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 밸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북웨일즈의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서 바네사라는 이름의 대학교수가 실종된다. 남편 매튜는 경찰에게 '개와 산책을 다녀오니 아내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진술한다. 자동차 키도 그대로 있었고 핸드백 등 소지품도 그대로 있었다는 남편의 진술은 어딘지 의심스러웠다. 보통 이런 경우 남편이 범인인 경우가 많았다. 경찰은 남편을 의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실 그녀는 라이언이라는 불량스러운 청년에게 납치되어 동굴에 감금된 것이었다. 라이언은 데몬이라는 악덕 사채업자에게 빚을 끌어다 쓴 뒤 갚지 못하게 되어 곤란한 처지에 있었다. 만약 데몬의 빚을 갚지 못한다면 라이언은 죽은 목숨이었다. 라이언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납치였다. 바네사를 자신만 알고 있는 동굴에 납치 감금하고 몸값을 받아낸 뒤 풀어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라이언은 납치 사건을 벌이기 얼마 전 술집에서 일으킨 상해사건 때문에 체포되고 만다. 라이언은 바네사를 납치해 동굴에 감금해두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그녀가 사망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죄가 무거워질 것을 우려해 결국 입을 다물고 만다. 


2년 반의 형기를 마치고 사회로 복귀한 라이언은 다시는 감옥으로 돌아가지 않기 위해 애를 쓴다. 하지만 그의 주변에서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진다. 전 여친이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성폭행 당했고, 어머니 역시 괴한에게 납치되었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라이언은 데몬의 짓일거라고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바네사가 어떤 식으로든 동굴을 탈출해 자신에게 위해를 가하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강박에 시달린다. 


한편, 바네사의 남편 매튜는 아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 세월을 견디다 새로운 여성 지나와 만나 사랑에 빠진다. 지나와의 관계가 점차 진전되던 어느 날, 그들의 주변에서 새로운 납치 사건이 일어난다. 지나의 친구 알렉시아가 과거에 실종된 바네사와 똑같은 형태로 사라진 것이다. 펨브로크셔 해안 공원 휴게소에 알렉시아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차 안에 키와 핸드백 등 소지품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을 의심하지만 그에게는 알리바이가 있었고, 지나가 원래 알렉시아 대신 펨브로크셔 해안에 가기로 되어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나의 전 남친도 용의선상에 올리지만 그 역시 혐의를 벗게되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한편, 이 사건이 뉴스에 보도되자 라이언은 또 다시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를 상기하면서 음울한 상상에 빠지게 된다.


------


1963년 프랑크푸르트 암마인 출생인 샤를로테 링크는 1985년 <크롬웰의 꿈, 또는 아름다운 헬레나>로 데뷔한다. <폭스 밸리>는 납치범이 몸값 협상을 벌이기 직전 체포되어 인질이 사망한 뒤 비슷한 범죄가 다시 일어난다는 플롯의 소설이다. 책 표지에는 "우리가 피상적으로 보아 넘긴 인물과 디테일에 주목하라! 그 안에 사건을 풀 열쇠가 들어 있다!" 라고 씌여 있지만, 사실 작가는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사건의 범인은 알렉시아의 남편 켄이다. 알렉시아와 켄 부부는 겉보기와 달리 쇼윈도 부부였다. 일과 가정 모두를 완벽하게 관리하는 커리어 우먼을 꿈 꾸었던 알렉시아는 사실 점점 망가져 가는 경력과 남편에 대한 불만 때문에 걸핏하면 술을 마시고 독설을 퍼부어대기 일쑤였다. 반면 켄은 변변한 직장도 없이 네 아이를 돌보느라 자존감이 바닥을 치던 차였다. 그런 시기에 아내 알렉시아가 술을 먹고 주사를 부리자 우발적으로 휘두른 폭력에 아내가 사망하자 과거 납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그런데 가만. 분명 경찰은 켄에게 알리바이가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작가는 독자와 공유한 이 정보를 '거짓'으로 만듦으로써 반전을 만들어 낸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독자와 정당한 게임을 벌이지 않으면서 반전이라고 우기는 것은 3류가 하는 짓이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2090222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뼈 모으는 소녀 기담문학 고딕총서 4
믹 잭슨 지음, 문은실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하실의 보트 Row-Boat In The Cellar) 한쪽 다리를 저는 모리스는 철물점을 오랫동안 경영하다 퇴직한 뒤 적적함을 달래기 위해 여러가지 일을 한다. 하지만 마음에 꼭 드는 일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실에서 보트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뜻밖에도 너무 매력적이었다. 모리스씨는 하루하루 즐겁게 보트 제작에 매진해 마침내 완성하게 된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보트를 지하실에서 가지고 나갈 방법이 없었다. 얼마 뒤 홍수가 나서 지하실이 물에 잠겼을 때 모리스씨는 비로소 지하실 좁은 공간에서 나마 보트를 탈 수 있었다. 모리스씨는 마을 사람들이 홍수 대비를 위해 쌓는 둑을 조금씩 허물어 마침내 마을에 물난리가 난다. 모리스씨는 보트를 타고 지하 호수로 향한다.


