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안과
변윤하 지음 / 문학수첩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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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 안과’는 거울 속 신기한 진료소에서의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

보름달 안과는 신비하고 비밀스러운 곳이다. 거울을 통해서만 갈 수 있으며, 조건에 맞는 사람만이 찾을 수 있고, 영혼을 비춘 달을 띄워 치료하고나면 그 대가로 그 사람의 특별한 것을 요구한다. 보름달 안과를 찾은 사람은 거기에서 또 다시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우연히 보름달 안과에 가게 되면서 시작한다. 단순히 들른 게 아니라 석달간 일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꽤나 엄중한 계약이다. 어쩔 수 없이 방문하는 손님들을 응대하기도 하다가 심각한 일에 엮이면서 이야기가 큰게 움직이게 된다.

전작인 ‘그림자 상점’에서도 그랬지만 판타지 세상을 그려낸 상상력을 꽤나 흥미롭다. 마음의 병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달과 안과라는 것으로 표현한 것도 독특하면서 쉽게 이해할법한 비유여서 꽤나 괜찮았다.

손님들을 맞으면서 그들의 사연을 풀어내는 식으로 잔잔하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일종의 모험물같은 요소가 섞이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은 좀 취향이 탈법한데, 아무래도 배경을 안과만으로 한정하는 것보다는 등장인물들의 관계나 서사를 보여주는데 더 유리해서 그렇게 한 게 아닌가 싶다. 그를 통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마치 엮여있는 운명처럼 그린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캐릭터 서사와 이야기 전개의 핍진성에는 다소 아쉬운 점도 보인다. 개인적으로 선호하지않는 열린결말스런 마지막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이냐는 뒷맛을 남기는데다, 결론 역시 주인공이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 아니기에 다소 힘빠지는 마무리로 보인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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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 - 할로윈 밤의 소원
최혜련 지음 / 푸른들녘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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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디네브 기념일 학교’는 독특한 배경 설정이 흥미로운 판타지 소설이다.

완전히 새로운 세계관을 새롭게 만들고 그 배경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소설이다보니 처음에는 좀 낯선 느낌이 강할 수도 있다. 이 소설에서만 사용하는, 일상적으로 사용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유사한 무언가를 떠올릴만한 여지도 없는, 전혀 새로운 이름이나 용어 등이 꽤 많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익숙한 단어를 조금 다른 느낌으로 사용한 것도 있다.

그렇다고해서 그게 갑갑하다거나 부담스럽게 다가오냐 하면 별로 그렇지는 않다. 그것들이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은 아니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해석을 요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가볍게 볼만한 판타지다.

기본적으로는 ‘올랜디네브 국립학교’를 배경으로 한 소위 마법 학원물의 형태를 띄고 있어서 좀 익숙하기 때문에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거기에,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는 현장 수업같은 것도 하고 그런 곳에서의 한바탕 소란같은 걸 겪기도 하면서 살짝 모험물같은 느낌을 가미하기도 했는데 꽤 나쁘지 않다.

‘올랜디네브’와 ‘가르고돔프’의 대립이라는 요소는 좀 진부한데 딱히 변화나 반전같은 것 없눈 동화의 선악 구도에 가까워서다. 그래도 개개인에 따른 차이라든가 그들만의 서사같은 걸 부여해서 이야기가 마냥 단순하게 느껴지지는 않으며, 소중한 것에 대한 메시지도 나름 잘 담은 편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만든 것이다보니 꽤 여러곳에서 독특한 상상력을 볼 수 있어서, 마법을 다른 식으로 묘사한 것 같은 점이라거나 기념일을 재미있게 사용한 것 등이 꽤나 재미있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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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진서희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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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미키7을 정말 재밌게 봤다. SF적인 상상력, 그걸 적절하게 뒷받침하는 설명, 그에 어울리는 이야기까지. 심지어 그건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완결성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 후속작이 나왔다는 소릴 들었을때는, 기대하는 마음은 물론 우려스러운 기분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왜, 흔히 형만한 아우 없다고들 하지 않던가. 성공한 후속작이라는 건 생각보다 찾기 어렵다보니, 2편이 성공했을 경우 그걸 더욱 추겨주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꽤나 그럴만한 후속작처럼 보인다. 전작의 장점이라 생각했던 점들도 갈 갖추고 있는데다, 전작의 완결성을 뒤집거나 하지 않은채로 새로운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갈등상황을 종식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 새롭게 갈등 요소로 부각되는 것도 좋았고, 그걸 다시금 해소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도 재미있게 볼만하다. 문장력이 좋아 잘 읽히는데다 서사에 흡입력도 있어 빠져들게도 한다.

