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은 옅어지는 듯하다. 일단 매일 곁에서 부딪치지 않으면 잊어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회피하다시피 미뤄두고 나는 다시 일상을 산다. 새삼 산다는 것, 어쩌다 세상에 생겨나와 성장하고 그리고 늙고 자연사하는 길을 밟는 생명에 대해 생각해본다. 연로하신 부모님 때문에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 앞으로 닥칠 일들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수월해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바람 좀 쐬고 오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냥 저냥 버틸만 한듯해서 다름없는 생활을 이어가는데, 생각보다 집중이 잘 안된다. 일시적 버퍼링같은 것일지 뜻밖에 갖게 된 장애일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일단 큰 일들을 마치고 난 뒤의 다음 일들 가닥잡기 전의 공허감 때문일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벽거리에서] 읽는 데도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다. 오랜만에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이었는데 묵직한 책은 아니다.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해 했던 행동이 반전으로 활용되는 설정을 이용했지만 그게 그다지 신선하지는 않다.  

 

 

 

 

 

 

 

 

지난 주말에 북스피어의 '에스프레소 노벨라' 시리즈를 사들였다.  

 

 

 

 

 

 

 

 

 

문고판 크기로 기껏해야 120, 130여 페이지 정도되는 책들이라 부담감 없지만 레이먼드 챈들러의 [심플아트오브 머더]와 로저 젤라즈니의 [집행인의 귀향] 두 권을 읽었을 뿐이다.  

레이먼드 챈들러의 에세이 [심플아트 오브 머더]와 함께 실린 단편 [스페니시 블러드]도 누군가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이 마지막 반전에 공헌한다. 이런 일종의 안타까운 사랑 모티브는 챈들러의 소설에 종종 나온다. 비열한 거리에서 살아가는 탐정의 우울이 트레이드마크처럼 새겨진 단편이다. 

개인적으로 관심가는 책은 [나오키의 대중문학 강의]이다. 나오키 상, 나오키 상 말만 들었는데 그 상의 이름의 주인인 나오키 산주고의 대중문학에 대한 에세이다. 편집자이자 영화감독이기도 했다는데 어떤 견해를 갖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나오키 상은 그의 절친이었던 문예춘추의 사장 기쿠치 간이 1935년에 아쿠타가와 상과 함께 설립한 상이라는데 정작 나오키 본인 보다는 친구 덕이 큰 것 같다. 웃자고 한 말이다.  

필립 K. 딕의 [높은 성의 사내]도 사놓고 첫 페이지만 몇 번째 읽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여름인가 사놨던 딕의 걸작선 세 권도 아직 그대로다. 부지런히 읽어야 한다. 매그레 시리즈도.  

 

 

 

 

 

 

   

 

 

 

 

 

 

  

 

  

 

 

 

 

 

  

  

 

 

 

로그아웃하고 나가려는데 검색창에 김훈 소설이 떴다. 표지가 설마 이건 아니겠지. 아직 정해지지 않은 모양이다. 신작. [흑산]. 정약전의 얘기인 듯하다. 김훈 자신이 언젠가 쓰고 싶었던 것이었는지 모르고 옆에서 발전시켜 보라고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정약용, 정약전 형제에 대해 썼던 예전의 글들이 인상적이었는데 언젠가 이렇게 소설이 될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다. 집에 가서 예전 글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흑산, 흑산도, 자산. 자산어보. 크게 기대는 안가지만 그래도 김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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