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 - 대한민국 미래의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투자법
정재윤 지음 / 다산3.0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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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재테크의 미래
정재윤 지음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을 처음 접한 것은 책 명견만리(윤리 기술 중국 교육 편)을 읽었을 때였다.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준비가 부족해서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태고 그만큼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것과 함께 여기저기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아직 개발이 덜 되었으니 발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도 생각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재테크를 위해 어떤 부분을 좀 더 눈여겨봐야 할지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하다 싶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금융 분야와 전자 IT 분야에서 오랜 기간 몸담고 있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식견과 재테크에 대한 안목이 뛰어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든다. 그렇다면 전문가는 어떻게 미래를 예측하고 있을까.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1장 저금리 저성장 시대와 4차 산업혁명의 엇박자
2장 우리는 돈이 뭔지도 모른 채 투자한다
3장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는 금융상품
4장 시장에 베팅하는 패시브펀드와 ETF
5장 INVEST & RELAX! 로보어드바이저의 등장
6장 로보어드바이저 실전 투자
7장 미래의 기회를 내 것으로



"이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한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하는 것이다!"
"(상략) 그러니까 경제 전망은 사실 미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혼돈으로 가득 찬 현실 경제 속에서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직시하고, 미래를 통찰하는 데 의의가 있다. 그래야 올바른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는 의견도 오염된 정보가 있을 수 있으니 비판 없이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서는 안되며 경제 전망을 확인할 때는 전망 수치보다는 그 근거가 되는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 해석하는가를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현실을 얼마나 직시하고 있는가이다. 고로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걸쳐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해석하고 안목을 키우는 것이 재테크의 기본이자 핵심이 되는 것이다.


3장과 4장은 요즘 관심이 가는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은행과 금융사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고 고객을 유치한다. 어떤 상품을 들어야 나에게 이로운지 다양한 금융상품들 중에서 나에게 맞는 상품이 무엇인지 고르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동안 궁금했던 다양한 상품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허와 실이 드러나 있어 상품을 고를 때 어떤 점들을 유념해야 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적어도 책에 소개된 상품들은 가입하지 않을 것 같다. 꾸준하게 경제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 않거나 경제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면 누구나 금융사의 농간에 넘어갈 것 같다. 요즘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인덱스 펀드와 ETF 상품 등 주식과 관련된 이야기도 4장에 나와있었는데, 궁금한 것이 많았던 만큼 짧은 내용이 아쉽게 느껴진 부분이다.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적어도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계략적인 내용은 알게 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전문적인 책을 가지고 깊이 있게 공부해야 할 것 같다.


5~6장은 저자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과 재테크의 핵심인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머신러닝으로 미래를 예측해서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는 없지만 일일이 알아보고 신경을 곤두세워가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은행이율 정도의 수익은 꾸준하게 낼 수 있도록 로봇이 알아서 투자하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고수익을 올리기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와 휴대폰을 끼고 사는 것보다 마음 편하게 즐길 것은 즐기면서 살 수 있고, 한 번의 실수로 큰 돈을 위험도 없으니 걱정도 없을 것 같다. 이 부분을 읽고 각 증권사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 로보어드바이저를 이용한 투자로 고객 유치에 한껏 열을 올리고 있었다. 저자의 말에 의하면 진짜 로보어드바이저가 아닌 경우도 있다고 하니, 잘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하기 바란다.


마지막 7장에서는 생애 주기별 금융관리 원칙(결혼 전 금융관리 10원칙, 신혼기 및 자녀출산기 금융관리 5원칙, 자녀학령기의 금융관리 5원칙, 자녀성장기 및 독립기의 금융관리 5원칙, 은퇴기의 금융관리 3원칙)이 나와있는데, 이 부분은 금융감독원에서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하니 한 번쯤 읽어보길 권한다. 각 시기별로 어떻게 재무 설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큰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요즘 공공연하게 들려오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과 함께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은 없지만 재테크는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전반적으로 읽기 쉽게 쓰여 있는 친절한 경제서였다. 특히나 독자들이 관심 있어 할 부분을 조금씩 훑고 지나가서 금융 분야에 넓고 얕은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었다. 거꾸로 말하면 보다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내려두길 바란다(예를 들면, 주식투자에 대한 내용은 주식 투자만 다룬 전문서적을 읽기 바란다). 이 책은 나처럼 재테크를 하고는 싶은데 경제에 대해 아는 것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눈과 귀를 트이게 해주는 책이다. 고로 나는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다. 1장부터 7장까지 꼼꼼하게 읽어보며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원리와 다양한 정보들을 익힐 수 있었다.

