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황하지 않게 말하기

영국의 정치철학자 애덤 스위프트는 <정치의 생각>(김비환 옮김, 개마고원 펴냄)을 쓴 이유를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대한 지지 혹은 비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적고 있다. 그는 서론에서 이 책은 논쟁적이지 않고 설명과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그의 목적은 독자들이 어떠한 정치적 견해에 도달하거나 기존의 견해를 바꾸도록 돕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어떠한 정치적 견해를 지지하는 이유와 거부하는 이유를 알게 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설명을 위해 스위프트가 선택하는 것은 영미 분석 철학자로서의 장점인 개념들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 책 전체의 결론에서 스위프트는 '개념적 분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개념적 분석'은 단지 사람들이 어떤 주장을 할 때 그들이 진짜로 의도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다. 일단 어떤 주장의 의미를 알게 되면 어떤 표현을 사용했든 간에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320쪽)

여러 정치철학적 개념들을 분석적 방법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확실히 역사적 접근에 비해서 간단명료하게 의미를 구명하는 과정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적인 접근을 취했더라면 장황했을 것이고, 정치철학의 선조들을 모두 열거하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그들 고유의 용어들을 불가피하게 동원하게 되면 난삽한 개념 사용이 불가피했을 것이다. 개념의 명료한 사용은 또한 이 책에서 스위프트 자신이 구분하는 정치인과 정치철학자의 중요한 차이이기도 하다.

객관적 분석, 은근한 회유


▲ <정치의 생각>(애덤 스위프트 지음, 김비환 옮김, 개마고원 펴냄). ⓒ개마고원
애덤 스위프트의 <정치의 생각>은 책 전체의 구성(목차)에서부터 미덕을 드러낸다. 총 5부로 이루어진 이 책은 현대 정치철학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들이 무엇인지 목차만 봐도 알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서론을 제외한 각 부는 사회 정의, 자유, 평등, 공동체, 민주주의 등과 같은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1부에서는 사회 정의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사회 정의가 정치철학의 핵심 주제로 부각된 배경을 소개하면서 하이에크(1899~1992년)를 비롯해 롤스(1921~2002년)와 노직(1938~2002년)의 사회 정의 개념을 주로 소개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사회 정의에 관한 여러 입장은 결국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상이한 입장들이라고 정의한다.

먼저 사회 정의라고 하는 관념 자체를 부정하는 하이에크의 입장에 대해서, 스위프트는 불평등한 상황 혹은 정의롭지 못한 상황을 아무도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그러한 결과를 낳은 정치적 행위에 따른 책임의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비판한다. 아울러 원초적 상황(orginal position)과 무지의 장막(veil of ignorance)이라는 가정에 기반을 둔 롤스의 '공정으로서의 정의'를 설명하고 사회계약론에서 출발한 롤스 정의론에는 한계가 있음을 지적한다. 그 다음 롤스와 가장 빈번하게 대비되는 노직의 정의론을 권리로서의 정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명확히 노직의 손을 들어주는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노직의 자기 소유권적 개념에 기초한 정의 개념의 한계를 지적하지는 않고 있다.

2부는 자유를 주제로 삼고 있다. 2부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이사야 벌린이 구분한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에 대한 가장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구분에 대한 부정이다. 스위프트는 미국의 철학자 제럴드 맥컬럼(1925~1987년)의 주장을 근거로 '~으로부터의 자유'라고 이해되는 소극적 자유와 '~할 자유'로 이해되는 적극적 자유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이는 이사야 벌린의 잘못된 생각임을 지적하고 있다.

스위프트는 이사야 벌린과 같은 자유에 대한 이분법적인 구분을 극복하게 되면 자유에 대한 자유 관념들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보았다. 벌린이 적극적 자유 개념을 전체주의적인 위험한 것으로 간주한 것에 대해 스위프트는 '자율성으로서의 자유'라고 하는 가치를 보호하는 것에 2부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평등에 대해 다루는 3부에서 스위프트는 평등이라고 하는 가치의 곤혹스러운 현실을 지적하고 있다. 자유가 보편적 가치로서 확고부동한 지위를 굳히고 있는 동안 확실히 평등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들의 낡은 슬로건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현대 정치철학은 평등주의적 전제 위에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스위프트는 지적한다.

그 이유에 대한 스위프트의 대답은 실천적인 차원에서 평등이 배척되는 것은 분배의 문제와 결부시키기 때문이며, 정치철학에서의 평등의 의미는 모든 시민들의 행복이 똑같이 중요하다는 의미를 환기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식의 전개는 스위프트 자신이 이 책에서 시종 견지해왔던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와의 구별과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밀턴 프리드먼(1912~2006년)과 같은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적 자유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를 거의 동일한 것으로 간주하면서 자유주의를 옹호했던 것에 비추어보면 사뭇 이채로운 전략이다. 언어 분석적 방법과 경제적 자유주의자들의 이론이 함께 어우러지기는 쉽지 않겠지만 사실 이 책에서 그들의 자유주의는 별로 원용이 되지 않고 있다.

사실 그 이유가 궁금하다. 자유주의의 흐름에 하이에크나 프리드먼까지 포함시켜 다루면 이 책의 구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유려하지만 공정하긴 한가?

공동체주의에 대한 스위프트의 분석은 스위프트의 글에 대한 마이클 센델의 평가가 정당한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이 책의 겉표지 뒷면에 인용된 센델의 평가는 "애덤 스위프트의 글은 명석하고, 공정하며, 유려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동체주의에 대해서 스위프트는 완벽한 잡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물론 공동체주의가 여러 가지 의미로 사용되고 여러 가지 스펙트럼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스위프트 자신도 인정하듯이 어떤 주의(ism)든 항상 단일한 경향으로만 분류될 수는 없다.

스위프트는 4부에서 공동체주의자들의 오해를 언급하면서 필요한 경우에는 자유주의에도 여러 노선이 있음을 주지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가 최소국가론에 입각해 있다고 오해한다고 지적하면서 노직은 그렇지만 롤스는 아니라는 식으로 자유주의를 옹호한다.

이런 점은 공정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몇 가지 지적은 공동체주의자들로 하여금 심각하게 자기반성을 하도록 돕고는 있다. 자유주의에 관한 공동체주의자들의 오해 중 여섯 번째로 언급된 사항에 관한 분석은 꽤나 흥미롭다. 그에 따르면 공동체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이 공동의 관계, 공유된 가치, 공동의 정체 의식이 갖는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오해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점에 대해 스위프트가 자유주의를 옹호하는 흥미로운 근거는 자유주의적인 정의 자체가 하나의 공동선이라는 것이다. 즉 자유주의적 가치 자체가 개인의 권리를 진술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그러한 개인들이 모인 공동체가 공동으로 추구해야 하는 공동선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그러한 공동선의 인정이 공동체주의가 지향하는 여러 정치적 목적의 실현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민주주의 최선입니까?

민주주의가 과연 좋은 제도인가에 대한 5부에서의 문제 제기는 현대 정치철학이 좀 더 근원적으로 고민해야 할 문제임에는 분명하다. 어떤 드라마의 유행어처럼 '민주주의가 최선입니까? 확실한가요?' 하는 의문을 던져 봄 직하다.

민주주의에 대한 접근을 할 때 어려운 점은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민주주의를 좋은 것으로 인정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중에는 아주 나쁜 놈들도 있다. 스위프트도 이러한 아이러니를 지적한다. 그는 민주주의의 핵심을 '인민에 의한 지배'로 보았고 이 개념의 요지는 의사 결정의 절차라고 본다.

