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욱동 번역의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를 읽다가 두었다가 다시 집어들었다가 해가며 겨우 읽기를 마쳤다.

그렇게 3주 정도 걸려 읽은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책을 집어들어서는 안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 소설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것.

그런데 지난 1월에 읽기 시작한 제발트의 [토성의 고리]는 반 정도 읽다가 중단된 상태고 헤밍웨이의 이 소설은 읽다 중단하기를 반복하며 그래도 끝을 보긴 했다.

헤밍웨이 사이에 대실 해밋과 엘러리가 끼어들었다. 가끔 애거서 크리스티도.

 

그러다보니 '빙산이론(Iceberg Theory)'이라 불린다는 헤밍웨이의 문체를 따라 빙산 꼭대기만 간신히 디뎌가며 건너온 것인데,

보이지 않고 잠겨있는 깊이를 감히 떠올려보지도 못한 것 같다.

끝에 이르러 딱 걸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

 

책 소개에 나오다시피 이 소설의 줄거리는 전쟁에서 하필이면 중요부위에 부상을 당한 '나'(제이크 반스)와 내가 사랑한 브렛, 그녀를 사랑하는 마이크와 소설가 로버트 콘 간의 이렇다 할 것 없이 이어지는 일상과 여행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제이크와 브렛은 여전히 미련이 있는 듯하지만, 브렛은 마이크와 결혼하려 하고, 로버트 콘 역시 애인이 있었음에도 그녀와 헤어지고 브렛을 만나며 브렛은 로버트와 여행까지 다녀온다.

네 사람의 감정들과 갈등이 미묘하게 절정을 향하고 브렛은 어린 투우사 로메로와 함께 떠나 버린다.

제이크와 마이크와 로버트도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 뒤 제이크는 다시 스페인의 산세바스티안을 찾는다.

 

그 곳에서 제이크는 브렛의 전보를 받는다. 힘든 일이 생겼으니 자기가 있는 곳으로 와달라는.

제이크는 브렛에게 가기 위해 열차를 예약하고 그녀에게 전보를 띄운다. 그곳으로 갈 예정이라는 짤막한 전갈,

'사랑하는 제이크' 라는 서명과 함께.

 

그 다음에 나오는 대목이다.

 

"여자를 한 남자와 떠나 보낸다. 그녀를 또 다른 남자에게 소개하니 또 그 남자하고 도망친다.

이제는 그 여자를 데리러 간다. 그리고 전보에 '사랑하는'이라고 쓴다. 바로 그랬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호텔로 들어갔다."

  (김욱동 번역,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361쪽)

 

한겨레출판에서 나온 이한중의 번역 판은 이렇다.

 

"한 여자를 딴 남자와 떠나 보내고. 그녀를 또 다른 남자와 떠나 보내고.

이제 그녀를 데리러 가다니. 그리고 사랑한다며 전보를 보내다니. 아무튼 그렇게 되고 말았다. 나는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한중 번역, [태양은 다시 뜬다], 326쪽)

 

이 다음부터 마지막까지 10여 페이지는 이 '빙산' 밑을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렇게 미련 많던 제이크와 알 수 없는 브렛의 행위와 대화들... . 씨바, 나도 여잔데 브렛을 모르겠다.

어쨌든 이한중 번역의 [태양은 다시 뜬다]를 읽을 차례다. 이번엔 한 번에 읽으려 한다.

 

 

 

 

 

 

 

 

 

 

 

 

 

필립 K. 딕의 새 책이 나왔다. 폴라북스에서 나오는 PKD의 책들을 사모으고는 있지만 아직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지금 내게 PKD는 숙제같은 작가가 됐다. 게다가 이번에 나오는 [발리스]는 SF에서 신비주의로 넘어간 PKD 말기의 '발리스 3부작' 중 첫번째라고 한다. 감당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작가 자신의 체험담이 녹아들어간 자전적 내용, 영지주의를 근간으로 신화학, 철학, 정신분석학, 음모이론이 복잡하게 뒤얽힌 이론적 바탕, 가짜 기억과 현실 붕괴 속에서 인간의 존재 가치에 대하여 탐구한 PKD 특유의 주제의식이 어우러진 문제작,

 

이라는 소개가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걱정이 앞서게 한다.

나처럼 단순한 사람에게는 '높은 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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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이 2012-12-0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양은 다시 뜬다> 민음사 판과, 한겨레 판중에 어떤 책이 원작에 충실한 번역인지 모르겠네요...
둘 다 읽어보신것 같은데...어느 출판사가 헤밍웨이 문체나 느낌을 잘 살렸는지 알수있을까요?

포스트잇 2012-12-12 17:36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너무 어려운 질문이신데요, 흠..원서를 보지못한 데다가 가려볼 능력이 없어서요...제가 어떻게 헤밍웨이 문체까지 가려볼 수 있겠습니까,,,?
저한테 왜 이러세요~^^
민음사 김욱동 교수 번역작만 읽고 이한중 씨 번역판은 그냥 갖고만 있습니다,
위에서 다룬 부분만 찾아봤거든요, 저 대목만 보자면 전 이한중 번역이 더 좋더라구요, 김욱동의 번역은 하드보일드 문체에 충실하려는 의도가 너~무 드러난 것 같아 뻣뻣해진것도 같구요,
[무기여 잘 있거라]는 열린책들 이종인 번역으로 읽었는데 갠적으로 [태양은...]보다 더 좋았습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아직이지만 선택한다면 김종인 번역을 선택하겠습니다.
오역은 없어야하고 그다음엔 원저자의 문체가 강하다면 번역자가 최대한 살리면서 느낌도 잘 전달할 방법을 찾아야겠지요.


최근에 히라노 요시노부의 [하루키 하루키]를 읽고 놀란게 [1Q84]의 우리 번역서에 중요한 문장의 시제 번역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고의는 아닐지라도 역자와 교정자의 보다 정확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믿고 보는 거잖아요.

여튼 만족하실만큼 충분한 대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

2012-12-13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2-13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