(레피닥터 Lepidoctor) 백스터 캠벨이 휴튼 박물관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나비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나비를 보고 측은한 마음을 품는다. 캠벨은 골동품점에서 레피닥터의 수술도구를 산다. 수술도구는 나비들을 회생시킬 수 있다고 전해졌다. 캠벨은 나비들을 훔쳐다가 오랜시간 공을 들여 나비들을 회생시키는 데 성공한다. 수많은 나비들은 밀튼이라는 나비 채집자을 둘러싸 그를 조용히 살해한다.


(피어스 자매 The Pearce Sisters) 롤과 에드나는 물에 빠진 남자를 구해준다. 하지만 남자가 깨어난 뒤 롤과 에드나의 못생긴 모습에 놀라 도망을 쳤을 뿐만 아니라 욕까지 했다. 롤과 에드나는 남자를 원래 있어야 할 자리(물에 빠진 그 자리)에 다시 가져다 놓는다. 물에 빠져 죽은 남자를 훈제해서 인형처럼 만든 자매는 그 뒤로도 몇 명의 사내를 훈제해 집에 장식한다.


(외계인 납치사건 Alien Abduction) 어느 무료한 날, 4B 반의 시어도어가 장난쪽지를 돌린다. 화성인이 로어폴드 공원에 상륙했다는 내용이었다. 쪽지는 아이들을 거쳐가면서 사실로 굳어졌고, 얼마 뒤에는 화성인이 보엔 선생을 납치했다는 내용까지 추가된다. 아이들은 시청에 항의 방문을 하고 시청측은 은박지로 둘러싼 버스를 우주선인 양 아이들에게 보여주어 아이들의 분노를 잠재운다.


(강 건너기 Crossing The River) 우드러프 가족은 장의사를 업으로 했다. 어느 날 관을 운구하다 강물에 빠뜨리고 만다. 항의하는 유족에게 우드러프는 고인이 세례받은 흔적이 없어 하늘나라로 가기 전 세례를 시킨 것이라고 둘러댄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Neither Hide Nor Hair) 핀튼 캐리의 아버지는 집을 나갔고 어머니는 핀튼 캐리에게 화풀이를 해댔다. 핀튼은 가출을 한 뒤 개와 친해진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핀튼의 기억은 희미해지고, 우연히 다시 옛집으로 돌아오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길을 떠난다.


(뼈 모으는 소녀 The Girl Who Collected Bones) 기네스 젠킨스는 땅 파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뼈들을 발견했는데 따뜻한 느낌이 좋아 수집하기 시작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기네스 젠킨스는 놀라움도 두려움도 느끼지 않았다. 뼈들 사이에 누워 햇빛과 바람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꼈다.


