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 한국 민주주의의 보수적 기원과 위기, 폴리테이아 총서 1
최장집 지음 / 후마니타스 / 200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대안없는 집권은 제발...ㅜ.ㅜ]

노무현의 정치개혁 실패는 정치와 국민들을 이분화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익을 정치적으로 표출하고 대표하여 대안을 조직함으로써, 한편으로 대중참여의 기반을 넓히고 다른 한편으로 정치체제의 안정에 기여하는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민주주의는 기존의 냉정반공주의의 헤게모니와 보수독점의 정치구조에 그저 얹혀 있는 외피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특권적 기득구조와 계급구조는 심화되었고 사회의 공동체적 기반은 더욱 약화되었으며 개인의 삶도 황폐화되었다.(17쪽)"

이 책은 4부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1부에서는 문제제기를 하며, 2. 3부에서는 한국의 보수적 민주주의 기원과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를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해방과 한국전쟁을 겪는 동안에 벌어지는 시간의 연장선상에 놓여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한국의 보수적 민주주의가 생성되고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가 어떤 모습인가를 그려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국가보안법입니다. 국보법이 한 개인이 아닌 국가나 정치 담론에 미치게 될 경우 그 파장은 어디까지인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보수적 민주주의를 통해 굳건하게 굳어지는 것은 개인 삶의 황폐화이자 계층 구조간의 큰 갈등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의 보수주의는 어떻게 형성이 되었는가? 내가 본 지은이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양당체제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형성과정에서 이념적 논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투표권이 투쟁에 의한 획득(자의식 형성)이 아닌 "1948년 5월 10선거를 기하여 일거에 부여(60쪽)"되었으며, 선거를 "분단국가를 제도화하는 것으로 이해"하여 학생. 좌파세력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보이콧 한 상태에서 치러지며, 더욱이 "민간조직이었지만 경찰이 주도한 사실상의 공조직인 향보단(鄕保團)"의 통제가 이루어졌으며, 제주 도민들이 보이콧하기 위한 소요가 4.3사건으로 번졌습니다. 즉 선거를 분단국가로 인식한 민족적 세력(좌파를 포함)은 보이콧한 반면에 수구 기득권 세력들은 선거를 통해 자기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태생적 한계를 품게 됩니다.

한국전쟁을 거치게 되면서 북한에서는 민주주의가 사라진 반면에 남한에서는 좌파적 세력과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무리들이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념의 극단화가 이루어집니다. 좌파가 사라짐은 다양한 정당의 형성을 막는 보루가 되었습니다.

"이 두 그룹만이 정당체제를 주조하게 됨으로써 한국의 정당체제는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갖게 되었다. 첫째, 여야당은 이념적으로 동일한 지평위에서 경쟁한다. 둘째, 양당은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이익이나 요구에 기반을 두기보다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엘리트 중심적 성격이 강하다. 섯째, 사회의 계층적.직능적.직업적 이익들은 그들 스스로의 조직화를 통한 방식으로는 정치적으로 대표되지 못한다. 넷째, 그러면서 여야당을 막론하고 사회 전체, 국가 전체, 민족 전체의 대의와 이익을 내세움으로써 포괄정당적 성격을 갖는다.(52쪽)"

이렇게 양당체제의 동일한 이익을 추구하는 정당은 "정당체제의 저발전(203쪽)"의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는 정치사회를 시민사회로부터 분리 내지는 괴리된 자율적 영역으로 구축하면서 산업화, 민주화를 통한 국가를 형성합니다. 그들만의 잔치, 수동혁명(위로부터의 혁명)은 한동안 한국 정치의 테제가 되었으며 보수적 민주화를 형성하였습니다. 김영삼, 김대중 정권에 대한 기대와 희망, 그에 대한 실망은 정치에 대한 거리감을 키웠으며……. 비판과 견제가 없는 정부는 난장판이며, 행정 관료는 무사안일. 보신주의를 화석화되어갑니다.

한국의 양당체제는 아직까지 별다른 문제를 드러나지 않고 있습니다. 설령 안으로 곪아서 썩어갈지언정 상처가 없는 한국 사회는, 좋은 무늬를 덮어씌운 고물 자동차에 비유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吳越同舟
한국 정부가 양당체제를 통한 정치권력을 이루면서 묵시적 합의가 이루어진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국보법입니다. 내 서재에 『태백산맥』이 꽂혀져 있지만 아직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니 이적표현물 소지에는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즉슨 이적 표현이나 불고지죄 등을 통해 직접적으로 남몰래 구속이 되지 않으니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지은이는 이런 나의 협소한 사고를 큰 틀에 가두어 새롭게 보여 주었습니다.