민주주의에 대한 다각적 분석을 거쳐 그가 도달하는 이해는 민주주의가 여러 가치들 중에 하나의 가치라는 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민주주의는 일종의 정치적 만병통치약, 혹은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고 있다. 바로 정치인들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이러한 오남용은 아마도 그들에게는 개념의 엄밀한 사용이나 도덕적 책임은 표보다 중요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 대중적인 차원에서 이 책이 주는 가장 유익한 점은 쉽게 이해하기 힘든 현실 정치인들의 모호한 태도들의 원인을 밝혀주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사회의 많은 정치인들이 자신이 한 말을 표현 그대로도 설명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반값 등록금' 혹은 '반값 아파트' 등이다. 이 말은 재화의 가격을 50%의 가격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아주 쉬운 말이다. 초등학생도 그 의미는 안다. 그런데 이 말이 언제부터인가 '심리적 반값'이라는 의미가 되었다.

"그들은 개념들을 모호하고 불명확하게 사용한다. 때때로 그들은 의도적으로 그렇게 사용하고 싶어 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의견 차이를 감출 수 있고 모든 사람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319쪽)

"그들은 내용과 실질보다는 수사적인 표현과 장광설을 좋아한다. 중요한 것은 유권자들에게 어떻게 들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것이지 주장의 실질적인 내용이 아니다." (319쪽)

정치인들이란 영국에서든 한국에서든 본질적 차이가 없는 모양이다. 하기야 대통령조차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해버렸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상황이고 보면 정치인들에게 대한 기대가 오히려 순진한 듯하다. 다만 정치인들의 사기 공세에 면역이 되지 않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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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거림은 비판이 아니라 그저 소란일 뿐이다. 선거를 통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모두가 작정이나 한 듯 비판은 사라지고 그보다 더 빠르게 대중적인 실천도 잦아들었다. 최후의 벼랑에 내몰린 이들은 용산에서 평택에서 절박하게 부르짖는데 규모를 갖춘 조직은 외침을 묵살하기 일쑤였다. 오직 다음 선거를 통해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투덜거릴 뿐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많은 것이 실종되었다. 그 중에는 공청과 평가도 있다. 정부는 정책을 입안하기 위해 공중의 의견을 묻는 공청의 절차를 거치는 것이 상례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공청회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나아가 의회를 통한 통과 절차도 실종되었다. 그저 의회는 대통령과 정부의 지시에 따라 집행할 뿐이다.

선출된 정부가 반환점을 돌아가면 대개 그 정부의 공과에 대한 진지한 평가가 내외부에서 다양하게 진행되기 마련이다. 그것이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이든 비판적인 입장에서든. 평가 역시 실종되었다. 가끔씩 집권 세력 내부에서 세력 다툼으로 서로 소리칠 때나 흘러나온다. 그 소리는 정책에 대한 반성이 아니라 다음 선거의 표를 향한 호소일 뿐이다.

그런 시간들이 3년이나 흘러가지 못하고 맴돌고 있다. 흘러가지 못한 시간들은 켜켜이 늪처럼 쌓이고 깊어져 민중의 삶은 도탄에 빠져 있다. 도탄에 빠져 허우적 대다보니 갈피가 잡히지 않고 판단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 취임 이후로 얼마나 많은 죽음이 계속되는지, 우리가 그 때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고 아침을 맞았는지, 강은 제 소리로 흘러가는지, 용산에는 새 건물이 지어졌는지, 평택의 자동차 공장 노동자들은 가족과 함께 지내는지 묻지 않게 되었다. 그 와중에도 전쟁의 위협은 계속되고, 실질임금은 하락하고, 제국의 테러는 백주에 자행되고 있으며, 언론은 신경을 마비시키는 웃음만 계속 흘리고 있다.


▲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전국교수노동조합·학술단체협의회 엮음, 메이데이 펴냄). ⓒ메이데이
그러던 차에 한 권의 책이 눈앞에 나타났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메이데이 펴냄). 백서란 이름과는 달리 책의 표지는 제 자리에 있지 않은 온갖 것들이 더미로 짓눌려 까맣게 썩어 가고 있다.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도탄(塗炭)이다. 이 진구렁에 빠지고 숯불에 탄다는 뜻을 가진 도탄이라는 표현은 이명박 정부에서 민중의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백서(白書, white paper)는 원래 정부가 특정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서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보고하는 문서다. 영국 정부가 처음 하얀 표지를 사용하면서 '백서'라는 이름이 붙었고, 이후에 정부뿐만 아니라 연구소 등이 특정 주제에 대해서 연구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발표하는 문서에도 백서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넓은 의미의 종합적인 조사 보고서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은 이명박 정부 백서라는 이름값을 한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학술단체협의회, 전국교수노동조합에 소속된 18명의 진보적 교수들이 참여해 이명박 정부 3년의 위기 양상과 원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3년간의 통일과 남북 관계, 경제, 부동산, 노동, 복지, 정치·사회, 인권, 언론, 초·중등 교육, 교육·학문, 여성, 문화·예술, 환경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여 비판적 분석을 하고 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도달한 결론은 이명박 정부의 3년이 "독단과 퇴행의 3년"이자, 현 시기가 "위기의 극점에 선 한국 사회"라는 것이다. 그들은 친재벌적 경제 정책, 대북 강경책, 반(反)노동자적 정책, 민주적 절차의 무시 등의 '독단'적 정책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안정적인 삶과 노동, 그리고 생명과 평화에서 '퇴행'을 거듭했고, 그 결과 한국 사회는 위기의 극점에 서있다고 진단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7년 대선에서 그 이전의 두 정권을 "잃어버린 10년"으로 규정하고, '경제 성장'과 '뉴타운 건설', '대북 강경책' 등을 내세워 보수 세력과 수도권의 중도 세력 일부를 결집하면서 승리했다. 지난 3년간 '경제 살리기', '선진화', '친서민 중도 실용', '공정 사회' 등을 외치면서 자신의 정책을 치장해왔다. 그러나 3년에 걸친 급속한 보수적 재편과 신자유주의 강화는 한국 사회 전반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민주주의의 위기, 서민의 삶과 노동과 교육의 위기, 생명과 생태의 위기, 소통과 사회 공동체의 위기, 남북 관계와 평화의 위기 등, 한마디로 한국 사회의 '총체적 위기'이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이명박 정부 3년간 한국 사회가 각 분야에서 어떠한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가를, 그 위기가 이명박 정부 3년의 어떤 정책의 결과인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였다. 전체를 아우르는 두 편의 글을 인용해 보자. 이 백서의 필자들을 대표하여 '아집과 독선 속에 모든 것이 퇴행한 3년을 기억하자'는 발간사를 쓴 이도흠은 이렇게 자신의 글을 마무리 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 3년, 독선과 독단으로 일관한 탓에 지금 한국 사회는 위기의 극점에 있다. 피를 흘려 쟁취했던 민주주의는 형해(形骸)만 남았다. 현 정권은 그동안 국민들이 피땀을 흘려 이룩하였던 자유와 정의와 평등의 가치를 훼손한 채, 친미 일변도의 사대 외교와 한반도 고립으로, 통일에서 남북 전쟁 위기로, 민주주의에서 독재로, IT 등 첨단 산업의 발전과 중소기업의 균형 발전에서 재벌 경제 권력 독재 체제로, 서민 복지에서 민생의 파탄으로, 자유롭고 인간적인 교육에서 경쟁과 효율성 위주의 기술 전수로, 인권과 시민 주권의 확립에서 인권과 시민 주권의 박탈과 침해로 퇴행시키고 있다.

