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길벗어린이 작가앨범 4
이주홍 글, 김동성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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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는 마음에 울림이 되어 남는 책이다. '메아리'는 타임머신이다.'메아리'를 읽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돌이가 사는 산골에 가 있는 내 자신을 발견한다.누나를 떠나 보낸 돌이의 상실감이 뼛 속 깊이 스며든다.

'작품'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리라. '메아리'에 있는 그림들은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다 작품이다. 강원도 산골의 너와집, 돌이 아버지의 주름진 얼굴, 베게를 안고 훌쩍이고 있는 돌이의 모습'등은 내용의 보조자 역할을 넘어, 이미지로 감정이입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있다. 그래서 책을 덮고 나면 한 편의 잘 된 영화를 본 듯한 느낌이 든다.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처럼 잔잔하고도 서정적인 아름다움이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긴다.

시공을 초월한 문학성이 아이들에게 정서적 자극을 주기에 모자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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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집들 스코프스쿨 - 슈퍼스코프(9∼11세) 7
클레르 위박 지음 / 삼성당아이(여명미디어) / 200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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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집들'은 '세계 여러 나라 집 이야기(한국 어린이 육영회)'와 '집짓기(보림)'의 다리 역할을 하는 책이다. 아이들에'작은 집 이야기(시공사)'와 위의 책들을 더불어 읽히면 한 가지 주제로 다양하고 깊이 있게 하는 독서의 맛을 보여 줄 수 있다.

과학책 시리즈란 선입견 때문인지, 처음에 나온 '꾸리의 꾀'는 꽤나 문학적으로 읽혀 졌다. 신화의 느낌이 나기도 하고 작은 서사시를 읽는 듯한 재미도 있었다. 동화는 주인공이 태내에 있을 때 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일생을 집을 매개체로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인다. 비유와 상징을 많이 사용하고 있어 아이들을 상상력의 세계로 이끄는 신비한 느낌이 가득하다.이런 느낌들은 인생의 철학이 담긴 시적인 표현들과 집이라는 소재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은 세련됨, 먼 나라의 전설을 듣는 듯한 재미에서 비롯된다.

앞의 동화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감성을 살찌우는 이야기라면 뒷 부분의 집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들은 다분히 이성을 일깨우는 학습적인 요소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적인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고 아이들의 시선을 잡아 끌도록 꾸며 놓은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다.뒷부분을 읽고 있노라면,마치 집에 대한 어린이 백과 사전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어린이 잡지나 어린이가 직접 만든 학급 신문이 연상 되기도 한다.그만큼 다양한 사진과 그림들로 아기자기하게 편집해 놓은 구성이 돋보인다. 아이들은 이 책에서 집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 외에도 가족신문 만들기나 학급 신문 만들기에 활용할 수 있는 편집 아이디어나 미술적 감수성까지 가져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보는 책에서 그치지 않고 만들기나 그리기까지 유도를 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렇게 책의 내용은 9세~11세 아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학년들이나 부모까지도 독자가 될 수 있다.

세상의 집들은 소년기의 감수성과 지적 호기심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책이다. 더불어 자칫 딱딱한 내용이 되기 쉬운 과학 상식을 담고 있으면서도 재미있게 읽힐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이 책을 만들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본보기가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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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 목욕탕 파랑새 사과문고 3
선안나 지음, 방정화 그림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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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나무 목욕탕'은 여섯편의 동화로 이루어진 단편집이다. 나름의 얘기를 담고 있지만, 모두를 묶어 주는 주제는 사랑이다. 그런데 작가는 사랑이라는 주제를 비유를 통해 조심스럽게 풀어내고 있다.그래서 저학년이 읽을 경우 조금 천천히 읽을 필요가 있다.

남과 다른 자기를 사랑하기, 이웃을 사랑하기, 물건을 아끼고 사랑하기등의 주제를 숲속의 동물들을 통하여 은근한 비유로 아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그런 주제를 뒷받침하는 장치들로 환경이나 평화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그래서 따뜻한 여운이 남는다.

마지막에 나오는 자신을 희생하는 천사의 사랑은,뜻이 너무 커서 저학년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 다소 무거운 주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천천히 읽으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직접 읽어 보면, 개개인이 각자의 이야기를 찾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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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김은영 지음, 김상섭 그림 / 창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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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님의 시집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를 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다.서둘러 메모지를 꺼내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를 옮겨 적고 나서야 나는 내가 부질 없는 행동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욕심 많은 나를 자제하느라 오늘은 구경만 하고 가리라 결심하고 나온 터여서 하나만 옮겨 적고 보니. 책이 너무 욕심나는 것이었다.촉감, 두께, 표지, 그림,크기 제일 중요한 내용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에 안드는 게 없었다.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 뿐 아니라 다른 시들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 너무 좋겠다 하는 생각과 더불어 친구들에게도 선물하고 싶었다.기어코 결심을 무너뜨리고 집으로 돌아와 마음에 드는 이성을 만난 설레임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항상 아이들에게 동시집을 권하면서도 개운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리얼리티가 살아 있는시, 생활 속에서 나온 시를 권해주고 싶은데 그런 시집을 찾기가 힘들어서 였다.도시의 아이들이기에 더욱 더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삶을 맛보게 하고 싶었고, 책을 통해서나마 나마 시골의 감성을 키워주고. 생활을 맛보게 해주고도 싶었다.그렇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어른인 나의 마음이고, 시골의 경험이 없는 아이들일 수록 이런 동시를 읽으면 마음에 와닿는 그 무엇이 적을지 모른다.말만 동시집이지 오히려 어른들이 읽으면 더 공감대가 형성되고 가슴을 울리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그러나 '김치를 싫어하는 아이들아'에는 자연만 있는 것이 아니라 생활이 있고 인간이 있다.이것이 내가 이 시집을 좋아하고 아이들이 읽어도 좋겠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이다.