저자가 참고한 책이나 경제에 대한 안목과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책 혹은 리포트에 대한 안내가 있어 좋았다. 특히나 경제서를 읽다 보면 저자의 견해가 반영이 되어 있기 때문에 때론 그것이 걸림돌이 될 수도 있는데,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쓴 리포트는 그런 사적인 견해가 배제되어 있기 때문에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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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
패드라 패트릭 지음, 이진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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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페퍼』
패드라 패트릭 장편소설 | 이진 옮김

처음 "아서 페퍼 : 아내의 시간을 걷는 남자"라는 제목을 보고 시간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그런지 예전에 봤던 영화 "모멘토"도 생각이 나고,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생각났다. 소개된 짧은 내용을 살펴보니 69세 홀아비 아서 페퍼가 아내의 숨겨진 과거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라고 하는데 어떤 이유에서 여정이 시작된 것인지 궁금했다.

 

 

 

스테인드글라스 아티스트, 영화제 기획자, 커뮤니케이션 매니저로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였고 단편소설로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전업 작가가 된 이후 발표한 첫 소설인 『아서 페퍼』가 24개국에서 출간되었고 영국, 미국, 프랑스, 벨기에 등지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한다. 그녀에게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 특별함과 섬세함이 있는 것일까. 예술에서 문학까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다재다능한 그녀의 능력이 부럽기만 하다.
2016년 다양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이 되고, 2017년에는 프랑스 밀레디 독자상을 거머쥐었다고 하니 이 책에 어떤 매력이 있어 사람들이 열광한 것인지 내용이 더욱 궁금해진다.

 

 

 

총 29개의 장으로 나누어진 내용은 목차를 살펴봐도 감이 잡히지 않지만, "출발" 전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 여행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고, "런던"을 갔을 테고, "여행의 끝?"과 "미래"라고 되어있는 것을 봐서는 뭔가 여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 같다. 오히려 이 목차들은 책을 다 읽고 나서 다시 보면 명확해진다.


"집에서 울려 퍼지던 웃음소리가 얼마나 그립던지. 계단을 뛰어다니는 발자국 소리, 심지어 문이 쾅 닫히는 소리마저도 너무나 듣고 싶었다. 층계참에 떨어져 뒹구는 빨래 한 무더기가 그리웠고 현관에서 진흙 묻은 장화에 걸려 넘어지고 싶었다. 아이들은 그 장화를 웰리밥이라 부르곤 했다. 혼자 사는 삶의 정적은 그가 불평했던 그 어떤 생활 소음보다도 그의 귀를 먹먹하게 했다."

아내가 죽고 1년 동안 은둔생활을 하면서 아내가 키우던 양치식물에 프레더리카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대화를  할 정도로 그는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찾아오는 이웃인 버나뎃은 고맙다기보다는 귀찮은 존재이고 피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는 혼자 있고 싶었고 말로 표현하지 못할 거대한 외로움과 고통을 혼자 남겨진 채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한 인간으로서 가까스로 견뎌내며 버티고 있었다. 결국 그는 마음을 먹고, 1주기가 되는 날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참이 달린 팔찌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참은 총 여덟 개, 코끼리, 꽃, 책, 팔레트, 호랑이, 골무, 하트 그리고 반지였다. 팔찌도 참도 아서가 미리엄에게 선물해준 것이 아니었기에 그는 이 팔찌의 참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여행을 시작한다.