국보법이 미치는 파장은 "자기검열"이며, "다양한 정치적 이념"을 가두어 버리고 "획일화 된 이념"을 통해 중앙 집중화를 시킨다고 합니다.

"냉전반공주의의 또 다른 부정적 효과는, 한국사회의 정치현실에서 보편적인 정치언어로서 좌와 우라든가, 또는 영어의 people, 프랑스의 peuple, 이탈리아의 popolo 등에 해당하는 적절한 말을 사용하기 어렵게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정치언어가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쉽게 채색될 때 인민. 민중. 계급 등의 말들은 이내 일체의 좌파적인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결합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서는 북한 공산주의와 연결될 수 있는 '이념적 불러내기(ideological interpellation)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언어와 담론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서 정치의 실천이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정치사회의 여야구조 또는 정당체제는 이념적으로 좁게 열린 스펙트럼에서 각축할 수밖에 없고, 사회 세력이 시민사회의 수평적. 기능적 갈등을 조직하거나 사회의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대안적 담론이나 정치운동을 조직화하기는 어렵다.(65쪽)"

우리의 국회 혹은 나와 마찬가지로 사회가 이러한 문제에 대해 둔감하다는 것은 우리들의 이념적 편향이 얼마나 우물 안에 갇혀져 있는가를 반증하는 것일 될 수가 있습니다. 아쉽게도 한국 정당의 갈등 구조는 정치이념에 의한 것이 아닌 자기의 이익을 통한 이권다툼이 아닌 것입니다.

"한국의 정당체제에서 정당이 대표하는 사회균열의 범위와 기반은 매우. 협소한 반명, 정당간의 갈등의 강도는 격렬할 정도로 강하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갈등의 강도가 높은 이유는 갈등의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이다. 정당들의 이념적 기반이 매우 유사한 조건에서 정당간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소재란, 내용은 없이 감정을 자극하고 적대적 열정을 동원하는 것밖에 없다.(208쪽)"

분명 우리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의 대통령이 제왕적 권력을 쓰면서 남의 나라를 함부로 침략하고, 일본이 대동아 구상에 대한 향수를 버리지 못하고, 중국이 동북아 공영권을 구상하고 있는 사이에 우리의 국회는... 남이 우리나라를 침략하자 강아지처럼 짖는 행위가 아닌 자주적으로 우리 땅을 지키고 앞으로 나아가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조선족의 유대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하는 밑그림을 그려야 할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념의 다양화와 실천 가능한 대안을 통한 집권, 개방성과 자율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 등에 귀 담아 듣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서울 공화국이 자치하는 중앙집중적 권력도 분산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할 것이다. 그리고 행정관료의 무사안일주의 정책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며, 언론은 가십거리의 기사를 흘려보내 국민들의 눈을 어지럽게 할 것이 아니라 커다란 시야를 형성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민주화가 진행될수록, 정치에 대한 갈망은 커지는 반면에 집권당의 행태는 구습을 벗어나지 못하니 가관이다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여야당의 전략적 행위라면... 우스게 소리로 하는 "일본은 관료가 하고, 한국은 언론이 한다"는 시쳇말 속에 뼈가 있지 않나 생각을 가져봅니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과연 우리는 수많은 피의 댓가로 얻어낸 민주화를 민주주의라는 틀로 잘 꾸려가고 있는가? 피 흘리며 죽어간 동지와 선배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오늘을 살고 있는가? 아직 넘어야 할 뫼(山)가 많은 듯 합니다.

덧붙임 : 지은이는 한국의 재벌에 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데, 장하준의 『주식회사 한국의 구조조정』은 이와는 다른 곳에 서 있다는 것을 느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정희가 이룩한 근대화에 대한 경험적 결과에 대해서는 모두가 동의를 한다는 점입니다. 국가의 강인한 견인차를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한 사람이 지니는 무한 가치를 잘 활용하는 정부의 혜안(慧眼)이 필요합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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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5-01-0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과 좋은 글입니다.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고 하는데 피만 가지고는 안되는 것 같아요. 더 많은 무엇인가가 필요하겠죠. 진보를 열우당만 독점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정히가 나밖에 안된다고 하던 것과 똑 같은 사고방식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