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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신의 오후 - 남자, 나이듦에 대하여
우에노 지즈코 지음, 오경순 옮김 / 현실문화 / 201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예정되어 있어서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고, 도망치고 싶어 멀리 도망가려해도 때가 되면 잡히게 된다. 그럴 때 누군가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호쾌하게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한번 집어먹은 두려움은 쉬이 가시지 않고, 어쩌겠어싶은 포기하는 심정으로 알게 모르게 안의 무언가를 턱 내려놓는다. 정말로 피할 수 없다면 어쩌겠어? 진심으로 즐기지는 못해도 주어진 것은 감내하며 살아야지 않겠어? 나름의 용기를 일깨운다. 하지만 삶의 무게가 이 하찮은 결심마저도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끈질기게도 물고 늘어지는 진정 현실적인 삶이 말이다.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 반평생, 한평생 해로했다해도 남고, 남겨지는 시간차는 존재한다. 각각은 너무 늦게, 너무 갑자기, 혹은 너무 일찍, 어쩌면 영원히 알아채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생의 마지막에는 혼자가 아닐까? 늙어서, 병들어서, 사고로 등등 다양한 이유로 생을 마감할 즈음 곁에 가족, 친구, 동료 등이 있다해도 혼자라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래서인지 '독신의 오후'에 등장하는 다양한 독신의 종류에도 불구하고 모두 한 종류의 독신으로 생각이 모인다. 아무리 나누려해도 모든 인생이 독신인 것 같은 생각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우에노 지즈코는 남자들의 독신에 초점을 맞추려고 했다. 그러나 곳곳에서 남자들에게 향한 시선을 여자들에게도 돌린 흔적을 발견한다. 이는 남자든 여자든 독신, 인생말에는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마련이란 생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 가지 차이점을 든다면 여자는 그렇지 않은데, 남자는 그런 것. 즉, 독선적이고, 젊은 시절 무례한 행동을 일삼고, 가족에게 무책임했던 남자들은 독신의 생활이 우울하다. 그리고 작가는 말한다. 남자들이 우울한 독신생활을 원하지 않는다면 남을 배려하고, 가족에게 다정하게 행동하며, 군림하고 계급을 나누려하지 말고, 다양하게 친구들을 사귀라고 말이다. 이거 어디서 본 듯한 남자들이다. 소위 착한남자. 한마디로 두루두루 착한 남자는 우울한 독신생활을 하지 않을지도. 결국 남자들은 아름다운 석양에 물든 평온한 오후같은 독신생활을 원하면 착해져야 한다.

그렇다면 너무 무책임한 말이 아닐까? 세상에서 '착하다'만큼 이도저도 아닌 말이 없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그러므로 누구에게는 착하지만, 누구에게는 착하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모두에게 따뜻한 독신의 오후를 맞보게 해주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글 중간중간에 사회구조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한다. 하지만 성공적이고 구체적인 사례는 우울한 독신생활을 경고하는 것만큼 다양하지도, 구체적이지도 않다. 노후를 걱정하는 독신자들에게 이러이러하게 살지 않는다면 당신의 삶도 이들과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겁만 잔뜩 줄 뿐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우울한 독신생활의 경우보다는 독신들이 함께 하는 공동체의 성공적인 사례와 가능성에 대해 좀더 지면을 아끼지 않았다면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P.201 남자가 홀로 살아갈 방법은 있을까? "예스!"가 이 책의 대답이다.

P.221 집에서 홀로 죽는 것도 좋다는 각오는 되어 있다. 그러나 발견이 늦어져 주변에 민폐를 끼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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