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상실 - 오소영
내가 누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이럴 수도 있지, 뭐
왜 비틀거리냐고? 배가 너무 고파
왜 굶고 있냐고? 돈이 없으니까
아무리 걸어도 보이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배고프고 더러운데
쉴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 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 거야 어딘 거야 어딘 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 거야 어딘 거야 어딘 거야 도대체 여긴
어디 사냐고? 나도 몰라
그런 게 어딨냐고? 여기 있지, 뭐
잘 곳은 있냐고? 물론 없지
어떻게 할거냐고? 될 대로 되라지.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나는 것이 없어
난 이렇게 지치고 외로운데
머물 곳이 필요해 어디로 가야 할까 도대체 내가 있는 여기는
어딘 거야 어딘 거야 어딘 거야 도대체 여긴
어딘 거야 어딘 거야 어딘 거야 도대체 여긴

편지 ─ 이성복
1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 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 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2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記憶을 버릴 거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 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나는
아무 것도 가르칠 게 없소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할 수 없소
결혼할 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 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