그는 가족을 위해 애써왔고, 미리엄을 두고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에게 과거를 말하지 않았던 아내와 그녀의 과거를 생각하며 혼란의 시간을 보낸다. '이렇게 자유분방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삶을 즐겼던 미리엄이 고리타분한 자신과 결혼해서 얼마나 후회하고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고, 그녀가 나눈 다른 남자와의 사랑을 떠올리며 질투심에 불타오르기도 했다. 과거를 알게 되어 또 다른 힘든 시간을 겪고 있던 그는 댄과 루시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는다. 결국 그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이 소설은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삶에서 행복을 찾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또 하나, 책에는 틀어진 가족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아서, 댄 그리고 루시의 틀어진 관계와 옆집 버나뎃과 네이단의 관계였다. 특히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일을 하다 보니 점점 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결국엔 가족과 멀어지게 되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진 부분에서 마음이 아팠고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도 힘들었다. 때로는 아이들이 잠자리에 든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루시는 아빠를 이해했고 다음 날 아침 아빠를 보면 반가워했다.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댄은 좀 어려웠다. 드물게 아서가 일찍 퇴근한 날이면 오히려 싫어하는 기색이었다. 한번은 "엄마랑 있는 게 더 좋아요"라고 한 적도 있었다. 미리엄은 아서에게 아이 말을 담아두지 말라고 일렀다. 어떤 아이들은 부모 중 한쪽과 더 가까울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아서는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너무 일만 했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아서는 아들을 쳐다봤다. 발끈하는 아들의 모습이 당혹스러웠다. 미리엄처럼 항상 곁에 있어주진 못했어도 아이들을 도와줄 순 있었다. 그날 이후 그는 입을 다물었고 숙제는 다른 가족들에게 맡겼다. 미리엄이야말로 공감할 줄 아는 사람이었고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아서는 자신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건 나가서 돈을 벌고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었다."


아서가 루시에게 먼저 손을 내민 것도, 루시가 솔직하게 이야기한 것도, 댄이 아서에게 사과의 뜻을 전한 것도, 버나뎃과 네이단이 진솔한 대화를 나눈 것도 모두 표현하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면 모를 일들이다. 점점 더 오해는 쌓이게 되고 관계는 틀어져버려 언젠가는 되돌릴 수조차 없게 돼버리고 만다. 가끔 우리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너무나도 가깝기 때문에 모든 것을 용서하고 수용할 것이라는 착각을 하곤 한다. 말이나 행동으로 깊은 상처를 주지만, 부모니까, 자식이니까 하면서 다 이해해줄 것이라고 말이다. 짧지만 진심을 다해 이야기를 들어주고 따듯한 말 한마디를 건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줄 때가 있다.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사랑을 충분히 표현할 틈도 없이 소중한 사람들이 내 곁을 떠나는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며 부모님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고, 가족의 소중함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나에게 항상 힘이 되어주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배려를 표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상략) 댄이 마흔이고 루시가 서른여섯이라는 사살이 믿기지 않는다. 세월이 언제 그렇게 흘렀는지.
이제 아이들에겐 그들의 삶이 있었다. 한때 미리엄은 아이들의 해고, 아서는 달이었지만, 이제 댄과 루시는 자신들만의 은하에서 반짝이는 머나먼 별들이 되었다."

 

 

 

아서가 지나간 여행지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표현한 심플하고 산뜻한 책표지가 눈에 띈다. 왠지 그의 현재와 미래를 표현한 것 같다. 어두운 은둔생활을 접고 아내의 시간을 따라 여행을 하면서 아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자아를 깨닫고 여행의 즐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정해진 틀에 맞춰 생활하던 그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앞으로 그의 남은 생은 좀 더 다채로운 색상으로 가득하지 않을까. 세상을 여행하고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밝고 행복하게 남은 생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아서 페퍼를 응원한다.  

 

 

 

아서 페퍼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꾸 아빠가 생각나고 가족이 생각났으며 마음이 따듯해질 때도 먹먹해질 때도 있었다. 가족이 떠난 빈자리에 홀로 남겨진 채 외로움과 고통을 묵묵히 견뎌내던 한 남자가 아내의 과거를 여행하면서 틀을 깨고 세상으로 나오는 것이 마치 번데기가 나비가 되는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깨달았고 결국 멋진 나비가 되었다. 

 

""여행을 하면서 미리엄이 알았던 사람들을 만나다보니, 내가 하는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이 날 기억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더구나. 미리엄은 더 이상 여기 없지만 사람들의 마음과 생각 속에 아직 살아 있어.""

