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 룩
정진주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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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와 크리스찬 디올과 뉴 룩’은 크리스찬 디올의 좌절과 재기를 담은 만화다.



크리스찬 디올은 한국에서도 가장 유명한 브랜드 중 하나, 소위 명품 중 하나다. 디올은 주로 패션 쪽 그러니까 의류나 가방, 화장품을 떠올리게 하는 브랜드지만, 실제로는 고급 식기나 가구 등도 취급하는 종합 잡화점같은 곳에 가깝다.

그런데도 유독 패션쪽 인상이 강한 것은, 프랑스 파리에 근간을 두고있고 그렇기에 패션 쪽이 두각을 드러내는 브랜드라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역시 브랜드의 시초이자 창업자이기도 한 크리스찬 디올이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 때 선택한 것이 패션이었던 것이 클 것이다. 애초에 정식 브랜드명이 ‘Christian Dior Couture’인 것도 그래서다.

그러나, 그는 디자인을 전공한 것도 아니며 디자이너를 꿈꾸던 사람도 아니었다. 그의 전공은 정치학이었으며, 원래 갖고 있던 꿈도 건축가였다. 그런 그가 어떻게해서 내노라하는 디자이너가 된 것일까.

이 책은 크리스찬 디올이 사업에 실패하고, 전쟁을 겪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건 브랜드를 만들기까지를 담은 일종의 전기물이다. 그래서 좀 미화된 느낌도 있다.

한가지 특징은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에 그를 유혹하는 악마라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했다는 거다. 악마는 그에게 더 편한 길, 더 최종적으로는 포기를 종용하면서 그가 겪고있는 어려움을 단적으로 정리해 알려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의 뒷배경을 복잡하게 그리지 않고도 짧은 분량안에 빠르고 분명하게 담아낼 수 있는 장치로 꽤 괜찮다.

악마는 또한 그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독자들의 의문을 대신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현실을 핑계로 꿈을 손쉽게 포기해버리는 현대인들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 다른 특징은 보통의 만화와 같은 화풍을 하지 않았다는 거다. 마치 외국의 그래픽 노블과 같은 화풍을 사용해서 좀 번역서같기도 하다. 글자 폰트나 문장, 편집 등 일부 아쉬운 점이 있어서 더 그렇다. 그래도 깔끔하게 정리된 선을 사용한 일반 만화와는 다른 작화는 예술가인 디올의 이야기라는 것과 잘 어울린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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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 - 서울 거리를 걷고 싶어 특서 청소년문학 35
김영리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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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고’는 인류와 미래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이다.



소재는 딱히 특별한 게 없다. 배경 설정도 그렇다. 이야기의 전체적인 흐름도 그러한데, SF적인 부분에서만 그런 게 아니라 살짝 동화같은 면이 있는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에서도 꽤나 그렇다.

어떻게보면 좀 뻔한 소설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식상하거나 나쁘게 보이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꽤나 괜찮아서다.

기본적으로는 적당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로봇의 발전을 통해 변화된 사회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든가, 그 로봇들은 어떻게 취급될 것인가 하는 것에, 유전자 편집기술을 통해 일종의 차이가 생기게 된 인간들 사이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가 하는 것 등을 꽤나 잘 섞어놔서 그런 것이 크다. 무리하게 새로운 소재에 너무 힘을 주기보다는 익숙한 소재를 잘 소화하는 것에 집중한 것이 결과적으로 좋았다는 얘기다.

거기에 소위 ‘인간’의 정의나 범위, 인권같은 것들에 대해 질문을 던지면서 서로 얽히게 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자의 입장이 이해되도록 보여주는 것도 꽤나 잘했다.

커져버린 사건을 해소하는 것 역시 그러해서, 너무 현실적이지도 그렇다고 지나치게 판타지적이지 않은 적정한 선을 찾은 느낌이다.

그래서 후반부와 마무리도 이상하거나 어무 억지스럽지는 않으며, 은근히 다른 식으로도 들리게하는 미묘한 말장난도 적당했다.

