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의 20세기 건축산책 탐사와 산책 2
김석철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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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한국의 핵심 건축가 김석철(57,아키반 건축도시연구원장) 씨의 신간 <20세기 건축 산책>을 읽다 보면 건축은 ‘인문적 예술행위’을 재확인하게 된다.역사와 현재가 교감하고,자연과 문명이 만나 동시대의 요구를 구현해내는 거대한 디자인 행위 말이다.

신간은 가우디,라이트,그로피우스,코르뷔지에 등 20세기 건축가 12명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한 입문서로 꾸며졌다.그들과 만난 경험 등이 실감 나는 에세이풍이다.

‘책이 있는 토크쇼’를 위해 찾은 김씨의 연구소에서도 그가 지향하는 건축언어를 체감할 수 있었다.

서울 가회동의 전통 한옥 두 채를 매입해 한옥 골조를 유지하면서 벽면 쪽 전체를 유리로 만들며 안과 밖이 하나로 느끼게 최근 개축했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도시대학 등에서 강의를 위해 1년에 5개월을 해외에서 보내는 김씨는 “한국적 미학이 제대로 담긴 세계를 설계하고 싶다”고 말한다.

칼러 화보만으로도 20세기 건축사를 일별할 수 있게 꾸민 신간을 놓고 대화를 나눈 건축 비평가 김경수(명지대 건축학과) 교수는 “건축을 공학기술로만 여기는 우리의 시각 교정을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회=책의 서문에 우리가 몸담고 살고 있는 건축과 도시에 대해 지식인조차 너무 무관심함을 꼬집는 대목이 나온다. 책의 서술도 모름을 전제로 쉽게 풀어 쓴 것으로 보이는데,'건축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 문제부터 새삼 던져본다.

▶김석철=건축은 한 시대 문명의 수준을 읽는 키워드다. 하지만 고단한 20세기를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에겐 건축예술을 평가할 수 있는 감식안이 절대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가 살다가 후손에게 남길 건축과 도시에 대해 일반인과 지식인이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하기 위해 책을 썼다.

▶김경수='아름다움' '쓸모' '견고함'이 건축의 세 요소다. 건축가는 예술과 사회와 기술을 종합하는 지휘자다. 삼박자를 갖추기 위해 노력한 건축의 구도(求道) 정신을 위대한 건축가들에서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20세기에서 건축은 예술이 아니라 기술이었고 건축가들을 기술자로만 대우해 왔다.

▶김석철=튼튼하게 건물을 짓는 것은 말할 것도 없이 건축의 기본이다. 건물의 기능과 쓸모에 대한 고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책을 통해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목표는 물론 아름답고 격조있는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사회=20세기를 빛낸 건축가가 많을텐데 이 책에 소개한 12명의 공통점이 있다면.

▶김석철=책에 소개한 사람들은 모두 자신들이 살고 있던 도시를 역사와 자연과 인간이 융합된 곳으로 만들고자 했다. 차가운 기하학적 구도로 대표되는 서양 근대 건축의 한복판에서, 그 근대성을 완벽히 체현하면서도 그것을 넘어 자연의 따뜻한 유기적 언어와 조화시키려 했던 이들에게 나는 '위대한 작가'란 수식어를 헌정하고 싶다.

▶김경수=소개된 건축가들은 대체로 현대적 고전 반열에 오른 인물들이다. 전통과 역사를 부인하고 경제성만을 중시한 근대 건축의 슬로건에 맞춰 이들은 기능에 충실했으면서도 동시에 감성적 요소도 중시했다. 그래서 이들을 통해 21세기 비전을 발견하게 된다. 몇몇 빠진 사람도 눈에 띄어 아쉽지만 후속으로 펴낼 2권에 포함되길 기대한다. 다른 한편 건축의 진정한 의미가 잘 이해되고 있지 않은 우리의 교육 현실이 대비돼 안타깝다.