이런 불의와 파탄과 위기에 직면하여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 가지다. 하나는 '지금 여기에서' 이에 저항하여 다시 역사의 수레바퀴를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강력한 기억 투쟁을 전개하여 다시는 이런 정권이 등장하지 않도록 모두의 머리와 세포에 각인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대중의 몸에 깃든 '내 안의 MB'를 몰아내고 정의와 평등과 상생을 향한 꿈과 열정이 온 국민의 머리와 가슴에서 다시 싹을 틔우고 꽃피우게 하는 것이다."

총론인 '기로에 선 한국사회 : 민중 승리의 길이냐, 전쟁으로의 길이냐'에서 김세균 교수는 이명박 정부 하에서 이뤄진 한국 사회의 변화가 한마디로 "형식적, 정치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의 동시적 후퇴" 내지 "민주주의의 전 방위적 후퇴"라고 규정하고 있다. 광우병 파동에서 용산 참사, 언론 장악, 교육 학문 영역 탄압 그리고 쌍용자동차 문제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가치는 사라지고 민주적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비정규직과 실업의 급증, 전·월세 대란, 영세 자영업자 몰락, 급증한 가계 부채, 물가 폭등, 노동자에 대한 공격과 이를 비호하는 정부 정책 등은 국민 대다수의 삶을 도탄에 빠뜨리고 있다.

그는 2011년의 정세가 빵과 민주주의를 위한 노동자·민중 진영 및 진보 진영의 노력과 민중 불만의 폭발을 전쟁 국면의 조성으로 돌파하려는 이명박 정부의 싸움으로 점철할 것이라고 진단한다. 빵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민중 불만이 언제 폭발해 나올지 모르는 2011년의 정세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취할 대응책은 무엇일까? 김세균의 예상은 북한에 군사적 압박을 가중시켜 지난해의 연평도 포격 사건과 같은 사건을 북한이 다시 일으키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한다. 하기에 그는 다음과 같이 주문하고 있다.

"2011년, 이 해는 분명 격동의 해가 될 것이며, 이 해의 싸움의 양상이 내년의 총선, 대선 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 싸움 속에서 진보 진영은 미래를 위한 준비 작업에도 착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박근혜와 같은 또 다른 보수 세력이 가로채 가는 것을 막는 것이 급선무이다.

그런데 정권 교체가 절차적 민주주의의 진전이 실질적 민주주의의 후퇴를 동반했던 지난 10년간의 시기로의 단순한 회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진보적 정권 교체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긴 위해선 올 해 무엇보다 빵과 민주주의와 평화를 위한 민중 투쟁이 승리하도록 우리 모두가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4·27 재·보선이 끝났다. 한쪽에서는 승리의 환호성을 지르고, 무조건의 야권 연대만이 이번 승리를 넘어서 다음에 있을 선거 전략이라고 소리를 높인다. 정부와 여당은 당내외를 정비하고 있으며 개각을 통해 다음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야권이라는 정치적인 추상 집단은 실제 정책에 들어서면 존재할 수 없음을 역사는 경험적으로 확인해 왔다. 그리고 이것을 이번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과정에서 민주당의 행보가 증명했다.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야4당(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과 시민·사회단체가 합의한 '한·미-한·EU FTA 비준 저지와 전면적 재검토'를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협의하여 아주 가볍게 뒤집어 버렸다.

지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생존권의 위기가 오직 이명박 정부 3년만의 결과는 아니다. 하기에 세상을 바꾸기 위해 함께 싸우기 위해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지난 수십 년에 걸쳐 시민·민중들의 삶을 규정해 왔던 모든 가치관과 삶의 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이 필요하고, 지금까지 신자유주의적으로 강제되어온 삶과 노동의 방식 전체를 극복해 나갈 전망이 필요하고, 그러한 전망을 현실화시켜 나갈 수 있는 정치·사회 세력이 필요하다.

<독단과 퇴행, 이명박 정부 3년 백서>는 이명박 정부 3년의 위기 양상과 그 위기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이 백서는 거기까지만 다루고 있지만 그러한 비판적인 분석은 한국 사회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준거를 담고 있기도 하다. 한국 사회는 기로에 서 있다. 더 늦기 전에 도탄에서 벗어나 지난 3년을 통해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 민중 승리의 길로 가기 위한 길을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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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dgfdgdfg 2012-07-05 1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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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재 2013-11-04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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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연

나는 나무를 만난 후 대부분 나무와 인연을 맺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내가 나무와 관련한 사람들을 만나게 해준 것은 책이다. 나는 2002년 <어느 인문학자의 나무 세기>(지성사 펴냄)를 출간한 이후 점차 나무와 인문학을 어떻게 결합할지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런 고민을 나의 능력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모든 에너지를 이 작업에 쏟고 있다.

내가 나무와 인문학을 결합하기 위해 기획한 것 중 하나는 역사와 문화를 한 그루의 나무로 읽는 것이었다. 내가 역사와 문화를 한 그루의 나무로 읽기로 한 것은 나무에 관심을 갖는 나를 학자답지 않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학계의 풍토에 경종을 울리고, 나무가 역사에 어떤 관계에 놓여있는지를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정민 지음, 김영사 펴냄). ⓒ김영사
정민의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김영사 펴냄)도 출간하자마자 구입했다. 그 동안 한국의 차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지만, 마침 지도 학생 중 한 명이 다산의 차 관련 시를 분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민의 차와의 만남도 나와 비슷하다. 그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나처럼 차에 대해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정민이 차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다산 정약용에 대한 절실한 관심 때문이었다. 차에 대해 아무리 문외한일지라도 다산에 심취하면 결국 차를 만날 수밖에 없다. 내가 차에 문외한이면서 나무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필연적으로 차와 만났듯이, 정민도 다산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차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정민이 차와 본격적으로 만난 것은 2006년 가을, 강진군에서 개최한 '다산 선생 유물 특별전'에서 친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는 주인이 건네 준 필사본 <강심(江心)> 중 '기다(記茶)'를 보는 순간, 진한 찻물 속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가 차와 인연을 맺은 2006년은 내가 차 관련 책을 간행한 시기와 일치한다. 그가 강진에서 차와 인연을 맺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강진의 다산초당에는 정약용이 차를 마신 흔적이 아직도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차 관련 책을 간행한 후 더 이상 차 관련 책을 구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1년에 한 번 학생들에게 육우의 '다경'을 가르치면서 중국의 차 관련 정보를 학술적인 차원에서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자주 갖는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중국의 차를 체계적으로 소개하는 작품이 적고, 언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정민도 처음에는 '기다'를 통해 다산의 떡차 관련 논문을 정리하는데 그칠 요량이었지만, 조선 후기 차 문화를 문헌학적으로 정리하는 긴 여정으로 이어졌다. 차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차의 학문 세계도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그러나 정민이 차의 세계에 빠져든 덕분에 한국의 차 문화사는 새롭게 탄생했고, 나도 그의 책 덕분에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이처럼 역사는 한 인간의 치열한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2. 잊혀진 차 문화의 기억을 깨우다

나는 대학원에서 초의 의순의 <동다송>을 가르치면서 차에 관한 한국 최초의 저술이라 얘기했다. 나의 이러한 얘기는 기존의 통설을 그대로 옮긴 것이어서 책임을 면할 수 있지만,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부끄러운 일이다.

그러나 다행히 정민 덕분에 한국 최초의 차 저술이 초의의 <동다송>이 아니라 80년 정도 앞선 이운해(李雲海, 1710~?)의 <부풍향차보(扶風香茶譜)>라는 사실을 알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차 저술인 <부풍향차보>에는 서문을 비롯해 '차본(茶本)', '차명(茶名)', '제법(製法)', '차구(茶具)'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 최초의 차 저술은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차에 다른 약재를 넣어 만든 향차 관련 작품이다.

