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추락/머니랩>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끝나지 않은 추락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스티글리츠의 세계경제 분석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장경덕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서브프라임 위기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지 2년이 지났다. 적어도 각국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위기는 대충 수습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사람들은 다음번의 호황을 기다리며 이번에는 녹색성장이라면서 또 다른 버블을 기다린다.(심지어 어떤 학자들은 불황을 통해서 얼치기들을 걸러낼 수 있으며 다음 불황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이번 위기를 통해서 자본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구조적인 결함이 이번 경기침체를 통해서 드러났으며 보다 근본적인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스티글리츠의 글은 지난 2008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크루그먼의 논조만큼이나 날카롭고 지적이다.
(스티글리츠도 2001년에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둘 다 유명한 케인즈 학파라고 들었다. 크루그먼이 2009년 말 한 포럼에서 스티글리츠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말도 했었다.)

 

('Free Fall(자유낙하)'. 책의 제목만큼은 액션영화다.)

스티글리츠가 꾸준히 주장하는 바는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개입이다.
정부가 시장을 규제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보다 정부가 방관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중국이 지난 번 경제위기를 가장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원인을 중국정부의 신속하고 막대한 규모의 경기부양책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상대적으로 정부의 개입이 지지부진했던 미국과 유럽이 쉽게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지어는 몇몇 국가 당국의 긴축정책을 염려하며 더블딥에 빠질 것을 경고하고 있다.
(물론 미국 정부는 엄청난 양의 달러를 풀었고, 각국 정부들도 이에 동참했다. 그리고 저명한 경제학자인 그레고리 맨큐나 스티븐 레빗이 케인지언들의 이런 주장을 반박했던 적도 있다.)

정부의 지나친 개입에 반감을 가질 사람도 있을 테지만, 서브프라임 위기의 큰 원인이 월 스트리트의 탐욕과 그들의 비상식적인 상품들에 현혹된 일반 대중들의 탐욕, 그리고 그들을 제어하지 못했던 당국의 불성실함에 있었다고 생각한다면 합당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스티글리츠의 주장은 요즘 언론매체나 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것과는 약간 다르다.
(이제 위기가 수습되고 있는 중이며 이제는 위기 이후의 버블을 제어하기 위한 흡수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는 긴축재정이나 세금인상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계속되는 위기에 대한 대책으로 적정 수준의 달러를 준비할 것을 그리고 복지 정책을 통한 적절한 부의 재분배 등을 주장한다.

 

(인자한 할아버지의 미소와는 달리 논조가 매우 강경하다.)

이토록 저명한 학자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이토록 단호하게 주장하는 것을 보니 확실히 애덤 스미스 이후의 자유방임적인 자본주의는 그 수명을 다한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동안 세계 경제를 이끌었던 자유경쟁과 자유방임주의 등이 결코 허상이었을 리는 없다.
다만 그 자유 속의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어갔던 인간의 탐욕과 편법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좀 다른 방식의 자본주의가 필요한 시점일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반복되어오던 버블과 불황의 순환 구조를 마치 계절의 변화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일 때는 지난 것이다.
그리고 스티글리츠처럼 똑똑하면서도 소신 있는 학자들이 조금씩 올바른 길을 안내하고 있는 중이다.

-----------------------------------------

미국경제는 아직 방향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구조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분명한 건 그렇게 하는 데 자원이 들어가며 공공지출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자원은 (금융과 부동산처럼) 지나치게 비대한 부문과 (제조업처럼) 지나치게 약한 부문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전망이 더 나은 다른 부문으로 이전돼야 한다.
-p.292

지난 사반세기 동안 경제이론은 왜 시장 실패가 자주 일어나는지, 그리고 시장이 더 잘 돌아가도록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해 엄청난 통찰을 제공했다. 우파 이데올로기를 주장하는 이들과 그들을 지원하는 경제학자들은 (규제완화 운동으로 크게 성공한 금융계 이해관계자들의 지지를 받아) 이러한 지식의 진보를 무시하기로 했다. 그들은 애덤 스미스와 프리드리히 하이에크가 시장 효율성에 관해 결정적 발언을 한 것처럼 주장했다. 그들의 연구 결과를 입증하는 복잡한 수학적 모델을 새롭게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학자들이 정부 개입의 필요성에 관해 한 말은 무시했다.
-p.40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