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장조의 살인
몰리 토고브 지음, 이순영 옮김 / 살림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디보자. 내가 슈만에 대해 무얼 알고 있는가 생각해봤다. 슈만이 음악가라는 거, 브람스가 슈만의 아내 클라라를 좋아해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는 거, 슈만때문에 클라라가 힘들어했다는거, 그리고 클라라가 음악적 재능이 슈만 못지 않았다던가 하는 그럼 점들 뿐이다. 그러니까 누구나 다 아는 정도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슈만의 음악 한곡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 작품을 볼 생각을 한 건 미스터리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들에게는 팩션일지라도 미스터리가 충분히 있을만 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유명한 작곡가인 로베르트 슈만이 어느 날 헤르만 프라이스 경위에게 쪽지를 보낸다. A음이 계속 들리는데 누군가 자신의 신경을 손상시키려는 것이라며 조사를 의뢰한다. 말도 안되는 의뢰고 그의 아내 클라라는 못마땅해하지만 호기심과 음악을 좋아하는 프라이스는 그 사건을 조사하기에 이른다. 그러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슈만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접하게 된다. 슈만의 분열되는 두개의 슈만 자신이 이름을 붙인 인격이 있다는 사실과 그의 아내 클라라와 그의 제자이며 손님으로 집에 있던 브람스와의 관계, 그리고 슈만의 전기를 쓴다면서 슈만의 과거를 폭로하려는 도벽이 있는 음악평론가 게오르크 아델만, 슈만을 무시하는 리스트의 태도 등 음악계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그리고 드디어 황당한 사건이 아닌 진짜 살인 사건이, 아델만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음악을 높게 평가하는 경찰 프라이스가 없었더라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이야기다. 역사 소설, 음악 소설, 메디컬 소설, 추리소설이라는 다양함을 보여주지만 결국 보여주는 것은 한가지뿐이다. 슈만의 말년은 비참했고 클라라는 생활고에 시달렸고 브람스는 여전히 음악을 했다는 점이다. 차라리 A음에 대한 미스터리로만 계속 나아갔다면 더 음악적이고 더 추리소설다운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정신병이라는 점도 더욱 부각될 수 있고 말이다. 리스트도 A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슈만도 지적하고 실내악단 단원들도 지적을 하는데 거기서 슈만의 광기와 클라라의 고통을 더 깊게 묘사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음악가, 절대음감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A음의 정확함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것이 가장 음악가다우면서도 음악가의 집착과 정신병에 이를 수 있는 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피아노 조율사도 등장하니 그 시대의 대량 생산하는 피아노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새로웠다. 팩션이지만 클라라의 아버지 버크 교수가 결혼을 심하게 반대했다는 사실, 슈만이 강에 투신 자살하려던 것, 귀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한 것은 사실이었다. 정신병원에 브람스가 찾아왔다는 점은 사실에 기인한 것이다.

19세기 독일은 다양했던 모양이다. 우리나라도 지방마다 지방색이 있듯 그들도 각 지방마다 특색이 있고 사람들의 기질이 다른 모양이다.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기를 쓰고 상류층에 합류하려는 프라이스의 모습에서 음악가와 경찰의 신분을 스스로가 경계짓고 있는 점도 느끼게 된다. 살인사건을 빨리 해결하려는 서장이 슈만에게 사기를 치려던 집시 모자에게 뒤집어 씌우고 끝내라고 암시를 주는 대목에서는 시대를 떠나 강자와 약자는 늘 이런 대접을 받게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인간의 자잘한 역사까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진짜 미스터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시대 최고의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의 말이 가슴에 남는다. 224쪽에 나오는 말이다.

"모두들 시간에 대해 말하지만, 아무도 내 시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아요. 마치 나만의 삶은 없는 것처럼. 내 목적은 오직 아버지와 아이들과 지휘자와 그리고 당연히 남편에게 봉사하는 것인 것처럼 말이에요. 나는 그 모든 게 정말 지긋지긋해요."

백년이 지나도 이 말이 여자들의 입에서 떠날 줄 모른다는 사실 또한 참으로 미스터리다. 