▶사회=건축 교육에 문제가 있나.

▶김경수=유럽연합(EU) 에선 공대 출신을 건축가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의 건축미학이 불모상태인 이유는 건축학이 공과대학에 소속돼 인문학에 대한 수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을 보라. 역사와 철학과 사회학 등의 수련을 쌓고 동시대의 문제를 공유한 사람들이다. 의과대학처럼 건축학도 5~6년제 단과대학으로 독립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다.

▶사회=독립된 건축대학에서 뭘 가르치나.

▶김경수='아름다움'을 갖추기 위한 인문학과 '쓸모'를 위한 사회과학, 그리고 '견고함'을 위한 공학 등 건축의 3대 요소를 종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잇따른 부실공사 사고로 견고함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하는 현실은 도구적 기능교육만 한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다.

▶김석철=전문가 교육도 중요하지만 일반인이 건축을 알고 사랑해야 위대한 건축이 나올 수 있다. 이 책을 쓴 목적이기도 한 데, 일반인의 안목을 키워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싶은 소원을 갖게 해야 한다.

▶사회=책에 많이 나오는 유기적 건축이란 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김경수=비가 오고, 낙엽이 지며, 눈이 내리는 자연의 호흡을 몸으로 느낄 수 있게 건축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문명은 오히려 퇴보라 할 수 있다.

▶김석철=현대건축의 위대한 성취는 대부분 자연을 정복한 인간 환경의 창조였다. 책에 소개된 가우디가 언젠가 스승이 누구냐고 질문을 받자 손가락으로 밖을 가리키며 "자연"이라고 말했다. 가우디 이후 자연과 공생을 추구하는 유기적 건축이란 말을 공식적으로 표명한 이는 라이트였다. 그는 일본 건축의 영향을 받았다. 이 점에서 한국 전통건축의 재해석 작업도 절실한 시점이다.

▶사회=소개된 건축가들이 대부분 유럽인인 데 비해 멕시코 건축가 루이스 바라간이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끈다.

▶김석철=바라간은 제3세계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유학했지만 유럽에 함몰되지 않고 멕시코의 자연과 아즈텍문명 등 자신의 역사를 작품속에 녹여내 오히려 세계 건축을 이끈 유럽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다. 우리에게서도 바라간처럼 서구문명을 몸 전체로 이해하고, 그 바탕 위에 우리 문명과 자연의 시각 어휘를 보여줄 건축가가 나와야 할 때다. - 배영대 기자(2001-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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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10 10: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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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김석철 지음 / 창비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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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간...떼오띠우아깐