69세의 나이에 자신에 대해 몰랐던 것을 깨달은 아서처럼 우린 아직도 내 안에 숨어있는 무한한 가능성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것도 너무나 많다. 우리는 매일 인생을 여행하고 있는데 남겨진 여행 일지가 다양한 이야기들로 채워질 수 있도록 하루하루 새로운 것들을 깨닫고, 잘못을 반성하며 발전하는 매일의 역사를 썼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인생 여행을 하면서 내가 누군가에게 어떤 사람으로 남게 될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항상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내가 떠난 자리에서도 나를 떠올리면 미소 지을 수 있는 그런 사람으로 남도록 살아야겠다. 아내의 시간을 여행하는 남자를 통해 진정한 사랑과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리고 어떤 삶을 살았으면 좋겠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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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카마수트라 1 - 지금 하고 싶어… 너랑!
김민조(민조킹)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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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쉘 위 카마수트라 1』
민조킹 지음

새빨갛고 HOT한 책 『쉘 위 카마수트라』. 웹툰 200만 뷰의 화제작이라고 하는데 사실 책으로 출간되기 전까지 이 웹툰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인도의 성애에 대한 경전이라 불리는 "카마수트라"를 어떻게 만화와 접목시켰는지 궁금했고, 이런 새빨간 19금 책이 출간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도 신기했다. 게다가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비디오 디자인도 관심을 끄는데 한몫했다. 

 

 

 

"야하지만 야하지 않고 사랑스러운 그림들"
"일상 속 대화를 통해 섹스에 대한 고민, 판타지, 욕망에 대해 풀어낸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들" 

저자 소개를 들여다보면 이 책이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책을 읽은 후 내가 느꼈던 것들이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책을 읽을수록 성인남녀라면 한 번쯤 생각해봤을 이야기들이 들어있었고, 야하거나 음란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프롤로그와 스페셜 에피소드를 제외하면 총 22화로 구성된 이 책은 "따라해봅시다" 4화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상생활에서 들어봤을 법한 에피소드나 연애상담 내용들을 정리해놓은 것 같았다. 잘못된 성의식과 성에 대한 환상들을 깨부수는 내용도 담겨 있었고, 궁금하지만 물어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답도 찾을 수가 있었다.

우리는 성에 대해 논하는 것을 금기시해 왔기 때문에 성과 관련된 고민이나 궁금한 것이 있더라도 입 밖으로 내는 것이 힘든 환경이고, 오픈된 공간에서 성과 관련된 이야기를 꺼내면 야하다거나 까졌다거나 되바라졌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쉬쉬-하던 이야기가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면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자리 잡게 된다. "부부관계가 좋지 않아서 이혼했다"라는 말은 정말 서로 사이가 안 좋아서 헤어졌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속궁합이 맞지 않아 헤어졌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다양한 학문을 배우듯이 성에 대해서도 배웠어야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생각을 해보니 카마수트라라는 책의 탄생이 책을 통해 배우고 사랑과 성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터득하기 위함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성과 관련된 책이다 보니 성교육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되었다. 못된 성의식으로 자신과 타인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주는 것보다 건강하고 건전한 성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고 어렸을 때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교에서 하는 성교육은 있으나 마나 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성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막막해한다.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들 중 성관계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고 첫 성경험의 시기가 점점 어려지고 있다고 한다. 게다가 교우 간에 성적 학대를 한다거나 성행위를 놀이로 삼는 등 잘못된 성의식으로 빚어진 행위를 뉴스를 통해 접하기도 한다. 아이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시대에 뒤처지지 않은 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쉘 위 카마수트라 1』를 읽으면서 내용을 수정한다면 청소년도 볼 수 있는 성교육 만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사실 성교육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른들도 올바르지 않은 성의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외국에서는 성에 대한 상담을 해주는 방송 프로그램도 있는데 프로그램을 통해 누구든 궁금한 점이 있으면 전화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인 이야기부터 성관계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까지 정말 다양한 내용들이 전파된다. 처음엔 '뭐 이런 방송이 있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모르면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다. 『쉘 위 카마수트라 1』그저 성을 주제로 한 만화, 야한 그림을 담은 만화가 아니라 성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해본다. 

