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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가분 - 마음주치의 정혜신의 나를 응원하는 심리처방전
정혜신.이명수 지음, 전용성 그림 / 해냄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색연필로 쭉쭉 그어 놓기만 했는데도 겉표지가 참 예쁘다.
따라 그려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아이들과 함께 그려봐야겠다. 
여운을 주는 전용성 작가의 담백한 그림이 이 책의 멋을 한껏 살려준다.
엽서로 만들어도 아주 예쁘겠다.(엽서로 나오면 냉큼 살 것이다) 

'홀가분'한 기분으로 이 책을 펼쳤는데 프롤로그를 읽으면서 점점 주눅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에 대한 정혜신님의 끝없는 믿음과 사랑이 왠지 모를 거부감으로 다가오면서 이 책을 덮게 만들었다.
결국 일주일 후에 다시 이 책을 펼쳤다.

- 그는 전생에 저울이 아니었을까. 세상과 사람에 대한 그의 감각은 더없이 섬세하고 균형적이다.
- 그는 나의 치유자이며 심리적 구루이다. 
- 그의 표현에 의하면, 나는 그의 심리적 공중급유기다.

- 그는 내가 아는 모든 사람 중에서 몸과 마음이 가장 섹시한 남자다. 하지만 그가 발휘하는 생각의 섹시함은 상상을 초월한다.
- 나는 단 한순간도 그에게 설레지 않은 적이 없고 단 한 번도 실망한 적이 없다.
-
심지어 격하게 말다툼을 하는 순간에도 그의 화내는 모습이 섹시하게 느껴져서 혼자 민망한 웃음을 터뜨린다.
  (프롤로그중에서)

......내가 느끼는 이 감정은 심리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부러움에서 오는 시기 혹은 질투?
그러면서 나에게 물어봤다. 내 남편은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글쎄....소가 아니었을까?
남편에게도 물어봤다. 당신은 전생에 무엇이었을까? 
잠시 숨을 고르더니 "음...소였겠지." (허걱!)
같은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우리도 꽤 괜찮은 부부인가보다.
문득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남편이 가엾게 느껴졌다.
 
프롤로그의 글을 후기에 실었더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정혜신님의 처방전을 받기도 전에 접수창구에서 벌써 지쳤다고나 할까.(개인적인 생각이다)

'홀가분'이란 말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할 때 즐겨 쓰는 430여 개의 단어 중 긍정성을 뜻하는  쾌(快)의 최고 상태를 꼽은 말이라고 한다. '거추장스럽지 않고 가뿐한 상태'에서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홀가분하게 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자신의 가장 고백하기 힘든 사연을 훌훌 털어놓을 누군가를 만드는 일이라고 하는데 나에게는 과연 그런 사람이 있나 주위를 둘러보게 된다. 
있긴 하다. 그런데 훌훌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때가 더 많다. 빚을 진 기분이랄까. 

둘러보면 '심리적 고아'처럼 살고 있는 이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런 이들에게 필요한 건 나를 인정해 주고 격려해 주는 '꼭 한사람'입니다. 내가 누군가에게 '꼭 한 사람'이 되어주면 내게도 그런 사람이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습니다.(89쪽) 

누군가에게 '꼭 한 사람'이 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어떨 땐 내가 이렇게까지 의식하며 애를 써야 하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 때도 있다. 
무조건 들어줘야 하고, 이해해 줘야 하고, 네가 옳다고 해줘야 하는 상황이 몹시 피곤할 때가 있다.
차라리 '심리적 고아'가 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이렇게 쓰다 보니까 나에게 문제가 많은 것 같다.
'나'를 어찌할까? 

다섯 번째 처방전을 눈여겨 봐야겠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은 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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