(은둔자 구함 Hermit Wanted) 자일스와 버지니아 자비스 부부는 부자였다. 그들은 자신의 집 부근에 있는 동굴에 은둔자가 살고 있다면 매우 보기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래서 은둔자를 하나 구해서 그곳에 기거하게 한 뒤 음식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은둔자의 존재를 잊게 되었고 음식을 보급해주는 것도 게을리 했다. 은둔자는 알 수 없는 메시지를 부부에게 보내다가 어느 날 부부의 어린아이를 납치해 사라진다.


(잠에 빠진 소년 The Boy Who Fell Asleep) 한 소년이 잠에 빠져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다 훌쩍 키가 자란 뒤 깨어난다. 


(단추도둑 The Button Thief) 셀마는 단추 달린 외투를 좋아했다. 어느 날 목장에서 말이 단추를 먹어 버린다. 욕심장이 말이 단추를 뱉어내 겨우 되찾긴 했지만 셀마는 말 울타리에 단추 도둑이 있다는 팻말을 세운다.


작품의 원제는 '열 가지 안쓰러운 이야기 Ten Sorry Tales' 이다. 믹 잭슨은 1960년 영국 출생으로 데뷔작 <언더그라운드 맨> 으로 휘트브레드상과 영국왕립협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언더그라운드 맨>은 노팅엄셔의 한 老공작이 영지 밑으로 터널망을 건설하고 사람들을 피해 터널로만 다니는 이야기인데, <지하실의 보트>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긴다.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작가가 어렸을 적 경험한 사실과 공상이 결합해 유머나 위트, 공포 등을 자아내는 이야기들로 탈바꿈한 것이다. 원제처럼 아이의 상상력은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운 쪽으로 귀결되서  쓸쓸한 정조를 느끼게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101345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빅 보우 미스터리 - Goledn Age Mystery 02
이스라엘 장윌 지음, 한동훈 옮김 / 태동출판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빅 보우 미스터리>


12월 초 아침, 싸늘한 회색 안개에 싸인 런던의 보우 지구 글로버가 11번지에서 사건이 발생한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하숙인 콘스탄트를 깨우려고 문을 두드리지만 방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리 두드려도 인기척이 없어 불안해진 콘스탄트 부인은 가까이 사는 퇴역 형사 그로드맨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그로드맨 역시 문을 두드려봤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육중한 몸을 이용해 문을 부수고 들어간다. 침대에는 목에 깊은 자상을 입은 콘스탄트가 누워있었다. 콘스탄트는 최근 노동운동계에 투신한 젊은이로 마음씨가 따뜻해 동료들의 평가가 매우 좋았고 원한 관계도 없었다. 경찰은 같은 하숙집에 기거하는 식자공 출신 노동운동가 모트레이크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여 체포하지만 그는 알리바이가 있었기에 풀어줄 수 밖에 없었다. 

퇴역 형사 그로드맨이 면밀히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방문과 창문은 안으로부터 잠겨 있었고, 범행에 사용되었을 법한 면도칼 등은 일체 방안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완벽한 밀실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법정에서 치열한 논쟁 끝에 미결로 처리된다. 

그런데 얼마 뒤, 모트레이크가 사귀던 여자 다이몬드와 콘스탄트가 종종 만났다는 목격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최근 행방이 묘연했다. 경시청의 윔프는 모트레이크의 알리바이 일부가 불확실한 점, 그의 방에서 콘스탄트의 방 열쇠가 나온 점, 밀실의 증거로 여겨지는 방문의 안쪽 빗장이 사실은 바닥에 떨어져 있었을 뿐이라는 가정(그로드맨이 부순 것은 손잡이일 뿐 빗장은 살짝 걸쳐져 있다가 문이 열리면서 떨어졌다는 가정)으로 모트레이크를 기소하는 데 성공한다. 법정은 모트레이크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장관의 마지막 실행 명령일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 유별난 교수형 >


시컨 부인 집에서 하숙 하는 톰 피터스와 에버라드 록달은 요상한 단짝이다. 톰 피터스는 저널리스트인데 지저분한 실내복을 입고 술과 담배를 즐겼고 늦잠을 자고 일어나 빈둥대는 것이 일이었다. 반면 에버라드 록달은 은행 지배인으로 깔끔한 외모와 멋드러진 수염을 자랑했다.

