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머니랩 - 돈이 벌리는 경제실험실
케이윳 첸 & 마리나 크라코브스키 지음, 이영래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최근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행동경제학 서적들처럼 '머니랩'도 인간의 심리와 돈, 경제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다른 책과 비교한 장점이라면 보다 세밀하고 논리적인 설명이라고 생각한다.

신문 기사나 다른 경제 서적들을 통해서 들어본 실험도 있고, 너무 많이 들어봐서 식상한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식상한 실험을 포함해서 정말 다양한 방식의 사례들을 진지하게 소개한다.
우리는 원숭이를 등장시켜서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를 설명하지만 실제로 우리 인간들은 고사성어 속의 원숭이 와 별반 다를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상대방이 제시한 가격을 기준으로 값을 깎으려고 하는 '앵커링 효과'는 직접 경험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강타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지난여름 갑자기 고장 난 사무실의 창문형 에어컨을 버려야 했는데, 근처 고물상에 전화해 보니 10만원의 처리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장정 2명이 들 수 있을까 말까 할 정도로 백여kg의 무게가 나가는데다가 완전히 고장 난 제품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비용은 예상했지만 터무니없는 가격이라는 생각에 실랑이를 해보다가 다른 곳에도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세 번째 전화를 건 곳에서는 그 정도의 무게라면 고철의 양이 꽤 나가기 때문에 공짜로 수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처음 두 군데가 제시했던 가격에서 몇 만원을 깎고서 의기양양했을 생각을 하니 좀 씁쓸하기도 했다.

각종 연체료를 낼 때도 내 잘못은 생각도 않고 상대 쪽의 냉정하고 계산적인 태도만을 떠올리며 기분이 나빠지는 일, 맛있는 사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형제가 두 개를 받았을 때의 속상함 등의 사례들도 인상적이다.

실제로 이 책 속에는 이성적인 논리에 반하는 터무니없는 사례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물건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할인해주면서도 비난을 받는 경우와 오히려 더 높은 값을 제시하고도 고객으로부터 칭찬을 받는 회사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

특히 세 번째 실험 : 상호주의 혹은 호혜주의는 고용주/종업원 또는 판매자/구매자가 각각 스스로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강제하지 않는데도 상대를 배려하는 이타적인 모습이 놀라울 정도였다.

 

(이런 강제적인 배려 말고)

'머니랩'은 시중의 얄팍한 무슨무슨 심리학이나 무슨무슨 경제학처럼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분량에 그림도 거의 없다. 하지만 읽고 나면 그 무게만큼이나 묵직한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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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들이 그 정도의 일비를 제시한 데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었다. 그들은 다른 공연자들이 받는 정도의 액수를 원했을 뿐이었다. 경영진도 나름대로의 주장이 있었다. 회사는 이미 투어 때문에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의 문제가 아니다.
'양측이 모두 받아들일만한 것이 무엇인가'가 제일 중요한 문제다. 옳든 그르든 거래를 성사시키려면, 경영진은 무용수들이 받아들일 만한 것을 제시할 필요가 있었다.
-p.72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우리 주변에는 빈말들이 널려 있다. 그리고 그런 빈말을 신용하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급여 인상 없는 '성과에 대한 칭찬'을 우리는 신뢰하지 않는다. 그 칭찬이 비록 진심에서 우러나온 것이라 해도, 혹시 그런 칭찬으로 나를 교묘하게 조정하려는 건 아닌지 의심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고객이 우리의 최대 자산'이라는 기업의 사탕발림을 신뢰하지 않는다. 짜증나는 서비스 대기 시간과는 모순되는 말이기 때문이다.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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