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초후에 무너질지도 모릅니다.
으악. 정말. 아주 긴 2초를 훌쩍 지나 무사히 따프롬으로 들어갔다.
정말 와보고 싶었던 곳.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 의 배경이 된 그곳.



스펑(산뽕)나무.
여기의 나무들은 100년-200년 생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100년도 안 된 나무도 있고.
100년도 못 살 인간들이 우글거리는데 나무의 신들께서는 어찌 바라보셨을까.
으스스한 기운이 감도는 그곳.
종일 이곳에 있어도 좋을 것 같았다.
스펑신이 나타나 위협하더라도.



어쩌면 곧, 이곳을 폐쇄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뭐야. 자꾸 그럴지도 모른다... ~~ 할지도 모른다는 말만 떠돌고 말이야.
몰디브도 곧 사라질거라 해서 다녀왔더니만, 여전히 성업중이더군.
알고보니... 200년 후 쯤이라나.
그렇다면 나의 후손들이 내 앨범을 보며 이렇게 말하겠고나.
"우리 00대조 할머니께서는 몰디브에 허니문을 다녀오시고, 따프롬 사원을 기행하셨으며.... 그러나 그시대 사람들에게는 유행이었으니...... 유행에 민감한 분이셨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라고 할지도 -_-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도와줘요 타잔! 하고 외치면 큰일.
타잔도 이 나무에서 저나무로 올라타지 못하리.




무너짐도 예술이요, 예술은 곧 무형식이라.
부서진 것은 그대로 두고 있는 것도 그대로 두고.









나무가 돌을 부수는가. 돌이 나무를 부수는가.

- 김영하, 당신의 나무 중에서-




무화과나무.
휘감고, 뒤엎고, 퍼붓고, 가리고, 감추고...
온갖 작태를 연출하고 있는 나무들.
처음 이 사원을 발견한 프랑스 학자들은 나무를 베어버릴 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다고 한다.
나무가 사원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보여주자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고.

앙코르와트에서도 키가 큰, 거인같은 나무들을 몇 그루 볼 수 있는데
원래는 순 그런 나무들 뿐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지배를 받던 시절, 사원을 가리고 있는 나무들을 마이 베어내버렸다.
덕분에 시야는 트였다만, 어쩐지 그 나무들의 정령이 따프롬으로 옮겨간 것은 아닐런지.
혹은 부조를 새긴 영혼들의 혼도 합류를 한 것은 아닐까.

공명의 방, 이라고 가슴을 텅텅 치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방이 따프롬에 있다.
만약 가슴을 쳤을 때 소리가 나지 않거나 울림이 없으면 건강하지 않은거라고 했더니
B,C,D들과 나는 무지막지하게 가슴을 치고 말았다.
건강하고 싶어서 ^^




줌-업해서 찍은 탓에 크게 보이지만, 유심히 관찰하지 않으면 저 나무 속의 불상이 잘 보이지 않는다.
웃고있다. 크메르인을 닮은 부조.

거대한 나무 용암들.
용암이 분출한 것처럼, 그대로 굳어버린 저 용암들은 자라고 자라고 있다.







따프롬에서 바라본 푸른 하늘.

앙코르에 가기 전 공부를 했고 도착해서도 공부했다.
익숙하지 않은 크메르어 때문인지 따프롬과 반띠아스레이, 앙코르와트 외에는 외워지지 않았다.
영화 내용을 조금이라도 흘렸다가 몰매맞는 스포일러들을 나는 사랑한다.
나는 아무리아무리 영화 이야기를 미리 들어도 영화 감상을 하는데 있어서 방해받지 않는다.
어떤 특별한 장면 때문에 그 영화를 보러 가지만,
적만한 어둠 속에서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으면 머릿속은 백지가 되고 만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영화가 아닌데. 어쩜 그리 백지가 되더냐!

나에게 만약 단 하루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따프롬에 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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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5-17 0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명의 방, 이라고 가슴을 텅텅 치면 메아리처럼 울려퍼지는 방이 따프롬에 있다.
만약 가슴을 쳤을 때 소리가 나지 않거나 울림이 없으면 건강하지 않은거라고 했더니
B,C,D들과 나는 무지막지하게 가슴을 치고 말았다. "

아 죄송해요 플레져님...저..이 부분에서..