 

 

 

성을 금기시하는 우리나라에서 성에 대한 이야길 한다는 점이 사실 충격적이기도 했고 새롭기도 했다. 하지만 서점에 가서 직원에게 문의를 해야 창고에서 꺼내준다는 저자의 말을 들으니 좀 웃기기도 했다. 왠지 이 책과 이 책을 찾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취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외국 서점에는 카마수트라가 버젓이 진열되어 있던데.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즐겼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 책을 그저 흥미를 유발하는 야한 만화책 정도로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재미를 넘어 그 속에 들어있는 깊이를 보길 바란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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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권영주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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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의 요리사들』
후카미도리 노와키 장편소설 | 권영주 옮김


전쟁을 생각하면 항상 폭탄과 총알을 피해 진격하는 군인이 먼저 떠오르는데, 취사병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음을, 그들의 무기 역시 총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왜 알지 못했을까. 제목부터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전쟁터의 요리사들』. 취사병으로서 전쟁터에서 겪을 수 있는 이야기도 궁금하지만, 전쟁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을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내용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천사를 보니 더욱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나 은어, 경험해보지 못한 생활방식 등 여성작가로 군대 이야기 그것도 전쟁터가 배경이 된 이야기를 쓴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책을 읽다 보면 저자가 마치 군대에서 바로 튀어나온 군인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잘 묘사했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치밀하게 조사하고 검증을 받았겠지만, 히가시노 게이고가 말한 것처럼 "일본의 젊은 여성이 유럽의 전쟁에 대해 이리도 잘 묘사하다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배경이 되는 노르망디 지도와 등장인물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먼저 나온다. 

 

 

 

책은 크게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5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주인공이 군대에 들어가기까지의 이야기가 프롤로그에, 군대에서 겪는 이야기들이 5장에 걸쳐 각각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진행이 되고 마지막 참전용사들이 나이가 들어 만나는 내용이 에필로그에 담겨 있다. 

프롤로그
제1장 노르망디 공수작전
제2장 군대는 위장으로 행진한다
제3장 굴뚝새와 솔개
제4장 유령들
제5장 싸움의 끝
에필로그


평화로운 미국의 루이지애나주 소도시 출신인 티모시는 징집되어 군대에 가는 것보다 지원해서 가는 것이 여러모로 더 좋다는 이야기에 군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그가 이렇게 결정한 것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컸다. 책은 1942년 그와 같은 젊은이들이 처한 상황을 너무나도 잘 말해주고 있었다.

"애국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 동아시아에서는 이미 수많은 미국 장병이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협조해주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다. 입대를 결심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독재자의 야망을 깨부수어 세계를 구하겠다고 큰소리를 치거나 정의감이며 명예욕에 사로잡힌 녀석도 있었다. 보다 막된 타입은 그저 날뛰고 싶어서 병역에 지원했다. "크라우트 새끼, 잽 새끼!"라며 적국을 비난하는 소란스러운 인간과 맞닥뜨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의 경우 마음이 동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회복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지만 경기가 완전히 되살아나려면 아직 멀었거니와, 굶주림에 대한 두려움은 여태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군에 입대하면 안정된 급여를 받을 수 있고, 혹시 자신이 전사하더라도 가족에게 어느 정도의 위로금이 지급될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입대해야 한다면 징병되는 것보다는 자진해서 손을 든 지원병 쪽이 보너스가 50달러 더 많으니 이득이다."

