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가면서 내게 하는 귓속말


나를 울려놓고 너는
내가 안 보인다고 한다
이 깊은 울음바다 속을 헤매다니는
날더러 바람 소리라고 한다 해가 가고
달이 가는 소리라고 한다
나를 울려놓고 울려놓고
가을나무가 한꺼번에
제 몸을 흔드는 소리라고 한다
수수 백년 내 울음소리 위에 턱 괴고 누워선
아무도 없는데
누가 우느냐고 한다
설핏한 해 그림자
마침내 떠나갈 어느 기슭에
꾀꼬리 소리 같은 草墳 하나 지어놓고선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詩 김명리 시집 불멸의 샘이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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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1-25 1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11-25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어머~ 귓속말님~ 정말에요?? 와우!!! ^^
우리가 나란히~ 나란히~~

mong 2005-11-25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어서 군불이나 더 지피라고 한다
새하얗게 이불 홑청이나 빨아놓으라고 한다
요고 아주 좋아요~
플레져님 덕에 좋은시 많이 읽네요 ^^

숨은아이 2005-11-2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시의 "나"는 세월일까요 제목대로 그냥 "나"일까요? (그림 속의 우람한 팔뚝에 눈이 휘둥그레~)

플레져 2005-11-25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보이세요???
몽님, 일찌감치 이불 빨래 해 놓았어요. 좋은 시 읽고 튼실해지세요 ^^
숨은아이님, 둘 다~! (팔뚝, 굵긴 하네요 ㅎ)

플레져 2005-11-25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네! ㅎㅎㅎㅎ
브리핑으로 추리하신 것 같긴 한데
그 많은 님중에 그 님일거라는 건 어찌 아셨는지가 더 궁금해요!! ㅎㅎㅎㅎ

플레져 2005-11-25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ㅎㅎㅎ
근데요, 저 댓글을 쓸 당시에는 제가 미처 그 페이퍼를 못 본 상태였어요.
무심코 말한 '나란히' 에 뽀인트를 잡으신 님께 경의를...^^
더불어 거기에 자연스럽게 넘어가버린 제게는 빨간약을...

2005-11-25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1-25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군불, 홑청이란 단어가 시를 확 살려주네요.^^

히피드림~ 2005-11-25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씩 이렇게 올려주시는 시들이 참 좋아요.^^ 추천도 꾹 누르고 갑니다!

플레져 2005-11-25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벽별님, 빨간약, 상비약이에요.
로드무비님, 되뇌이고 되뇌일수록 호젓한 길만 남는 것 같은 시에요... 홑청처럼 깨끗한...
펑크님, 추천 감사합니다 ^^

superfrog 2005-11-25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이 아니라 아주 자주! 새벽별님의 초울트라급 예리함을 느낀다구요!ㅠ.ㅜ

그로밋 2005-11-29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핏한 해 그림자
하나 배웠네요. ^^

플레져 2005-11-2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금붕어님과 새벽별님이 언제 이런 대화를....^^:;
그로밋님, 지금 햇빛이 여물고 있는 아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