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2부 : 나무의 비밀 문 1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평점 :
절판


‘E. S. 호버트’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2부: 나무의 비밀 문’은 예언의 주인공과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시리즈 2부다.




‘1부 공중에 떠 있는 집’은 꽤나 준수한 판타지였다. 새로운 세계관을, 거의 바닥부터 만들어내면서도 익숙한 것들을 많이 차용함으로써 지나치게 낯설지 않은 한편 소위 배낀 느낌이 나지도 않게 했으며, 기존 판타지 모험물의 장점들을 꽤나 잘 살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긍정적인 평들은 막 시작한 시리즈라서 기대감이 더해진 측면도 있었던지라, 아직 제대로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라든가 그 속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의 활약은 얼마나 흥미롭고 납득이 가게 그려낼지 조금 우려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2부 나무의 비밀 문’은 꽤나 괜찮은 후속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당장, 1부에서 대충 수습하며 마무리했던 것들을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치워두지않고 이어서 그린 것부터가 좋았다. 이것은 단순히 시리즈가 연속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부의 마무리가 갈등의 해소가 아닌 임시 해제였었던만큼 그것을 얼마나 잘 잊고 또 풀어나갈지가 2부에 대한 주요 평가점 중 하나였기에 이것은 자연스럽게 5부까지 이어질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1부를 봤을 때 긍정적으로 보았던 장점들도 여전히 잘 살아있었다. ‘블락’과의 관계라는 기존의 문제 뿐 아니라 마치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꿈으로 시작한 새로운 떡밥,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새로운 모험을 그리는 것도 흥미로웠고, ‘예언 속 룩스’라는 게 워낙에 거대한 떡밥같은 거라서 막 라이톤이 된 ‘이안’이 기대와 자신감이라는 면에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어째서 놀라운 능력을 갖고있는 라이톤들조차 예언 속 룩스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지켜내려 하는가 같은 것을 조금씩 전하면서, 그에 걸맞은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잘 보여줌으로써 뜬금없이 등장한 감춰진 설정에 따라 원래 그랬다는 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래서 그렇게 기다렸던 예언 속 룩스라는 거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한 게 특히 좋았다.

이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일 것인지 그 골자를 뻔하게 드러내 식상해질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반대로는 그게 어떻게 이뤄질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해서 이후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노골적인 성장 곡선의 예고는 사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도 했어서, 굳이 감추려하기보다 차라리 이후의 성장을 기대하도록 한 게 좋았다고 본다.

라이톤 능력에 따라 정해진 5부라는 구성은, 이야기를 한부씩 진행해 나가며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기본 틀을 미리 정해두었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1부를 봤을 때 느꼈던 감상 중 하나가, 이 시리즈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 동화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거였는데, 2부에서도 그런 기조가 유지되서 방향성이 더 뚜렷해진 느낌이다.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난관들을 해쳐가는 모험물의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우정과 정의 같은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일종의 찬사같은 것을 담고있다는 거다.

이야기 속의 여러 빌런들도 그것이 튀틀리거나 어긋났을 때 어떤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런 메시지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게 아니라 이런 교훈적인 면을 담고 있는 것도 청소년 문학으로써는 꽤나 긍정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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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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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은 판타지와 역사를 적당히 버무리 소설이다.

과거, 판타지는 세상을 설명하는 해답이었다. 비올때는 치는 줄 알았던 번개가 갑작스레 내려친다든가, 그게 높게 솟은 나무가 아닌 길거리 한복판의 사람에게 내리는 것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은 물론이거니와, 원래라면 딱히 마주칠 일이 없어야 할 호랑이같은 산짐승이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일 같은 것들에대해 비록 전혀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지언정 그래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줬다는 말이다.

개중엔 변명처럼 시작했던 이야기가 때로는 소문을 타고 퍼지며 자연스럽게 진실처럼 얘기되기도 했을거다.

