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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꼬리별의 전사 - 붉은여우 이야기 1 ㅣ 소년한길 동화 8
톰 맥커런 지음, 지넷 던 그림, 우순교 옮김 / 한길사 / 2001년 9월
평점 :
절판
얘들아, 너희들은 어른이 되고 싶니? 만약 되고 싶다면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데?
난 아주 어렸을 때, 어른이 되는 게 정말 싫었어. 내가 아는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고, 까닭도 얘기해 주지 않고 무언가를 강요하는 사람들이었거든. 그래서 내가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슬펐단다. 너희들은 어떠니? 어른이 되면 좋을 것 같아?
그런데, 막상 어른이 되어 보니 내가 아이였을 땐 알지 못했던 좋은 점이 한 가지 있더라. 그게 무언고 하니, 내 눈 말고 다른 눈이 자꾸 생기는 거야. 눈이 여럿 달린 괴물이 된다는 게 아니라, 내가 아닌 것들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거지. 어려워?
너희도 어른이 되어가는 걸 느낄 때가 있잖아. 동생이 장난감을 뺏을 때, 처음엔 무조건 안 된다고 하다가도 시무룩해지는 동생을 보면 얼마나 갖고 싶으면 저럴까 싶어서 양보하잖아. 그 순간 넌 네 눈이 아닌 동생의 눈으로 그 일을 보는 거지. 어른이 되면서 볼 수 있는 눈들이 자꾸 많아지는 건 참 행복한 일이야. 언젠가는 세상 모든 것들의 눈을 가질 수도 있겠지? 물론 아주 많이 노력해야 될 거야, 나이가 많아진다고 모두가 그저 더 많은 눈을 가지는 건 아니니까.
너희들은 자라서 어떤 눈을 가져보고 싶어? 혹시 ‘여우의 눈’ 같은 건 어때? 그런 친구들은 ‘여우 이야기’라는 책을 한번 읽어 봐. 그건 정말 뜻밖의 경험일 거야.
인간들 때문에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빼앗긴 여우들이 있단다. 그들은 살아갈 새로운 땅을 찾아 떠나지. 그 길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책을 읽기 전까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 그러던 어느 날, 여우는 보게 된단다, 인간들의 도시에서. 자기 껍질이 걸려있는 유리창을. 그건 죽은 여우의 시체에서 벗겨낸 털로 만든 코트였지, 인간의 눈으로 보았을 땐 아름다운 옷이지만 여우의 눈으로 보았을 땐 끔찍하고 잔인한 죽음이란 것을 그 순간 깨닫게 된단다. 여우의 눈으로 보는 인간은 소름이 끼칠 만큼 잔인한 존재였단다.
그러나, 이 책엔 고통스런 광경보다는 여우의 눈을 가졌을 때 볼 수 있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것들이 훨씬 더 많단다. 어때? 책을 펼쳐서 여우의 눈을 가져 보고 싶지 않니?
부디 부디, 너희들이 자라서 더 많은 이들의 눈을 가지길 바래. 가난한 내 이웃들의 눈,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의 눈,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눈, 온갖 동물들의 눈... 그 뿐만이 아니라, 바람의 눈과, 들풀의 눈과 강물의 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