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모중석 스릴러 클럽 1
제임스 시겔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처음부터 독특하게 시작해서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교도소에서 자원봉사로 글을 가르치는 교사가 작문 숙제를 죄수들에게 내주는데 유독 눈길을 끄는 한 작품이 있다. 그리고 그 작품이 이어져서 등장을 한다. 이때 순간적으로 액자소설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한 무고한 죄수가 자신의 무죄를 알리려는 것인가 하고 말이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그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 작품에 속도가 붙게 되고 주인공이 탈선을 계속 해 나가는 동안 독자인 나도 같이 탈선을 하게 되어 마침내 벼랑 끝에서 조우하게 된다.


어떤 상황을 바라보는 것과 그것에 맞부딪치는 것은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다. 바라 볼 때는 나라면 할 수 있어 라고 말을 내뱉곤 하지만 막상 닥치면 부딪쳐서 벼랑 끝까지 몰아 붙여진 상황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한번 탈선한 기차가 정상 궤도에 오르기까지도 일정 시간이 필요한 법인데 한 사람의 인생이 한번 탈선을 하자 마구 꼬여버리는, 마치 거짓말이 또 다른 거짓말로 새끼를 치는 상황을 다시 궤도 올려놓기는 힘든 일이다. 그러한 일이 찰스를 강타하고 만다.


단지 열차 한번 늦게 탄 것뿐인데, 단지 딱 한번 지갑이 비어 있었던 것뿐인데 말이다. 하지만 진짜 그럴까?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은 탈선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삶이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 마음이 약해져 있을 때,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을 때 말이다. 그것을 결코 아내에게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이미 정상 궤도에서 조금씩 탈선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주인공에게 쉽게 공감하게 되고 약간 눈에 거슬리는 허술한 구성도 눈감아 줄 수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누구나 찰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 살면서 힘든 때가 있고 자신도 모르게 탈선하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작가의 조그만 시선에는 지금도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 작가, 아니 주인공이 백인 우월주의자인 것처럼 계속해서 흑인과 못사는 사람들에 대해, 불법체류자인 히스패닉계 사람들에게 보내는 곱지 않은 시선때문이다. 그럴 필요가 없어 보이는데도 과도하게 그런 점을 이동하면서 노출하고 있다. 처음 직장에서 우편배달과에 유일한 백인 남자에 대한 언급에서도 그랬고, 한 허름한 바에서 자신이 유일하게 합법적 시민일거라고 주절거리는 부분도 그렇고 흑인 학생과 그들의 패션을 따라하는 백인 학생에 대한 태도도 마음에 안 들었다. 요즘의 미국 문학계, 아니 추리소설계만 보면 극우는 아니더라도 우익 성향의 글쓰기가 유행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캘리포니아 걸>에서도 잠시 그런 점을 느꼈었는데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만 그런 것일까..


물론 이건 사사로운 작은 불편함이고 크게 보면 간만에 재미있게 본 스릴러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제임스 패터슨의 뒤를 잇는다기보다는 그보다 나을 듯싶다. 와우! 순식간에 끝까지 읽어 내려가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도저히 끝이, 아니 그 다음 전개될 상황이 궁금해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그것이 적지 않은 분량이지만 빠르고 쉽게 읽을 수 있게 만드는 점이었다. 책을 펼치자마자 몰입하게 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책장을 덮은 상태였다. 이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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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5-15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추천 꾹 누르고 갑니다..^^

물만두 2006-05-15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읽어보세요. 재미있어요^^

물만두 2006-05-15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잡자마자 단숨에 읽었다는 거 아닙니까^^

물만두 2006-05-15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읽으세요~^^

반딧불,, 2006-05-16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언냐..읽으라잖아요^^

물만두 2006-05-16 1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sayonara 2006-05-2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스릴러가 아닌 인생의 성찰이 담긴 에세이집의 리뷰를 읽은 것 같은... -_-+

물만두 2006-05-22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일단 읽어보세요^^

비로그인 2006-05-24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왜 이 리뷰를 지금 봤을까요! 어제 누가 책 한 권 사 준다고 알라딘에서 고르라기에 스티븐 킹 단편집 골라서 주문했는데, 만두님 이 리뷰 봤음 이걸로 사는 건데!!ㅠ_ㅠ 주문 취소해 보려해도 이미 발송 돼 버렸네요 힝힝..

물만두 2006-05-24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토코이님 이럴수가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