 멕시코의 유적지로써 얼핏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정확한 명칭과 관련 내용은 본 책을 통해서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고대도시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가난으로 인해 아직까지 도시의 대부분이 발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위대한 유적지가 1910년 멕시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떼오띠우아깐 계획'에 의해서 돌이킬 수 없는 유적지 손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이는 학문적, 역사적인 가치는 무시한 채 전시효과를 위하여 복원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위 훼손으로 태양피라미드의 원형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떼오띠우아깐은 면적이 12㎢였고 5만여명이 1000개의 공동주택에 살았으며 600개의 보조적 성격을 지닌 피라미드와 신전이 있었다. 또한 도기, 보석, 돌 등을 세공하는 공방이 500여개가 있었다. 죽음의 거리가 중심대로로서 폭 45m, 길이가 4km이고 거리를 따라 옆으로 낮은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죽음의 거리 북쪽에는 '달의 광장', '달의 피라미드', 동쪽에는 '태양의 피라미드', 남쪽에는 '께짤꼬아뜰 신전'이 위치하고 있다. 죽음의 거리가 남북으로 향하고 좁은 길들이 동서로 나있어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교차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엄청나게 떨어진 이곳에 이집트나 서아시아의 피라미드와 유사한 형태의 피라미드가 있어 그 상관성에 대한 무수한 가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단 그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건축학적으로 주목할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기하학적인 질서 형식을 통해 형이상학적 질서를 표상하며, 떼오띠우아깐은 기하학적 질서 형식 속에 도시적 질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한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는 내부공간을 볼 수 있었따면, 떼오띠우아깐에서는 고대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떼오띠우아깐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도시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공간구조, 공간계획, 도시계획이라 함은 인간의 주거와 활동기능을 능률적이고도 효과적으로 공간에 배치하는 계획을 말한다. 그 기본계획에는 각종 지표·목표·실현을 위한 정책수단 등이 포함되어 그 도시가 지향할 기본방향의 성격을 띤다. 이것이 바로 떼오띠우아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엄청난 규모의 떼오띠우아깐은 완벽한 도시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대단한 문명지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의 건축물이 모여 하나의 집단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기본 계획단계에서부터 하나의 도시를 완성시킨 것이다. 우리의 도시들은 과거부터 무계획적인 도시확산으로 지금의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체계적인 도시계획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주거·활동공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죽음의 공간...싼 까딸도 묘지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하나인 알도 로씨가 단순한 공동묘지를 죽은 자들의 도시로 승화시킨 묘지이다. 묘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벽은 조적식 구조의 기존 묘지 벽을 연장시키며 회랑은 도시적 요소를 지닌 지붕이 있는 가로 역할을 한다. 삼각형 배치를 이루고 있는 중앙의 납골당을 통과하는 중앙축의 시작과 끝에는 원뿔과 육면체의 기하학적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원형 건물의 하부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육면체의 건물 안에는 2차대전 전사자들을 위한 사당과 기존 묘지의 납골 단지가 위치한다. 이 두 건물을 척추와 같은 형태의 배치를 통하여 연결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징성은 삶과 죽음의 대립적 중요성을 묘사하고 있다. 바닥과 지붕, 유리가 없는 창을 가진 육면체의 건물은 버려진 집, 즉 죽음을 상징한다. 또한 중앙 납골당의 무의미한 격자의 반복과 빈 공간은 죽음의 공간을 상징한다. 기존 묘역과 새 묘역 사이의 회랑은 죽음에 이르는 삶의 길을 벽과 벽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그림자로 형상화하였다.

  종교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것을 가시적인 건축물로써 완벽하게 승화해내는 과정이 놀라웠다. 어느 것 하나 의미없이 지어진 것이 없다. 나름의 종교적인 해석을 가미한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싼 까딸도 묘지를 보면서 '납골건축물'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유럽에서는 도처에서 공원묘지를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납골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인 장례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어, 납골문화가 보급, 전파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납골문화의 여러 장점을 인식하고, 또 전통적인 장례문화와는 다른 납골문화의 종교적인 의미를 이해하여 이를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예년에 비해서 크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납골건축을 예술건축의 하나로써 인식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유럽에서는 공원묘지로서 이를 당여한게 예술건축의 한 분야로 여기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아직까지는 발전 초기단계인지라 초반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무리이겠지만, 지금의 납골 건축물을 보면 개인적으로 못마땅한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납골문화가 가지는 종교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하더라도 지금의 현대식 납골건축물을 보면 거부감이 생긴다. 매장문화와 다름없이 외지인 곳에 건축물이 들어서기 일쑤고 그 외형을 보면 납골건축물로서의 특징이라고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평범한 현대식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콘크리트 건물에 의미없는 공간 배분과 오직 산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들. 종교적인 해석이라곤 한 군데도 찾아보기 힘들다. 형식적인 공간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맞게 건축물을 디자인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싼 까딸도 묘 건축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정말이지 죽은 자들의 작은 도시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필자는 화장과 매장의 양자택일을 말할 것이 아니라 죽음의 형식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납골문화를 이해하려는 한 시도로써 죽음의 형식을 제대로 설명해내는 납골건축물이 설계·건축되어야 할 것이다.

