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인 더 시티
신윤동욱 지음 / 생각의나무 / 2007년 7월
평점 :
품절


 세상이 어떻게 보여? 음~ 하늘에는 모래가 펼쳐져있고 땅에는 구름이 둥둥 떠있어. 건물들은 모두 땅에 붙어 있는 게 아니라 하늘에 붙어 있네. 와아, 신기하다. 그런데 왜 머리가 아프지? 쿵! 철봉에 거꾸로 매달린 나를 떨어뜨리는 친구에게 원망섞인 시선을 보내니 친구 혀를 차며 한마디 한다.

 

 "너, 미쳤어?"

 

 세상에~ 세상을 거꾸로 한 번 봤다고 미쳤다는 소리를 듣는 세상이 무서워지려고 한다. 하긴 나보다 더 세상이 무서워지려는 사람이 있으니 다행인가? 나는 아주 가끔 세상을 거꾸로 보지만 이 사람은 아예 세상 비딱하게 보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런데 괜찮은 걸. 삐딱하게 세상보기, 은근한 중독이다.  하긴 이 사람은 세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는 날 수 있다. <플라이 인 더 시티>라는 책을 낸 세상을 나는 남자, 신윤동욱의 책이 그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게 알록달록 표지로 인사를 한다. 책만이라도 발랄하게 보이려는 겁니까? 하긴 그의 삶을 살짝 들여다보니 그의 삶도 발랄하게 보이려고 한다. (종종 노총각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아픔이지만, 같이 늙어가는 처지니 이해완료!)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재방송을 '보고 또 보고' 하는 35살이 넘은 남자의 세상 바라보기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의 신윤동욱이란 이름은 보는 것만으로 낯설다. 동방신기를 흉내낸 것이 아닌 그의 이름은 양쪽 부모님의 성을 써서 이름이 4자가 되었다. 신윤동욱, 이름만으로는 참 멋진 이름인데 4자가 되니 부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한겨레 21기자이니 신기자라고 부름 좋을 것 같은데 성이 신윤이니 부르기도 고민이다. 이름으로 인해 이미 만나는 사람에게서 적잖은 관심(?)을 끌었을 저자의 고뇌에 왜 웃음이 지어지는 걸까? 그의 이름이 4자라 더 기억이 잘 될 것 같다고 하면 저자는 쓴 웃음을 지을까? 니가 내 고통을 알아~ 이러면서. 그래도 나는 씨익 웃으며 말할 것이다. 당신 이름 참 멋지다고!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쓴 컬럼을 모아 놓은 책이다. 칼럼이 이렇게 재미 뿐만 아니라 마음에 콕 찝기도 하고 생각할 거리도 줄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그의 칼럼은 분명 사회의식나 비판이 강하게 담겨있는 글인데도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고 읽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일렁거림을 느껴지게 만든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리는 기자에게 이것보다 더 큰 힘이 필요한걸까? 

 


 지금은 문화 기자로 일하는 저자는 전에 사회 기자로 일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실린 칼럼들은 아마도 그 당시 쓴 것이란 생각이 든다. 스스로를 대한민국 1퍼센트라고 부르는 저자. 그가 외치는 1퍼센트는 고급 승용차를 타는 1퍼센트가 아닌 좋게 말하면 정치적 소수자고 나쁘게 말하면 철없는 '또라이'다.(또라이라는 말은 내가 아닌 저자가 스스로 말한 것이다.)

 

 대한민국 1퍼센트의 소수의 편에서 선 저자는 스스로 우리나라의 마이너리티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소수의 편에서 글을 쓰는 그의 글은 권력의 얄팍함을 꼬집고 다수의 이름으로 소수를 죽일 줄 아는 국민을 송곳으로 콕콕 찌르기도 한다.

 

 '대한민국'을 제대로 바라보기에 소수의 위치는 얼마나 적절한가. 이런 글을 써도 되는 것인가 할정도의 겁없는 컬럼도 수두룩 하다.(당신 정말 이런 칼럼을 쓰고도 직장에 다닐 수 있는 건가요?!) 기자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데 그를 보며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신문을 보면 정치 사회면은 빼놓고 보는 나인데 이제는 그로 인해 챙겨보지 않을까 싶다. 왜냐 그의 글에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나 역시도 조금의 지식은 필요할테니. 저자와 대화를 해보고 싶어졌다. 얼마나 유쾌하고 두근거리는 시간일까.

 

 1부가 대한민국의 뒷담화라면 2부는 저자의 생활(그의 생활을 삶이라고 하면 왜 무거운 느낌이 들까? 그의 말대로 드라이하게 '생활'이라고 부르자.) 3부는 대중 매체 속의 문화를 이야기 하고 있다.

 

 저자의 브로크백은 '방콕'이라는 사실에 나도 늙으면 방콕에 가서 살아볼까? 란 생각을 하게 된다. 자신의 생활을 베일 하나 남기지 않고 드러낸 듯한 글에 눈살이 찌푸려지기 보다 오옷! 이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물론 그 뒤에 웃음과 함께. 엉뚱한 아저씨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르게 만드는 그의 생활이 유쾌하게만 느껴진다.

 

 1부에서 삐딱하게 세상을 봄으로 시원함을 느꼈고 2부에서는 유쾌함을 느꼈다면 3부에서는 나도 나도를 연발하게 되는 공감대를 느꼈다. 3부는 그가 문화 기자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을만큼의 그만의 시선이 느껴진다. <순풍 산부인과>처럼 시트콤을 비롯해 <훌라 걸스>에 이르기까지 그의 글을 읽다보면 이 사람 제대로 맛나게 보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로 인해 다시 봐야할 영화와 볼 영화가 늘어났다.

 

 읽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이 나를 몰아댔던 책을 손에서 내려 놓으며 여러 감정에 휩싸인다. 쉽게읽히는 글이라고 쉽게 쓰일리 없는데 빠르고 쉽게 읽은 것만 같아 괜히 미안해진다. 시간이 날 때면 아무 부분이나 펼쳐서 읽으며 그 미안함을 갚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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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8-27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새님, 오랜만이에요.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순오기 2007-08-27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을 읽으니, 이 책을 꼭 봐야겠단 생각이 마구 들어요~ㅎㅎ
한겨레 21기자라는 저자에 대해서도 관심이 확~ 쏠립니다.
발견의 기쁨을 선사할 책, 얼른 장바구니에 담을랍니다.
이주의 리뷰, 축하합니다!!

안녕반짝 2007-08-29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티랑 같이 이주의 리뷰 되어서 너무 기쁘오..^^
축하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