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색 수배 1 - 법의관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10
퍼트리샤 콘웰 지음, 김백리 옮김 / 노블하우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 스카페타의 전반부는 끝이 났다는 생각이 든다. 전작까지에서 스카페타는 모든 힘을 소진했다. 그리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이 작품은 스카페타와 루시, 마리노 경감이 함께 겪은 시련의 상처를 치유하는 데 목적을 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야만 스카페타 박사가 후반부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카페타 박사는 지금까지 보여준 이미지는 완벽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강박관념이 있는 주인공으로 묘사되어 왔다. 자신의 일에서만이라도 완벽해야 자신이 얻지 못한 가정과 자식, 가족이나 친구가 주는 행복을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남자들은 이렇게 묘사되지 않아도 완벽해 보이게 마련이었다. 그들의 마초적 모습조차도 멋있게 영웅처럼 포장을 하니까.

 

지금까지 범죄라는 영역은 남자들 몫이었다. 하지만 이제 서서히 여자의 영역이 되고 있다. 그리고 여자도 남자와 똑같은 일을 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찰, 탐정들의 가정은 불행하다. 그들의 가정이 행복한 작품은 별로 없거나 그들은 독신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마리노 경감처럼. 그 전철을 스카페타 박사가 밟고 있다고 보여 진다. 다시 말하자면 남자와 동등해 보이기 위해서 남자와 같은 패턴으로 작가는 자신의 주인공을 포장한 것이다. 그것이 영웅의 모습인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것이 여자인 작가가 스카페타 박사라는 존재를 영웅으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스카페타 박사는 영웅이 되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 새삼스럽게 다시 스카페타 박사에게 한 번도 해보지 않는 감정을 드러내도록 만들고 있다.


물론 이것은 어쩌면 적절한 치유책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보통 사람처럼 망가지는 듯한 모습, 그러면서 망가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쓰고 당사자들인 마리노와 루시도 서로에게 상처 주며 고통을 드러내서 독자와 함께 그 고통을 나누고 치유하게 하려는 것이 이 작품의 목적이고 그래야만 나머지 작품이 다시 제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넘치면 모자란 만 못하다고 했듯이 작가는 스카페타가 어떤 식으로 치유해야 할 것인지, 마리노와 루시가 어떤 방향으로 치유해 나아가야 할 것인지 한꺼번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고 시도를 했다. 거기다가 또 다른 사건을 해결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지고 스카페타와 마리노 앞에 파워 게임을 위해 그들을 제거하려는 여자 경찰 부국장을 등장시키는 것도 모자라서 그들을 거대한 음모가 있는 곳으로 향하게 한다.


그래서 독자인 나는 그 상처에 동화될 수 없었다. 아니 스카페타와 마리노, 루시는 독자들에게 자신들의 상처에 공감하게 만들지를 않았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하다. 그래서 읽는 중간 중간 동화와 공감보다는 ‘그런데 그 사람은 왜 등장한 거야?’라는 의문을 품게 만들었다. 너무 많은 사건과 방식이 얽히고설키다 보니 이런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싶다. 딱 하나의 인간적인 스카페타와 마리노, 루시에 대한 상처의 치유 과정과 딱 하나의 사건만이 존재했다면 더 집중하고 공감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여전히 마리노는 변함이 없다. 그 변함없는 모습만이 위안을 준다. 그는 외친다. “이 여자의 두들겨 맞은 얼굴을 보라고. 여기 어디 그 망할 파워 게임 같은 게 쓰여 있소? ... 이 여자가 당신의 잘나빠진 여동생이라도 이렇게 할 거요? ...” 이 대목에서 나도 모든 파워 게임에만 빠진 권력자들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었지만 벽에 대고 말하는 게 낫지 싶어 마리노가 대신 내뱉은 욕에서 위안을 얻는다. 이 작품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고 이것이 마리노의 변하지 않는 진면목이라 생각하니 그가 더 좋아지는 느낌이다. 좋은 건 변하지 않고 나쁜 건 서서히 변화시키는 그의 모습에서 이 시리즈를 읽는 이유를 발견한다.


어쩌면 작가는 스카페타 시리즈에 대한 거대한 그림을 이미 그려놓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을 조각내서 스카페타의 일대기를 조금씩 흘리는 중인지도. 그렇다면 이런 약간의 어긋남도 괜찮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품 하나하나가 시리즈라 할지라도 완성도가 높은 작품으로 계속 사랑받기 위해서는 작가는 스카페타의 일대기냐, 스카페타가 주인공인 추리소설이냐를 명확히 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범죄 소설, 본격 추리소설이 아닌 현대 범죄 소설에서의 똑같은 패턴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성이 따르지 않나 싶다. 다음 작품이 이 작품에 이어지는 작품이라면 어쩌면 이 작품은 미완이라고 보는 게 마땅할 것이다. 마지막에 꼭 To be continued가 쓰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이제 상처를 치유했을까? 아니 상처는 아무는 거지 결코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한번 난 상처는 자국을 남기고 다시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만든다. 그 상처는 그들을 더 나아가게 하거나 뒷걸음질 치게 하거나 둘 중 하나만을 주지 원상태로 돌려놓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스카페타와 마리노, 루시의 행보는 계속 주목되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다음 작품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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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6-04-16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저도 막 끝냈습니다^^ 물만두님, 톨리가 미워요..;;;;

2006-04-16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4-16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숍님 툴리보다 스카페타가 더 미오요 ㅠ.ㅠ 그리고 다음 권에도 또 등장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음... 속삭이신님 제가 그쪽은 좀 약한데요. 찾아볼께요.

진주 2006-04-16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분이 톨리를 미워하시니 읽어보지도 않은 저지만 덩달아 톨리를 미워할래요.^^;

물만두 2006-04-16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읽어보시고 마워하면 좋잖아요~

진주 2006-04-16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장 읽어야 할 것도 태산이고...
전 추리소설은 초딩이때 괴도 뤼팡과 홈즈 읽은 게 전부예요. 죽이는 장면도 너무 많이 나오고 살벌해서 추리소설은 영 안 당기네요....^^; 여기 들락거리다보면 만두님 땜에 좀 읽혀 지려나?

물만두 2006-04-16 1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력하게 뽐뿌를 해야겠네요^^

jedai2000 2006-04-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서부터는 저도 못 본 거라 꼭 읽고 싶네요. 아마 시리즈 10번째 작품이죠? 언제 읽을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추천하고 가겠습니다. ^^;;

물만두 2006-04-1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이 책을 읽으셔야 다음 작품도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네요^^ 감솨합니다^^

2006-04-18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4-18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