전체적으로 꽤나 완성도가 좋은 청소년 소설이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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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2부 : 나무의 비밀 문 1 스토리 D
E. S. 호버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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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S. 호버트’의 ‘보이지 않는 도시, 퍼머루트 2부: 나무의 비밀 문’은 예언의 주인공과 친구들의 모험을 그린 시리즈 2부다.




‘1부 공중에 떠 있는 집’은 꽤나 준수한 판타지였다. 새로운 세계관을, 거의 바닥부터 만들어내면서도 익숙한 것들을 많이 차용함으로써 지나치게 낯설지 않은 한편 소위 배낀 느낌이 나지도 않게 했으며, 기존 판타지 모험물의 장점들을 꽤나 잘 살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긍정적인 평들은 막 시작한 시리즈라서 기대감이 더해진 측면도 있었던지라, 아직 제대로 풀어내지 않은 이야기라든가 그 속에서 주인공과 친구들의 활약은 얼마나 흥미롭고 납득이 가게 그려낼지 조금 우려스럽기도 했는데, 그런 점에서 ‘2부 나무의 비밀 문’은 꽤나 괜찮은 후속작이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당장, 1부에서 대충 수습하며 마무리했던 것들을 언제 그랬냐는 듯 뒤로 치워두지않고 이어서 그린 것부터가 좋았다. 이것은 단순히 시리즈가 연속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뿐 아니라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낼 것이라는 의지를 보이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부의 마무리가 갈등의 해소가 아닌 임시 해제였었던만큼 그것을 얼마나 잘 잊고 또 풀어나갈지가 2부에 대한 주요 평가점 중 하나였기에 이것은 자연스럽게 5부까지 이어질 이후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주기도 했다.

1부를 봤을 때 긍정적으로 보았던 장점들도 여전히 잘 살아있었다. ‘블락’과의 관계라는 기존의 문제 뿐 아니라 마치 불길한 미래를 암시하는 듯한 꿈으로 시작한 새로운 떡밥, 그리고 거기서 이어지는 새로운 모험을 그리는 것도 흥미로웠고, ‘예언 속 룩스’라는 게 워낙에 거대한 떡밥같은 거라서 막 라이톤이 된 ‘이안’이 기대와 자신감이라는 면에서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는가 하면, 어째서 놀라운 능력을 갖고있는 라이톤들조차 예언 속 룩스라는 존재를 귀하게 여기며 지켜내려 하는가 같은 것을 조금씩 전하면서, 그에 걸맞은 존재로 성장해 나가는 모습도 잘 보여줌으로써 뜬금없이 등장한 감춰진 설정에 따라 원래 그랬다는 식으로 가는 게 아니라 이래서 그렇게 기다렸던 예언 속 룩스라는 거라는 걸 느낄 수 있게 한 게 특히 좋았다.

이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으로 어떤 전개를 보일 것인지 그 골자를 뻔하게 드러내 식상해질 수 있게 만든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반대로는 그게 어떻게 이뤄질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기도 해서 이후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노골적인 성장 곡선의 예고는 사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도 했어서, 굳이 감추려하기보다 차라리 이후의 성장을 기대하도록 한 게 좋았다고 본다.

라이톤 능력에 따라 정해진 5부라는 구성은, 이야기를 한부씩 진행해 나가며 그때 그때 즉흥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기본 틀을 미리 정해두었다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에 전체 이야기의 완성도를 기대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1부를 봤을 때 느꼈던 감상 중 하나가, 이 시리즈는 판타지 소설이기도 하지만 어느정도는 어린이들을 위한 창작 동화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거였는데, 2부에서도 그런 기조가 유지되서 방향성이 더 뚜렷해진 느낌이다.

독특한 판타지 세계를 통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난관들을 해쳐가는 모험물의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우정과 정의 같은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일종의 찬사같은 것을 담고있다는 거다.

이야기 속의 여러 빌런들도 그것이 튀틀리거나 어긋났을 때 어떤 반작용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줌으로써 그런 메시지를 강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설로서의 재미도 있지만,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한 게 아니라 이런 교훈적인 면을 담고 있는 것도 청소년 문학으로써는 꽤나 긍정적인 요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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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
배상민 지음 / 북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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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꼬리의 전설’은 판타지와 역사를 적당히 버무리 소설이다.

