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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이 되었다. 총선과 대선이 연달아 치뤄지고 진정성이니 거짓이니 진짜니 가짜니 따위의 온갖 말의 성찬이 사회를 지배하리라 예상된다. 그 속에서 방황하지 않기 위해선 그 말들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곰씹어보는 것이리라. 그런 이유에서 1월의 관심 키워드는 정치.

 

 

  1. <말과 권력>, 이준웅 지음, 한길사

 

   요즘 트위터를 보고 있노라면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폭력과 억압의 도구로 쉽게 변질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의 의견에 대해 반론이나 합리적 토론을 하기보다는 감정적 욕설을 쏟아내는 모습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와 관련된 의견들에 이런 모습이 집중되는 경향이 보이는데, 그 사람이 한 말의 의미를 곰곰이 따져보기보단 그 말이 우리한에 유리한가 아닌가, 혹은 그 사람은 우리 편이냐 아니냐 식의 재단이 먼저 이루어진 후 무조건 동의하거나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합리적 대화가 가능한가, 와 같은 질문이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나와 참과 좋음에 대한 생각이 근본적으로 다른 자들과 말을 섞지 않고는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저자의 주장이 실현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이 궁금해 진다.

 

 

  

 

  2. <왜 대의민주주의인가>, 강정인 외 지음, 이학사

 

  책소개에서 제시하는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가 '대표의 실패'와 '심의의 실패'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당면한 과제는, 대표와 대리의 절묘한 배합, 그리고 이 바탕 위에서 심의의 공간을 확대해나감으로써 민주주의의 내재적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다." 왜 오늘날 대의민주주의는 대표의 기능도 심의의 기능도 실패한 것인가, 대표와 대리의 차이는 무엇이고 심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의 가능성은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가, 등등 다양한 질문이 떠오른다. 한 저자의 일관된 논의가 아니라 다양한 저자들의 논문 모음집이라는 점에서 정연한 해답을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앞의 책의 연장선에서 함께 읽어봐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최태욱 엮음, 폴리테이아

 

  이 책 역시 올해 벌어질 정치 논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일 것이다. 최근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정강정책에서 '보수'라는 용어를 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논란을 벌였다는 기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제 실제 내용이 어떠한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모든 정치 세력들은 '자유', '진보', '개혁'과 같은 용어들을 자신들의 구호로 내세우게 될 것이다. 또한 그 결과 진짜 진보와 가짜 진보, 자유주의의 진정한 의미, 자유민주주의의 허구성 등등에 대한 논쟁도 그만큼 거세질 것이다. 이 책은 <리얼 진보>(레디앙, 2010)에 대한 자유주의 진영의 대답일 수도 있지만, 올해 벌어질 논쟁의 첫 출발일 수도 있다.

 

 

 

 

  

 

  4. <20세기 최고의 식량학자, 바빌로프>, 피터 프링글 지음, 서승순 옮김, 아카이브

 

  올해 벌어질 국내 정치에 대한 관심도 중요하지만, 보다 거시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 대한 관심도 중요할테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그러자 이 책이 눈에 들어온다. 책소개를 보면 "그는 ‘전 세계의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구하려면 농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라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세계를 무대로 온 삶을 바친 열정적인 과학자이면서 작물의 유전적 다양성에 인류의 미래가 달려있음을 인식한 최초의 과학자였다."라고 한다. 전세계적 빈곤의 문제는 21세기에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생존 기반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과학기술의 발전이란 게 도대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는 생각이 가끔 들 때가 있다. 물론 이는 과학이 아니라 정치가 문제이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일 수도 있겠다. 어쨌건 자신의 부와 명예가 아닌 전인류의 복지를 위해 고민한 과학자의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

 

 

 

  

  5. <생각하는 것이 왜 고통스러운가요?>, 데이비드 로텐버그 지음, 박준식 옮김, 낮은산

 

  이 책의 주인공은 아르네 네스라는 노르웨이의 낯선 철학자이다. 소개글을 보면 그는 '심층생태학'의 창시자이자 철학교수, 레지스탕스, 환경운동가, 은둔자 등의 다채로운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이처럼 다양한 이력을 거쳐 그가 도달한 통찰은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이 '생각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회피하지 말고 기꺼이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당연하지만 실행하기 쉽지 않은 조언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되새기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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