작품은 슈만이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된 계기를 팩션으로 작가 나름의 상상력을 더해서 그의 변덕스러움과 집착, 광기를 보여주는 동시에 그의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그들의 내면도 들여다 보게 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슈만이 주인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은 프라이스 경위라는 인물의 눈을 통해 바라보게 만들어진 작품이다. 상류 사회, 특히 음악가라는 에술가들과의 교류를 동경하고 첼리스트 여자친구가 있고 직접 피아노를 배우는 열의를 가졌으며 자신의 직업이 가져다주는 하층민과의 부딪힘을 혐오하는 인물이 막상 동경하던 예술가들이 속한 상류 사회 속에 들어가보니 그가 만난 하층민들과 다를게 없다는 깨달음을 주며 그가 한층 더 성숙한 인간이 되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스터리로 보고 싶은 독자는 프라이스를 주인공으로 보면 되고 음악 소설이 주는 팩션으로 읽고 싶은 독자는 슈만을 주인공으로 보면 된다. 어떤 각도에서 보더라도 무게감은 덜하겠지만 심플하게 만들어진 소품 정도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재미있게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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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zydevil 2009-04-16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로운 실화를 바탕으로 재미있게 이야기를 꾸며낸 작품인 거 같습니다. 호기심 만발이네요~

물만두 2009-04-16 14:14   좋아요 0 | URL
기대를 좀 낮추시고 보면 재미있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대인 경찰연합 1 - 예언자 멘델의 죽음
마이클 셰이본 지음, 김효설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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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실제로 생각했지만 의회에서 부결되어 성사되지 못한 알래스카에 유대인 정착촌을 만든다는 계획이 실현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SF소설의 한 소재인 대체 역사를 전제로 작품은 구성되고 이루어졌다. 이 작품을 통해 그런 사실을 처음 접한 나는 만약 그것이 지금 실현되었다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오늘과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이 결국 불가능한 일임을, 역사는 늘 강자의 편이고 강자의 힘의 논리에 의해, 그들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고 말았다. 

아들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날 거라는 말을 듣고 그 아이를 중절 수술한 뒤 미안한 마음에 아내와 이혼하고 알코올 중독자로 다 쓰러져가는 낡은 자멘호프 호텔에서 살던 랜즈먼 형사는 자신의 집이라 여긴 호텔에서 마약중독자 유대인이 총에 맞아 살해당한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눈길을 끈 두다 만 체스판. 아버지가 체스에 빠져 살았던 덕분에 그는 체스에 흥미를 잃었지만 그것에 어떤 암호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한다. 그리고 밝혀낸 피해자의 신원은 놀랍게도 가장 보수적이면서 강경파로 하나의 거대 조직을 이끄는 유대인 마피아로 여겨지는 버보브파의 최고 권력자인 누구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슈필만 랍비의 외아들 멘델 슈필만이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가 바로 그들이 원하던 한 세대에 한 명씩 나타난다는 메시아였다는 점이다. 도대체 누가 메시아를, 왜 유대인의 메시아를 살해한 것일까?  

작품은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추리소설 기법을 이용해서 싯카 유대인들의 사회의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제 반환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불안해 하는 유대인들의 모습에서 2천년을 떠돌던 그들이 그토록 이스라엘 땅에 집착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자신들을 받아줄 다른 곳을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은 셋방살이를 전전하며 늘 방 빼라는 주인의 소리가 들릴까 가슴 졸이다 한겨울 어린 자식들을 업고 리어카 하나에 짐 보따리 몇 개 실어 눈 길을 걸어가던 가난한 우리의 부모의 모습과 닮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강경파 유대인과 온건파 유대인, 유대인이 세상 유일한 민족이라 생각하는 이들과 유대인이 짐이라 생각하는 이들 사이의 괴리감은 현대에도 존재할 것이다. 작가는 유대인이지만 이 점을 잘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는 작가를 유대인의 적이라고 한다나. 이 점이 이슬람 국가에서 오르한 파묵이 받는 대접과 같은 것 같아 아이러니와 유대교와 이슬람교가 얼마나 닮았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 같다. 