그런 시대에도 그에 의문을 품는 남자가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에 시작된 기행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려들어 그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은 꽤나 고전적인 탐정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아 일종의 향수를 느끼게도 한다.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꽤 뚜렷한 방향성과 주인공상을 내비치다보니 과연 실제 오컬트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인간이 저지른 사건일지 궁금하게하는 양쪽이 섞인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극에 비밀스러움이나 긴장감 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은 미스터리물로서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구미호, 불가살이, 처녀귀신 등 익숙한 한국 판타지의 존재들을 다르게 해석해서 풀어낸 것이라든가, 다소 혼란스러웠던 고려말을 시대 배경을 사용해 그런 세태를 뒷받침하게 만든 것 등은 꽤 나쁘지 않다. 이성계 등 실존 인물들을 거론하는 것도 의외로 그러해서 시대물로서는 나름 볼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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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의 버튼
홍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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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의 버튼’은 독특한 복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아라한(阿羅漢; 羅漢; Arhat)’이란 불교의 성자를 일컷는 말로, 원래는 부처를 가리키는 칭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수행 끝에 번뇌가 소멸하고 해탈하여 윤회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열반에 다다른 자, 그러니까 쉽게말해 신의 반열에 올라 극락정토에 이르른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아라한을 자칭하는 자가, 막상 하는 짓은 그 이름관 전혀 상반되는 복수 대행업 같은 것이라는, 그것도 이미 어렵고 불행한 사람에게나 짐을 더하는 정도에 불과한 (있는 놈 자식들에게는 티끌만한 타격도 주지 못할) 3천만원 어치의 불행을 지게 한다는 쫌스러운 짓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기묘해서, 이것만으로도 마치 비꼬기같은 어떤 뒤틀림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전혀 그 복수에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라한이 제시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되는 얼핏 가벼워 보이는 행위이긴 하지만, 나름 충분할만한 성공을 거머쥔 듯한 인물이 그 과실을 맛보려는 듯한 시기에 그것을 선뜻 결정한다는 것 역시 그러해서 과연 어떤 개인사와 뒷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은 이런 흥미로웠던 첫 시작을 꽤 나쁘지 않게 끌어가는 편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게 또 다시 다음으로 이어지면서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처음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든가, 대놓고 불교적이면서도 전혀 불교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대단히 불교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등, 전체적으로 여러가지가 회귀하는 구성을 한 것도 꽤나 괜찮다.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로 건너가면서 이전의 이야기가 좀 부정되는 듯한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인간사라는 큰 틀에서는 이상할 게 없으며 무엇보다 소설이 전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바와도 맞닿은 면이 있어 결론적으로는 좋은 전개였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 구성과 메시지를 꽤나 준수하게 잘 완성한 소설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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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
염기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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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챔프 아서왕’은 권투와 교도소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소재가 소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죄와 벌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이야기의 전개 때문에 복수를 그린 것처럼도 보이고 또 어떻게 보면 용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도 보인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긍정적인 것은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꽤나 이야기와 잘 어우러져있다는 거다. 그건 권투와 범죄 거래, 재판, 교도소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것 역시 그렇다. 살짝 잘못하면 어느 하나가 어색하게 튀거나 할 수 있고, 이야기가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 미묘한 픽션성과 핍진성 사이를 꽤나 잘 타면서 이야기를 전개했다.

권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갑자기 범죄물이 되고, 그것이 다소 종교적인 이야기로까지 이어지는 등 내용의 폭이 꽤 넓은 편인데도 전체적으로 잘 읽히고 괜찮게 보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소설 속의 주요 사건들을 꽤나 현실적으로 그렸기 때문에 일종의 히어로물처럼 속시원한 사이다를 주지는 않을뿐더러 오히려 살짝 목이 막히는 듯한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만, 그 와중에도 모종의 복수를 이루는 것이라든가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떨쳐냄이랄까 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문장력도 괜찮아서 막히는 구간없이 잘 읽힌다.

이런 점들이 이 소설을 결론적으로 꽤 긍정적으로 여기게 한다. 물론 그렇다고 걸작이라거나 할 정도로 추겨세울 것까지는 아니나 충분히 괜찮은 일정 수준에 올라있음을 느낀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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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라이카 토마토 청소년문학
김연미 지음 / 토마토출판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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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어 마이 라이카’는 우주여행을 소재로 한 SF 소설이다.


제목이 꽤나 익숙하다. ‘라이카’는 회사나 제품 명, 견종명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는데다 무엇보다도 최초로 우주비행을 해서 지구궤도를 돈 개의 이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우주여행에 대한 오마주를 담고있는 셈이다.

이는 단지 이름에서 뿐 아니라 소설 내에서도 꽤 짙게 드러난다. 서로를 그리는 두 사람이 각자를 ‘라이카’와 ‘벨카’로 부르는 것도 그렇고, 애초에 그렇게 부르된 이유가 우주 개발을 위한 미션명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라는 것도 그렇다.

이름 외에도 나중에 출발한 우주선이 먼저 출발했던 우주선을 따라잡는다든가, 통신 두절 후 수십번의 재부팅을 시도했고 실제로 재기동에 성공한 것, 다른 시기에 출발해 다른 곳에 도착했다는 것 같은 것이나, 이주를 염두에 둔 편도 즉 돌아오지 못하는 우주여행에 대한 계획처럼 실제 우주개발의 역사를 적당히 변형해서 이야기에 가져온 것을 뚜렷이 느낄 수 있기에 소설은 전체적으로 일종의 오마주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단지 그런 이벤트들을 녹여낸 것 뿐 아니라 그런 과정에서 서로 헤어질 수 밖에 없었던 가족의 이야기도 괜찮게 그렸다. 부정적인 상황에서도 일어나는 욕심이라든가, 광활한 우주에서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것들도 나쁘지 않다.

다만 중간의 이야기와 달리 어째서 그들이 최종적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가에는 잘 공감이 가지 않는다. 얼마든지 다른 대안이나 방식도 있었을텐데 싶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씁쓸하게 남는 뒷맛이 아쉽게 느껴진다.



* 이 리뷰는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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