록달은 클라라 뉴웰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와 약혼한 사이였다. 어느 날인가 록달이 자신의 하숙집으로 클라라를 초대한다. 클라라는 톰의 지저분한 외모에 질색을 하며 록달에게 그의 흉을 보지만 록달은 그저 자신의 친구와 친하게 지냈으면 한다는 말로 그녀를 달랠 뿐이었다.

얼마 뒤, 록달의 은행에서 돈이 사라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록달 역시 행방이 묘연했다. 클라라는 약혼자의 결백을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자 톰 마저 록달의 결백을 의심하자 그녀도 무너져 내리고 만다. 그리고 그 즈음 톰에 대한 혐오감도 점차 희미해지면서 오히려 톰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그러나 두 남녀의 행복한 새 삶은 클라라의 꿈 속에 나타난 록달 때문에 깨지고 만다. 물에 흠뻑 젖어 나타난 록달의 모습에 불길함을 느낀 클라라가 경찰에 신고를 하자 경찰이 톰의 하숙방을 급습해 사라진 돈다발을 찾아낸 것이다. 게다가 강물에서 록달의 시체까지 발견되자 톰은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다. 그런데 교수형에 처해지게 된 톰은 "나는 내 자신을 죽였다고 목 매달렸다"는 알 수 없는 말을 하는데...


이스라엘 장윌은 1864년에 영국 런던에서 유대인 부모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뛰어난 성적으로 두각을 나타내었고, 정식 교원 자격을 얻은 뒤 런던 대학에서 세 개의 학위를 받는다. 17세에 풍자 단편소설 <그리머 교수>로 문학상을 받으며 문학을 시작했고, 이후 유대교 주간지와 풍자 주간지를 창간하여 편집장 겸 칼럼니스트로서 글을 썼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1892년에 연재한 소설로 밀실살인 사건의 고전으로 간주되며, 같은 해 발표한 <게토의 아이들>은 그에게 소설가로서 명성을 가져다 준다.


<빅 보우 미스터리>는 온갖 종류의 밀실살인 수법이 알려진 현대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히 센세이셔널 한 반향을 일으킨 듯 하다. 사건의 범인은 그로드맨인데, 그는 불가능한 범죄를 실현해 보이겠다는 야망에서 콘스탄트를 살해한다. 그의 수법은 콘스탄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다음 날 오전에 문을 실제로 부수고 들어가 시체를 발견하는 척 하는 것이다. 드래브덤프 부인은 당연히 콘스탄트가 죽었다고 생각하여 시체로부터 시선을 돌리고, 그 사이 그로드맨이 콘스탄트의 목을 그어 살해한다. 


<유별난 교수형>은 일인이역 모티프 소설이다. 톰과 록달은 동일인이다. 톰은 완전범죄 실행 후 클라라까지 챙기려다가 자신이 목 메달린다. 강가에서 발견된 시체는 록달의 옷가지를 훔쳐간 부랑자가 강가에서 사망한 것이다.


우연에 자주 의존하고, 범인의 동기에 공감이 가지 않는 등 추리소설로서 유려한 작품은 아니다. 역자 한동훈은 소설 분량 만큼 해설을 붙여 놓았는데, 작품 해설이라기 보다 그 당시 시대상에 대해 본인이 공부한 바를 딱히 실을 지면이 없어 써놓은 느낌이다. 생뚱맞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3077577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옴므파탈
이자벨 알론조 지음, 이승환 옮김 / 지안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소설 속 옴므파탈(Homme Fatale)은 막스라는 남성이다. 