랜즈먼 형사에게 흥미를 느껴 읽은 작품이다. 작가 본인이 필립 말로와 루 아처와 같은 모습으로 그려냈다고 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루 아처에서 매튜 스커더로 변하는 모습 어딘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것 같이 느껴지는 캐릭터였지만. 등장하는 모든 유대인처럼 랜즈먼도 싯카에서 희망적이던 순간을 회상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준다. 알래스카가 유대인 자치주가 되기를 희망하던 때, 여기서 영원히 살게 되리라 생각하던 때를. 그리고 그 꿈이 무너져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들의 절망과 분노를 잘 담아내고 있다. 랜즈먼도 흥미로웠지만 그의 사촌이자 틀링깃 원주민 어머니를 둔 베르코가 더 흥미로웠다. 유대인과 틀링깃 원주민과의 유혈 사태로 인해 어머니를 잃고 그러면서 아버지가 유대인이라는 점 때문에 원주민 사이에서 따돌림을 당하다가 아버지를 찾아와서 유대인으로 인정받으려고 애를 쓰며 유대인이 되고자 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고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게 된 그의 모습에서 인간의 편협함을 느낀다. 인간이 인간 그 자체가 아닌 그 혈통을 중요시하는 것에서 종교의 화합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유토피아임을 깨닫는다.  

메시아가 나타난다고 해도 그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메시아가 무슨 소용이랴. 그 메시아를 자신들의 마음에 들게 바꾸려고 한다면 메시아의 재림을 바라는 이유가 무엇이랴. 메시아가 나타나 지금 당장 모든 총을 거두고 유대인과 무슬림이 형제처럼 지내라고 한다면 따를 것인가? 이스라엘이 힘으로 빼앗을 땅을 팔레스타인에게 넘겨주라고 한다면 받아들일 것인가 말이다. 성지는 누구를 위해 중요한 것인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또한 작품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띠고 있지만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였다. 종교도, 민족도 아닌 인간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없는가 하는 점을 끝까지 피력한다. 그 점이 추리소설, 미스터리를 떠나 마음에 들었다. 뒤로 갈수록 좋은 작품임을 느끼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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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2009-04-09 14: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리짓는 인간들로선 피하기 힘든 문제로군요. 혹시 모든 편견을 극복하고 인간 그 자체를 바라보던 이들은 죄다 우화등선해버리셔서 인터뷰가 불가능하군요. -_-
아! 누군가가 세계를 정복해서 통일시켜 버린다면 인류를 구분짓는 몇 가지 잣대는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물만두 2009-04-09 19:12   좋아요 1 | URL
무리한 일이라는 걸 알기에 인간의 삶 자체가 고단한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크던 적던간에요. 그래서 유토피아는 유토피아일뿐인가봅니다.
 
카니발 매지컬 -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 Faust Novel 헛소리꾼 시리즈 5
니시오 이신 지음, 현정수 옮김 / 학산문화사(단행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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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필연에 의한 것이고 운명이 정해 놓은 이야기속에서 이미 결정되어진 것일 뿐이라고 한마디로 헛소리, 개똥철학을 읊어대는 작품이다. 하지만 개똥철학도 철학이라 마음에 새겨지는 말이 있고 헛소리도 소리인지라 귀에서 남아 맴돌기도 한다. 뭐, 현실이 이보다 더 지독한데 허구속에서 좀 독하게 군들 해가 되는 건 아니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헛소리꾼 이짱 시리즈를 추리소설로 읽었는데 미스터리는 적고 헛소리와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사투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신 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하는데 엔터테인먼트를 보여주느라 작가가 수고한다는 느낌이 든다. 다 헛소리지만. 

헛소리꾼 이짱이 또 이상한 사람과 만난다. 코토대학 인류생물학과 키가미네 야쿠 조교수라는데 이 인물 참 독특하다. 만나자마자 자기와 이짱은 만날 운명이었다느니 자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느니 이상한 소리를 하면서 아르바이트를 권한다.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미이코씨를 위해 하기로 결단을 내린다. 물론 그 교수가 연구하는 죽지 않는 연구라는 게 궁금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하지만 더욱 놀라운 운명은 카스가이 카스가가 주워왔다는 구속복을 입고 망토를 두른 채 자고 있는 소녀 니오우노미야 리즈무와의 만남이었다. 니오우노미야 일족인 이들은 살육남매였다. 이중인격이라는 것과 구속복을 입은 것이 오빠 이즈무때문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게 되지만. 여기에 토모를 찾아갔다가 만난 여우가면 남자까지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다양한 헛소리와 헛짓들이 오고간다.  

