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방송국 : 초콜릿 살인 사건 고래동화마을 16
김희철 지음, 산호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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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 방송국: 초콜릿 살인 사건’은 생각보다 흥미로운 호러 동화다.

방송이라는 컨셉으로 만들어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 소설은, 한 예술학교의 신축 다목적홀 지하 음악실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마치 뉴스처럼 추적하며 보도하는 일종의 추리물에 가까워 보인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호러 방송국 HBS의 멤버들이 사건 보도를 시작하면서, 단 열세번의 보도만으로 어떤 사건이든 범인은 물론 동기까지 모두 밝혀낸다며 자신들을 최고의 탐정팀이라고 일컫는데다, 사건 발견에서부터 주변상황, 관련 인물들이나 그들의 발언 등을 전달하며 일종의 형사 드라마를 생각나게 할만한 수사를 보여주어서 더 그렇다.

그러나, HBS의 멤버들은 전혀 정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공인이나 자경단 같은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사람같은 존재이지조차 않다. 이것은 이들이 속한 방송국의 이름과 더불어 이 이야기가 단순히 살인사건을 쫒는 추리물이 아니라 엄연히 호러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계속 상기시키시키며, 이들이 어떻게 그렇게 뛰어난 수사력과 추리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어림 짐작해보게 한다.

솔직히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는 그렇게 좋지 않다. 아이디어 자체는 재미있게 봐줄만 하지만, 중요한 부분에 무리가 있는 트릭은 실제로 행해지기엔 이상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리물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진실과 반전이 드러나는 순간의 희열같은 것은 생각보다 옅은 편이다.

그런데도 그게 그렇게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것은, 이 소설은 겉모습이야 어찌되었든 결국은 호러물, 그것도 꽤나 오컬트 스러운 부류의 호러물이기 때문이다. 그게 이런 논리적인 허점과 어설픔을 적당히 뭉개준다.

추리물로서의 완성도도 있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것도 썩 나쁘지 않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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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 어떤 공주 이야기
연여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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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행복하게, 그러나: 어떤 공주 이야기’는 동화를 원작으로 새롭게 써낸 공주들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집이다.

과거 동화의 흔한 (거의 필수에 가까운) 등장인물이었던 공주, 그것을 흔한 클리셰 중 하나였던 약자로서 다루었던 유명 동화들을 원작으로 삼아, 그것들에서는 해결되지 않던 의문이나 불만족스러웠던 점, 또는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력을 더해서 써낸 단편들을 담은 이 소설집은, 진하게 느껴지는 원작이 비틀리는 것에서 오는 재미와 새롭게 더하고 짜낸 것에서 오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는 즐거움을 꽤 잘 전해준다.

무엇보다 동화를 원작으로 한 이야기라 했을 때 으레 기대할만한 것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 다른 문화를 가진 이들을 등장시켜 익숙한 용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식으로 어떤 동화속 요소를 가져왔는지를 분명히 알게끔 하면서도 전혀 다르게 써먹는 게 대표적이다.

그렇다고 단지 그런 것에만 집중했다면 알맹이는 없는 것처럼 느껴졌을텐데, 대부분 자기만의 이야기도 가지고 있다. 개중엔 동화 원작이란 걸 모르게 썼을수도 있을만큼 원작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있는데, 과연 읽고나면 그런 것들이 더 기억에 남는 편이다.

수록작들은 주제 선정같은 기본적인 것 외에는 딱히 어떤 통일성이 없어서 각각 이야기의 형식은 물론 분위기, 이야기 하려는 것도 서로 좀 다르다. 그러면서, 동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 때문인지, 공통된 것으로 묶여있다는 한도 내에서 다양한 것을 볼 수 있게 구성되었다는 느낌도 든다.



* 이 리뷰는 북카페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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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유령 소치의 신기한 사탕 가게 꼬마 유령 아치, 코치, 소치 8
가도노 에이코 지음, 사사키 요코 그림, 고향옥 옮김 / 가람어린이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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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사랑스러움을 너무 잘 그려내서 보는 내내 절로 미소짓게 한다. 어린 짓들을 하기 때문에 ‘아이고, 저러면 어쩌나‘싶게 만들기도 하지만, 돌고 돌아 서로 도우며 모두에게 좋은 방식으로 해결되기에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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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야 산다 - WWW 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 대상작
김찬수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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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해야 산다’는 일종의 광고용 책이다.



