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나는,

이명박 대통령, 이 부조화. 그래, 이명박인들 어떻고 정동영인들 어떨까.”라고 썼다.

 

2012년 나는,

박근혜 대통령, 이 부조화. 그래, 박근혜인들 어떻고 문재인인들 어떨까.”라고 쓸 수 있을까.

 

2.

대선 결과를 단순히 무지한 인간들 탓으로 돌리는 건, 그저 자신은 그들과 다른 '깨어있는 시민'임을 과시하고픈 허위의식에 지나지 않는다. 계급정치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그들이 무지해서가 아니라 진정 자신의 욕망과 이익에 투철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건 이미 지난 대선에서 최대 표차로 승리한 이명박이 한번 보여준 적이 있었고, 이번 대선은 그 연장일 뿐인 것이다.

 

물론 그들의 무지란 자신의 욕망과 이익의 추구가 초래할 진정한 결과에 대한 무지를 의미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 ‘박근혜가 된다고 너 네가 잘 살 수 있을 거 같아? 오히려 더 힘들어지지, 이 바보들아.’ 같은 식의 항변들. 그러나 이 역시 투기와 같은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들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즉 평균 수익을 찬찬히 따져보기보다는 더 큰 기대 이익을 선호하는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외침일 뿐이다. 반대편도 마찬가지 아닌가. 다른 내용의 기대 이익을 제시하고 있을 뿐, 방식은 다르지 않다. 결국 보수 정치는 그런 식으로 계속 작동한다.

 

3.

그러므로 이번 대선에서 무엇을 성찰해야 할 것인가. 사람들의 욕망을 비웃고 환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욕망을 바꿔낼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서는 이 추세는 계속되리라는 것이다. 사람들이 매번 순간의 투기에 매몰되기보다 평균 수익을 찬찬히 따져보게 되는 방법. 그런 점에서 손학규의 저녁이 있는 삶이란 구호를 유지하지 못한 건 아쉽다. 구체적인 내용을 떠나서 그 구호는 숨가쁘게 살아온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그런 구호들을 모색해야 한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은 김소연, 김순자가 얻은 6만표, 0.3%라는 수치다. 이건 뼈아프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맥거핀 2012-12-20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득별 지지도에서 가장 소득이 낮은 사람들의 박후보 지지도가 가장 높더군요.(동아 여론조사라 100% 믿기는 힘들지만..) 이 문제를 어떻게든 정면대결하지 않는한, 선거에서 당선된다고 해도 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번은 저도 뼈아프군요.

nunc 2012-12-21 11:27   좋아요 0 | URL
소득이 낮기에 더 큰 기대 이익을 바라는 심리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로또를 바라듯이요.

저는 대선 전후 이런저런 얘기들 중 박해천씨의 설명이 가장 그럴듯하게 들리더군요.
http://blog.naver.com/ecri11/173606416

이번 대선을 보며 이제는 정말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 보수화를 이겨낼 수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