 

#신의 공간....천단

 베이징의 도시계획은 자금성과 천단이라는 두 상징공간에서 시작한다. 자금성은 중국의 권력구조가 상형화된 공간이며 천단은 중국인의 의식구조가 상형화된 공간이다. 자금성이 중국 권력구조의 원형공간이라면 천단은 중국인의 형이상학적 원형공간인 것이다. 자금성은 일상의질서를, 천단은 영원의 질서를 말한다.

 천단은 황제의 제단을 뜻하며 역대 황제들의 하늘에 오곡이 풍작되기를 기도한 곳이다. 고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이 일단, 월단, 천단, 지단이 대칭 위치에 있고 각 단에 각각의 신이 모셔져 있고 천단에는 하늘의 신이 모셔져 있다. 북에서 남으로 기년전, 원구단, 황궁우, 재궁 등의 주요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보통 천단을 보여주는 사진이 바로 기년전이다. 3층의 지붕이 있는 원형의 목조건축으로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목조건물에 못하나 박지 않고 지어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다. 기년전의 중앙기둥은 4개로 하여 계절을 표현하고, 외부기둥은 12절기로 나눈다. 원구단은 황제가 제천의식을 거행하던 곳으로 상층 중앙 원심석에 올라 이랴기를 하면 메아리가 쳐 크게 들린다. 황제가 제문을 읽는 소리가 하들에 전달되게 고안해 낸 장치라고 한다. 원구단위 뒤쪽으로 내려오면 회음벽으로 둘러싸인 황궁우가 나온다. 벽의 좌우로 나누어 서서 각각 작은 소리로 벽을 향해 속삭이면 180도 반대 장소에서 소리가 전해지므로 회음벽이라고 한다고 한다.

 천단의 위대함은 그 상징에 있는 듯 하다. 흰 대리석으로 깔린 의식의 길과 원구, 하늘을 상징하는 새파란 기와, 천원지방의 형태, 성스러운 홀수의 사용. 그중에서 9를 기준수로 하여 9의 배수를 기둥, 난간, 계단, 제단에 활용한 것. 4계절과 12절기의 상징 등 그 추상성, 상징성은 단순한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선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천단의 건축적 위대함은 개개의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공간 구성에 있다고 말한다. 천단을 건축으로 보아야 할 지 아니면 조경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때문에 천단을 표현함에 있어 '조경건축'이라 칭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어느 한 건축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둘러싼 조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그와 함께 이루어낸 상징성. 여기서 천단을 다시 한번 위대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중국의 여느 것들보다 실제적인 규모면에서 작음 당여한 것이겠지만,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의 협소함은 반성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전체공간에서, 그와 어우러진 건축물을 완성해내는 그러한 드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http://blog.naver.com/20keropi/8000162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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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da 2005-05-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신문]국토의 균형 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 친환경 도시 건설…. 국가 발전을 위한 거시적 방안이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들이다. 그래서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건설이 추진되고, 각종 특구와 신도시도 끊임 없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한반도에 대한 미래지향적 공간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이 바로 그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 땅은 서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대부분 도시가 세계경쟁력을 상실하고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하드웨어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30여년간 한반도 하드웨어를 연구해 왔다는 그는 지금까지 거론돼온 설계안보다 진전된, 어찌 보면 도발적으로 보일 만한 제안을 한다.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김석철 지음, 창비 펴냄)는 이같은 그의 혁신적 제안들을 정리한 것이다. 전면적 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현실진단에 기초하여, 한반도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시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총체적 기획서다.