신규 컨텐츠 개발을 위한 작가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WWW 월드와이드웹소설 공모전’에서 무려 대상작을 수상한 이 소설은, 솔직히 꽤 의문을 많이 남기는 책이다.

가장 큰 것은 미완에 그친 책이라는 점이다.

처음엔, 딱히 1권 등으로 표기되어 나온 것도 아니었기에, 살짝 중편같은 느낌의 짦은 소설일 줄 알았다. 그래서 몇장 안남았을 때까지도 계속 아무것도 제대로 해소할 생각이 없어보여 불안해했는데, 결국 ‘계속’이란 한마디로 중간에 뚝 끊기는 것을 보고 쫌 허망한 느낌이 아니들 수 없었다. 180여쪽밖에 안되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기에, 설마 이렇게 끊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다.

그 이유가 무언지를 ‘계속’을 쓴 본문 끝에서 얘기하는 것도, 저자의 말에서 하는 것도 아니라, 무려 심사평이라는(사실상 안읽어도 상관없어야 하는)데서 밝히는 것도 쫌 그래서 이게 대체 뭐하자는 짓이냐는 게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 이유가 고작 앱 광고를 위한 거였다는 것도 어려모로 불쾌한 경험이 아닐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애초에 이 책은 전혀 일부만 담은 것처럼 나온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앱 광고를 위한 것이라고 한 것도 아니며, 그런 목적을 위해 무료로 배포하는 것 역시 아니기 때문이다. 상당한 금액의 온전한 소설 한권값을 다 매겨놓고, 이렇게 하는 것은 이해해주기 어렵다.

일본에서 라노벨 광고를 위해 앞부분 일부만을 만화화하다 뚝 끊어버리는 행태를 굉장히 안좋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심지어 작화라는 부가 요소조차 없는 소설을 이런 식으로 낸 것을 조금이라도 긍정적으로 봐준다는 건 쫌 어려운 얘기다.

난데없는 판타지 요소를 집어넣었다가 뜬금없는 방향으로 튀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들어 논 이야기를 심지어 중간에 뚝 끊어놓은 것이라, 이야기 자체에 대해서도 딱히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긍정적으로는 물론이거니와 부정적으로도 그렇다. 설정이나 캐릭터, 이야기의 핍진성 뿐 아니라 대체 왜 그런 전개나 발진을 했는지도 이야기가 온전히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다만, 이렇게는 좀 하지 마라는 말 뿐이다.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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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낭군가 -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 작품집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6
태재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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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낭군가’는 제7, 8회 ZA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을 담은 소설집이다.




현대에 가장 인기있는 장르물 중 하나라고 하면, 당연 좀비물을 꼽을만하다. 등장한지도 꽤나 오래됐고, 세월이 변하면서 원래의 모습과 의미를 거의 잃어버리기도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계속해서 변화함으로써 매번 이야기가 나올때의 문화나 사회상 등을 담아내면서 계속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배출하는 실로 살아있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그런 장르에 대한 가능성을 높게보고 계속 시행되고있는 ZA 문학 공모전 수상작품 중 제7, 8회 당선작과 우수작 일부를 담은 이 소설집은 그런 다양하게 변용이 가능한 좀비 장르물의 재미를 꽤 잘 보여주는 편이다.

모진 시집살이를 노래한 ‘진주낭군가’를 가져와 쫌 혁명스러운 좀비 시대물로 완성한 표제작 ‘좀비낭군가’도 준수하고, 안타까운 비주류 청년의 분투를 블랙코미디스럽게 그려낸 ‘메탈의 시대’도 괜찮다.

좀비라는 존재나 그것의 증세와 원인 등에 대한 것은 그럴듯함을 갖추기 위해서 시대의 흐름을 따라야만 한다는 제약이 있다보니 그 자체로 신선하거나 기발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나, 그러면서도 나름의 독특한 아이디어나 캐릭터 등이 더해 각자만의 재미와 흥미를 느낄 수 있기도 하고, 설정이나 이야기 전개 등이 다소 뻔하기도 하나 장르물의 재미는 느낄만 하기에 전체적으로 볼만하다.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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