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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신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 DNA에서 양자 컴퓨터까지 미래 정보학의 최전선 카이스트 명강 1
정하웅.김동섭.이해웅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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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카이스트에 재직 중인 세 명의 교수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과학의 최신 성과를 소개한 강연을 모은 것이다. 세 교수의 전공은 복잡계 네트워크, 생명 공학, 양자 역학으로 각각 다르지만 이들이 소개하고 있는 내용은 정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묶인다. 이는 아마도 강연을 기획한 측에서 강연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주제를 한정해 준 것이리라. 이러한 기획 의도는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동일한 주제에 대한 서로 다른 분야의 시각을 확인할 수 있음과 동시에, 또한 폭넓게 분화되어 가는 과학의 각 분야들이 어떻게 서로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의 가장 한 주제를 우리나라 최고의 석학들이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과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만한, 가져야 할 책이라고 할 수 있다.

 

1부는 정하웅 교수가 복잡계 네트워크를 소개한다. 복잡계 네트워크란 쉽게 말해 다양한 점들이(복잡계) 서로 연결되어(네트워크) 있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인간의 뇌(뉴런들의 연결), 사회(인간들의 연결), 인터넷(컴퓨터들의 연결)과 같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구조로 이루어진 대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또한 그 각각의 대상이 개체()들의 총합 이상의 어떤 결과를 산출하기 때문이다. 정하웅 교수는 이러한 복잡계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지, 복잡계 네크워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전에 바라바시의 <링크><버스트>를 읽은 적이 있기에 더욱 쉽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뉴런 네트워크로서의 와 그 결과로서의 마음에 대해 관심이 있는데, 다음 카이스트 명강 주제가 라고 하니 더욱 기대된다.

 

2부는 김동섭 교수가 생물학에서의 정보 개념을 다룬다. 이는 가장 신비로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는 생명을 정보 전달과 발현의 과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이다. 즉 분자 생물학의 중심 학설(Central dogma)‘DNA RNA 단백질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각각 단계에 담긴 정보가 어떻게 보존되고 전달되고 발현되는지에 대한 연구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는 오늘날 대단히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되는데, ‘본성과 환경이라는 오래된 논쟁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전자 조작이나 인간 복제, 새로운 생명의 창조와 같은 윤리적 논란을 안겨줄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특히 3강에서 언급한 후성 유전체에 대한 설명, 즉 후천적 환경에 따라 유전 정보가 변형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런 논쟁과 논란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던져줄 연구라 더욱 관심이 간다.

 

3부는 이해웅 교수가 들려주는 양자 정보학에 대한 이야기다. 난해하기로 악명 높은 양자 역학과 관련된 주제이기에 세 강연 중 가장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전적 암호 체계에서 양자 암호 체계로 넘어가는 과정은 그나마 쉽게 이해될 수 있으나, 3강에서 다루고 있는 양자 얽힘과 이를 활용한 양자 공간 이동 및 양자 정보 전송, 그리고 양자 컴퓨터에 이르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양자 역학과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어보았지만 읽을 때마다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고 애매하게 남아있는 부분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해웅 교수의 말처럼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이론인 것이 사실이고, 또 양자 역학을 이해한다고 해서 생활이 크게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기필코 이해해보리라 하는 투쟁심이 솟기도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강연 혹은 이런 책들이 얼마나 필요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과학에 관심 있는 인문학 전공자로서 평소 가지고 있던 불만 중 하나는 과학 분야에 대한 초보적인 수준에서부터 점차 심화되는 수준에 이르는 체계적 커리큘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아마 대학이 이런 과정을 제공해줄 터이지만, 다시 대학에 가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고 수능을 다시 보지 않는 이상 문과계열 학생은 이과계열로 편입할 수도 없다. 그러다보니 결국 대중 강연이나 사설 아카데미와 같은 곳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인문학과 관련된 강연은 수두룩하지만 과학을 다루는 강연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설혹 과학이 주제로 등장한다고 해도 세부 분야나 이론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인문학적 시선으로 바라본 과학일 뿐이다. 결국 대학에서 이과계열의 교육을 받지 않은 이상 현대 과학 이론을 뒤쫓아 가기란 매우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과학자들의 역할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간혹 트위터나 블로그 등을 돌아다니다 보면 인문학자들이 과학을 제멋대로 재단한다고 불평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과학에 대한 피상적 이해를 바탕으로 과학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따져대는 것을 불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진지하게 따져본다면 우리나라의 과학 전공자들이 자신이 연구하는 내용을 대중들에게 알리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반문해 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과학은 인문학보다 어렵다. 이는 두 분야의 논문을 함께 펼쳐놓고 비교해본다면 쉽게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므로 과학은 일반 대중과 전공 연구자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이 더욱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다양한 수준의 교양 과학 서적이나 대중 과학 강연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얘기했듯 이런 기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에, 나와 같은 사람들은 이것저것 뒤적이며 미로 속을 헤매고 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의 출간이 더욱 반갑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카이스트 명강>이 지속되고 성공적으로 안착하여 과학 대중화라는 새로운 장이 열리길 기대한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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