정민의 또 다른 업적은 초의의 <동다송>에 등장하는 <동다기>의 저자를 바로잡은 것이다. 그 동안 <동다기>를 정약용의 작품으로 이해했지만, 정민 덕분에 이덕리(李德履, 1728~?)의 저술로 판명되었다. 이 작품에서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차 무역에 관한 것이다. 이덕리의 작품에 따르면 당시 조선 사람들의 차에 대한 지식은 거의 무지에 가까웠다.

이덕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과감하게 차의 국가 전매와 국제 무역을 주장했다. 정민은 이덕리의 주장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방식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덕리의 주장에 동의한 정민의 지적을 놓고 한 가지 짚어야할 것은 과연 차에 대한 관심과 소비가 아주 낮은 단계에서 국가전매와 차 수출이 가능한가이다.

중국의 경우 송대에 실시한 차 전매는 차 소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을 때이고, 차 무역도 국내 시장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이루어졌다. 결국 국가의 차 전매는 차 소비가 증가해야 하고, 차 소비가 증가해야 차 수출에 필요한 생산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덕리가 살았던 18세기에는 정민도 지적한 대로 차에 대한 인식도 아주 낮았고, 차 시장도 거의 형성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중국처럼 차 무역을 통해 국방을 튼튼히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덕리의 차 전매 주장은 아주 구체적이었지만, 당시 사람들은 그의 주장에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덕리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은 지금 생각하면 매우 안타깝지만, 당시 조선의 차 문화는 이덕리의 주장을 수용할 만큼 성숙한 단계가 아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3. 다산, 초의, 추사

조선의 차 문화는 다산에 이르러 다시 전기를 맞고, 초의가 꽃을 피우고, 추사 김정희가 꽃향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급했다. 그러나 이렇게 간명한 조선의 차 문화 발달 과정을 이해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정민의 노력 덕분에 이제야 조선의 차 문화사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정민에게 존경의 고개를 숙인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의 전체 내용이 주로 세 사람의 차 관련 행적을 다루고 있는 것만 봐도 그가 조선의 차 문화 발달을 정리하는 데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다.

나는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에서 세 사람의 차 관련 행적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한 인간의 열정과 사람 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는다. 그런데 세 사람이 조선의 차 문화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서로 각자의 능력을 인정하고,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줬기 때문이다.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는 사료를 통해 세 사람의 차 행적을 고증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딱딱할 수 있지만, 세 사람의 차 관련 일대기는 마치 재미있는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더욱이 곳곳에 논쟁 분야를 해결하는 과정은 추리 소설만큼 흥미진진하다.

세 사람의 차 관련 일대기는 한 줄 한 줄 읽고 다시 읽어도 지겹지 않지만, 가장 극적인 장면은 추사가 차 값(?)으로 초의에게 준 명선(茗禪)의 진위 여부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대가로 알려진 강우방은 명선을 가짜로 판명했지만, 정민은 꼼꼼한 사료를 통해 진적으로 판단했다. 이 장면은 통쾌하면서도 진한 여운을 남긴다.

4.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는 차를 크게 즐기지 않는다. 무척 게으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적할 때면 간혹 학교 본관 앞에 자라는 차나무를 만나러 간다. 1년 동안 이곳의 차나무와 만날 때마다. 한 그루의 나무가 인류의 역사에 끼친 영향을 생각한다.

차나무만큼 오랜 기간 동안 인류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나무도 드물 것이다. 그 만큼 차는 매력적인 나무이다. 나는 차나무를 비롯해서 나무를 세는 게 취미다. 나는 나무를 세면서 나무마다 자신만의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무를 통해 나의 정체성도 깨달았다.

이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그런 역할은 당연히 존중받아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나는 정민의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에서 다산, 초의, 추사 이외에 조선의 차 문화에 기여한 사람들을 다룬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그래서 김명희, 정약용의 아들 정학연, 이규경, 신헌, 이상적, 이유원 등의 차 관련 내용을 읽으면서 무척 행복했다.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제목을 "그 밖의 후원자들"로 붙인 점이다. 이들은 세 사람에 비해 조선의 차 문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떨어지지만, 이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세 사람 이후 한국의 차 문화는 명맥조차 잇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들의 존재를 무시한 채 한 묶음으로 "그 밖의 후원자들"로 표현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한 잔의 차는 곧 선이자 깨달음이다. 깨달음에는 안과 밖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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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미국에 사는 친척과 장시간 통화를 했다. 더 이상 미국 생활에 희망이 없다며 한국으로 돌아가면 과연 먹고 살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미국에 이민간 지 30여 년이 넘은 친척은 이민자들 누구나 그러하듯이 초반에는 온갖 고생을 했다. 그리고 오랜 세월 비교적 여유로운 생활을 하다가 몇 해 전부터 급속도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벌인 사업이 몰락하면서 급기야 집까지 은행에 넘어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국에 있는 친척들은 미국 친척에게 사업을 한다고 욕심내서 크게 벌인 탓에 그렇게 되었다며 질책했다.

하지만 파산 위기에 직면하여 그나마 휴식을 취하러 잠시 한국에 들어 온 미국 친척에게 직접 전해들은 경위를 보면, 개인의 욕심이 부른 화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리고 미국 친척의 주변 사람들도 이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미국 친척이 사는 동네는 수영장이 딸릴 정도로 비교적 넓은 집들이 많은 곳인데, 빈집이 늘어가고 있고 물 빠진 수영장에는 쓰레기들이 쌓여서 악취가 진동하고 노숙자들의 공간으로 슬럼화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신문에 보도되는 미국 경제 위기의 기사들을 볼 때보다 상황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되었다.

에릭 라우센, 제시크 베를레, 세스 토보크먼의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김형규 옮김, 미지북스 펴냄)를 읽을 때 미국 친척의 상황이 떠오른 것은 이 책이 가까이 있는 내 이웃이나 친척의 이야기들처럼 미국 금융 위기 상황의 구조와 현상과 실태를 생생하게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설명해 놓은 친절한 책이기 때문이다.


▲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세스 토보크먼·에릭 라우센·제시카 베를레 지음, 김형규 옮김, 미지북스 펴냄). ⓒ미지북스
이 책에서도 열심히 일하고 착실하게 저금하여 살아가는 서민들이 집도 잃고 일자리도 잃고 저축된 돈도 잃는 것은 그리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리먼브라더스, AIG, 씨티그룹,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의 금융 회사들이 파산되는 상황에는 대마불사의 논리로 즉각 대처하는 정부와 국가의 부조리함을 이 책은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이런 현실의 문제가 야기된 원인을 대공황을 겪으면서 금융 서비스업의 규제를 하기 위해 만들었던 글래스-스티걸 법이 20세기 수십 년간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느슨해지면서 규제가 풀렸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2008년 금융 위기 이후에도 몇 개의 거대 금융 회사의 편의를 봐주는 데에 국민의 막대한 세금을 쏟아 부은 정부의 정책도 호된 비판의 대상이다.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의 뒷부분에는 '서민들을 회생시키고 대폭락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부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있다. 이 책에서는 유독 상어가 많이 등장한다. 상어는 고리 대금 업자를 상징한다. 이 책은 국가가 거대 은행과 권력자들의 더 많은 이익을 위해 서민들에게 고리 대금 업자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을 상어를 통해 각인시키고 있다. 정부가 앞장서서 서민들에게 상어가 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자, 이러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부를 상어로 표현한 것은 정부가 할 수 있지만 하려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중심인 미국 정부의 실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가치는 지금 현재의 문제들을 진단하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재발하지 않게 하려면 어찌해야 하는 것인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 땅은 우리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은행과 거대 기업에 맞서는 전투적인 대중 운동"이라며 "저항"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사실 이 만화는 재미가 없다.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를 만화책으로 보기 시작하면 참 재미없는 편이다. 만화적인 유머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을 바꿔서 만화책이 아니라 그냥 책으로 접하면 쉽고 재미있다. 이 책은 만화라는 매체가 얼마나 정보를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는데 유용한 매체인지 증명해 준다. 이렇듯 기존에 우리가 봐 왔던 만화라는 인식을 접고 보면 새로운 만화가 보일 것이다. 그것은 만화가 단지 흥미로운 오락거리가 아니라 인식의 지평을 훨씬 넓혀주는 지식적 매체라는 것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흥미진진하다.