티모시가 군 입대를 하기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는 프롤로그를 보고 있으면, 어린 10대 소년들이 얼마나 철부지인지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런 그들을 교육해 전쟁터로 밀어 넣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싸우게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씁쓸했다.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 된 이 소설은 연합군이 독일을 저지하기 위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펴는 것을 시작으로 마지막 독일이 항복하는 것까지의 내용을 5장의 내용으로 다루고 있다. 전쟁의 흐름과 함께 각 장에서는 해결해나가야 할 사건들이 하나씩 발생한다. 왜 낙하산을 모으는지, 분말 달걀 600상자는 누가 어떻게 가져간 것인지, 얀센씨가 남긴 유서와 아이들을 어찌해야 하는지, 디에고가 들은 유령의 소리는 무엇이고 의문의 사고는 어떻게 발생한 것인지, 믿었던 동료의 신분 사칭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수수께끼 같은 사건들을 풀어나가는 주인공과 친구들의 추리력을 따라가다 보면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겪는 공포와 두려움은 어느새 사라져버린다. 특히나 맨 마지막 5장의 에피소드는 이전에 앞 장에서 여러 차례 힌트를 던져주었다는 점에서 저자의 구성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하지만 각장에서 발생하는 수수께끼 같은 문제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하나의 즐거움이라면, 사이사이 그려지는 전쟁이라는 배경의 참담함은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다. 첫 비행에서 낙하하길 두려워했던 동료 매컬리는 두려움에 떨다가 죽고 만다. 낙하하는 순간 아니 적지로 날아가기 위해 비행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삶과 죽음을 오가길 수십수백수천 번. 그런 찰나의 시간들을 지나며 살아남은 자는 살아남았음을 다행이라 여기고 망자의 죽음을 애도한다. 그렇게 동료들을 하나둘 떠나보내고 적을 향해 총구를 겨누는 행위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되며 전쟁에 미쳐가는 모습도 그려져 있다.

"그때 나는 입사로 소총을 쏘다가 서 있던 곳이 불안정해서 다치기 직전에 약간 움직였다. 총알은 내 눈앞의 돌을 맞히고 튀어나와 파편이 광대뼈 위의 살을 도려냈다. 움직인 덕에 살 수 있었다. 움직인 탓에 죽었다. 전쟁터에서 선택지는 너무 많은데 실수의 대가는 너무 크다."


전선에서는 서로 총구를 겨누며 죽고 죽이는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도 후방에서는 느긋하게 쉬면서 교대를 기다리는 것도, 전선의 병사들은 식어버린 음식을 먹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느라 힘겨워하는데 사단 본부엔 칠면조가 올라와 크리스마스 만찬을 즐기는 것도, 목숨을 걸고 함께 싸운 동료는 독일인이기에 스파이로 의심받으며 포로수용소로 끌려가지만 중대장의 집무실엔 그와 같은 독일인 청년이 작업을 돕고 있는 것도 모두 모순처럼 느껴졌다. 좋은 사람이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이라 생각하면서도 적이라 불리는 순간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 것, 연합군의 부모가 마음 졸이며 자식의 귀환을 기다리듯 적군의 부모 역시 같은 마음으로 자식을 기다릴 것이라 생각하니
전쟁을 왜 하는 것이며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이 수많은 무구한 사람들의 목숨이 바쳐져야 하는 것인지, 특정 계급 특정 집단의 누군가를 위한 잘못된 선택으로 피를 불러온 것은 아닌지 하는 물음으로 이어졌다. 적은 누구인가. 결국 적은 네가 아니라 그런 마음을 먹은 내가 아닐까.

"(상략) 녀석들은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의 생활을 어느 날 갑자기 빼앗고 노예로 부리면서 그들이 재배한 식량을 독차지한다. 침략이란 곧 스스로를 배불리기 위해 피지배자에게 굶주림을 떠넘기는 행위다."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고 작가가 일본인이기 때문에 곱씹어 본 문장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의 패전국이자 우리나라를 침략하고 약탈하고 징집하고 살육한 일본이 독일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오히려 독일은 자신들의 과거사에 대해 사죄했지만, 일본은 지금까지도 진심 어린 사과조차 하지 않는데. 독일을 통해 일본의 침략 행위가 타당한 것이 아니었음을 표명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제삼자의 입장에서 독일군의 침략 행위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자 한 것인지 의아했다. 왜
동아시아가 아닌 유럽을 배경으로 삼았는지 저자에게 묻고 싶었다. 

