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철의 세계건축기행
김석철 지음 / 창비 / 199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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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공간...떼오띠우아깐

 멕시코의 유적지로써 얼핏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정확한 명칭과 관련 내용은 본 책을 통해서 이번 기회에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라틴아메리카 최대의 고대도시국가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가난으로 인해 아직까지 도시의 대부분이 발굴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 위대한 유적지가 1910년 멕시코 독립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떼오띠우아깐 계획'에 의해서 돌이킬 수 없는 유적지 손상을 남겼다는 점이다. 이는 학문적, 역사적인 가치는 무시한 채 전시효과를 위하여 복원하려 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당사위 훼손으로 태양피라미드의 원형을 알 수 없게 되었다고 한다.

  떼오띠우아깐은 면적이 12㎢였고 5만여명이 1000개의 공동주택에 살았으며 600개의 보조적 성격을 지닌 피라미드와 신전이 있었다. 또한 도기, 보석, 돌 등을 세공하는 공방이 500여개가 있었다. 죽음의 거리가 중심대로로서 폭 45m, 길이가 4km이고 거리를 따라 옆으로 낮은 건축물이 줄지어 있다. 죽음의 거리 북쪽에는 '달의 광장', '달의 피라미드', 동쪽에는 '태양의 피라미드', 남쪽에는 '께짤꼬아뜰 신전'이 위치하고 있다. 죽음의 거리가 남북으로 향하고 좁은 길들이 동서로 나있어 거의 직각을 이루며 교차하고 있다.

지역적으로 엄청나게 떨어진 이곳에 이집트나 서아시아의 피라미드와 유사한 형태의 피라미드가 있어 그 상관성에 대한 무수한 가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일단 그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뒤로하고, 건축학적으로 주목할 것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는 기하학적인 질서 형식을 통해 형이상학적 질서를 표상하며, 떼오띠우아깐은 기하학적 질서 형식 속에 도시적 질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며, 또한 이집트의 피라미드에서는 내부공간을 볼 수 있었따면, 떼오띠우아깐에서는 고대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떼오띠우아깐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바로 '도시계획'이라는 것이었다. 공간구조, 공간계획, 도시계획이라 함은 인간의 주거와 활동기능을 능률적이고도 효과적으로 공간에 배치하는 계획을 말한다. 그 기본계획에는 각종 지표·목표·실현을 위한 정책수단 등이 포함되어 그 도시가 지향할 기본방향의 성격을 띤다. 이것이 바로 떼오띠우아깐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엄청난 규모의 떼오띠우아깐은 완벽한 도시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대단한 문명지라는 생각이 든다. 개개의 건축물이 모여 하나의 집단이 완성된 것이 아니라, 기본 계획단계에서부터 하나의 도시를 완성시킨 것이다. 우리의 도시들은 과거부터 무계획적인 도시확산으로 지금의 많은 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체계적인 도시계획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주거·활동공간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다.

 

#죽음의 공간...싼 까딸도 묘지

 금세기 최고의 건축가 중 하나인 알도 로씨가 단순한 공동묘지를 죽은 자들의 도시로 승화시킨 묘지이다. 묘지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벽은 조적식 구조의 기존 묘지 벽을 연장시키며 회랑은 도시적 요소를 지닌 지붕이 있는 가로 역할을 한다. 삼각형 배치를 이루고 있는 중앙의 납골당을 통과하는 중앙축의 시작과 끝에는 원뿔과 육면체의 기하학적 건물이 배치되어 있다. 원형 건물의 하부에는 공동묘지가 있고 육면체의 건물 안에는 2차대전 전사자들을 위한 사당과 기존 묘지의 납골 단지가 위치한다. 이 두 건물을 척추와 같은 형태의 배치를 통하여 연결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징성은 삶과 죽음의 대립적 중요성을 묘사하고 있다. 바닥과 지붕, 유리가 없는 창을 가진 육면체의 건물은 버려진 집, 즉 죽음을 상징한다. 또한 중앙 납골당의 무의미한 격자의 반복과 빈 공간은 죽음의 공간을 상징한다. 기존 묘역과 새 묘역 사이의 회랑은 죽음에 이르는 삶의 길을 벽과 벽 사이로 비치는 햇빛과 그림자로 형상화하였다.