예전에 이처럼 재미없는(?) 만화책을 본 적이 있다. 멕시코의 저항 만화가인 리우스의 작품이다. 미술이나 만화 수업을 전혀 받지 않았던 신학도 리우스가 정치 만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사회를 변화하는데 필요한 교양을 습득하기 위해 리우스식 만화로 발표했던 그의 작품은 카툰이나 코믹스의 유형에 속하지 않는다. 지금은 흔히 보는 학습 교양 만화의 형식으로서 정보를 전달하는데 유용한 형식이라 할 수 있다.

바로 그 형식을 만든 것이 리우스이고 그의 작품들 몇 편은 한국에도 소개되어 있다. 1970년대에 미국에서 '아이콘북스 시리즈'로 만들어져서 1980년대 오월 출판사와 1990년대 이두 출판사를 거쳐 2008년 김영사의 '하룻밤의 지식 여행 시리즈'로 묶인 <마르크스>(윤길순 옮김, 김영사 펴냄)가 있고 그 이전에 출판된 <마오쩌둥>,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등의 책이 있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만화책이라는 생각보다는 쉽게 풀어쓴 책이라는 생각이 먼저였다.

이 책들의 영향을 받은 많은 작가들이 등장을 했다. 특히 한국의 1980년대 사회 변혁 운동 속에서 등장했던 각종 유인물, 전단지, 학습 자료 등에 만화로 표현되었던 것들이 리우스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 작가 중 한 명인 세스 토보크먼은 전작인 <나는 왜 저항하는가>(김한청 옮김, 다른 펴냄)에서, 실제로 한국의 1980년대 이후 등장했던 시위 현장의 유인물들처럼 세스 토보크먼이 직접 인권이 유린되는 현장을 뛰어다니며 활동하면서 만든 선전물, 포스터 등의 쓰임새를 가졌던 작품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는 그러한 측면에서 보면 프로파간다(propaganda)이기도 하다.

경제학을 다룬 책이라고 생각했던 <만화로 이해하는 세계 금융 위기>를 다 보고 나면, 경제학에 관한 지식 몇 개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고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적 고민도 다시 하게 된다. 그리고 용산 사태를 만화로 묶어 낸 <내가 살던 용산>(보리 펴냄)과 인권 만화인 <십시일반>(창비 펴냄)과 같은 저항의 현장을 담은 더 많은 만화들이 기다려진다.

이러한 저항적 내용을 담은 만화책들이 출판될 수 있는 지금의 현실을 되돌아보면, 이 또한 수많은 저항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전 세계 시민들의 힘이고 역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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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jljklkjl 2012-07-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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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를 극단으로 밀고 가는 것은 좋지 못한 법이다. 결국은 탈이 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붕괴될 때 우리는 이미 국가 독점적 계획 극단주의의 붕괴를 목도했었다. 다시 2008년 미국발 세계 경제 위기의 발발과 함께 우리는 그 정반대물인 시장 극단과 사적 독점주의의 붕괴 현상을 맞고 있다.

일찍이 자유 시장주의의 선봉장인 하이에크는 사회주의의 "치명적 오만"에 대해 비판한 바 있지만, 우리는 이제 그 반대로 자유 시장주의와 금융 세계화, 워싱턴 컨센서스의 "치명적 오만"을 고발해야 한다. 자유 시장 경제학, "그들의" 경제학에 맞서 더불어 잘사는 "우리들의" 경제학을 세워야 한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말이 유행하지만, "바보야, 문제는 복지야"라는 새 깃발을 세우고 정말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복지가 뭔지, "경제"가 뭔지조차도 새롭게 생각해야 한다.

전환 시대 경제학이 해야 할 일은 주객이 전도되어 물구나무선 채 있는 경제학을 바로 세워, 시장 극단과 계획 극단을 모두 넘는 '더불어 숲'의 경제학, 협력과 연대의 새 진보 경제학 패러다임(new progressive economics for cooperation and solidarity, PECS)을 여는 것, 이를 통해 '더불어 숲'의 경제, 살림의 경제를 재건하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에 개시되고 계획 극단주의의 붕괴로 힘을 받았던 고삐 풀린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거대한 실패 앞에 책임을 져야 할 친구들은 많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을 신봉하고 조장해온 자들은 끝까지 그 책임을 정부 경제 정책 탓으로 돌리려고 애를 쓴다. 시장은 합리적이며 자동적 조절력을 갖고 있다고 되뇌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한 발 물러난 자들은 "시장의 실패"는 작은 실패에 불과하고 "정부의 실패"야 말로 엄청 더 큰 실패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린다고 하늘이 가려지겠는가. 2008년 시장의 거대한 실패와 함께 자유 시장 경제학은 코너에 몰렸다.

우리가 조앤 로빈슨을 따라 경제학이 1930년대 대공황에 직면하여 제1의 위기, 그리고 1970년대 초 대불황의 시작과 함께 제2의 위기에 빠졌었다고 본다면, 오늘날 경제학은 "제3의 위기"에 처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너진 경제를 제대로 살려내려면 경제학 프레임의 혁신은 필수적이다.

위기의 경제학, 그 대안은?

2008년 위기 이후 경제학의 새로운 추세에서 가장 많은 빛을 받게 된 것은 아무래도 케인스 경제학이다. 우리는 "케인스가 다시 부활했다"라든가,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라는 말도 듣는다. 이는 존 케인스가 자본주의하 정부 개입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또 금융 시장 규제의 옹호자이기도 한 까닭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떤 케인스인가가 문제다. 케인스 경제학을 들먹이는 사람도 가지각색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케인스주의는 이미 전전 뉴딜 전성기 때 가졌던 반독점 지향의 "사회적 케인스주의" 성격을 탈각했었다. 그래서 독점 대기업과 협력, 공생하는 틀 위에서 정부 지출과 군사 지출을 늘리고 어느 정도 감세 정책도 구사하며 성장을 도모하는 "속류적" 또는 "상업적" 케인스주의 그리고 군사적 케인스주의로 변질했다. 이어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레이거노믹스(레이건식 신자유주의)의 필수적 구성 부분으로도 자리 잡았다. 이어서 클린턴 시기에 오면, 케인스주의는 루빈식 물 타기로 영 허물허물한 꼴이 된다.

케네디-존슨 시기 케인스주의는 속류적이라 해도 금융 시장과 나라 국경을 통제했음에 반해, 로버트 루빈이 주도한 클린턴식, "제3의 길"의 신케인스주의는 탈규제된 금융 시장에 올라탔을 뿐더러 강도 높게 금융 세계화를 밀고 갔기 때문이다. 심지어 오바마에 오면 정부가 앞장서 위기 주범인 월가 금융 권력에 엄청난 구제 금융을 퍼주고 비용을 사회적으로 전가하는 것조차 케인스주의로 불린다. 대한민국의 이명박 정부 시기, 아까운 복지 재정을 까먹으며 4대강 사업을 불도저식으로 밀고 가는 토건, 삽질 개발주의도 일종의 한국판 케인스주의라 하겠다.