기대감도 컸고, 우려스러운 점도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실로 꽤나 잘 만든 후속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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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이발소 - 소심하고 찌질한 손님들 대환영입니다
야마모토 코우시 지음, 정미애 옮김 / 리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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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모토 코우시(山本 甲士)’의 ‘수상한 이발소(かみがかり; わらの人)’는 미스터리한 이발소를 소재로 한 연작 소설이다.




대단히 뛰어난 센스를 보이기는 커녕 ‘이게 뭐야’싶을만큼 이상한 꼴을 만들어놓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며 어영부영 받아들고 나오게 되는 미스터리한 이발소에 들렀다가 신기하게도 인생이 뒤바뀌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식으로 담은 소설로, 각각은 전혀 겹쳐지는 부분이 없는 완전히 별개의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각 에피소드에서 이발소에 들렀다 나온 사람들이 겪는 변화는 꽤나 극적이다. 마치 마법소녀나 전대물의 멤버같이 변신을 하는 것처럼도 보일 정도다. 그래서 일상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도 다소 판타지적인데, 의외로 그렇게 변하고 행동하는 서사를 나쁘지 않게 그린 편이라 황당하다기보다는 가볍게 웃으며 넘길 수 있는 이벤트같은 것처럼 느껴진다. 이런 서술이 이 소설의 장점이다.

상황이 뒤집히는 전개를 통해 이야기를 흥미롭게 끌어가며, 그것이 답답하거나 부조리한 상황 같은 것을 해소하는 것으로 이어지면서 꽤 괜찮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코미디성을 갖고있어 이야기를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좋다.

이런 특징들이 이 소설을 일종의 힐링물로도 여기게 한다.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보니 삶에 대한 교훈적인 메시지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여러 에피소드에서 반복하기 때문에 분명하게 읽히지만, 가볍게 보기 좋은 이야기에 은근히 녹아있기 때문에 거부감이 일거나 하지는 않는다. 작은 변화를 통해 사소하지만 중요한 차이를 깨닫는 등장인물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해보게 한다.

이야기적인 재미와 괜찮은 묘사, 생각할거리 등 여러 요소의 조합을 꽤나 잘 맞춘 소설이다.

소설은 영화(髪がかり, 2008)로도 만들어져 그 제목이 다시 소설을 지금처럼 개제(改題)하는데 사용되기도 했는데, 문장력을 통해 극본한 자칫 유치해질 수도 있는 판타지적 요소를 과연 영화에서는 얼마나 어색하거나 급작스러워보이지 않게 잘 그려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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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캐런 조이 파울러 지음, 서창렬 옮김 / 시공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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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조이 파울러(Karen Joy Fowler)’의 ‘부스(Booth)’는 부스 가문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다.

부스 가문은 미국 최고의 명문 연극 가문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에는 다른 이유로 더 유명한데, 바로 미국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의 암살자가 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부스 가문의 셋째 아들이었던 ‘존 윌크스 부스’다. 그는 대체 왜 링컨을 암살하기에 이르른 것일까.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라면, 사건의 주요 인물이라 할 수 있는 그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쓴 것에 가깝다. 부스 가문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나 범죄 후 그들이 어떤 삶을 보냈는지 같은 것을 보여주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럼으로써 단지 당시의 사회 분위기나 사건의 경과같은 것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 특히 가족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알게 한다.

이런 경우 우리는 보통 무리를 모두 싸잡아서 ‘범죄자 가족’으로 구분짓곤 한다. 범죄자 가족이 된 사람들은 설사 자신이 거기에 전혀 기여한 바가 없다고 하더라도 죄책감을 나누어 가져야 하며, 사람들의 미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만 하게 된다. 냉정하게 보면 좀 억울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타인과 함께 가족을 욕하고 미워하며 그러한 구분에서 냉정하게 벗어날 수 있을까.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그는 단지 괴물일 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까.

종교의 그것을 떠올리게도 하는 이 딜레마 상황에 작가는 명시적으로 판단을 내리거나 하지 않고 중립적으로 다룸으로써 독자가 여러가지를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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