기획서의 첫번째 키워드는 ‘황해도시 공동체’또는 ‘황해연합’이다. 이는 북미경제공동체나 유럽연합에 대응하는 경제공동체 결성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중국 동부해안 도시군, 동북3성, 한반도, 일본열도 서남해안 도시군을 아우르는 블록, 즉 국가와 도시를 초월한 연합체가 구성되면 엄청난 경제기적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두번째는 한반도 구조개혁의 핵심인 수도권 전략이다. 지은이는 우선 현재 진행중인 행정 중심도시 건설은 한반도만을 생각한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황해연합과 남북통일, 한반도 공간전략은 하나의 범주 속에서 다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반도를 수도권과 세 지방권, 즉 전체적으로 4개의 경제권역으로 재구축하는 한반도 구조개혁을 구상한다. 수도권은 서해 해안링크, 개성, 춘천, 평택으로 확대 재편하고, 동북아의 허브공항이 된 인천공항과 수도권의 경제력을 집합한 해안도시구역을 송도 앞바다에 세워 황해연합의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전략으로는 지방의 몇 개 도시와 농촌이 결합한 도시연합과, 산업공단을 재조직한 산업클러스터가 모여 대도시권과 겨룰 수 있는 규모를 이루는 ‘어반 클러스터’(urban cluster)를 제시한다. 그중 ‘금강·새만금 어반클러스터’는 행정수도 논란과 새만금 딜레마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방안임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금강에 선박 운항이 가능한 운하를 만들어 군산·부여·공주·대전을 금강유역 도시연합으로 만들고, 금강과 만경강을 신수로로 연결하여 금강유역과 새만금을 어반클러스터하는 방안이다. 총 16개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미 36년 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서울대 마스터플랜’, 예술의 전당 및 중국 취푸신도시 설계를 거친 대가의 원숙함과 세밀함 때문인지 그리 허황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저작권자 (c) 서울신문사]
 
 전출처 : poptrash > two thumbs up!
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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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네거트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물론 블랙유머, 풍자, 아이러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등등의 틀에박힌 수식어구를 갖다 댄다면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은 그 고리타분함 만큼이나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과 떨어져 있다. 그러니까 수만 광년쯤. 그래도 굳이 말을 해야한다면, '우주적 농담을 가장 잘 이해(구사)하는 작가' 정도가 어떨까. 물론 이런 표현도 달과 지구만큼이나 떨어져 있긴 하지만.
꼭 반년을 기다렸다. 내가 갈라파고스를 읽은게 지난 2월 4일이니까. 책 안쪽에 떡하니 근간이라고 써있는 고양이요람, 제5도살장 등을 보고 이제 곧 나오겠거니 기다린게 어느덧 반년이란 말이다. 홈페이지에 글도 썼고(답은 없었다) 이메일도 쓰고(답은 없었다) 출판사에 전화도 하면서 지내온 반년. 안그래도 역자는 책 뒤쪽에 "협박과 항의와 애원과 호소의 전화와 이메일 참 많이도 받았습니다."라고 적고 있으니, 헛 일만은 아니었지 싶다. 사실 커트 보네거트의 팬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커트 보네거트는 여전하다. 그는 여전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블랙 유머를 구사하며 이 세계를 풍자한다. 특히나 이번에는 '보코논교'라는 가상의 종교까지 창조해내어 더욱 더 깊어진 '우주적 농담의 세계'를 보여준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일단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의 입담에, 자칫 산만한 여러 이야기의 줄기를 기가막히게 한 곳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솜씨에 책을 덮을 수 없다. 그것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매끄러운 번역이다. 읽는데 전혀 거슬림이 없이 작품에 그대로 몰입하게 해주는 번역이 아주 좋다. 역자에게도 아마 '협박과 항의와 애원과 호소의 전화와 이메일'의 압박이 많이 작용한 모양이다.
사실 진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사람인 나로써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의 좌절에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까움이 혈관을 훑고 지나간다.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지만, 인간에겐 단지 엄지 손가락이 두 개 뿐임을 원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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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Smila > 훌륭한 책, 하지만 책값이 이렇게 비싼 이유는....
명화의 비밀 - 호크니가 파헤친 거장들의 비법
데이비드 호크니 지음, 남경태 옮김 / 한길아트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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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알라딘에 들어와보니 인기 검색어 리스트에 '명화의 비밀'이 올라와 있다. 흠..역시 TV의 힘은 막강하군. 아마도 며칠전 KBS에서 방영된 책 프로그램에서 이 책이 다루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그에 비하면 몇편 안되는 리뷰의 숫자. 더더욱 막강한 '책값의 힘'을 느낀다. 6만원짜리 책을(알라딘에선 54000원이지만^^) 선뜻 사기란 누구에게나 쉬운 일이 아닐테니... '가격대비 만족도' 중심의 리뷰를 써야겠다는 책무를 팍팍 느낀다.

