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나는 도망쳤다. 나는 겁쟁이였기 때문에 도망쳤다. 아세프가 무서웠고 그가내게 할 짓이 두려웠다. 상처받을 것이 두려웠다. 골목의 하산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변명했다. 나는 나자신에게 그렇게 믿게 만들었다. 사실 나는 비겁함을 열망했다. 또 다른 변명, 내가 도망치고 있는 진짜 이유는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아세프의 말이 옳다는 것이었다. 어쩌면 하산은 바바의 마음을 얻기 위해 내가 치러야만 하는 대가이자 내가 죽여야만 하는 양이었다. 그것이 공정한 대가였을까? 그 대답이 나도모르는 사이에 의식 속에 떠올랐다. 그는 단지 하자라인에 불과했다. 그렇지 않은가?
내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았을까? 알고있다면 그의 눈빛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비난? 분개? 아니면, 내가 가장 두려워했던, 꾸밈없는 헌신? 무엇보다도 그것은 ‘내가 차마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가옆에 있으면 방에서 산소가 새나가는 것 같았다. 갑자기 가슴이 오그라들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졌다. 바람이 통하지 않는 나만의 작은 공기방울 속에 숨 막히며 서 있곤 했다. 그러나 그가 주변에 없을 때조차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었다.
하산의 행동을 통해 또 다른 사실을 깨달았다. 하산은 다 알고 있었다. 내가 골목에서 모든 것을 보았다는 것을. 내가 그곳에 서서 아무런 행동도취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내가 자신을 배신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어쩌면 마지막으로 나를 구해주고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 어떤 사람보다 그를사랑했다. 그에게 내가 숨은 적이며 호수 속의 괴물이라고 말주고 싶었다.
바바가 그 말을 하던 모습을, 그 간청에 깃든 고통과두려움을 나는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내게는 미국이 과거를 묻을 수 있는 곳이었다. 바바에게 미국은, 과거를 애도해야 하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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