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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친 사내의 5년 만의 외출
에두아르도 멘도사 지음, 조구호 옮김 / 시타델퍼블리싱(CITADEL PUBLISHING)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제목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이 작품은 요즘 작품으로 얘기하자면 <공중그네>와 <돈키호테>를 스페인의 현실에 맞게 섞어 놓은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공중그네>처럼 무조건 재미있다거나 <돈키호테>처럼 어려운 작품은 아니다.
정신병원에 5년째 갇혀 지내는 남자에게 경찰과 수녀가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는데 처음부터 의아하게 만드는 것이 왜 하필이면 정신병원에 있는 자인가 하는 점이기 때문이다. 그가 무슨 전직 탐정이라거나 대단한 학식을 갖춰서 미쳤음에도 조언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면 몰라도 일자무식의 학교 문턱에도 가본 적 없고 안 거친 밑바닥 인생이 없는 전과자이자 미치기까지 한 인물인데 말이다.
사실 탐정소설을 표방하지만 추리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 사내의 뒤만 쫓으며 그가 생각하고 보는 눈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그 세상은 그가 갇혀 있던 정신병원보다 그리 나을 것 없는 세상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렇다고 말하고 있다. 작가는 미친 사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알려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독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탐정소설이란 스타일을 선택했을 뿐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회의 부조리와 인간의 부조리한 면이다.
우리가 지금 제 정신으로 세상을, 정신병원이 아닌 바깥세상을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환각에 취해 정신 병원 안의 세상에 살면서도 제정신으로 살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 미친 사람들 가득한 정신병원보다 낫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나는 모르겠다. 내가 사는 세상이 그들이 사는 세상보다 더 낫다고 말할 수 없으니.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미친 그 남자에게 반하고 말았다. 정말 이보다 쿨한 남자가 또 있을까. 그런데 왜 내가 이 남자의 이름을 말하지 않을까. 궁금하면 읽으시라.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가 식상한 느낌을 주고 있다면, 읽고 나서 약간 허탈하다면, 재미는 있지만 약간 그보다 나은 뭔가가 있었음 한다면 이 작품에서 그 모자라는 점을 부디 발견하시길.
참, 보실 때 내용만을 보시기를. 여러 가지 따지다 보면 작품 내용이 손상될 수도 있으니까. 예쁜 포장이 아니라 해도 그 안의 보석의 가치가 떨어지는 건 아니니까. 근간이라고 적어 놓은 삼부작 중 두 작품을 빨리 출판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