나 역시 굉장히 속이 쓰려오는 걸 느끼며 책을 구매했다. 하지만, 오직 '저자가 데이비드 호크니'이기에 경제적 제약을 감수하고 이 책을 샀다. 그림에 대해서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데이비드 호크니가 젊은 시절 그렸던 '캘리포니아 수영장' 시리즈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그림들이기 때문이다. 그림들에서 받은 인상만으로 따지자면 (내 상상 속) 말년의 호크니는 거듭된 마약 재활치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제정신 못차리고 지냈어야 했다. (에이즈로 이미 숨지지 않았으면 다행이고.^^) 그의 한창 시절 그림들이 내눈엔 지독히 감각적이고 고독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만난 시골 서점주인같은 인상의 호크니는 나의 예상을 철저히 배반하고 있었다. 노년의 그는 학구적이고, 철저하고, 집요하며 또한 용감한 인물이었다. (그의 이론에 반대하는 미술학자들의 눈엔 무모한 인물이겠지만.) 수많은 과학적 물증을 무기로, 수백년간 감춰져 왔던 이른바 '업계 기밀'을 폭로하고 나섰으니 말이다.

우리들이 존경해마지 않던 역사속의 수많은 화가들이 사실은 광학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쉽게 말하자면 눈으로 보고 그린게 아니라, 렌즈에 반사된 이미지를 베껴 그렸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크니는 이 사실 만으로 대가들의 예술성이 폄하되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그의 주장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는 건 내 능력 밖의 문제이기 때문에 뭐라 말하지 않겠다. 다만, 독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가 제시하는 물증들은 상당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었다. 화가들이 광학을 이용했다는 문헌 자료들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은 여전히 의아함으로 남지만 (아무리 화가들 사이의 비밀이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철저히 숨겨질 수가 있는걸까?) 호크니가 수집한 방대한 그림 자료들을 보다보면, '정말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다시 '가격대비' 리뷰로 돌아가 말하자면, 바로 그 '증거물'들 때문에 이 책값이 비싸진 것이다. 그가 제시하는 증거 그림들은 '큰' 그림으로 보아야, 그것도 아주 좋은 화질로 보아야만 더욱 더 설득력을 지닌다. 덕분에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수많은 명화들을 순수화집처럼 선명한 상태에서 만나게 된다. 보는 눈이야 즐거워지지만, 그만큼 금전적인 댓가는 치루게 되는 셈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보자면, 이만큼의 책값을 책정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쇄상태는 아주 훌륭하므로.)

이 책을 읽으면서 얻게되는 것은 단순히 '명화의 비밀'을 밝히느냐 마느냐 만은 아니다. 일단은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이 재미있다. 그리고, 미술사속에서 그림이(특히 초상화,정물화) 발전해가는 과정을 좀더 환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예전에 보던 관점과는 또다른 관점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이 책에 실려있는 명화들은 어디까지나 저자의 기준에 따라 증거물로 채택된 작품들이다. 특정 시대나 특정 화풍을 선호하는 독자들이라면, '내 맘에 들지도 않는 그림이 너무 많이 실려있는 화집'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구매한 걸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을 읽은 후에 데이비드 호크니를 더욱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다른 독자들에게는 이 책을 서점에서 직접 보신후 구매를 판단하시길 권한다. 그런 다음에 인터넷에서 구매해도 늦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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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uGonG > 아우또노미아라는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아우또노미아 - 다중의 자율을 향한 네그리의 항해 아우또노미아총서 1
조정환 지음 / 갈무리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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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을 ‘지금 유령이 한국을 배회하고 있다. “아우또노미아라는 유령이”’라고 시작한다면 지나칠까? 결코 지나치지 않을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한국 뿐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혼종적인 사상이 출현하여 ‘아우또노미아’라는 이름으로 논쟁이 벌어지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상을 낳고 또 사람들의 활동, 운동, 그 생기 가득한 힘들과 결합되어 등장하고 있다.