 

 

 

책은 지옥 같은 전쟁의 모습도 그 속에서 모든 것을 잊게 해줄 만큼 재미있는 즐거움도 들어 있었다. 이런 구성의 내용을 읽으며 삶이란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느껴졌다. 또한 전쟁, 삶과 죽음, 나와 너, 서로 다름과 인정 등등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나 요즘 들어 또다시 불거진 한일관계와 북미관계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봤다. 일본인 저자가 그린 2차 세계대전의 모습은 끊임없이 과거를 덮으려 하고 왜곡시키는 일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북미관계를 바라보는 트럼프의 곱지 않은 시선과 그의 언행을 보며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한 나라의 지도자로서 트럼프는 마치 자신의 지지율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처럼 말하는 듯했고, 결국 그의 말 한마디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그의 평화 지양적이고 폭력 지향적인 발언들 속에서 걸프전, 이라크전을 일으켰던 부쉬 부자까지도 떠올랐다.

전쟁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수많은 생명을 죽음의 땅으로 내몰고 그들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주는 전쟁은 왜 일어나는가. 수많은 이유 중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익 추구와 이해 부족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과 치열한 전쟁(싸움)을 치른다. 내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널 이해할 수 없어서. 하지만 싸우고 나면 서로에게 남는 것은 상처뿐이다. 나로 인해 누군가가 웃을 수 있고, 나로 인해 누군가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 뜻깊은 인생이지 않을까. 이 땅에 평화가 있기를 그리고 마음에 평화가 있기를.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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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지음, 남명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11월
평점 :
품절


 

『아르테미스』
앤디 위어 장편소설
남명성 옮김

언제부턴가 『마션』이라는 책이 자꾸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그 책의 저자인 앤디 위어가 신간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결국 『아르테미스』를 읽기 시작했고, 곧 『마션』도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일단 달나라부터 여행을 떠난다. 그리고 화성으로 가보자.

 

 

 

 

어린 시절 공상과학 소설을 탐독한 저자는 '워크래프트 2' 개발에 참여하였고 결국 20대 때 공상과학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아르테미스』를 읽으며 느낀 것 중 하나가 저자가 과학적 상식이 참으로 풍부하다는 것이었다. 책을 쓰면서 그만큼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료를 찾아보고 검증받았겠지만, 어린 시절부터 그가 해당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탐구했던 것들이 이제 빛을 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결국 어릴 적 그를 꿈꾸게 했던 것들이 그를 만들고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된 것이 아닐까.  

 

 

 

 

책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에 대한 설명과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지도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책을 읽는 종종 이 지도를 들여다보게 되는데 지도를 살펴보면 저자가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다. '암스트롱과 올드린의 이동로'라든지 '모래언덕'이라든지 정말 작은 것들 하나까지도 세세하게 신경을 썼다.

"처음부터 끝까지 집필하는 데 일 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중략) 시간과 공을 가장 많이 들인 것은 바로 아르테미스라는 도시예요. 읽는 사람들이 도시 자체를 실제처럼 느꼈으면 했어요. 진짜로 아르테미스란 도시가 존재하고 한 번쯤 여행하고 싶다는 얘길 듣는다면 정말 기쁠 거예요." -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서문과 감사의 말을 제외하고 책은 총 17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책 표지에도 나와 있듯이 "달에 사는 수학 천재의 기발한 범죄 프로젝트"가 벌어지는 내용인 『아르테미스』는 목차를 보면 좀 더 깊게 대략적인 내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억만장자가 무언가를 제안한 후 범죄 프로젝트를 꾸미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지만 누군가에게 쫓김을 당하다 마지막에는 복수를 계획한다는 내용. 미션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든가 도시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는 등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나지만 목차만으로도 대략적인 큰 틀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BUT! 다양한 요소들이 얽히고설켜 있는 데다가 무엇보다 이 목차만으로는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와 저자 '앤디 위어'의 매력을 느낄 수 없다!! 그러니 어서 책을 펼쳐보시길!!!