시인이 근무하는 분교의 정경과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 1부의 시들로 작가는 독자를 장락산 자락으로 인도한다.우리는 그들의 모습이 지난 날의 나, 옆집의 누구로 비춰지기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작가의 손을 잡고 골짜기로 따라 들어간다.

2부에서 작가는 자연과 인간을 얘기한다.그런데 농약, 풀 못먹는 소. 감추고 사는 세상의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환경 파괴자로서의 인간들을 질타한다.그런데 큰소리가 아니다.남의 얘기처럼 읖조린다.내가 항상 산에 가서 느끼는 것은 산을 진정 좋아한다면 오지 않아야 겠구나 하는 것이다.왜냐하면 내가 다녀간 그 흔적 만큼 자연이 훼손된다고 생각하기에 그렇다.그런 마음들이 안타깝지만 담담하게 표현되어 있다.

3,4부에서는 자연과 자연의 사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순수하고 정감어린 시선이 농촌현실과 사람의 얘기로 자연스레 옮겨 간다. 비록 시골 생활을 하고 있지만 그들과 완전히 하나가 될 수 없는 작가의 마음이 드러나진 않아도 읽혀진다고나 할까.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이런 시를 읽으면 주말이라고 근교로 나가서 바람에 흔들리는 벼이삭들을 낭만적으로 바라보는 내가 참 모순적인 인간으로 느껴진다.

5부에서는 숲과 인간의 근처에 사는 동물들의 얘기가 모여있다.닭과 청솔모, 참새, 개구리들은 아이들의 생활에 자연스런 구성원임이 아이들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정말이지 애완견을 애지중지하는 도시 아이들이 정서가 떠오르며 나름대로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어떤 삶이 바람직한가로 따지고 들 수 없는 문제이지만, 우리가 학교에서 가정에서 가르친다고 하는 것들이 얼마나 속절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 생활이 바탕되어지지 않는 교육이란 얼마나 무모한가 하는 점에서 농촌의 아이들이 진정 부러웠다.

내가 진정으로 작가의 생각에 얼마나 다가 갔을까? 책을 다 읽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글이란 그림과 마찬가지로 독자가 느끼기 나름이란 생각이지만 이 시집만큼은 왠지 그러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책 전반을 흐르는 작가의 겸손함이 책을 놓는 내 손을 붙든다.예전 같으면 책을 읽고 제목 마저도 기억하지 못했을 내게 김은영,김상섭(그림) 이 두 작가의 이름이 기억될 것 같은 예감이 스친다.

2001년 가을, 어린이 청소년 어른들 모두에게 권해주고 싶은 '이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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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만세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1
후쿠다 이와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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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 만세'는 일본 작가 후쿠다 이와오가 쓰고 그린 저학년용 그림책이다. 이 책은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 오는 그런 책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분위기를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 표정,손 동작,발 동작까지 섬세하고도 아기자기하게 표현함으로써 책 속으로 절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또 그림 곳곳에 만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아이들을 시선을 붙잡고 있다.

'방귀 만세'는 두 개의 이야기가 동시에 진행 되고 있는데, 하나는 개인과 개인간이 이야기고 하나는 개인과 집단간의 이야기다.개인과 개인이라 함은 수업시간에 소리가 나도록 방귀를 뀌어버린 공부 잘하고 이쁘기조차한 요코와, 요코를 은근히 좋아 하지만 내색하지 못하는 테츠오간의 이야기다.

작가는 왼쪽 페이지에 요코와 테츠오간의 아이 다운 심리 변화를 그리고 있고,오른 쪽 페이지에는 요코의 방귀로 야기된 갖가지 개인적인 방귀 이야기를 문답 형식을 통해 선생님과 반 아이들 간의 대화로 진행시키고 있다.엄마가 방귀를 안뀌어 걱정이라는 아이,유명한 레슬링 선수는 방귀를 뀔까 궁금해 하는 아이로 교실 안은 금세 재미있는 방귀 이야기로 가득 찬다.

아이들과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방귀는 살아 있는 수업의 소재가 되고, 그런 활발한 분위기 속에서 요코는 자연스럽게 쑥스러움에서 해방이 된다. 이런 과정에서 자칫 마음의 상처 받을 수 있었던 한 아이가 반 아이들과 하나가 되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이 책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교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요코와 테츠오가 다음 날 쓴 시를 보면 교육이라는 것이 생활 속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적용되고 발현되는지가 잘 드러난다.

감수성 예민한 한 여자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로 남을 수 있었던 방귀 사건이 방귀 만세가 욀 수 있었던 점은 교사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 장면은 일본의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시쓰기 교육과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아 우리 초등학생들의 현실에 비추어 부러운 마음이 앞섰다.

방귀만세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는 책이다. 또 집단 따돌림의 불안 속에 자녀 학교 보내기가 불안한 부모들에게 유쾌한 카타르시스를 준다. 교사에게는, 준비되어 있지 않던 방귀 라는 돌출 소재를 가지고도 '방귀가 심심했나 보다','방귀=물푸레 나무 꽃향기'의 정서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교육의 방법 또한 무궁 무진하다는 희망을 준다.

아이들의 순수함과 더불어 교육은 이런 것이고 학교는 이래야만 한다는 흐뭇한 정경이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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