▲ <경제학을 리콜하라>(이정전 지음, 김영사 펴냄). ⓒ이정전
이런 판국이니 "이제 우리는 모두 케인스주의자다"라 해도 도무지 그 정체를 알 길이 없다. 위기 이후 경제학의 혁신은 단지 케인스의 손을 들어주거나 또 다른 인물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가타부타 할 일이 아니다. 우리는 더 툭 트인, 복합적 경제학적 사유에 목이 마르다. 이런 점에서 "경제학을 리콜하라"는 이정전의 목소리는 정말 시의적절하다.

이정전의 <경제학을 리콜하라>(김영사 펴냄)는 위기의 경제학이 던지는 도전과 마주하여 이 땅의 책임 있는 지식인이 내 놓은 진중한 응답이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와 질주하는 속도의 시대에 허다한 연구들이 너무 단기성과에 급급하거나 그때그때 이슈에 매달려 호흡이 짧은 폐단을 보이는 걸 보게 된다. 그렇지만 그의 책은 시대의 화두와 마주하되 조급증에 걸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묵직하게 간다. 그러면서 저 깊은 지식의 샘에서 오래된 미래의 물을 길러 온다.

무엇보다 이정전의 경제학은 저자의 표현으로는 철학이 있는 "고차원 경제학"(397)이며, 내 식으로 표현하면 일종의 "통섭적 경제학"이다. 중심은 물론 경제학이지만 결코 파편화된, 일차원적 경제학이 아니라 인간의 총체성을 껴안으며 삶의 풍요, 인간의 풍요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윤리적 경제학"이다. <경제학을 리콜하라>라는 책은 위기에 대한 자유 시장 경제학의 책임을 질타하며 이 땅에서 진보 경제학의 존재와 높은 안목을 증거하는 귀한 성과다.

그리고 <경제학을 리콜하라>는 현역에서 물러나 "명예교수" 직함을 달게 된 선배 경제학자의 쉼 없는 열정이 후학의 안일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질책의 책이기도 하다. 나는 이미 그의 명저 <토지경제학>으로부터 한국의 토지 제도가 서구식 계획 지향형이 아니라 미국·일본식의 시장 지향형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의 공영 개발 방식이 스웨덴, 영국, 싱가포르, 홍콩 등의 공공 임대 보유제와 달리 개발 이익을 사적으로 전유하는 부당한 방식임을 배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위기 이후로 가는 더 넓은 경제학의 세계에 대해 배운다.

행복의 경제학

그러면 보다 구체적으로 <경제학을 리콜하라>라는 책은 어떤 책인가. 책의 맨 앞에서 저자는 경제학자들이 위기를 예측하지 못한 이유, 그래서 "그들의" 경제학이 리콜당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로서 비현실적인 인간관 즉 인간이 '합리적·이기적으로 행동한다', '효용 극대화를 추구한다'는 핵심 가정을 문제 삼는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이 적절히 지적했던 "합리적 바보(rational fools)"가 도마 위에 오른다.

그렇지만 이 책을 쓰게 된 더 중요한 이야기는 책의 맨 뒤, 저자 후기를 봐야 할 것이다. 오히려 나는 독자들이 저자 후기를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후기는 "그들의" 경제학이 거의 병적으로 자원 이용의 효율성과 성장에 집착한다는 점을 지목한다. "부자 되세요"의 가치를 높이 치든 이명박 정부의 머리에 들어 있는 경제학도 당연히 여기에 포함될 것이다. 그러나 효율과 풍요를 얻는다 해도 행복해지지 못한다면 무슨 소용인가. 경제 대국이 돼도 생활 빈국의 처지라면, 인간이 불행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나.

이것이 저자가 돈 가치가 아니라 행복 가치를 내세우는 이유다. 왜 성장을 해야 하는지, 어떤 성장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우리는 수출이 늘고 주가가 올라도 부자만 살찌고 서민은 점점 거지가 되고 삼성 재벌만 성장 과실을 독차지하는 "삼성 공화국" 꼴이라면 무슨 소용인가라고 물어야 한다. 그래서 당연히 저자는 맹목적 성장 숭배를 넘어 빈부 격차와 사회 갈등을 무겁게 보는 경제학을 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런데 독자들은 긴 호흡으로, 묵직하고, 진중하게 가는 이 책에 대해 혹시나 부담을 갖고 거리감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래서 나의 글이 할 가장 중요한 일이란 독자들이 그 부담을 덜고 최대한 즐거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는 법을 안내해 주는 것이다.

먼저 책 제목부터 생각해 보자. 나는 독자들이 "경제학을 리콜하라"라는 책 제목에서 "리콜(recall)"이라는 말의 뜻을 중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싶다. 이 책에서 리콜이라는 말은 불량품으로 전락한 그들의 경제학을 "소환"해서 보수(補修)를 요구한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또 리콜은 새로운 경제학을 하기 위해 고전을 불러낸다는 뜻도 갖고 있다. 즉 리콜은 온고지신(溫故知新), 또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경제학을 리콜하라"는 책의 주된 내용은 고전을 새롭게 읽으면서 위기 이후 경제학의 새 길을 찾는 것이다. 다름 아닌 고전을 통해 독자들이 경제학이라는 학문의 성격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도와주려는 것이다.

둘째, 나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대가들의 사상·이론과 함께 그 사람들의 생애와 됨됨이에 대한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하기를 바란다. 예를 들자면,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다. 헨리 조지는 오늘날까지 수백만 부가 팔려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경제학 책이라고 하는<진보와 빈곤>의 저자이고 20세기 전까지는 카를 마르크스보다도 더 유명했는데, 그런 사람이 정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대학 문턱에는 가보지도 못했단다. 데이비드 리카도도 그랬다고 한다(195쪽). 케인스는 어릴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노는데 정신이 팔려 돌아다닌 사람이란다. 그는 돈 버는 재주도 남달랐다(324~326쪽).

또 케인스는 스승인 알프레드 마샬을 넘어서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고 상당 부분 성공했으나, 경제학의 수학화를 경계한 점에서는 아주 스승을 닮았다. ( 그렇지만 마샬은 어찌된 영문인지 후계자 자리를 케인스가 아니라 복지경제학으로 유명한 아서 피구에게 넘겨주었다). 수학이나 영어를 잘하는 것도, 무작정 열공하는 것도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케인스의 일화가 말하는 것은 문제의식을 바로 갖고 현실과 소통하고 통섭적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마르크스가 되면 좀 심하다 싶은 이야기가 많다. 믿거나 말거나 그는 고집쟁이, 건방쟁이, 욕쟁이, 낭비벽, 술주정꾼, 도박꾼, 방탕아, 난봉꾼, 불효자 등등, 한마디로 인격적 불량품이었다고 저자는 쓰고 있다.

셋째, 그런데 우리는 경제학 고전을 어떻게 새롭게 읽어야 하는 걸까. 이것이야말로 만만찮은, 어려운 문제이고 독자들도 가장 궁금해 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도 있는데, 다양한 고전 이론들과 대가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보배가 되도록 꿰어야 할지, 그 비법이 문제다. 자칫 잘못하면 서 말 구슬로 흩어져 버리거나, 지루해지기 딱 십상이다. 우리는 고전의 울창한 숲에서 새 길을 찾기는커녕 아예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른다.