그의 직업은 기숙사 고등학교의 자습감독으로 전도유망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편이었다. 그에게는 오드레라는 아내가 있었다. 오드레는 아버지의 사망 직후 막스를 만났는데, 막스를 아버지와 동일시했던 것 같다.


막스는 그 뒤 아나를 만나 새로운 연애를 시작한다. 아나 역시 남자친구가 있었지만, 둘은 대담하게 연애행각을 이어간다. 막스는 오드레에게 거듭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는 공허한 말을 뇌까렸고, 오드레는 얼마 뒤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막스 곁을 떠난다. 아나 역시 전 남친을 떠나 막스와 살림을 차린다. 


다음으로 막스가 집적댄 여자는 클로드였다. 클로드는 아나의 죽마고우였다. 클로드는 막스가 자신에게 넘어오자 둘만의 사랑이 시작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막스는 마치 자신이 공유재인 것처럼 행동했다. 막스는 아나에게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공허한 말을 되뇌었고, 오드레와 달리 아나는 그 말을 믿기로 한다. 클로드는 자신이 막스와 잠자리를 했을 뿐, 막스와 1:1 함수관계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즈음, 막스와 아나는 부동산 업계에 뛰어들어 눈부신 성공을 거둔다. 재산은 점점 늘어나 어느 순간 둘은 부유층으로 편입된다. 더 많은 자유와 여가가 막스의 주변에 더 많은 여자를 꼬이게 만든다.


다음 번 여성은 비올레트라는 여성이었다. 그녀는 막스가 자신에게 관심을 표명하자 순식간에 백일몽에 빠져든다. 그녀는 자신이 막스의 아내가 되는 상상에 도취되어 막스에게 헌신적인 여성으로 변화한다. 그리고 '결혼'이라는 말을 내뱉는다. 막스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녀 곁을 떠난다.


시나는 애 셋 딸린 유부녀였다. 그녀는 아나의 사촌이었고, 남편은 혁명가였다. 시나 역시 막스에게 매혹되어 애와 남편을 헌신짝 처럼 내팽개친다. 막스는 시나가 남편에게 그랬던 것처럼 시나를 내팽기친다.


조이는 막스의 애를 가지면서 막스를 독차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막스는 그녀를 자신의 아이를 돌보는 유모 취급했을 뿐이다.


패티는 남자를 자신의 의지대로 조정하는 데 능수능란한 여자였고, 막스에게도 자신의 술수를 발휘하지만 끝내 그녀가 막스를 조정했는지는 물음표로 남겨두어야 겠다.


막스는 교통사고로 갑자기 사망한다. 그의 사망은 약간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누군가에게 살해 용의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


이자벨 알론조는 스페인에서 정치적인 사유로 탈출하여 프랑스에 망명한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20대에 금융 컨설팅 회사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이후 여성 권리 수호를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에세이를 발표하여 반향을 일으켰고, 2002년 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해서 <파란 물의 소설>, <옴므파탈>, <망명이 나의 국가이다> 등을 발표한다.


이자벨 알론조는 페미니즘과 민주주의의 공존, 페미니즘과 여성 노동의 관계 등에 주목하는데, 최근에는 정체 불명의 남성혐오가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독점했기 때문에 구분이 필요해 보인다.


소설에서 여자들은 막스가 자신을 유혹해주길 바란다. 막스는 이 바람을 매우 흔쾌히 들어준다. 이 지점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다. 

다만 막스는 결혼을 하자든가, 아이를 함께 키우자든가, 재산을 나눠달라든가 하는 그 다음 단계에 대해 응답하지 않을 뿐이다. 

