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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방기행문 - 세상 끝에서 마주친 아주 사적인 기억들
유성용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왜 하필 '다방' 기행을 했을까?
책의 거의 끝부분에 와서야 작가의 마음을 헤아렸다.
그간 스쿠터로 전국의 다방들을 헤집고 다닐 때 느낀 게 있다면 오라는 곳보다 굳이 오라고 소리하지 않는 곳이 오히려 가볼 만하다는 것이다. 오라고 하는 곳들은 대개 '늪'이다. 무슨 복고 취향이 있어서 다방을 찾아다닌 것은 아니다. 오라는 곳들을 가보면 하나같이 가짜 자연이고 테마 공원처럼 따분해서 그곳을 피하다 보니 기울어져가는 오래된 마을이 있고 그 사이사이 다방이 있고 그랬다.(350쪽)
그래서인지 작가가 들렸던 그 수많은 다방의 이름들은 떠오르지 않고, 그가 머물렀던 장소와 사람들이 더 뇌리에 남는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가거도'이다.
가거도(可居島)는 한자 그대로 사람이 살 만한 섬이란 뜻이다. 하지만 이건 사람 살기에 좋다기보다는, 사람이 간신히 살 수 있다는 그런 정도의 의미일 것이다. 이 섬 한가운데에는 독실산이라는 산이 있다. 홀로 실하다는 이 산에는 숲이 있고 그래서 먹을 물이 난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섬이지만 그래서 사람이 살 수 있다.(259쪽)
빈집들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집들은 무너지거나 허물어지지도 않고 하나같이 너무 온전하다. 얼마 전까지도 사람들이 살았던 집들만 같다. 가재도구들이 그대로 놓여있다. 아무래도 무서운 생각이 든다. 어느 집은 냉장고도 돌고 있다. 인육이라도 들었나 싶어 무심히 열어봤다가 뒤로 나자빠졌다. 피비린내에 구토가 일었다. 커다란 염소가 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런 중에도 고개만 돌리면 꿈결 같은 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263쪽)
아! 무슨 미스터리 사이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머리속에서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이 스쳐 지나간다.
목포에서 쾌속정으로 네 시간을 넘게 가야 갈 수 있는 섬 가거도에서 바람이라도 만나면 며칠씩 묶여 있어야 한다는데...
생각만해도 오싹하다.
그래도 한번 가보고 싶긴하다.
사방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만 보이는 이 곳에서 작가가 말한 '그대가 꿈꾸던 행복의 안일함'을 뼛속 깊이 느껴보는 건 어떨까.
작가가 만난 연기하는 H.
1년 전 급성 심근 경색으로 죽었다 살아난 사람이다.
"죽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따뜻했어요. 누구 하나 그리워할 틈도 없었지요. 기쁨도 슬픔도 어느 것 하나 가져갈 수 없다는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요."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정말 그렇다면 죽음이 두렵지 않을 거 같다.
암으로 고생했던(지금은 회복한) 후배를 만나 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후배 말이 정말 맞다고 한다.
기억을 잃은 이틀동안 정말 아프지 않았다고. 편안했다고.
한마디로 다방은 배울 게 별로 없는 곳이다. 물론 커피도 맛없고. 하지만 그곳은 어쩌면 사라져가는 것들과 버려진 것들의 풍경을 따라가는 이정표처럼 여겨졌다. 나는 그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91쪽)
작가와 함께 한 스쿠터 타고 전국 다방 기행!(바람맞은 머리가 말도 아니다. 기분상 ㅋㅋ)
처음엔 움찔움찔 함께 타기 꺼렸었는데 마지막엔 내리기가 싫어진다.(어디 더 갈 데 없나요?)
아무래도 집에서 다방커피 한 잔 마셔야겠다.
곽 군아! 커피 한 잔 부탁해~~~ 설탕 2개, 프림 2개. 맹물커피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