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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ㅣ 카르페디엠 1
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윤정주 그림 / 양철북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책 속에서 참 좋은 선생님들을 만난다.
<<마틸다>>의 하니 선생님은 아이의 잠재된 재능을 제대로 키워주는 그런 선생님이고, <<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의 에린 그루웰 선생님은 아무도 인정하지 않은 아이들의 가능성을 믿어 주었다. 페트리샤 폴라코의<<선생님 우리 선생님>>의 링컨 선생님, <<에스퀴스 선생님의 위대한 수업>>의 저자인 에스퀴스 선생님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서도 나를 가르치는 나의 좋은 선생님이 되어준다. 그들을 통해 넘보지 못할 위대한 참스승의 모습을 보기도 한다. 책 속에서 만나는 좋은 선생님들은 정말이지 끝이 없다.
이 책의 고다니 선생님은 그 중에서도 정말이지 강렬한 인상을 남겨 준다. 어쩜 발령 초기 나의 모습에 고다니 선생님과 닮은 어떤 모습이 있지도 않았을까 생각 해 보며 세월과 함께 많이 퇴색해 버린 참 스승상을 다시금 새겨 본다.
고다니 선생님의 데쓰조와 미나코 같은 아이들은 학교 현장에서 가끔 만나는 우리의 아이들이다. 고다니 선생님과 나의 차이는 바로 이런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이리라. 첫 모습은 그녀와 내가 다르지 않으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다른 것 같다. 나는 아직 부족한 교사기에 그녀를 통해 교직관을 다시 세워 보고 가슴 따뜻한, 아이들의 사정을 잘 헤아리는 그런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매일매일 다짐하는 것으로 그 죄책감을 대신한다.
나를 스쳐 지나간 아이들...
특수학급에 입급되어 다른 아이들과는 무언가 달랐던 아이들도 있었고, 가정 환경만 조금 좋았더라면 더 나은 능력을 발휘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준 친구들도 있었고, 지나치게 많이 꾸짖어 두고두고 미안한 아이들도 있었다. 나로 인해 발전하는 아이들이 그래도 나로 인해 좌절하는 아이들의 수보다는 많다는 믿음으로 내가 하고 있는 만큼의 노력이라도 칭찬받고 싶어하는 부족함에 또 한 번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이었다.
책 머리에 "나는 이 책이 싫습니다. 이 책을 쓴 작가가 밉습니다."라고 썼다는 일본 어느 교육대학생의 글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 글을 다 읽은 후 정말 잘 이해 되었다.
이 책을 읽은지 2년이 되었다. 처음 책을 읽던 날 연구실에서 너무 감동적인 책 한 권을 만났노라 말씀 드리니 같은 학년 선생님께서는 도대체 왜 그 선생이 훌륭한가 이야기를 한 번 해 보라신다. 나도 한 번 훌륭한 교사가 되고 싶다시며. 그런데, 똑 떨어지게 그 내용을 잘 전달할 자신이 없어 그저 한 마디 했을 뿐~ "진짜 감동적이에요. 한 번 읽어 보세요."했다. 미술 치료사 자격증이 있으셨던 선생님은 ADHD성향을 가진 아이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나를 보더니 아이를 위해 상담을 하여 주시겠다고 하셨다. 하지만, 치료는 2회 정도를 끝으로 그만두고 말았는데... 암투병으로 세상을 달리 하신 선생님은 어쩜 우리 주변에 계신 많은 고다니 선생님 중의 한 분이 아니셨을까?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예전과는 달리 교사를 대하는 사회적인 시선도 많이 달라진 듯하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정말 멋진 교사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도 그 점을 잘 알기에 고다니 선생님을 만들어 내신 것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언제나 데쓰조처럼 이해되지 않는 아이, 미나코처럼 제어되지 않는 아이가 있으며 우리 교사들은 언제든지 그들을 만날 가능성이 있다. 나는 고다니 선생님처럼 그 아이들을 온 몸으로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그 아이들을 미워하지 않을 자신은 조금 있다. 내 힘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하리라 맘 먹어 본다. 하지만, 앞서서 자잘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 반의 평범한 아이들부터 보듬어 안는 법을, 그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을 가지는 공부를 해야겠다. 고다니 선생님이 데쓰조로부터 들은 "고다니 선생님 조아(좋아)."라는 말을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서 자주 듣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