다만, 그것을 유령이라고 칭하는 것은, 그것이 아직 우리에게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조정환의 말마따나 ‘안또니오 네그리’라고 하는 칠순이 넘은 정열적인 사상가는 어떤 이에게는 아나키스트로, 어떤 이에게는 맑스주의자로, 또 어떤 이에게는 테러리스트로 이해되고 있다. 그 어느 표현도 안또니오 네그리의 진면목을 드러내 주지 못한다. 그는 지금 ‘천 개의 얼굴’로 비쳐진다. '어떤' 거울들에 말이다.

‘유령’이라 함은 그 실체가 무엇인지 잘 모른다는 뜻이기도 하다. 안또니오 네그리는 제대로 이해되지도 못했다. 아우또노미아 라는 혼종적이고 복수적인 사상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럴 때에 필요한 것은 일종의 ‘선언’일까? 이 책의 제목을 단순히 ‘아우또노미아’라고 한 것은 어떤 면에서 하나의 ‘선언’처럼 들린다. 1848년에 출간된 어떤 ‘선언’ Manifesto 의 출간이 하나의 ‘사건’이었다면 이 책의 출간 역시 하나의 ‘사건’이다.

올해 한국에서 처음으로 이화여대에서 '맑스 코뮤날레'가 열렸을 때, 누구도 한국의 구좌파 교수에게 위협이 되지 않았음에도 공공연하게 아나키즘을 공격하고, 들뢰즈를 비판하고, 네그리와 하트의 ?제국?을 비판했다. 마치 안또니오 네그리가 한국에 오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이 모두가 ‘유령’에 대한 제각기의 반응이었다.

하지만, 10여 년이 넘게 아우또노미아, 그리고 안또니오 네그리의 사상에 대해 연구해온 저자 조정환이 내놓은 이 책은 둘러말하지 않고 그 자체로서 전면적으로 다룬다. 거울을 치우고 그를 그로서 다룬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 책은 네그리에 대한 연구서이기도 하면서, 아우또노미아 사상, 그리고 운동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좋은 입문서이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세계에서 처음으로 ‘아우또노미아’를 다룬 책이라고 한다.

‘다중의 자율을 향한 네그리의 항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아우또노미아’ Autonomia 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말하고 있듯이 이탈리아어로 ‘자율’이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아우또노미아 운동에 대해 그 내용에 대해 가치론, 계급구성론, 사회편성론, 제국론, 국가론, 코뮤니즘론, 조직론 등의 측면에서 다룬다.

최근 들뢰즈, 가따리의 책이 한국에 많이 소개가 되면서 스피노자, 네그리, 하트 역시 함께 읽혀졌다. 그것은 스피노자-맑스-들뢰즈-가따리의 계열 속에서 '네그리'를 이해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이해한다면 '네그리'의 특이성보다는 다른 사상가들과의 연속성만이 강조될 위험이 있다. 사실, 한국에서 네그리는 아직 제대로 '소개', '이해'조차 되지 못했고, 따라서 '오해'의 소지는 매우 컸다. 이러한 때에 조정환의 새 책은 네그리의 사상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어 반갑다.

이 책의 출간은 한국에서 하나의 사건이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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