  종교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것을 가시적인 건축물로써 완벽하게 승화해내는 과정이 놀라웠다. 어느 것 하나 의미없이 지어진 것이 없다. 나름의 종교적인 해석을 가미한 그야말로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싼 까딸도 묘지를 보면서 '납골건축물'이라는 분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유럽에서는 도처에서 공원묘지를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납골문화가 정착되어 있지 않다. 전통적인 장례문화가 뿌리깊게 박혀 있어, 납골문화가 보급, 전파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하지만 근래에 들어서는 납골문화의 여러 장점을 인식하고, 또 전통적인 장례문화와는 다른 납골문화의 종교적인 의미를 이해하여 이를 받아들이는 움직임도 예년에 비해서 크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납골건축을 예술건축의 하나로써 인식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유럽에서는 공원묘지로서 이를 당여한게 예술건축의 한 분야로 여기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미흡한 점이 많다. 아직까지는 발전 초기단계인지라 초반부터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무리이겠지만, 지금의 납골 건축물을 보면 개인적으로 못마땅한 부분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납골문화가 가지는 종교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한다하더라도 지금의 현대식 납골건축물을 보면 거부감이 생긴다. 매장문화와 다름없이 외지인 곳에 건축물이 들어서기 일쑤고 그 외형을 보면 납골건축물로서의 특징이라고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평범한 현대식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내부공간도 마찬가지이다. 완벽한 콘크리트 건물에 의미없는 공간 배분과 오직 산 사람들을 위한 편의시설들. 종교적인 해석이라곤 한 군데도 찾아보기 힘들다. 형식적인 공간만 존재할 뿐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정서에 맞게 건축물을 디자인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리라고 본다.

 싼 까딸도 묘 건축의 위대함에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인다. 정말이지 죽은 자들의 작은 도시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 필자는 화장과 매장의 양자택일을 말할 것이 아니라 죽음의 형식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납골문화를 이해하려는 한 시도로써 죽음의 형식을 제대로 설명해내는 납골건축물이 설계·건축되어야 할 것이다.

 

#신의 공간....천단

 베이징의 도시계획은 자금성과 천단이라는 두 상징공간에서 시작한다. 자금성은 중국의 권력구조가 상형화된 공간이며 천단은 중국인의 의식구조가 상형화된 공간이다. 자금성이 중국 권력구조의 원형공간이라면 천단은 중국인의 형이상학적 원형공간인 것이다. 자금성은 일상의질서를, 천단은 영원의 질서를 말한다.

 천단은 황제의 제단을 뜻하며 역대 황제들의 하늘에 오곡이 풍작되기를 기도한 곳이다. 고궁을 중심으로 동서남북이 일단, 월단, 천단, 지단이 대칭 위치에 있고 각 단에 각각의 신이 모셔져 있고 천단에는 하늘의 신이 모셔져 있다. 북에서 남으로 기년전, 원구단, 황궁우, 재궁 등의 주요 건물이 나란히 서 있다.

 보통 천단을 보여주는 사진이 바로 기년전이다. 3층의 지붕이 있는 원형의 목조건축으로 그 어마어마한 규모의 목조건물에 못하나 박지 않고 지어졌다는 것이 너무나도 놀랍다. 기년전의 중앙기둥은 4개로 하여 계절을 표현하고, 외부기둥은 12절기로 나눈다. 원구단은 황제가 제천의식을 거행하던 곳으로 상층 중앙 원심석에 올라 이랴기를 하면 메아리가 쳐 크게 들린다. 황제가 제문을 읽는 소리가 하들에 전달되게 고안해 낸 장치라고 한다. 원구단위 뒤쪽으로 내려오면 회음벽으로 둘러싸인 황궁우가 나온다. 벽의 좌우로 나누어 서서 각각 작은 소리로 벽을 향해 속삭이면 180도 반대 장소에서 소리가 전해지므로 회음벽이라고 한다고 한다.