그녀들의 '사랑'과 '현실' 간의 괴리에서 막스가 무엇을 해주어야 '좋은남자'가 되는 것일까? 혹시 '막스'가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그녀들이' 무언가를 해야하는 것은 아닐까?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5979793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IT 수학천재들의 카지노 무너뜨리기
벤 메즈리치 지음, 황해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소설은 Jeff Ma 라는 실제 인물이 주축이 된 MIT 출신 카드카운팅 그룹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들이 카지노를 공략한 게임은 블랙잭이었다. 


블랙잭의 사전 상 용어는 '검은 가죽으로 된 큰 맥주잔' 혹은 '해적의 깃발'을 의미한다고 한다. 1440년 독일의 요한 구텐베르크가 인쇄 기술로 성경과 카드를 인쇄한 직후 1490년 경 이탈리아에서 현재의 블랙잭과 유사한 규칙의 게임이 시작되었고, 1800년대 초 프랑스에서 '21' 게임으로 완성되었다.

게임의 규칙은 단순하다. 카드를 받아서 21에 가까운 숫자를 만들면 이긴다. 당연히 21이 가장 높은 패인데, 21을 초과하게 되면 'bust'라고 하여 무조건 지게 된다. 에이스는 1 또는 11로 계산할 수 있고, 페이스카드인 J,Q,K는 10으로 계산한다. 

게임을 시작하면 베팅을 한 뒤 두 장의 카드를 받는다. 이 때 딜러는 카드를 한 장만 공개하고, 플레이어는 두 장 모두 공개한다. 카드를 더 받고 싶으면 Hit, 멈추고 싶으면 Stay를 말하며, Stay가 되면 서로 카드를 공개하여 21에 가까운 사람이 베팅 금액을 먹는다.

처음 두 장의 카드가 페어가 되었을 경우, 즉 같은 수자가 들어오면 Split 하여 카드를 두 개로 나눌 수 있다. 내 패가 두개가 되는 셈이므로 두 배로 따거나, 두 배로 잃을 수 있다. Double Down은 카드를 한 장만 더 받는 대신 이길 경우 베팅 금액의 두 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면 MIT팀이 사용한 카드카운팅이란 무엇인가?

블랙잭은 카드게임 중 유일하게 카드를 공개하며 벌이는 게임이다. 그렇다면 아직 나오지 않은 카드는 현재 나온 카드의 종류에 따라 확률이 변하게 된다. 예를 들어 펼쳐진 카드에 에이스가 이미 두 번이나 나왔다면 남은 슈(아직 빼지 않은 카드가 든 케이스)에서 에이스가 나올 확률은 줄어든다. 

플레이어가 받은 카드와, 딜러가 딜링할 때 훔쳐본 카드를 카운팅하고, 원하는 패가 나오도록 커팅해서 끊임없이 남은 슈의 확률을 계산한다. 그리고 계산 결과 플레이어에게 무척 유리하게 되면 그 그때 베팅금액을 높이는 것이다. 비록 플레이어에게 2~3% 정도 높은 확률일지라도 베팅 금액을 최고로 높여 게임을 거듭하게 되면 카지노는 돈을 잃게 되는 것이다.


소설은 영화 <21>과 달리 미키가 MIT팀을 물 먹이는 장면이 없고, 단지 욕심 때문에 팀이 분열된다. 배신자가 나오긴 하지만 그가 누군지 밝혀지지도 않고, 카드카운팅을 그만두게 된 과정도 기술의 발전과 플리머스들의 활약 때문이다. (MIT팀이 진짜 카드카운팅을 그만 둔 것은 사실 수익이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누구나 시스템을 이기는 꿈을 꾸게 마련이다. 도박사라면 카지노를, 투자자라면 시장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자신의 운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근거 없는 확신에 재산의 상당 부분을 털어 넣기도 한다. 문제는 그 근거없는 확신이 요행 맞아 떨어졌을 때다. 초심자의 행운이 파멸의 전조가 된다.


https://blog.naver.com/rainsky94/22228408047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