생각해 보자. 이 책은 애덤 스미스, 데이비드 리카도, 헨리 조지, 카를 마르크스, "존" 케인스(이상하게 저자는 케인스에 대해서만 이름을 달아주지 않는다)등을 주역으로, 그리고 간간히 저 걸출한 고대인 아리스토텔레스까지 리콜하고 있지만, 통상적으로 이해하는 바로는, 예컨대 스미스와 마르크스는 같이 앉아 소통하기가 매우 불편한 사이가 아닌가. 또 케인스와 마르크스의 사이도 그리 편편치가 않다. 얼핏 생각하기에 서로 불편할 이들 대가들을 같이 앉게 해서 구슬을 보배로 꿰어낸 것이야말로 이 책의 진수다. 구슬 꿰는 법을 알려 주는 것, 바로 그것이 <경제학을 리콜하라>의 최대의 기여이자 이정전 통섭 경제학의 실력을 드러내 보이는 대목이다.

경제학을 '리콜'하는 세 가지 방법

이를 위해 이정전은 들어가는 말과 저자 후기, 특히 후기에서 큰 지도를 알려 주고 있다. 즉 저자가 말하는 "고전을 리콜하는 법"은 경제학 대가들의 공통점이 단지 잘 놀고 어쩌고 했다라거나, 수학도 잘하고 영어도 잘했다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의 바탕위에 선 "고차원 경제학"을 했다는 걸 알고 그것을 잘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221, 397쪽). 이것이 첫 번째 고전 리콜법이다. 그래서 우리는 구체적으로 스미스에서부터 케인스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경제학이 제각기 어떤 철학적, 인문적 기반과 지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주목해서 읽어야 한다.

둘째, 나아가 이정전은 고전의 고차원 경제학 속에서, 오늘날 새롭게 태동하고 있는 행복 경제학과 행태 경제학의 주요 내용을 발굴하려고 시도한다. 행복 경제학은 그런대로 알려져 있는 편이다. 저자가 쓴 별도의 책도 있다. 그런데 행태 경제학(behavioral economics)(보통 '행동 경제학'이라고 번역하지만 저자처럼 '행태 경제학'이 더 적절할 것 같다)은 덜 알려져 있는 편이라 간단히 부연한다면, 이 이론은 경제 주체의 선택 및 의사 결정이 일관성도 없고 정보 처리에도 아무 미숙하다고 본다. 이 때문에 우리들의 경제 생활에는 '사익 추구→공익 실현'의 주류 프레임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현상들(anamolies)이 허다하게 나타난다. 그리하여 행태 경제학은 합리적이고 이기적인 선택이라는 신고전파의 기본 가정을 근본적으로 뒤흔들고, 그간 경제학에서 낯설었던 실험이라는 경험적 방법을 도입함으로써 기존 경제학에 큰 충격을 준 새 흐름이다. 저자는 이 행태 경제학과 행복 경제학이 경제학의 재생을 위해 희망을 준다는 판단 아래 고전에서 그 선구자적 자취들을 캐내려고 하는 것이다. 이만하면 <경제학을 리콜하라>가 고전의 "정리 소개"라는 저자의 겸손한 말과는 달리, 고전의 새로운 재해독, 즉 법고창신의 의미를 가진 책이라 해도 결코 과장은 아닐 것이다.

넷째, 나는 이정전이 머리말이나 후기에서 명시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책 내용 속에는 꽉 차게 실려 있는 고전 리콜 법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하고 싶다. 다수의 보통 사람들이 그렇게 안타깝게 새로운 진보 개혁을 염원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것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케인스도 말했듯이, 낡은 사고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구(특권) 체제와 거기에 둥지를 틀고 버티고 있는 특권·기득권 세력 탓이 가장 크다. 대한민국의 경우, 지난 날 세계 경제 사상 흔치 않게 성장 기적을 이뤄놓고도 민주화 이후 20여 년이 지난 지금, 극심한 양극화, 양질의 일자리 빈곤, 후진적 복지로 고통 받는 이른바 "민주화의 역설"과 부조리에 직면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는 나라 경제가 재벌에 발목 잡힌 문제가 있다.

삼성을 꼭짓점으로 해서 지금 재벌들이 벌이고 있는 온갖 천민적이고 오만한 사익 추구 행태를 보라. 다수 국민들은 생존의 고통에 시달리며 복지 국가로 가자고 하지만 재벌들이 스트라이크를 놓으면, 재벌들을 복지 국가로 싣고 가는 민주적, 시민적 규율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그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삼성 공화국" 상황은 복지 국가로 가는 한국적 길에서 중대한 장벽이다. 그래서 우리는 저자가 리콜하고 있는 경제학의 마스터들이 어떻게 구체제 및 사익 특권 세력과 싸우며 자신들의 고유한 경제학 경지를 개척했는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 즉 공정-협동-연대-행복 경제의 길을 여는데 있어 어떤 보수적 장벽과 마주하며 씨름했는지를 살필 필요가 있다.

스미스의 경우는 중상주의적 특권 체제와, 리카도와 조지는 지가 상승, 토지 투기 및 지주 계급과, 마르크스는 자본제적 특권 체제 및 계급 권력과, 케인스는 금융 투기 거품 및 금융 권력을 상대로 치열하게 싸웠다. 저마다 구축한 경제학 체계는 달랐고 독특했지만, 특권적 사익 체제 및 불로소득( 넓은 의미의 지대) 세력을 상대로 싸우며 진보 개혁의 새벽을 열려고 노력했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나는 당대의 주된 모순과 대면하기, 그리고 보편적으로 좋은 삶을 추구하기, 이렇게 두 바퀴에 착안해서 고전을 보는 것이 <경제학을 리콜하라>를 더 잘, 재미있게 읽고 배우는 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한다.

경제학자들의 갈등에서 찾을 지혜는?

그렇지만 경제학에 대해 나름대로 주견을 가진 사람이라면, <경제학을 리콜하라>의 고전 다시 읽기에 대해 뭔가 이야기를 좀 보태고 싶을 것이다. 먼저 서술 방식 문제인데, 고전 리콜 법에 대해 좀 더 자상한 로드맵을 쥐어 주지 않은데 대해 독자들이 불친절하다는 불만을 가질 수도 있겠다. 저자는 고차원의 통섭 경제학적 관점, 그리고 행태·행복 경제학으로 고전 다시 보기라는 두 가지 지침을 주긴 했다. 그러나 책머리에서 이 두 가지 지침을 좀 더 풀어서 스미스에서 케인스까지를 엮는 구체적 방법을 설명해 주었더라면 독자들에게도 친절하고 책의 모양새도 더 짜임새를 갖출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에, 저자가 말했듯이 고전의 대가들이 한결같이 고차원의 통섭적, 윤리적 경제학을 했고 행복을 추구했다 하더라도 그들의 윤리, 그들이 추구한 행복이 다 같은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연히 그들의 체제관, 그들이 추구한 체제 비전도 달랐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놓고 공통점을 찾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못지않게 차이와 갈등 지점들을 드러내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 아니었을까. 예컨대 중상주의적 구특권 체제를 비판하고 자유 경쟁, 자유 무역을 지향한 스미스와 자본제적 특권 체제를 비판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한 마르크스에서 공통점만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이다. 아래에서는 개개인별로 조금씩 언급해 보겠다.

먼저, 스미스의 경우 <도덕감정론>의 스미스와 <국부론>의 스미스가 긴장관계에 있음은 스미스 사상에 대한 전문 연구들이 밝히고 있는 바와 같다. 이는 존 포칵의 책, <마키아벨리언 모멘트(The Machiavellian Moment: Florentine Political Thought and the Atlantic Republican Tradition)>에서도 잘 말하고 있듯이, 부(wealth)와 덕(virtue) 간의 갈등이냐 보완이냐로 논의되어 왔던 오랜 문제다. 그렇지만 스미스가 시장에서 사익 추구가 공익 증진에 기여하기 위해 법과 정의가 확립되어야 함을 말했다 해도, 그 법과 정의는 아무래도 상업 사회를 작동시키기 위한 법과 정의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스미스는 경제적 자유주의-자유 방임주의가 아니라-를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을까.

