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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아픈데 없냐고 당신이 물었다 -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에서 보낸 행복 편지
김선우 지음 / 청림출판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시인 김선우가 오로빌로 갔다.
나 좀 쉬려고요. 좀 지쳤거든요.
잘 돌아오기 위해, 떠남.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수 있는 시인이 부럽기만 하다)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여행 정보서가 아니다. 혹시라도 오로빌에 대한 여행 가이드를 원한다면 다른 책을 찾아 볼 것을 권한다. 이 책엔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보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연구서나 비판서가 아니다. 혹시 그런 것을 원한다면 오로빌로 가 직접 살아보시길 권한다.(19, 20쪽)
작가는 이렇게 말했지만 내 생각에 이 책은 오로빌에 대한 여행 정보서가 맞다.
오로빌이라는 곳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고, 읽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유용한 정보도 가득하다. 게다가 1세대 오로빌리언들이 꿈꾸던 이상이 어느정도 변질되어 가고 있는 현실의 세태라던가, 어느 조직이든 갖고 있는 내부의 여러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 정도만 알고 가도 반 오로빌리언이 아닐까 싶다.
인도 남부 코르만젤 해안에 위치한 오로빌(Auroville, 새벽의 도시 라는 뜻).
오로빌은 인도의 사상가 '스리 오로빈도'의 파트너이자 후계자인 '마더'에 의해 계획되고 아쉬람의 경제적 후원으로 시작된 국적과 정치, 종교를 떠나 서로 평화와 화합을 이루고 사는 마을이다.
마더가 궁금하다. 그녀의 생김이 너무 궁금하여 혹시라도 다음 장에는 나오겠지 하며 책장을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마더의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프랑스대사인 남편과 함께 남인도의 퐁디셰리로 여행 온 프랑스여인 미라 알파사(Mirra Alfassa)는 스리 오로빈도를 처음 만난 후 그가 자신의 운명의 파트너임을 직감한다. 그 후 대사와 이혼한 후 프랑스로 건너가 모든 삶을 정리하고, 일본으로 날아가 명상 수련 공부를 하고, 다시 인도로 돌아와 오로빈도의 반려가 된다. 오로빈도 역시 그녀가 영혼의 반려자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고 하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그럼 대사는 무슨 죄야! 괜히 여행 갔어~~~)
오로빌 홈페이지(www.auroville.org)에서 '마더'와 '스리 오로빈도'의 사진을 찾았다.
오로빌에는 한국 사람들이 살고 있을까?
당연히 있다. 현재 약 20여명 정도 살고 있다고 한다. 한국사람들이 없는 곳이 과연 있을까싶다.
오로빌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우리나라의 대안학교가 떠올랐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실제 우리나라의 몇 몇 대안학교에서는 오로빌로 수학여행을 간다고 한다.
나는 왠지 이런 오로빌 같은 곳이 낯설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으면서 오로빌에 가고 싶다라던가 살고 싶다라던가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로빌에 대한 내용보다는 작가의 생각, 감정, 기분 이런 것들에 더욱 끌렸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이 필요한 존재다. 어차피 존재의 고독은 혼자 감당하게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고독은 행복의 반대편에 있는 말이 아니다. 행복한 사람에게도 고독이 존재한다. 아니, 오히려, 행복한 사람일수록 존재의 고독에 명민하게 깨어 있고 고독을 잘 보살피는 것이리라. 그러니 고독은 존재의 자기 증명 방식이기도 하다. 고독을 잃어버린 삶은 영혼의 어떤 부분이 마모되어버린 삶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 고독해, 나 외로워, 라며 사뭇 괴로운 포즈로 엄살 피우는 예술가들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고독을 잘 감당하는 사람, 고독을 잘 즐기는 사람이 좋다. 고독의 무게로 다른 사람까지 무거워지게 하지 않는 삶이 나는 좋다.(46, 47쪽)
딱 내가 하고 싶은 말이다. 고독하고 싶고, 고독을 즐기고 싶어하는 내 맘을 어찌 이리 잘 표현했을까.
안정적이 된다는 것은 정체된다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 안정적이 된다는 것은 생활이 편안해진다는 장점을 제공하는 동시에 정신의 고양을 지체시킬 수도 있다는 단점을 내포한다. 정신의 부패가 발생하고 세속적인 탐심이 생기기 쉬운 지점이기도 하다. 평생 몸담은 분야의 지식과 기술은 늘어도 가슴 두근거리는 삶을 놓치기 쉽다.
나는 어느 도시에 여행을 갈 때 보통 한 달정도 머물면 알맞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 이상이 되면 두근거림보다는 안정적인 일상이 영위되기 시작한다. 익숙한 거리, 익숙한 가게, 익숙한 방식의 대화. 결국 생활의 안정감을 선호하는 사람과 생활의 두근거림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는 후자 쪽이다.(218쪽)
나는 전자쪽이다. 혹시라도 두근거리는 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하며 지금의 평화로움이 영원했으면 하고 바란다.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두근거림이 어떤 느낌이었나 되짚어본다.
사람은 자기 자신, 자기 가족,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 때문에 행복하고 또 불행하기도 하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 원하는 게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할까봐 두려워지는 날이 생기고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못해서 좌절하는 날이 생기기도 한다. 사랑은 가장 좋은 행복의 원천이면서 불행의 씨앗이기도 하다. 보통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뭔가 바라게 된다. 이상한 역설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인간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225, 226쪽)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때 행복해진다?.......명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모든 여행은 시와 소설로 전이되어 몸 바꾸기를 하기에 특별히 여행 에세이라는 형식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던 작가가 오로빌은 예외였다.
획일화 되어가는 삶의 방식, 남들 사는 대로 살지 않으면 큰 일날 것 같은 두려움 속에 하루 하루 '나'를 잃어버리고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작가는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지금 사는 방식이 전부는 아니니 여기 좀 잠깐 들여다보라!
여기 이렇게 다르게 살고 있는데도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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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5개 주고 싶었지만 하나는 뺐다.
제본을 어찌했기에 책이 이렇게 낱장 낱장 예쁘게도 떨어지는지...마음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