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의 행복론>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알랭의 행복론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알랭 지음, 이화승 옮김 / 빅북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죽기 전에 걸리는 병이라는 대상포진으로 한동안 고생을 하는 중이다.
피로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생긴다는 병. 노인 분들은 대상포진에 걸리면 폐렴 따위의 합병증으로 돌아가신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말로 하도 겁을 먹어서 그런지 심신이 동시에 쇠약해질 정도였다.
따지고 보면 계속되는 더운 날씨에 스스로 몸 관리도 못한 나 자신의 잘못이 큰 데도 불구하고, 괜히 짜증이 나고 하루하루가 울적하기만 했다.

그런 때에 읽게 된 '알랭의 행복론'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잠깐의 생각할 시간을 선사해준 것 같다.

대부분의 명저가 그러하듯이 이 책 또한 화려한 미사여구나 교언영색한 문구들로 덧칠 되어있지 않다.
간단명료한 표현들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례들로 인생 속의 이런저런 교훈들을 가르쳐준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우리에게 '행동할 것'을 요구한다.
조용한 방에 앉아 혼자 생각을 하는 것도 행복에 이르는 길일 수 있을 테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 웃음을 짓고, 나아가기 힘든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다.
또한 인생에 있어서 고난과 장애, 비참함 등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는 낙천적이 되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한다.

이렇게 비극 속에서도 진정한 긍정을 찾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행복에 이르는 길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을 괴롭히는 소소한 고민들,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들도 제시한다.
아름다운 여인에게 차인 남자는 그녀가 노파가 되었을 미래를 상상해보라는 식의 유치하지만 효과적인 방법들 말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내용들도 있다.
시속 120km로 달리는 신형 기차로 인해서 절약된 15분이 무슨 의미냐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를 추구하면서 진보해왔고, 지금은 고향에 계신 위독한 부모님, 보고 싶은 연인을 향해 가는 길을 몇 시간이나 단축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생각하는 느린 기차의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하늘도 의미 있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세월의 흐름에 퇴색되지 않으며 꾸준히 재출간되는 '알랭의 행복론'은 마음을 괴롭히는 고민이 계속될 때, 힘든 일로 지쳐있을 때 한번쯤 차근차근 읽어볼만한 책이다.

그리고 앞표지의 부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인데, 내용이 그러하다는 표현일 테지만 적어도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생각된다.
오리를 안고 있는 여인의 새침한 듯 무표정한 얼굴 그림의 겉표지는 너무 밋밋해서 오히려 강렬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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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두 번 죽는 일은 없듯이 대참사가 같은 곳에서 두 번 일어나는 법은 거의 없다. 단 한 번에 끝장이 나는 것이다. 대참사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그 희생자는 참사에 대해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 평온하게 산보하던 사람이 자동차에 치여 20미터나 튕겨나가 즉사했다면, 참사는 그것으로 끝난 것이다. 이제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지속이 생기는 것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사념을 통해서이다.
...
이렇듯 아무리 나쁜 것이라도 일말의 좋은 면을 가지고 있다. 즉 그 사건은 또 다른 불행한 사건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불안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그 사건이 또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에게 새로운 미래를 보여준다.
-p. 157

요컨대 어떤 방법으로든 출발해야 한다. 어디로 갈 것인가는 그 다음에 생각하면 된다.
도대체 누가 갈 길을 선택하고 출발했는가? 나는 그것을 묻는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처음에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다. 모두 먼저 행동을 한 것이다. 이처럼 직업은 천성과 환경의 결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저것 숙고하는 자는 결코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p.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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