과거, 판타지는 세상을 설명하는 해답이었다. 비올때는 치는 줄 알았던 번개가 갑작스레 내려친다든가, 그게 높게 솟은 나무가 아닌 길거리 한복판의 사람에게 내리는 것 같은 이해하기 어려운 현상들은 물론이거니와, 원래라면 딱히 마주칠 일이 없어야 할 호랑이같은 산짐승이 마을까지 내려와 사람을 해치는 일 같은 것들에대해 비록 전혀 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을지언정 그래도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줬다는 말이다.

개중엔 변명처럼 시작했던 이야기가 때로는 소문을 타고 퍼지며 자연스럽게 진실처럼 얘기되기도 했을거다.

그런 시대에도 그에 의문을 품는 남자가 이야기의 본질을 들여다보려는 호기심에 시작된 기행을 하다가 사건에 휘말려들어 그 중심에 서게 된다는 것은 꽤나 고전적인 탐정의 탄생을 보는 것 같아 일종의 향수를 느끼게도 한다.

아쉬운 것은 처음부터 꽤 뚜렷한 방향성과 주인공상을 내비치다보니 과연 실제 오컬트적인 현상일지 아니면 인간이 저지른 사건일지 궁금하게하는 양쪽이 섞인 분위기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극에 비밀스러움이나 긴장감 같은 것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 점은 미스터리물로서는 단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도 구미호, 불가살이, 처녀귀신 등 익숙한 한국 판타지의 존재들을 다르게 해석해서 풀어낸 것이라든가, 다소 혼란스러웠던 고려말을 시대 배경을 사용해 그런 세태를 뒷받침하게 만든 것 등은 꽤 나쁘지 않다. 이성계 등 실존 인물들을 거론하는 것도 의외로 그러해서 시대물로서는 나름 볼만하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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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의 버튼
홍단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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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한의 버튼’은 독특한 복수를 소재로 한 소설이다.

‘아라한(阿羅漢; 羅漢; Arhat)’이란 불교의 성자를 일컷는 말로, 원래는 부처를 가리키는 칭호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수행 끝에 번뇌가 소멸하고 해탈하여 윤회하지도 않는, 말하자면 열반에 다다른 자, 그러니까 쉽게말해 신의 반열에 올라 극락정토에 이르른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 아라한을 자칭하는 자가, 막상 하는 짓은 그 이름관 전혀 상반되는 복수 대행업 같은 것이라는, 그것도 이미 어렵고 불행한 사람에게나 짐을 더하는 정도에 불과한 (있는 놈 자식들에게는 티끌만한 타격도 주지 못할) 3천만원 어치의 불행을 지게 한다는 쫌스러운 짓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봐도 기묘해서, 이것만으로도 마치 비꼬기같은 어떤 뒤틀림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전혀 그 복수에 가담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아라한이 제시한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되는 얼핏 가벼워 보이는 행위이긴 하지만, 나름 충분할만한 성공을 거머쥔 듯한 인물이 그 과실을 맛보려는 듯한 시기에 그것을 선뜻 결정한다는 것 역시 그러해서 과연 어떤 개인사와 뒷 이야기가 있는지 궁금하게 만들기도 한다.

소설은 이런 흥미로웠던 첫 시작을 꽤 나쁘지 않게 끌어가는 편이다. 하나의 이야기가 다음 이야기로 이어지고, 그게 또 다시 다음으로 이어지면서 흐름을 만들고, 그것이 처음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것이라든가, 대놓고 불교적이면서도 전혀 불교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대단히 불교적인 이야기를 보여주는 등, 전체적으로 여러가지가 회귀하는 구성을 한 것도 꽤나 괜찮다.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로 건너가면서 이전의 이야기가 좀 부정되는 듯한 면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도 인간사라는 큰 틀에서는 이상할 게 없으며 무엇보다 소설이 전체 이야기를 통해 전하려는 바와도 맞닿은 면이 있어 결론적으로는 좋은 전개였다고 느끼게 한다.

이야기 구성과 메시지를 꽤나 준수하게 잘 완성한 소설이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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