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도 일기
롤랑 바르트 지음, 김진영 옮김 / 이순(웅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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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러나 별로 반갑지 않은 위안들. 애도는, 우울은, 병과는 다른 것이다. 그들은 나를 무엇으로부터 낫게 하려는 걸까? 어떤 상태로, 어떤 삶으로 나를 다시 데려가려는 걸까? 애도가 하나의 작업이라면, 애도 작업을 하는 사람은 더이상 `속`[이탤릭]없는 사람이 아니다. 그는 `도덕적`[이탤릭] 존재, `아주 귀중해진`[이탤릭] 주체다. 시스템에 통합된 그런 존재가 더는 아니다. (18)

나는 이제 가는 곳마다, 카페에서나, 거리에서나, 만나는 사람들 하나하나를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음`[이탤릭]이라는 시선으로, 그러니까 그들 모두를 `죽어야 하는 존재들`[이탤릭]로 바라본다.--그런데 그 사실만큼이나 분명하게 나는 또한 알고 있다. 그들이 `그 사실을 결코 알고 있지 못하다는 걸.`[이탤릭] (62)

처음에 나는 생각했었다. 마망의 죽음이 이제 나를, 사교 모임 따위는 전혀 필요 없는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그런데 그 사이에 나는 영 다른 사람이 되었다: 나는 전보다 더 면역력이 없어져 버렸다(당연하다: 외로움이라는 상태 속에 들어 있는 어떤 허무 앞에서). (106)

이런 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슬픔도 차츰 나아지지요--아니, 시간은 아무것도 사라지게 만들지 못한다; 시간은 그저 슬픔을 받아들이는 `예민함`[이탤릭]만을 차츰 사라지게 할 뿐이다. (111)

... 커다란 생의 위기...를 이겨내고자 하는 "작업"은 너무 급하게 끝나서는 안 된다. 그런 작업은 나의 경우 글쓰기를 통해서만, 또 글쓰기 안에서만 비로소 완결될 수 있는 것이다. (142)

자기만의 고유한 슬픔을 지시할 수 있는 기호는 없다.
...
그러나 모든 `현명한`[이탤릭] 사회들은 슬픔이 어떻게 밖으로 드러나야 하는지를 미리 정해서 코드화했다. (165)

여름날 저녁 하늘에서 제비들을 바라본다. 그러면서--마망 생각으로 마음이 찢어지면서--혼자 중얼거린다. 영혼을 믿지 않는다는 건, 영혼들의 불멸을 믿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야만적인 일인가! 유물론은 진리이지만 그러나 그 진리는 또 얼마나 어리석은 진리인지! (169)

그렇게 과거 속으로 내던져져 있는 일을 참으로 잔인하지만, 그 일에 서서히 습관이 되면, 당신은 차츰 감지하게 될 겁니다. 당신의 어머니가 아주 부드럽게 새로운 삶으로 깨어나 당신에게로 되돌아와서, 그분이 머물렀던 그 자리에, 당신의 곁에, 그 어떤 빈곳도 남기지 않고 다시 존재하게 될 거라는 걸 말이죠. 물론 지금은 그런 일이 아직 불가능합니다. 침착하세요, 그리고 기다리세요, 당신을 산산조각 내어버리는, 그러면서 당신을 어느 정도 바로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저 수수께끼 같은 힘이 찾아올 때까지. (181)

아직도 나는 마망과 `이야기를 한다"(현재형으로). 하지만 이 이야기는 마음속에서 나누는 대화가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 안에서 존재하는 대화다: 매일매일의 일상 속에서 나는 그녀의 가치관을 따라서 살려고 애를 쓴다. (200)

[놀라운 패러독스: 철저하게 "지성인"인 나, 적어도 그렇게 사람들에게 불리는 나, 끝없이 이어지는 메타언어로 빈틈없이 짜여진... 나, 이 나에게 아무런 언어도 없이, 그 어느 언어에도 매이지 않고 그 어느 언어보다 탁월하게 말하는 그녀의 언어.] (219)

(이제 나는 이해한다, 사진이 어떻게 성스러워지고 모범이 될 수 있는지를 --> 사진으로 기억되는 건 `동일성`[이탤릭]이 아니다. 그건 그 동일성 안에 들어 있는 믿기 어려운 표현, "덕성(virtus)"이다). (230)

나는 그녀와 `하나가`[이탤릭] 아니었다. 나는 그녀와 함께 (동시에) 죽지 못했다. (245)

왜 내가 그 어떤 폭력의 정당화...에 동조하지 못하는지에 대한 이유: 그건 내가 ... 고통을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나는 그런 고통을 이겨본 적이 없다: 이건 그녀가 떠난 이후에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폭력이 야기하는 고통의 희생자는 바로 내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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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칼 필레머 지음, 박여진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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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사회인데 노인의 지혜를 수집 분석 전달 적용하는 시스템은 아직. 노인/노년학이 우리보다 월등히 발달한 미국이니 이런 책도 나오는 것. 개별 노인은 버거운 존재지만 '노인'이라는 코호트는 풍성한 보고. 내가 이 책에서 받은 것은 1) 가족과 절연 말라 2) 100년 쓸 몸 만들라 3) 당장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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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균도 - 느리게 자라는 아이 우리시대의 논리 20
이진섭 지음 / 후마니타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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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나라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조그마한 불편을 타인의 중요한 권리보다 더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 게다가 그 불편의 원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엉뚱한 데 욕을 하곤 한다. 유럽에서는 청소 노동자들이 파업해 길거리에 쓰레기가 넘쳐 나도 시민들이 아무런 불평을 하지 않는다. 그 요구를 어떻게 생각하든간에 파업은 힘없는 노동자들이 거대 기업이나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최후의 정당한 방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재는 뿌리지 않는 것이다. 집회와 시위를 통해 약자가 모일 권리는 당연한 권리라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배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성세대부터 집회하는 사람을 보면 욕을 하는 무리가 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민들은 시위하는 장애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을 겨눈다. (120)

장애인 부모로서 감히 이렇게 제안한다. 죽음을 결심한 그 막바지의 마음으로 아이의 미래를 위해 같이 나서자. 그 길에서 우리와 함께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맞이하리라 생각한다. 우리 아이의 미래를 우리가 가로막을 수는 없다. 단언컨대 장애가 있는 아들일망정, 선택은 우리의 몫이 아니라 그들의 결정이어야 한다. 오늘의 참담함을 글로 다 담지 못하고 마음만 무겁다. 그렇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가 보자고 말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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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균도 - 느리게 자라는 아이 우리시대의 논리 20
이진섭 지음 / 후마니타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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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경험이 없으니 그 깊은 속내야 어찌 감히 이해한다고 할 수 있겠나. 그래도 공감하고 감동하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가장이라는 포지션 뒤에 숨어 정작 직시하고 부단히 노력/조율해야 할 집안 내 진짜 이슈는 나몰라라 하는 방관자 아빠, 국외자 남편들을 내리치는 죽비소리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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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 - 운명조차 빼앗아가지 못한 '영혼의 기록'
위지안 지음, 이현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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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흔한 내용과 수준의 글인데 왜 이리 슬픈가. 내 눈물에는 부러움도 조금 섞여 있다. 이렇게 극진한 사랑 속에서 세상 떠나는 이도 많진 않으니까. 용감하고 현명한 여성. 그녀에게 견주어 결코 아깝지 않을 마음씨를 가진 가족들.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감자와 맥도널드씨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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