얘네들 생각했어요...=3=3=3=3=3


로드무비 2007-05-17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프롬, 정말 굉장하군요.
플레져 님의 한 마디 한 마디도 정겹고.
우리 올케가 앙코르와트에 가자고, 내 경비는 자기가 내겠다고 했는데
거절했어요. 지난주에......
다시 생각해 볼까요?ㅎㅎㅎ

타잔에게 도움 청할 만한 일이 있는 겁니까?
지난주에 타계(타잔 역을 맡았던 배우) 소식이 들리던데.
건강 잘 챙기시고요.^^

urblue 2007-05-17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 초에 앙코르와트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어찌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한동안 아무 소식이 없으시더니 좋은 여행 하셨군요. 반가워요. ^^

프레이야 2007-05-17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뜻깊은 여행 하셨군요. 부러워요. 가보고 싶은 곳 중의 하나인데
따프롬, 님이 단 하루만 주어진다면 다시 가고싶은 곳으로 찍으니 더욱 그렇네요.
돌을 부수는 나무, 나무 속에 들어앉아있는 석상 부조.. 모두모두 놀라워요.
재미난 글과 많은 사진으로 일단 대리만족 잘 하고 갑니다.^^

2007-05-17 09: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05-17 1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무척 더워보입니다. 앙코르와트의 모든 곳은, 인간이 아닌 어떤 거인이 인간을 시켜 주조한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07-05-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종 앙코르와트에 관한 화면과 글이 보일때면 나도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가보고 싶다라는 생각과 함께 자주 보이는 화면인지라 다녀왔나? 란 생각도 했었습니다..낄낄~
헌데 따프롬사원은 처음 봅니다.처음 보았기에 저의 놀라움은 더욱더 크군요.
돌을 부수는 나무,나무를 부수는 돌....어떻게 저러한 나무들이 있을 수 있는지?
나무를 좋아하고 있는 저이지만 아~ 저나무들은 좀 으시시한데요?
그리고 갑자기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책이 읽고 싶어졌어요.
이와중에도 책을 추천해주시다니...^^;;
지난번 절망(?)하는 페이퍼를 보고서 댓글 남기고 있는데 딸내미가 확 날려버려 제가 절망하면서 컴을 껐더랬습니다..ㅠ.ㅠ
암튼...여행 잘 다녀오셨지요?..^^

마냐 2007-05-17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으....숭고하다는 느낌. 왠지 오싹하고 등골 서늘해지는,,,,시간과 자연의 무게가 느껴지는거 같슴다. 앙코르와트는 오래된 로망이지만...새삼 넘 가보고프네요. 그나저나 몸은 괜찮으시구여?

플레져 2007-05-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스토씨... 오랜만에 면회를 좀 해야겠군요. 우워워....쿵쿵!


로드무비님, 아아. 가셔야지요! 거절 반납하시고, 허락하세요!
타잔만 있다면야... 코끼리도 타고, 원숭이랑도 놀고, 하마랑도 대화를...
나눌 수 있지 않을까요? ㅋㅋ 제 마음속엔 늘 타잔이 있답니다. 쿨럭;;;;


블루님, 와~ 님의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꼭 다녀오세요.
저는 다른 나라는 거치지 않고 앙코르만 다녀왔어요.
그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벅차요...ㅎㅎ


배혜경님, 사진을 충분히 많이 찍지 못했어요.
구경하느라고, 푹 빠져있느라고... 눈에 콕콕 담아두고 싶었답니다.
단 하루가 주어진다면 따프롬이랑 반띠아스레이에도...ㅎㅎㅎ
(갈수록 욕심이 늘어나는 거닷! ㅋㅋ)


속삭님, 그럴거에요. 그 기운에 또한번 놀라게 될거구요.
저 사원이 곧 출입통제가 될지도 모른다는 유언비어가 떠도는만큼...
얼른 다녀오세요. 저 시절의 김영하, 압권이었죠 ^^


주드님, 땀일 철철... 그래도 열심히 걷고 걸었어요.
적확한 표현이네요. 앙코르는 인간의 힘을 뛰어넘는 그 이상이 느껴져요.


책읽는나무님, 저는 요즘에서야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한번 관심을 갖게 되었다니 아주 제대로 팬이 되버렸지요.
김영하의 당신의 나무, 문학기행으로도 손색이 없지요 ㅎㅎ
음음... 그 범인이라면... 지수, 지윤, 둘 중에 한 아기군요. 누굴까? ㅎㅎ
귀여워서 용서합니다 ^^;; 여행, 잘 다녀왔어요. 잘 지내시지요?


마냐님, 오싹한 기운때문에 혼자 남겨지면... 조금 무섭기도 해요.
사진을 찍다가 일행과 잠시 멀어졌는데... 서늘하더라구요.
강철체력이었어요, 저... 거기, 캄보디아 체질인가봐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