저자가 특권적 지대 추구를 비판할 때 조지 스티글러나 고든 툴럭 같은 학자를 아무런 비판 없이 그냥 인용하는 것도 지나칠 수 없다. 왜냐하면 사실 이들은 자유 시장 경제학의 대표적 논자들이기 때문이다. 또 리카도의 경우는 사실 오늘날 경제학의 전환적 흐름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인물이다. 그는 인간 행동론에서나 경제 체계론에서나 기계론적, 물리학적, 자연 필연주의적 사고를 대표하는 인물로 꼽힌다. 이 점에서 리카도와 신고전파 경제학이 매우 흡사하다고 보는 학자들도 많다. 그렇게 본다면 리카도는 저자가 제시하는 고차원 경제학 그리고 행태·행복 경제학의 지침에는 영 맞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이런 경제학의 사조에 대해 일찍이 칼 폴라니는 <거대한 전환>(홍기빈 옮김, 길 펴냄)에서 마샬은 통탄할 일이라며 소리 높여 비판한 바 있다. 이 책에서 리카도와 헨리 조지는 "지가 상승을 몰락의 징조로 본 학자들"로 같이 묶여 있지만, 조지조차도 리카도의 차액 지대설이 지대의 증가를 인구 증가와 수확 체감에 귀착시킴으로써 맬서스의 인구론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고 비판했다고 한다(<헨리 조지>(경북대학교출판부 펴냄), 182쪽). 요컨대 <경제학을 리콜하라>의 구성에서 리카도 같은 사람은 매우 이질적인 존재로 끼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르크스에 대한 서술은 그중 분량도 많고 저자가 공을 퍽 많이 들인 부분이기도 하다. 날 더러 이 책에서 가장 높이 평가하고 싶은 부분을 묻는다면 저자의 마르크스 해석 부분을 들 것이다. 저자는 이 주제와 관련하여 별도로 <두 경제학의 이야기>를 쓴 바 있으니 관심 있는 독자들은 그 책도 같이 보면 더 좋을 것이다. 마르크스에 대한 이정전 선생의 통섭 경제학적 독해는, 내가 아는 한, 한국에서 어떤 마르크스 경제학 전공자의 연구와 견주어도 단연 돋보인다.

적어도 두 가지 점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먼저 그는 죄수의 딜레마 논리를 도입하여, 자본제적 사적 소유 및 자본가 계급의 기득권이 협력으로 모두 승자가 되는 길을 가로막는다고 본다. 이는 현대 포스트발라적 진보 경제학의 흐름과 정확히 맥락을 같이 하는 해석이다. 또 다른 한 가지는 마르크스의 윤리학이 단지 정의의 윤리학이 아니라, 아리스토텔레스적 기원을 갖는 행복의 윤리학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나는 이정전의 이런 통섭적 마르크스 해석에 동감하면서도, 두 가지 점을 지적해 보겠다. 하나는, 저자 방식대로 마르크스를 읽으려면, <자본론>도 새롭게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자본론>의 핵심 논리는 시장에서 자본과 노동력의 등가 교환, 공장의 '비밀 실험실'에서 착취라는 구조를 취하고 있는데, 이 논리는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에 대한 정의론적 비판의 틀이며, 자유주의 사상적 요소가 깊이 들어있는 협소한 비판이라 하겠다. 저자가 의도하는 통섭적, 행복론적 관점에서의 자본주의 비판이 될 수가 없다. 거기에 비한다면 오히려 노동력 상품화가 가져오는 삶의 실체적 터전의 해체와 인간 총체성의 황폐화를 드러낸, <거대한 전환>에서 폴라니의 비판이 더 예리하고 심대하다 할 것이다.

둘째, 이와 관련하여 이정전은 케인스가 "화폐를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경제학자"라고 언급하면서도 마르크스의 화폐론, 그리고 이와 밀접히 연동된 '자본'의 이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사실 <자본론> 앞부분에서 전개하고 있는 상품-가치-화폐-자본의 논리 구조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이른바 가치 형태와 실체의 문제야말로 마르크스 경제학 연구사를 수놓은 오래고도 새로운 논쟁적 주제인데, 저자의 마르크스 독해에는 이 부분이 빠져있다. 그렇게 본다면 저자의 마르크스 리콜하기는 아직 미완으로 열려 있다 하겠다.

케인스 리콜에 대해서는 한마디만 하려고 하는데, 케인스가 <일반이론> 말미에서 제안한 이른바 "투자의 사회화" 대안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의 사회화"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한 실정이지만, 여하튼 이 대목은 케인스 좌파와 우파를 가르는 지점이면서, 포스트케인스주의 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이 만나는 지점이기도 할 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 케인스와 마르크스가 같이 앉아 대화하는 교량 역할을 할 수도 있는데, 아쉽게 빠져 있다. 이 책에서 케인스 리콜은 다른 대가들의 서술에 비할 때 대안론이 미약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서술 전체와 관련된 것으로 내가 아는 한, 행복 경제학이라면 센과 마르타 누스봄이 제창한 능력 접근(capability approach)을 빠뜨릴 수 없는데, 저자가 이 접근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이 고전의 대가이기 때문에 이 사람들을 주역으로 올릴 일은 아니겠지만, 행복 또는 복지의 개념에서 이들에 대한 논의를 빠뜨리기는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는 접근 방법론에서 행태 경제학과 행복 경제학의 두 견지에서 고전을 리콜하고 성장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 견해를 보이고 있지만, 서술 내용상으로는 모두를 위한 성장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지만 이 성장의 주제와 관련해서는, 현대의 제도 및 진화 경제학의 도도한 흐름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 싶다. 이 흐름으로 들어오면, 스미스의 자유주의가 중상주의적 "지대 추구(rent-seeking)" 체제를 비판한 부분도 결코 스미스의 손만 들어줄 수는 없는, 복잡하면서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게 될 것이다. 불생산적 지대 추구 체제도 있지만 "지대에 기반을 둔 발전(rent-based development)"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성장 기적도 일종의 지대 기반 발전 모델이다. 따라서 자유 시장 경제학의 주장처럼 지대를 없애고 완전 경쟁 체제를 만드는 게 능사가 아니라, 지대를 관리하는 방식이 관건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프리드리히 리스트의 스미스 비판은 워낙 잘 알려져 있는 바지만, 케인스도 자유주의에 대해 중상주의를 옹호했다는 사실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경제학을 리콜하면 덤으로…

<경제학을 리콜하라>라는 책에 대해 필자가 보탠 몇 마디는 군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좋은 이야기만 하는 주례사 서평은 오히려 저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소견에서 부쳐 본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쓴 최대의 목적은 되도록 많은 독자들이 <경제학을 리콜하라>를 더 잘 읽도록 도우기 위한 것이다. 장담하건데, 독자들은 정말 이 책에서 고전에 주눅 들지 않고 고전을 리콜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또 한 가지 좋은 소식을 빠뜨려서는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복지국가 의제를 올려놓고 씨름하고 있지만, 정작 복지가 뭔지, 정말 잘 사는 게 뭔지에 대한 논의는 뒷전이다. 독자들은 <경제학을 리콜하라>에서 복지론을 리콜하는 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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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fgdfgdf 2012-07-05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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