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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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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 코앞으로 다가왔고, 이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 놓아도 쌀쌀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꽃이 피지 않고 새들도 노래하지 않는다<침묵의 봄>이 더욱 절실하게 읽힌다. 사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온 터라 꽃과 새들의 변화보다는 그저 따사로운 햇볕이나 가벼워진 옷차림 정도로만 봄을 인지하게 된다. 아마도 우리 대부분이 이처럼 도시에서의 일상에 익숙해져 있기에 더더욱 봄의 침묵에 무감하게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들의 무감각에 경종을 울리는 레이첼 카슨의 목소리가 절절하게 다가온다.

 

무엇이 봄을 침묵하게 하는가? 카슨은 화학 살충제의 무분별한 남용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간의 편익을 위해 만들어진 화학 살충제가 어떠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땅 속 지하수에서부터 대지와 강물, 그리고 하늘에 이르기까지 온 과정을 차근차근 추적해 나간다. 그럼으로써 핵전쟁으로 말미암은 인류의 절멸 가능성과 더불어, 우리 시대의 중요한 문제로 등장한 것이 바로 심각한 해악을 불러일으키는 물질들로 인한 환경오염”(32)이란 사실을 분명하게 각인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화학 살충제가 왜 문제인가? 먼저 화학 살충제는 태생부터 비윤리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화학 살충제 산업이 탄생하고 번성하게 된 계기는 제2차 세계대전이다. 전쟁 기간 중 화학전에 사용할 약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몇 종류의 물질은 곤충에 치명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발견은 우연하게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할 약제를 시험하는 데 곤충류가 자주 사용된 때문이었다.”(40) 인간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화학 약품이 전쟁 후 살충제 산업으로 전환된 것이다. 물론 군사적 목적의 기술이 인간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살충제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화학 살충제는 자연 상태에 계속 잔류하고 축적되어 인간 및 여러 생물들에게 다양하고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한다. 오늘날 잔류 농약의 위험성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그로 인해 무농약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농산물을 찾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나긴 먹이사슬의 연쇄를 따라 북극곰과 에스키모에까지 DDT와 같은 살충제의 잔류물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단지 살충제 살포의 위험성이 한 시기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이 책의 대부분은 화학 살충제가 야기한 부정적 현실을 열거하는데 할애되고 있다. 즉 농작물과 숲이 말라버리고, 새들과 물고기가 죽어 땅 위에 뒹굴고 물 위에 떠오르고,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이 인간에게 발생하는 과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화학 살충제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어 보이나 실질적 방제 효과는 매우 떨어진다. 왜냐하면 해충뿐만 아니라 익충이나 다른 생물에게까지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생태계의 균형을 파괴하여 예상치 못했던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고, 그뿐 아니라 살충제에 내성을 가진 개체들이 금세 새로 생겨나기 때문에 점점 더 강력하고 점점 더 많은 양의 살충제를 살포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피해는 고스란히 인간에게 귀결된다. 이러한 내성이 인간에게도 적용될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할 수 있지만,내성이란 수많은 세대를 거치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100년 동안 세대가 평균 세 번 바뀐다. 하지만 곤충의 경우에는 며칠 또는 몇 주 단위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다.”(303) 그러므로 인간은 곤충의 적응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고, 원하는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인간을 비롯한 다른 생물들에게만 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자연의 균형이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불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균형이란 유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며 조절과 조정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긴다.”(275)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살충제의 무분별한 남용은 자연의 균형을 심각하게 파괴한다.어떤 일을 계획할 때에는 그 주변의 역사와 풍토를 고려해야만 한다. 자연 식생은 그 환경을 구성하는 다양한 생물이 벌이는 상호작용의 표현이기 때문이다.”(88) 그러나 살충제를 통한 방제 사업은 자연 식생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과 특정 해충의 박멸이라는 목적에 눈이 먼 나머지 다른 요소들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눈앞에 보이는 해결책에만 급급한 결과이다. 그렇다면 살충제와 같은 화학적 방제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해충의 위험으로 벗어나 지금과 같은 생산성을 유지할 대안은 있는가?

