한 착각에 사로잡히기까지 했다. (247)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어째서 캘리포니아로 돌아가지 않고 모르몬교로 개종--그런 예는 극히 드물다--했는가에 대해서는 구태여 질문하지 않았지만, 수용소에 들어가 있는 동안 부친은 틀림없이 여러 가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이웃에 살고 있는 의사인 아들 드와이트 씨...는 "일본인은 전쟁 중에 많은 박해를 받았으며, 모르몬교 신자도 미국 역사 속에서 늘 박해면 받아왔습니다. 그런 면에서 서로 통하는 바가 있었겠죠. 어느 쪽이나 근면을 미덕으로 삼는 진지한 사람들입니다"라고 했다. 모두가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만....... (260)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희미하게 흐려져 있는 아침의 공기를 들이마시며, `나`라는 인간을 만들어온 이 땅에 대해 생각하고, 이 땅에 의해 만들어진 `나`라는 한 인간에 대해 생각했다.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하여.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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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요리기행 - 엄청나게 다양하고 기막히게 맛있는
신계숙.자오동메이 지음 / 파프리카(교문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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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고 나름 체계적이다. 이름이 소개된 모든 음식들에 사진도 같이 나왔으면 더 맛있었을 텐데. 담백하게 먹고 싶으면 `바이주어`를 찾기. 송화단과 피단은 결국 같은 것. 코우로우는 뒤집어서 사각형으로 썬 고기요리. 제비집은 흥부놀부의 제비가 아니라 특별한 한 종류의 제비가 만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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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가 찾아간 중국정원 - 강남 원림건축 26곳
최부득 지음 / 미술문화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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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있는 시도! 중국 정원은 확실히 평평한 땅을 디따 넓게 쓰고 드나드는 사람 수도 수십 명인 집에서나 가능한 방식. 굽이굽이 이어지는 누창과 회랑들은 저마다 잊혀진 사연을 품고 있는 듯하다. 조설근 할머니 친정이 졸정원을 소유했었다니, 이래서 집안의 문화역량은 귀하고 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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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중국여행을 위한 맛있는 중국음식 100
심형철 지음 / 노트북(Notebook)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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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옛날 생각하면서 즐겁게 읽었다. 중국요리의 매력은 머리 허리 다리가 다 튼실하다는 것. 하이엔드가 진짜 다양하고 화려하지만(보는 것만으로도 요리에 대한 상상력이 확대된다) 로우엔드도 결코`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 죽 빙 만두 면 등 저렴한데 참 맛나고 몸에 좋은 음식이 많고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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