어쨌든 모니터 요원 시험을 보기 위해 카스가이 카스가와 유카리키 이치히메와 같이 키가미네 야쿠의 연구실이라는 산 속 외딴 병원같은 곳에 가는데 리즈무가 모니터 요원 시험을 보러 와 있었다. 게다가 정말 자신이 죽지 않는 존재라는 마도카 쿠치하를 만나고 카스가이 카스가는 갑자기 위험한 곳이라며 혼자 돌아간다. 그 뒤 정말 그들은 위험에 빠진다. 자동차가 모두 바퀴가 찢어지는 바람에 그곳에서 머물게 되는데 다음날 이짱이 일어나보니 그만 빼고 모두 살해당한 것 아닌가. 여기서 죽지 않는 연구에 대한 호기심은 날라가고 이짱은 토모에게 구조를 요청해서 빠져나간다. 하지만 도대체 누가, 왜 그런 일을 벌인 걸까? 이짱은 히메를 보디가드로 데려온 것을 후회하지만 그것도 운명이려나.  

시리즈로는 다섯 번째 작품이다. 처음에 읽을 때는 토모와의 관계가 궁금해서 계속 읽게 되었는데, 또 이짱의 사연도 궁금하고 말이다. 아이가 너무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듯이 살고 있으니 그 속 사정이 궁금한 건 당연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이야기보다 좀 더 잔인해지는 살인과 점점 심해지는 헛소리가 작가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건지를 방해하고 있다. 아니 원래 작가는 이런 것을 보여주려던 것이었는데 내가 착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작가가 표방하고 있는 신 청춘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이렇게 나름 정의해봤다.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한 미스터리를 소재로 삼고 개성 강한 만화적 캐릭터들을 등장시켜 인물들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을 보면 5명이 잠 든 사이 4명이 살해당하고 1명만이 살아 남았다. 하지만 그 1명은 범인이 아니다. 그는 헛소리꾼 이짱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자 피바다에 뛰어들고 피바람을 몰고 다니는 트러블메이커같은 존재이기는 하지만 범인은 아니다. 그가 가는 곳에서는 언제나 사건이 일어나고 그는 사건에 자의든 타의든간에 뛰어들게 되는 타입이지만 탐정은 아니다. 탐정이나 해결사로서의 능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이 클로즈드 서클같은 외딴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누가 범인일까. 또한 범인은 어떤 트릭을 사용해서 이짱을 속인 것이고 이짱은 그것을 어떻게 알아낸 것일까가 미스터리적 요소다.
 
만화적 요소로는 각각의 등장 인물이 지니는 캐릭터의 강함을 들 수 있다. 헛소리꾼 잇짱은 그 허무와 염세적인 모습이 오히려 강한 개성으로 느껴지고 여기에서는 인간다움을 버린 것 같던 기존의 모습과 죽음을 바라는 것 같지만 결코 죽어지지 않던 모습에서 벗어나 죽고 싶지 않다는 감정을 절실하게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 작품의 처음 등장 인물이자 실제적인 주인공인 살육기술의 니오우노미야 남매를 보면 표면적 인물인 동생 리즈무는 카니발이라 불리며 오빠 맨이터 이즈무의 존재를 가려주는 역할을 하고 남매의 내면이자 실질적인 조종자인 이즈무는 살인 기계로 만들어진 집단의 일원으로 발군의 실력을 보인다. 이들뿐만 아니라 이짱이 사는 집의 인물들도 모두 개성이 강한 평범한 인물들은 아니다. 이짱이 좋아하는 미이코씨조차 검술의 달인이까. 이런 인물들이 배치되어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로 보는 만화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어떤 성격의 작품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게 보는 것이 중요한 작품인 것이다.
 
다음 작품이 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이 작품에서 여우 가면을 쓴 사이토씨한테 적수로 찍힌 이짱은 과연 그 작품에서 인류 최강의 살인청부업자 준씨의 아버지인 사이토씨와 대결을 벌이는 걸까? 토모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토모가 이미 자신을 떠나면 세상을 말살하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이짱의 선택은, 아니 선택의 여지가 지금까지 없었으니 여전히 휩쓸려 들어갈까? 아니면 이번만큼은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살려는 모습을 보여줄까? 만약 아버지와 이짱이 겨루게 된다면 준씨는 누구 편에 설까? 그 모든 것이 궁금하게 만드는 대단원의 마지막 작품의 마무리를 빨리 보고 싶다. 역시 엔터테인먼트 소설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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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크라임스
조지프 파인더 지음, 이창식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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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법대 교수이자 유명한 변호사인 클레어는 자신의 딸 애니를 친딸처럼 사랑해주는 지금의 남편 톰과 재혼해서 잘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레스토랑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톰을 쫓기 시작하더니 톰의 과거가 드러난다. 그는 13년 전 탈영병이자 1985년 엘살바도르에서 87명의 양민을 학살한 살인자 쿠빅 상사였다. 하지만 그는 무죄를 주장하고 클레어는 3년동안 함께 산 남편을 믿기에 그를 변호하기에 이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군사 법정에서 민간 법정에서처럼 싸우기로 한 것이다. 