 천단의 위대함은 그 상징에 있는 듯 하다. 흰 대리석으로 깔린 의식의 길과 원구, 하늘을 상징하는 새파란 기와, 천원지방의 형태, 성스러운 홀수의 사용. 그중에서 9를 기준수로 하여 9의 배수를 기둥, 난간, 계단, 제단에 활용한 것. 4계절과 12절기의 상징 등 그 추상성, 상징성은 단순한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선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천단의 건축적 위대함은 개개의 건축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의 공간 구성에 있다고 말한다. 천단을 건축으로 보아야 할 지 아니면 조경으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고 한다. 때문에 천단을 표현함에 있어 '조경건축'이라 칭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 말에 충분히 공감이 간다. 어느 한 건축물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 주변을 둘러싼 조경과의 완벽한 조화와 그와 함께 이루어낸 상징성. 여기서 천단을 다시 한번 위대해지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문화유산들이 중국의 여느 것들보다 실제적인 규모면에서 작음 당여한 것이겠지만, 건축을 바라보는 관점의 협소함은 반성해야 할 부분인 듯 하다. 전체공간에서, 그와 어우러진 건축물을 완성해내는 그러한 드넓은 시각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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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0da 2005-05-09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울신문]국토의 균형 발전, 수도권 과밀 해소, 친환경 도시 건설…. 국가 발전을 위한 거시적 방안이 거론될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들이다. 그래서 갖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행정수도 건설이 추진되고, 각종 특구와 신도시도 끊임 없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러나 보다 큰 틀에서 한반도에 대한 미래지향적 공간설계가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 도시설계 전문가인 김석철 명지대 건축대학장이 바로 그다. 김 교수에 따르면 현재 우리 땅은 서울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대부분 도시가 세계경쟁력을 상실하고 삶의 질도 떨어지고 있다. 한반도의 하드웨어가 이제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그래서 30여년간 한반도 하드웨어를 연구해 왔다는 그는 지금까지 거론돼온 설계안보다 진전된, 어찌 보면 도발적으로 보일 만한 제안을 한다.

‘희망의 한반도 프로젝트’(김석철 지음, 창비 펴냄)는 이같은 그의 혁신적 제안들을 정리한 것이다. 전면적 개혁 없이는 우리 사회에 미래가 없다는 현실진단에 기초하여, 한반도 공간구조를 재편하고 새로운 도시전략을 마련하기 위한 총체적 기획서다.

기획서의 첫번째 키워드는 ‘황해도시 공동체’또는 ‘황해연합’이다. 이는 북미경제공동체나 유럽연합에 대응하는 경제공동체 결성의 주체가 되자는 것이다. 중국 동부해안 도시군, 동북3성, 한반도, 일본열도 서남해안 도시군을 아우르는 블록, 즉 국가와 도시를 초월한 연합체가 구성되면 엄청난 경제기적이 가능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두번째는 한반도 구조개혁의 핵심인 수도권 전략이다. 지은이는 우선 현재 진행중인 행정 중심도시 건설은 한반도만을 생각한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황해연합과 남북통일, 한반도 공간전략은 하나의 범주 속에서 다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 한반도를 수도권과 세 지방권, 즉 전체적으로 4개의 경제권역으로 재구축하는 한반도 구조개혁을 구상한다. 수도권은 서해 해안링크, 개성, 춘천, 평택으로 확대 재편하고, 동북아의 허브공항이 된 인천공항과 수도권의 경제력을 집합한 해안도시구역을 송도 앞바다에 세워 황해연합의 교두보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전략으로는 지방의 몇 개 도시와 농촌이 결합한 도시연합과, 산업공단을 재조직한 산업클러스터가 모여 대도시권과 겨룰 수 있는 규모를 이루는 ‘어반 클러스터’(urban cluster)를 제시한다. 그중 ‘금강·새만금 어반클러스터’는 행정수도 논란과 새만금 딜레마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특단의 방안임을 강조한다.

말하자면 금강에 선박 운항이 가능한 운하를 만들어 군산·부여·공주·대전을 금강유역 도시연합으로 만들고, 금강과 만경강을 신수로로 연결하여 금강유역과 새만금을 어반클러스터하는 방안이다. 총 16개의 프로젝트는 대부분 혁신적이고 도발적인 방안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미 36년 전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완성하고,‘서울대 마스터플랜’, 예술의 전당 및 중국 취푸신도시 설계를 거친 대가의 원숙함과 세밀함 때문인지 그리 허황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1만 8000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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