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 와인
조안 해리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와인이 하는 이야기 한번 들어보실래요? 그리 오래 되지 않은 와인이랍니다. 1962년산이거든요. 이 와인은 자신을 소유하고 있는 한 남자와 그가 어느 날 같은 공간에 넣어 놓은 색다른 와인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니까 이 작품은 와인이 하는 이야기인 동시에 한 남자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 남자의 현재의 이야기인 동시에 과거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의 소설 이야기인 동시에 아니기도 합니다.

 

1999년을 살아가는 딱 한 작품의 좋은 작품을 쓴 작가 제이는 1975년 즈음 자신의 소년 시절을 회상합니다. 돌아가고 싶은, 그러나 갈 수 없는 그 어린 시절의 기억과 추억과 진실 된 믿음과 배신의 상처로 서른 일 곱살이 된 지금까지 아파합니다.

 

그러던 그가 일상의 그저 그런 날들에서 벗어나게 한 전단지를 보게 됩니다. 프랑스 시골 마을의 한 농가를 판다는 전단지인데 그는 그 집이 그 옛날 자신의 친구 조가 그리던 집이라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보고 무작정 그 집을 사게 되죠. 그리고 그 집에 정착을 합니다.

 

그곳은 마치 그가 소년기를 보낸 마을과 흡사해 보여서 다시 글을 쓰게 만듭니다. 하지만 그가 원하는 것이 그것인지, 그곳에 다시 찾아온 조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는 아직도 모릅니다. 그저 글의 소재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특히 자신의 이웃의 은둔 생활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어린 시절 우리가 바라던 모습일까요? 우리가 버려도 된다고 생각하고, 잊어도 좋다고 믿는 그런 것들이 진짜 버려져도 좋고 잊어도 상관없는 그런 것일까요?


이 작품을 읽으면서 와인이 말을 하는 것은 그것을 만든 사람의 정성과 믿음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일이 익을 때까지 농부는 정성을 다해 가꾸었겠죠. 자연은 그들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을 거고요. 손쉽게 만든 것이 아닌 하나하나 공을 들이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은 농부의 마음이 담겨져 와인은 숙성되고 하나의 이야기를 남기게 된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지금 모습을 보면 개발과 이익과 이기심에 눈이 멀어 무엇이 소중한 지도 모르고, 지금 잃어버리는 것을 영영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된다는 것도 외면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좋습니까? 우리가 사는 이 땅이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아도 좋습니까? 와인뿐만이 아니겠죠. 쌀도 말을 하겠죠. 우리가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듣지 못할 뿐이겠죠.

 

땅을 지켜야 하는 것은 어쩌면 어느 정도 희생을 해야 한다는 뜻인지도 모릅니다. 마리즈처럼요. 하지만 그 희생은 자연이 언젠가 소중히 흘리는 땀만큼 알아줍니다. 알아주지 않는다면 그건 자연의 탓이 아니라 자연을, 자신을 믿지 않은 자신 탓일 겁니다.

 

자, 와인이, 제이가, 조가, 마리즈가 여러분께 어떤 얘기를 들려주고 싶어 하는 지 귀 기울려보시렵니까? 와인을 한 잔 하면서 그 와인 속에서 여러분은 어떤 맛을, 어떤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지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럼, 즐거운 추억과 맛 여행되시기를...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06-09-0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너무 재미있을 것같아요

하루(春) 2006-09-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되게 재미있을 것 같다. 이게 추리소설이라구요? 궁금하군요.

물만두 2006-09-09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재미있고 아름다운 이야깁니다^^
하루님 미스터리가 있답니다^^ 읽으면서 발견해보세요^^

mong 2006-09-1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투...조만간 구입하지요 ㅎㅎ
(만두님 서재에는 이런 댓글만 달게 되는군요 ㅜ.ㅡ)

물만두 2006-09-10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책만 읽으셔도 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