작품은 군사 법정에서 일어나는 숨막히는 변호사와 군대 최고의 검사간의 혈투가 치밀하게 다뤄지고 있다. 여기에 FBI, CIA같은 조직이 연관되어 있고 클레어에 대한 위협과 음모가 부비트랩처럼 설치되어 있다. 일진일퇴하는 공방, 군 장성까지 증인으로 불러내고 기밀문서를 찾아 헤매는 가운데 과연 법이란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변호사는 무죄인 피해자를 구해내기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건 터무니없는 착각이었다. 변호사는 의뢰인이 무죄이건 유죄이건 상관하지 않는다. 그가 할 일은 의뢰인을 무죄로 만드는 일, 무죄가 안된다면 최소 형량으로 줄이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법이다. 그런 이유로 인권 변호사를 자처하는 클레어가 도입부에서 강간범을 무죄방면시킨 일이 논란이 되는 것이다. 법과 정의는 절대 같은 말이 아니다. 하물며 법 앞의 평등이라거나 법 앞에서 진실만을 이야기한다는 건 정말 새빨간 거짓말이다. 

또한 검찰로 대변되는 검사는 모든 피고를 유죄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찾아내고 증인을 확보하는 인물이다. 그에게 피고가 무죄일 수 있다는 건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무조건 유죄, 그리고 법정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형량을 받아 내는 것, 그러기 위해 배심원에게 얼마나 피고를 나쁜 인물로 묘사하느냐가 중요할 뿐이다. 변호사는 그것을 방어하고 뒤집으려 애를 쓰고 피고는 무죄를 주장하고 모든 증거를 부정한다.  

검찰의 증거에 따라 아내로서 클레어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의 남편은 정말 무죄일까? 남편이 혹 그들이 주장하는 그런 나쁜 사람은 아닐까? 그런 가운데서도 변호사로서 최선을 다한다. 이런 클레어의 모습을 보는 것과 일진일퇴하며 증거를 찾고 증인을 찾으려 애를 쓰는 모습과 누군가 클레어를 위협하는 인물에 대한 두려움이 작품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제목에서 이미 이 작품의 성격과 내용은 얼추 드러난다. 하이 크라임 (High Crime)이란 미국법에서 중대한 범죄를 뜻하는 말로 연방 헌법에 규정된 대통령·부통령 등의 탄핵 사유가 되는 범죄를 지칭한다. 그야말로 기가 막힌 범죄라는 이야기다. 1985년 엘살바도르에서 양민이 미군에 의해 학살됐다는 것이 보도되면 어떻게 될까? 만약 그것을 몰랐고 단지 병사 개인이 혼자 저지른 일이라고 해도 책임자는 아무런 책임도 없는 것일까? 그런데 이 사실을 알았거나 지시라도 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이런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조지프 파인더, 대단한 스릴러 작가다. 치밀하고 세밀하게 법정 내부를 표현하면서도 큰 스케일의 작품을 만들고 있다. 작가는 복선을 깔아서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그렇게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앞이 대단했기에 놀라웠다. 스릴러 애호가의 필독서라는 말이 정말 딱 어울리는 작품이다. 거기다 법정 스릴러로서도 대단한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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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31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31 1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zydevil 2009-04-0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건 프리만이 주정뱅이 변호사로 나오던 영화는 그저 평범했는데 원작 무척 뛰어난 가 보군요~~?

