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poptrash > two thumbs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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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요람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커트 보네거트에 대해서 말을 하는 것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물론 블랙유머, 풍자, 아이러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등등의 틀에박힌 수식어구를 갖다 댄다면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은 그 고리타분함 만큼이나 커트 보네거트의 작품과 떨어져 있다. 그러니까 수만 광년쯤. 그래도 굳이 말을 해야한다면, '우주적 농담을 가장 잘 이해(구사)하는 작가' 정도가 어떨까. 물론 이런 표현도 달과 지구만큼이나 떨어져 있긴 하지만.
꼭 반년을 기다렸다. 내가 갈라파고스를 읽은게 지난 2월 4일이니까. 책 안쪽에 떡하니 근간이라고 써있는 고양이요람, 제5도살장 등을 보고 이제 곧 나오겠거니 기다린게 어느덧 반년이란 말이다. 홈페이지에 글도 썼고(답은 없었다) 이메일도 쓰고(답은 없었다) 출판사에 전화도 하면서 지내온 반년. 안그래도 역자는 책 뒤쪽에 "협박과 항의와 애원과 호소의 전화와 이메일 참 많이도 받았습니다."라고 적고 있으니, 헛 일만은 아니었지 싶다. 사실 커트 보네거트의 팬은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주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커트 보네거트는 여전하다. 그는 여전히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블랙 유머를 구사하며 이 세계를 풍자한다. 특히나 이번에는 '보코논교'라는 가상의 종교까지 창조해내어 더욱 더 깊어진 '우주적 농담의 세계'를 보여준다.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 일단 책을 펼치기만 하면 그의 입담에, 자칫 산만한 여러 이야기의 줄기를 기가막히게 한 곳으로 이끌어가는 그의 솜씨에 책을 덮을 수 없다. 그것을 더욱 빛내주는 것은 매끄러운 번역이다. 읽는데 전혀 거슬림이 없이 작품에 그대로 몰입하게 해주는 번역이 아주 좋다. 역자에게도 아마 '협박과 항의와 애원과 호소의 전화와 이메일'의 압박이 많이 작용한 모양이다.
사실 진짜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오히려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촌스러운 사람인 나로써는 무엇인가를 말하고 싶은 욕망과, 그것의 좌절에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할 수 있을 뿐이다. 안타까움이 혈관을 훑고 지나간다.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지만, 인간에겐 단지 엄지 손가락이 두 개 뿐임을 원망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