등장인물에도 언급되어 있듯이 이 책에 소개된 사람들은 모두 다른 인종이라는 것이 인상 깊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바샤라 가족, 케냐 출신의 행정관, 노르웨이 출신의 백만장자, 캐나다 출신의 보안책임자 등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공생하는 달의 도시를 통해 저자는 달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니고 지구인이라면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고 누구든(경제적 기반이 된다면) 아르테미스에서 생활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피부색이 어떻든 관계없이 달의 도시에서 모두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저자의 확고한 생각을 전달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달에서의 직업군에 지구상 나라의 개발 정도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예를 들면 특정 산업 노동자들이 아시아 신흥국 사람들이라거나 백만장자는 유럽 선진국 사람이라는 점 등. 지구의 경제적 기반에 바탕을 두고 달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지구에서의 빈부차가 달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책의 설정이지만 왠지 여기서 잘 살면 거기서도 잘 살고 여기서 못 살면 거기서도 못 산다고 하니 씁쓸하기도 했다.

반구처럼 보이지만 구의 형태를 갖춘 5개의 버블에서 사람들이 생활하고, 겅크라 불리는 해조류 음식을 먹고, 아폴로 11호 관광지를 통한 관광산업과 원자력산업을 통한 산소 생산 및 유리 제조 산업이 도시경제를 이끌고 있으며, 지구에서 달로 물건을 수송하는데 무게를 재는 단위가 화폐단위처럼 사용된다는 점이나 따로 정해진 법이 없고 죄를 지을 경우 달에서 지구로 추방(특히 살인을 할 경우 피해자의 국적에 따라 가해자를 추방한다는 점)하는 등 저자는 달의 도시 아르테미스를 완성시키는데 다각도에서 생각하며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나 달의 성분을 파악해서 원자력 산업을 통해 산소를 직접 생산·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것과 ZAFO를 이용한 새로운 산업의 도입과 도시의 발전을 꿈꾼 것이 도시 경제 원리와 범죄의 산실이 되었다는 것을 것을 보며 저자의 폭넓은 지식과 도시를 만들기 위해 분야별로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찾아보고 확인하며 만들었을지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 싶었다. 하지만 "도시는 이렇게 만들어지고 발전되어 소멸되는 과정을 거친다"라는 응구기의 말처럼 지구상이 아님에도 이 새로운 달의 도시에는 우리가 늘 봐왔던 돈과 권력, 경제와 정치의 연결고리가 존재(그게 바로 이 책의 범죄의 바탕이 되는 부분이지만)한다는 점에서 결국 새로운 도시는 위치의 문제이고 도시가 건립된 곳의 환경적 특성을 고려한 생활방식을 제외하고는 지구의 다른 도시들과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고 아쉽기도 했다. 지구에 기반을 둔 달의 도시지만 덜 지구스러우면서 좀 더 우주스러운 도시였다면 어땠을까. 

저자는 주인공 바샤라를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을 소유한 젊고 매력적인 여성이자 수학적으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묘사했고 그녀가 가진 능력과 사회관계를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으로 소설을 풀어나갔다. 그녀가 맺고 있는 다양한 인간관계는 복잡하고 다양했으며 그녀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러한 관계가 어떤 과정으로 발전되어 나가는지를 보는 것도 책을 읽는 하나의 즐거움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관계들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의 복잡한 관계에서부터 도시의 기반이 되는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수학적·과학적인 원리까지 필요한 것들이 모두 들어있었다. 저자가 도시를 구성하는데 있어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다각도로 생각해봤다는 것이 느껴졌다. 치밀한 구성을 통해 한 편의 영화와 같은 소설이 완성되기까지 얼마나 고군분투했을까. 작가의 이런 노력을 깨닫게 되니 아직 읽어보지 않은 『마션』이 왜 대박이 났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마션』에 이어 『아르테미스』도 영화화된다 하니 2연타를 날린 그의 차기작들이 더욱 기대된다. 화성과 달을 지나 다음에는 어떤 행성으로 날아갈지 그곳에서는 또 어떤 음식을 먹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어릴 때 보았던 현실에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 같은 SF 영화 속 장면들이 수많은 시간이 흘러 현재 우리가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게 된 것처럼 이 책에 나오는 달의 도시와 그 도시의 시민이 되는 것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다. 캄캄한 밤하늘에 영롱하게 빛나는 달을 바라보는 누군가가 있고, 또 달에서 찬란히 빛나는 지구를 바라볼 누군가가 있다는 생각을 하니 저 멀리 우주는 어떤 곳인지 더욱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저자로 하여금 우주에 대한 관심과 상상력을 키울 수 있게 된 것 같다.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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