물만두 2009-04-04 10:42   좋아요 0 | URL
아, 그 군법전문 변호사를 모건 프리만이 연기했나봅니다.
영화를 못봐서 뭐라고 얘기할 수는 없지만 지금 작품들에 비하면 반전이나 대단한 스릴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본에 충실한 그런 작품들을 읽다보면 이런 작품들이 더 좋아보이는 그런 작품입니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 밀리언셀러 클럽 99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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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두번 가슴 졸였고 두번 눈물을 흘렸다. 도대체 이 단편들의 소속이 어디냐고 묻고 싶었는데 그 소속이 미래를 보는 예지력이 있는 야마하 케이시와 평범한 일상을 원하면서 동시에 비일상을 꿈꾸는 우리들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필로그까지 합쳐서 모두 6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미스터리다운 긴장감 넘치는 작품은 두편정도고 나머지는 일상속 비일상의 미스터리다. 모든 작품이 추구하는 것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함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것은 요즘 세상에 그리 반가운 일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표제작으로 작가는 강렬하게 시작하고 있다. 누군가 길을 가는데 '6시간 후 너는 죽어.'라고 말을 한다면 어떤 반응을 하게 될까? 아마도 '도를 아십니까?'를 들었을때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가 맞는다면 나는 정말 6시간 후에 죽게 된다. 그것도 생일날이 되자마자. 야마하 케이시는 이렇게 강한 인상으로 들이닥친다. 그들은 6시간 동안 범인을 찾기로 한다. 죽음을 기다리기보다는. <3시간 후 나는 죽는다>는 반대로 야마하 케이시가 자신의 죽음을 예지한 내용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큰 일은 자신만이 죽는 것이 아니라 예식장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죽는다는 것이 문제다. 폭발이 일어나는 것이다. 3시간동안 폭발물을 찾기에 나서는데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으로 독자는 이미 가슴 졸이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은 미래를 알 수 없어 행복한 것 아닐까. 알면 늘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할 테니까. 앞 날을 안다는 건 참 슬픈 일이다. 그래도 미래는 자기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알면 아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리라.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돌 하우스 댄서>는 꿈을 향해 나아가는 젊은 이들에게 앞 날이 어떻게 되더라도 잘 될거라고 말해주는 작품들이다. 힘든 일도, 슬픈 일도, 좌절하게 되는 일도 그것이 마지막이 아니기 때문에 남은 날들은 더 좋을 거라고, 지금보다 더 나을 거라고 믿고 나아가라고 이야기들이 읽는 독자의 마음을 다독여주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의 나와 만나 다시 힘을 내는 <시간의 마법사>,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사랑에 빠져 힘들어 하게 되지만 결국 더 좋은 경험을 하게 되는 <사랑에 빠지면 안 되는 날>, 댄서가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매번 오디션에서 탈락하는데 그때마다 어떤 기시감을 느끼게 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돌 하우스 댄서>. 모두 평범한 작품들이면서 평범하지 않게 읽게 되는 내 이야기같은 작품들이다. 

<미래의 일기장>은 결국 작가가 이 단편들을 통해 하고자 한 이야기가 무엇이었는가를 말하는 작품이다. '내일은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야.' 우리가 늘 믿고 싶고 누군가에게 듣고 싶은 말이다. 그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설령 꿈으로 끝날지라도 한 세상 꿈이라도 잘 꿨다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자신을 잘 보듬어주자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보자고 말하는 듯한 작품은 현실의 어려움에 대한 반발적인 모습이다. 어쩔 것인가. 어렵다고, 힘들다고 주저 앉을 수 없는 것이 인생인 것을. 6시간 후 죽는 한이 있더라도 살인범은 찾아보기라도 하고 죽자고, 3시간 뒤 죽더라도 마지막 1초까지 포기하지 말자고, 그런다면 지금보다 미래는 좀 더 나아질거라고 작가는 오늘을 사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더 좋았을텐데.'라거나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되돌리고 싶어.'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한다. 하지만 과연 다른 선택을 했다면 더 좋았을까? 과거로 돌아가서 내 미래를 바꾼다면 지금의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었을까? 그건 모르는 일이다. 언제나 그 선택이 최선은 아니었더라도 차선은 되었으리라 위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평범한 사람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근사한 행복인 것이다. 다카노 가즈아키, 멋있다. 미스터리는 정교하게 짜임새있고 평범한 사람들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는 공감하기 쉽게 들려주고 있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흥분도 느낄 수 있고 회전 목마의 느리지만 편안하고 포근함도 느낄 수 있는, 그리고 미래를 예언하는 점집도 들러 재미삼아 점도 보는 놀이 공원같은 단편집이다. 한번 들어가면 나가기 싫어지는 어린 시절 놀이공원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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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o12 2009-04-0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얼마전에 일본에서 스페셜 드라마로 하던대요. 볼까 말까 많이 망설이고 있었습니다.^.~

물만두 2009-04-02 10:10   좋아요 0 | URL
그랬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