 

오늘날 우리를 괴롭히는 많은 문제는 자연이 이미 대면한 것이고 또 자연은 그런 문제를 나름의 방식으로 잘 해결했다. 인간이 자연을 관찰하고 열심히 따라할 정도로 영리하다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107)

 

저자는 현재의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안전하고 지속적인 방법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생물학적 방제가 바로 그것이다. 생물학적 방제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천적의 수를 인위적으로 늘려 해충의 수를 자연스레 감소시키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 해충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두 경우 모두 자연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해충을 줄일 수 있고, 화학 살충제가 야기하는 여러 심각한 결과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그런데 왜 생물학적 방제법을 사용하지 않는 것일까? 먼저 이러한 방법은 살충제와 달리 가시적으로 분명하게 효과가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살충제를 뿌리면 그 효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 방제법은 자연스런 과정을 통해 개체수를 조절하는 방식이기에 장기간 천천히 그 효과를 발휘한다. 눈에 띄는 효과를 선호하는 인간의 조급함이 화학 방제를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로 인해 해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우수한 과학자들이 화학적 방제 연구에만 집중되는 것이다. 생물학적 방제 연구에 대한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

 

새롭고 상상력이 풍부하며 창의적인 접근은 이 세상이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생물과 공유하는 것이라는 데에서 출발한다. 우리가 다루는 것은 살아 있는 생물들, 그 생명체의 밀고 밀리는 관계, 전진과 후퇴이다. 생물들이 지닌 힘을 고려하고 그 생명력을 호의적인 방향으로 인도해갈 때, 곤충과 인간이 이해할 만한 화해를 이루게 될 것이다.”(325)

 

더 나아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오늘날과 같이 살충제 사용이 필수불가결하게 된 데에는 현대적 방식의 대규모 농업이 활성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저자 역시 지적하고 있듯이 곤충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농업이 본격화하고 대규모 농지에 단일 작물 재배를 선호하게 되면서부터다. 이런 방식으로 농사를 짓게 되면 특정 곤충의 개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34) 대규모 단일 작물의 재배가 지배적인 방식이 되다보니 특정한 해충의 피해가 대규모로 집중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살충제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규모, 다품종 농업 생산과 같은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지형학자인 데이비드 몽고메리도 <>이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토양 파괴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산업화된 기술 집약적 영농 방식을 버리고 소규모 노동 집약적인 영농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랙터와 쟁기로 땅을 파헤치는 방식을 버리고 무경운 농법을 시행해야 하며, 화학비료에 기댄 단일 경작 방식에서 벗어나 돌려짓기와 똥거름 주기 등을 통해 흙의 비옥함이 자연스럽게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이 인류에게 필요한 적절한 양의 식량을 제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그러나 널리 알려졌듯이 현재 생산되는 농산물의 상당수가 소와 돼지, 닭과 같은 육류 식품 생산을 위한 사료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육류 섭취를 줄인다면 대규모 사료용 농작물에 대한 수요도 감소할 것이고, 이로 인해 산업화된 기술 집약적 농업의 필요성도 점차 감소하지 않을까. 더 나은 환경을 위한 생활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환경생태학의 고전이라 칭해지는 <침묵의 봄>이 출간된 지 50년이 지났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환경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데에도 이 책이 기여한 바가 크다. 하지만 반세기의 시간 동안 정말 많이 나아졌을까 자문해 본다면 그리 밝은 대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과거보다 줄긴 했지만 살충제의 사용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유전자변형식품과 같이 아직 그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도 있는 농작물도 대량으로 생산해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끊이지 않는 개발의 논리가 강과 산과 바다와 공기를 계속 오염시키고 있다.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한순간의 편리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꽃과 새가 우는 아름다운 자연을 바란다면, 지금보다 더 나은 환경을 후세에 물려주길 원한다면 이 책을 통해 그녀가 전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는다른 길은 지구의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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